Ep.10 잊고 싶은 추억 (3)
고대신룡은 분명 빙하고룡의 의식이 끊긴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운은 왜 자꾸만 커지는 건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잘못 느끼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 녀석도 이곳에 있어. 하지만 근처라면 번개고룡도 눈치챘을 텐데?’
번개고룡은 전에 희망의 마을에서 자신보다 먼저 서펜트의 존재를 알아챈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무것도 모르는 반응을 봐서는 아무래도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펜트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는데?”
역시나였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쫓게 되면 빙하고룡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악의 기운에 노출되는 건 빙하고룡 뿐만이 아니었다.
“...이거 뭐냐.”
파워가 평소와 다른 이질감을 느꼈는지 말을 꺼냈다.
“뭔가 느껴진다. 이거 이상하다.”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가는 걸 느낀 고대신룡은 그 어두운 기운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냐고 물었다. 번개고룡은 허둥지둥 대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말했다.
“그동안 있던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저번에 네가 말한 것 때문에 재료는 있어, 근데 시간이 걸려.”
“잠깐만.”
고대신룡은 번개고룡의 어깨의 잠시 손을 대더니 빛의 장막을 펼쳐주었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거는 거라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거야.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파워 위험한 일 생기면 번개고룡을 보호해줘.”
“알았다.”
“누가 애냐! 나도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어! 너나 잘하라고!”
고대신룡이 파워에게도 장막을 펼쳐주며 말하자 번개고룡이 진을 만들던 도중 소리쳤다.
그는 그 말에 웃으면서 날아갔다.
고대신룡은 곧장 본인에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곳으로 날아가자 서펜트가 본인에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치 그곳으로 올 줄 알았다는 듯이.
서펜트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서사들마저도 그저 그에겐 가십거리였다.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이보다 더한 지독한 기운이 없었는데 말이야!”
고대신룡은 빛의 검을 소환하며 서펜트에게 웃으며 달려들었다. 서펜트는 그의 검을 잽싸게 피했다. 서펜트는 그의 성장을 감탄하듯이 칭찬하며 손뼉을 쳤다.
“놀라운 성장이군, 객기는 합격이다!”
서펜트가 단검을 꺼내며 빛의 검에 맞섰다.
“하지만, 역시 마음가짐이 부족해. 그렇게 자신 있게 오고서 이렇게 물러서야, 드래곤 하나 잡을 수 있겠나?”
거대뱀의 몸을 가르던 빛의 검을 단검 한 자루로 막으며 서펜트가 그를 조롱했다. 고대신룡이 당황한 사이 서펜트는 방심한 그를 걷어차며 계속 말했다.
‘뭐야…? 어떻게?’
고작 단검 한 자루에 자신의 공격이 막히고 걷어차이자 헛구역질하며 나무에 쓰러졌다.
“비록 그대가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너무나 서툴러. 그 거대뱀을 죽인 건 행운이었나?”
빛의 검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서펜트는 그의 힘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확신했다.
“보거라, 네 빛의 검 또한 널 못 믿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면 개죽음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지?”
서펜트는 쓰러진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아 그의 얼굴을 보며 섬뜩하게 웃었다. 고대신룡은 그의 섬뜩한 얼굴에 겁에 질렸지만, 다시 웃으며 말했다.
“무모한 게 내 장점이라 했잖아.”
서펜트는 예전에 만났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웃어댔다.
“하하하! 그랬지, 그대가 그런 말을 했었군. 하지만 그대들의 여정은 여기까지 해야겠어. 더는 위험하거든.”
그 말을 하고 서펜트는 단검으로 그를 찔렀다. 단검은 그의 몸을 관통하며 들어갔다. 고대신룡이 중간에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아모르의 힘을 받은 드래곤이 고작 이 정도라니.”
서펜트는 한탄하며 고대신룡을 처리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가 팔을 빼려고 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뭐지…? 빠지지 않는다.’
찌르기 전 자신을 잡으려고 했던 팔이 다시 힘이 돌아오며 고대신룡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무모하다고 말했지!”
그의 빛의 검이 다시 빛을 되찾으며 섬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빛의 검은 단검을 든 서펜트의 팔을 그대로 잘라냈고 서펜트는 고대신룡에게서 멀어졌다.
“하하! 여기까지 내 노림수였다고. 제대로 당했지?”
고대신룡이 옆구리에서 나는 피를 틀어막으며 호탕하게 소리쳤다. 서펜트는 그를 보고 자신의 잘린 팔을 말없이 잠시 보더니 중얼거렸다.
“완벽하게 속았군.”
어린 고대신룡이라 생각한 그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었다. 그는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으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그대의 어리숙함에 고마움을 표해야겠군.”
만약 고대신룡이 팔이 아니라 서펜트의 몸을 노렸더라면 빛의 검에 그대로 불타 사라졌을 것이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난 이번에 정말로 너를 잡아야 할 것 같거든 해결할 게 있잖아?”
고대신룡은 자신이 날아온 바람의 산맥의 정상을 가리키며 웃어댔다. 그 말을 듣고 서펜트는 멈칫하더니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렇지…. 해결해야 할 것. 내겐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서펜트는 검붉은 눈물을 흘리며 주머니에서 방울을 꺼냈다.
“그리고 그건 자네에게도 있지. 뭔가 잊은 거 없나?”
서펜트가 방울을 흔들자. 위화감을 느낀 고대신룡이 바람의 산맥을 쳐다보았다.
‘잊은 거라면…?’
바람의 산맥에서는 전보다 더 많은 어둠의 기운이 파도처럼 흘러넘치고 있었다. 고대신룡이 다시 뒤돌아보았을 땐 서펜트는 사라진 후였다.
“젠장. 또 놓쳤네.”
기운은 계속 느껴졌다.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지만 이제 서펜트에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저 정도의 기운이라면 분명 장막이….’
고대신룡이 그들에게 씌어준 장막은 바람 산맥의 정상을 뒤덮은 수준의 기운을 막으라고 씌어준 것이 아니었기에 당장 가지 않으면 위험했다. 고대신룡은 바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다.
산 정상부터 퍼진 어두운 기운은 화산이 폭발하듯 산을 감싸기 시작하고 나는 것 또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기운을 볼 수 있었던 거지 완벽한 면역은 아니었기에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적당히 가까워 졌을 때 그에 옆에 무언가 날아가며 옆을 지나갔다.
“고대신룡! 산에서 멀어져라!”
익숙한 목소리. 떨어지고 있는 파워였다.
‘뭐지? 왜…?’
순간 그에게 얼음 파편이 날라왔다. 찰나였지만 아슬아슬하게 막아냈지만 고대신룡은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그는 당장 방향을 꺾고 파워에게 날아갔다. 어둠 속에서 얼음 파편은 계속해서 날아왔다. 얼음 파편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그 어두운 기운이 느껴졌다.
“파워! 무슨 일이야!”
고대신룡이 떨어진 파워를 보며 말했다. 파워는 엎드린 채로 번개고룡을 감싸 안고 있었다. 그의 등은 어딘가 긁혀 드러난 근육과 빨갛게 부은 곳이 여러 군데 보였다. 이유는 빙하고룡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파워의 걱정은 그게 아니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번개고룡이 위험하다.”
그의 품에서 번개고룡을 보여줬다. 번개고룡은 이마에 얼음이 박힌 채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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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 하나 끼고 무사히 10화에 도착했네요. 이번 10화는 저장 이슈로 살짝 짧은데 양해 부탁 드립니다 ㅠ.ㅠ
아마 한 파트가 끝나게 되면 삽화 넣어서 묶음으로 하나 다시 올려볼까 합니다. 흠... 고민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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