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잊고 싶은 추억 (4)
번개고룡은 재료를 가지고 진을 만들면서 생각했다.
‘만약 이 방법에도 되지 않는다면….’
어두운 기운은 그녀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했다. 불안, 공포, 무력감은 기운의 좋은 먹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기 뺨을 치며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번개고룡은 땀을 흘리면서 웃으며 말했다.
“우선 믿고 완성해야겠지…?”
어두운 속삭임에도 그녀는 빙하고룡에게서 나오는 어두운 기운을 막는 결계를 설치하는 것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빙하고룡은 멀쩡해…. 하지만 이 기묘한 느낌은 무엇일까.’
그녀가 만든 결계는 그 기운이 더 퍼지는 것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한숨 쉴 수 있게 되는 것처럼 보여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결계는 기존에 있던 어두운 기운을 빙하고룡을 중심으로 흡수하며 붙잡아놓았다. 기운들은 쉴 틈 없이 그 몸집을 키워가며 결계를 뚫으려고 했지만 무리였다.
“이제…. 이제 어쩌면 좋지…?”
그러자 가만히 긴장하며 지켜보던 파워가 말을 꺼냈다.
“번개고룡, 빙하고룡이 떨고 있다.”
“뭐?”
파워의 말에 그녀는 깜짝 놀라며 빙하고룡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기묘한 느낌은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빙하고룡은 심하게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의 몸에서 기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잘못 만든 건가…?”
급하게 위기감을 느낀 번개고룡은 다시 불안감에 잡아먹히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음을 읽듯 기운은 점점 더 흘러넘치기 시작하자 결계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기운을 가두는 데는 특화 되어있었지만, 기운이 더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결계의 능력 밖이었다.
“젠장! 뭐 이런 엉터리 싸구려가 있어!”
번개고룡은 재빠르게 결계의 구성을 다시 확인했다. 조절 방법은 무엇인지, 다르게 재구성할 방법은 있는지. 보통의 결계는 한 번 생성되면 다시 바꾸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바꿀 방법을 찾지 못하면 설명할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한다.
“번개…. 고... 룡”
‘뭐?’
빙하고룡이 천천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빠르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새카만 칠흑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빙하고룡을 보았다.
“방금 뭐라 그랬어? 다시 말해봐.”
번개고룡은 결계 너머에 있는 빙하고룡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빙하고룡은 공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보라고!!”
그녀의 외침에 빙하고룡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 망….”
그의 말이 더 이어지지 못하고 결계가 부서지며 폭발했다.
“위험하다!”
파워는 잽싸게 폭발을 알아채고 번개고룡을 감쌌다. 폭발과 함께 바닥에서는 얼음 가시들이 튀어나오며 그들을 공격했다.
파워는 한 손으로는 번개고룡을 보호하며 다른 한 손은 솟아오르는 얼음 가시들을 부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전처럼 부서지지 않았다. 그랬기에 뒤에서 자라나는 얼음을 미처 보지 못하고 등이 베었다.
“아프다. 주변 갑자기 이상해졌다.”
“파워, 빙하고룡은?”
폭발한 결계에서는 빙하고룡이 속박이 풀린 상태로 멀쩡히 서 있었다. 번개고룡과 파워, 고대신룡이 이곳에 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이번에는 그들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빙하고룡…?”
번개고룡의 말에도 빙하고룡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그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과 함께 바닥에서는 얼음 파편들이 모이며 거대한 가시가 달린 구의 형태로 변했다.
‘빌어먹을’
“파워 뛰어!”
그의 행동을 본 번개고룡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파워에게 소리쳤다. 같이 위기감을 느낀 파워는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를 잡은 상태로 빙하고룡에게서 멀어졌다. 빙하고룡이 들어 올린 손을 슬며시 움켜쥐자 구가 터지며 수많은 얼음 파편들이 퍼져나갔다.
파워는 온몸으로 번개고룡을 보호하며 얼음 가시들을 버텨내며 달렸다. 하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 건 빙하고룡의 한계였다.
공격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의 바로 아래에서 얼음기둥이 솟아올랐고 미처 피하지 못하며 얼음 파편을 모두 막아내지 못하고 번개고룡의 이마에 박혔으며 산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번개고룡! 번개고룡! 괜찮은가?”
번개고룡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점점 차가워지며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가쁘게 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란을 느끼던 도중 고대신룡이 보였다.
“고대신룡!”
-
나는 번개고룡의 이마에 박힌 얼음을 보며 초조한 파워를 바라보고 다시 산맥을 쳐다보았다.
산맥에서 흘러넘치던 어두운 기운을 다시 보니 그것은 단순한 기운이 아닌 점점 자라나는 냉기와 얼음 조각들이었다.
‘모든 얼음 조각들에 기운이 들어가 있는 건가…?’
원소의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 파워마저 상처를 입혔다는 것은 아마도 평범한 얼음은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파워도 싸움이 성립됐다면 아마 거기서 전투했겠지. 하지만 파워의 상처를 보니 번개고룡을 보호하면서 싸우긴 무리인 것처럼 보였다.
“파워, 빙하고룡은?”
“빙하고룡 이상해졌다. 우리한테 말도 안 한다. 이 상처들도 빙하고룡 때문이다. 얼음들 이제 부수기 어렵다.”
아무래도 서펜트의 방울로 인해 빙하고룡의 모습이 변한 듯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중압감이 이 산맥 전체를 누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주범은 지금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저 빙하고룡일거다.
“.....로 가야 해.”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에 잠겨있을 때쯤 알맞은 타이밍에 번개고룡이 깨어나 쉰 소리를 내며 말했다. 우리를 공격하는 빙하고룡을 뒤로하고 파워가 번개고룡을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번개고룡, 일어났어? 나 어떻게 해야 해? 빙하고룡 잡을까?”
번개고룡은 중얼거리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잘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귀를 대자 드디어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헛소리하지 말고.”
엥.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라….”
“그치, 엄청 위험해 보여.”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번개고룡은 정색하며 장난치지 말라 했다.
“불의 산으로 가야 해…. 더 늦어지기 전에….”
번개고룡이 불의산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를 듣자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대신룡, 받아라.”
“뭐야, 파워! 어떡하려고!”
우리 느리다, 번개고룡 못 지킨다! 네가 빨리가서 불의 산 도착해라. 파워, 막아보겠다.”
갑자기 파워가 들고 있던 번개고룡을 넘기며 빙하고룡에게 달려갔다.
“파워...”
“파워! 최대한 빨리 올 게 절대로 죽지 마!”
번개고룡이 힘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고 나는 파워의 희생을 뒤로하고 있는 힘을 다해 번개고룡이 알려준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빙하고룡도 날개를 펴고 날아가려고 했으나 파워가 그의 다리를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어딜 가냐. 넌 따라갈 수 없다.”
빙하고룡이 자신을 얼음으로 보호하며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파워는 식은땀을 흘리며 가볍게 심호흡했다. 잘못했다가는 자신도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파워는 당당하게 빙하고룡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번개고룡을 다치게 한 죄, 당당하게 물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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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마감이 살짝 늦어졌네요. 분량은 둘째치고 빙하고룡이 하도 움직이질 않아서 움직이게 조정좀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고대신룡이 생각보다 많이 매정한것 같아요. 인물간의 감정이 이해가 되게끔 하고 싶은데 힘들때가 많습니다. 어려워요.
+서펜트의 능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한 방울의 능력은 하나가 아닙니다.
나중에 1부가 끝나면 좀 더 매끄럽게 맞춰볼까 합니다. 몇몇 개연성 좀 더 탄탄하게 하면서요. 아무튼 계속 봐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