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잊힌 추억 (1)
불의 산에 가까워지자 번개고룡의 상태는 점점 호전되었다. 거칠게 쉬던 숨이 안정되었으며 몸의 체온도 점점 안정화되자. 안심되었다.
“꽉 잡아 번개고룡, 더 빠르게 날아갈 거니까.”
번개고룡은 그 말을 듣고 좀 더 세게 고대신룡의 어깨를 잡았다. 고대신룡은 약간은 멀어진 빙하고룡을 더욱 빠르게 따돌리기 위해 그리고 입구 쪽에 있는 드래곤들의 추격을 피하려고 속도를 더욱 높였다.
“이대로 중앙까지 간다.”
불의 산의 중앙은 용암이 흘러나오는 거대한 불 화산이었다. 몇 년이나 활발하게 용암과 숨이 막힐듯한 화산 재를 뿜어내는 화산은 아직 가까이 가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빛의 장막으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열기가 그들을 덮쳤고 끝을 모르는 화산재는 그들의 눈을 덮었다. 하지만 화산재의 가려진 그들을 다른 드래곤들은 볼 수 없었기에 마냥 안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 말을 꺼냈으면 안 됐어.”
같은 시작 파이어 경장이 한숨을 내쉬며 인섹트 순경을 바라보았다. 물론 인섹트 순경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한 건지 알지 못했다.
“!_#!)_!_!_!)&%$^”
“하…. 파이어 경장입니다. 말씀하십쇼.”
파이어 경장은 무전기를 들며 아까부터 소리치는 그를 향해 대답했다.
“왜! 이제! 받는 거야!”
그가 말하는 음절마다 매우 크게 소리쳤고 그 수준은 파이어 경장의 귀를 찌릿하게 할 정도로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플레임 경사였다.
“급한 일입니까?”
“그냥 급한 일이겠어? 파이어 레드스톤들이 갑자기 불 화산 중앙에서 떼거리로 움직이고 있어!”
“아직 인원 충분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제가 거기 가서 뭐 합니까…. 제 불이 통하는 녀석들도 아니고.”
파이어 레드스톤은 불의 산에 엄청난 골칫덩이였다. 원래는 일반적인 손바닥만 한 작은 도마뱀에 가벼운 열기만을 버틸 수 있는 화염 저항이 있는 녀석이었지만, 다크닉스의 봉인 이후 그들은 점점 외형이 심하게 뒤틀리고 변형되며 작은 언덕에 맞먹는 크기와 아예 화염 저항이 생겨버렸다.
급한 플레임 경사와는 다르게 파이어 경장은 침착한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했다.
“x발, 뭐라는 거야!! 내가 너 필요하댔냐? 스파이크하고 샌드 거기 있잖아! 걔들 데리고 오라고!”
그의 대답에 답답해진 플레임 경사가 욕을 하며 파이어 경장을 쪼아댔다.
‘아, 맞다.’
“그리고! 아까 누군가 입구 쪽으로 빠른 속도로 불의 산에 침입했다. 니들 못 봤냐?”
“예, 못 봤습니다. 그리고 불의 산이 얼마나 넓은데 이 입구로 들어오겠습니까?”
“니 X끼들 쪽으로 들어갔으니까! 안 그래도 지금 헬 청장님 없어서 힘든데!! 왜 너는 말귀를 못 알아 쳐@)@!_!”
뚝.
파이어 경장은 더 이상 무전을 듣지 않고 무전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팀원들은 아무렇지 않게 무전기를 끄는 모습을 보며 당황해했고. 조심스레 샌드 팀장이 말을 꺼냈다.
“....가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근데….”
샌드 팀장을 말을 하다 말았다. 파이어 경장이 의아해했고. 샌드 팀장이 다른 곳을 보며 집중하자 그 시선을 따라가니 분노에 가득 찬 와일드 보어와 불의 정령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쟤네는 왜 저희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요?”
“...흠 드디어 무슨 일이 생긴검까?”
샌드 팀장과 인섹트 순경이 의문을 가지며 파이어 경장에게 물었다. 파이어 경장은 머리를 집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그들에게 말했다.
“....스파이크 순경,샌드 팀장은 본부로 가봐.”
파이어 경장은 그들에게 손짓하며 명령했다. 갑작스러운 복귀에 스파이크와 샌드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파이어 경장에게 무엇을 말하려다가 그에게 경례하고 곧장 날아갔다.
“...파이어 경장님? 저희는 뭐 합니까?”
그 말을 들은 파이어 경장은 모자를 벗어 바닥에 내팽개치며 말했다. 두 손에 불을 휘감았다.
“지켜보고 있어, 오늘은 바비큐 파티를 할 거니까.”
파이어 경장은 웃으며 그렇게 몬스터들에 달려가며 소리쳤다.
“이 개XX들아! 내 퇴직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냐! 다 죽여버린다!!!”
인섹트 순경은 새삼 이곳에 계속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하며 파이어 경장을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
플레임 경사는 본부에서 팀원들과 파이어 레드스톤을 막고 있었다. 전투 담당이 아닌 그는 아까부터 무전을 해봤지만 파이어 경장은 계속 받지 않았다.
‘넌, 청장님 돌아오면 뒤졌다….’
“경사님! 다른 팀원 분들은 언제 오신답니까? 이제 살짝 버겁습니다!”
배틀 경장이 파이어 레드스톤들과 홀로 대치하며 외쳤다. 배틀이 한 레드스톤을 잡고 어그로를 끌었다. 그들은 집단생활이 기본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동족 한 명이 잡혀 있으면 구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배틀이 버틸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플레임 또한 초조해하면서 배틀이 버텨줄 수 있는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다른 이들이 오길 기다리는 거였다.
“조금만 버텨줘! 이제 곧 올 거야!”
그리고 때마침 그들이 나타났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왜 이제 오는 거야!! 빨리 막….”
라바 순경의 말이 천천히 들리고 누군가 그의 옆을 지나가더니 갑자기 앞쪽에서는 빛의 섬광이 터졌다. 그가 뒤돌아보자 순식간에 터져 나오는 빛에 눈이 멍해졌고. 다시 눈을 떠보니.
“아…?”
배틀 경장이 갑자기 나타난 고대신룡을 보며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그의 주위에는 파이어 레드스톤의 흔적으로 보이는 재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라바의 곁에는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
“....라바 순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
고대신룡과 번개고룡은 날아오던 도중, 습격당하고 있던 라바 순경을 발견했고 번개고룡은 그냥 지나치길 권유했지만 고대신룡이 그렇지 않았다. 중간에 그녀가 심한 말을 했지만 그래도 고대신룡의 말을 들어야하는 입장으로서 말리진 않았다.
그리고 라바 순경을 데리고 본부로 돌아가던 중. 파이어 레드스톤들의 습격을 받고 있던 그들이 봤다는 것과 그들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설명했다.
“도와줘, 넌 할 수 있잖아.”
번개고룡은 플레임이 그녀의 이마에 박혀있는 얼음을 천천히 녹여주며 생각에 잠긴 그에게 말했다.
“순경이 은혜를 입은 것 같은데.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본부에서 이야기하던 중 뒤늦게 도착한 샌드 팀장이 거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면 조용히 해라. 그녀는 추방자야.”
샌드의 말에 날카롭게 반응하자 샌드 팀장은 침울해하며 커피를 타러 갔다.
“왜 그래? 도와줘 한 번만”
얼음을 전부 녹이고 자리에 앉은 플레임에게 다가가며 번개고룡은 손을 모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의 행동이 못마땅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호의는 여기까지야. 넌 그때 우리의 규칙을 어겼어.”
“당연히 알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줘, 동기의 정을 생각해서.”
그녀는 전에 플레임과 함께 불의 산의 경찰 동기였다.
다크닉스의 봉인 이후, 불의 산에 새로 생긴 던전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와 불의 산 이외의 다른 드래곤과 접점을 없앨 것이라는 규칙이 생겼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녀가 예전 어둠의 드래곤이었던 바알의 제자였다는 소문이 퍼지고 그녀에 대한 평가가 내려가고 심지어 그녀가 몰래 던전을 돌아다니고 빙하고룡과 만난다는 사실이 퍼지자 직위가 해제되며 추방당했다.
“죄송합니다. 플레임 경사님? 그게 사실…. 이게 부탁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갑작스러운 고대신룡의 대답에 의문을 표하며 말했다.
“그 빙하고룡이 지금 저희를 쫓아오고 있었거든요.”
“뭐..?”
플레임이 당황했고, 번개고룡은 소리치며 일어섰다.
“뭐?!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그리고 고대신룡의 충격 발언과 함께 번개고룡은 그의 멱살을 잡으며 흔들었고 플레임은 잠시 진지해지며 생각해 빠졌다, 그때 본부에는 벌레들이 들어오며 플레임에게 달려들었다.
번개고룡이 손에 번갯불을 두르며 벌레를 공격하려는 순간 플레임이 그녀를 손으로 막으며 제지했다. 인섹트의 무전 능력이었다.
“....하. 빌어먹을…. 애들아 다 나가라.”
플레임이 이마를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그의 반응에 의문을 품었고, 잠시 뒤 그가 번개고룡을 보며 말했다.
“아 뭐해! 준비하고 빨리 다 쳐 나가라고!”
“예...엡? 알겠슴다!”
갑작스럽게 소리치는 플레임을 보며 다른 드래곤들은 일제히 준비하며 본부를 나서기 시작했다. 번개고룡 또한 갑자기 옷을 다시 주섬주섬 꺼내 입는 플레임을 보며 말했다.
“...갑자기 왜 그래?”
“네가 말한 그 망할 놈의 빙하고룡이 지금 이곳에 왔댄다. 파이어가 지금 막고 있다는데….”
그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져 갔다.
‘불안하다, 그들이 말한 내용대로라면 그들 둘로는 빙하고룡을 막기에는 부족해’
“너희들이 온 곳으로 안내해. 도와줄 테니까.”
플레임은 결심한 듯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진작에 그렇게 말했어야지. 괜히 서로 피곤하게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빙 돌리는 거야.”
작전은 플레임이 설명했다.
“샌드 팀장, 스파이크 순경은 여기에 남아 이곳을 지킨다. 빙하고룡을 상대로는 아마 있어봤자 오히려 방해만 될 거다.”
샌드 팀장이 서운한 듯 말한다.
“....제 능력은 불하고는 조금 머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그런 그를 보며 스파이크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를 데리고 간다.
고대신룡,번개고룡,배틀,라바만이 최종적으로 선발되었다.
“그래서…. 우린 뭐하면 돼?”
“배틀 경장이 먼저 그의 주의를 끈다.”
빙하고룡은 마침내 파이어를 얼리며 거대한 빙하 속에 그를 가두었다. 하지만 그때가 돼서는 더 이상 번개고룡의 이마에 박혀있는 자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그는 더 이상 움직일 필요 없었다.
“더 진입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통행은 여기까지입니다.”
배틀이 그의 앞에 나타나며 말했다. 빙하고룡은 그의 말에도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를 잠시 살펴보며 말했다.
“통행 허가 없이 무단 입장한 것 그리고 불의 산 드래곤들에게 피해를 입혔으므로 허락의 무관한 불의 산 출입, 그리고 공무 집행 방해 죄로”
배틀이 너클을 손에 끼며 말했다.
“당신을 체포하겠습니다.”
플레임의 말에 번개고룡이 물었다.
“걔 혼자로 돼? 아까 파이어 레드스톤들도 제대로 못 잡는 것 같던데.”
플레임은 머리를 짚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배틀이 일부로 안 싸운거고, 불의 산에서 1대1로 그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드래곤은 금오 경감,헬 청장님을 제외하고는 없어.”
“이참에 말하는데 그 금오 경감하고 헬 청장은 어디로 간 거야?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데도 어디서 뭘 하길래 안 와? 어디서 노는 거 아니야?”
번개고룡의 말에 모두가 그녀를 집중하기 시작했고. 배틀이 입을 열었다.
“말 함부로 하지 마십쇼. 그 분들은 저희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대신하시기에 못 오시는 겁니다.”
“퍽이나, 무전 걸어보라고. 설마 그 규칙이 있는 상태에서 불의 산에 없는 건 아니겠지?”
그녀는 그들을 몰아세우며 불만을 토해냈다. 고대신룡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녀를 툭툭 건드리며 그만하라고 말려보지만, 소용없었다. 그곳에 있는 경찰들과 번개고룡이 싸우기 시작했다.
“다들 그만, 네 맘을 알지만 나도 그분들을 못 본지 오래됐어.”
플레임의 경사의 눈빛은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그저 그리움이 있는 눈빛이었다. 번개고룡도 그 눈빛을 보고서는 안에 있는 화를 식히며 물었다.
“....언제부터?”
“네가 추방되고 며칠 안 돼서…. 나도 이유는 몰라 어느샌가 사라지셨으니까. 그 후로 피닉스의 소식도 안 들렸고.”
피닉스라는 말에 번개고룡이 잠시 움찔했다. 피닉스는 그녀가 추방되기 전에 그녀를 보호했던 유일한 드래곤이었다.
“아무튼, 그분들은 우리의 상황을 몰라서 못 오시는 건 아닐 거야. 분명, 우리가 못하시는 일을 하고 계시는 걸 거라고.”
그런 말에도 의심하며 그를 보는 번개고룡의 표정에 제발 그러지 말고 좀 믿어달라고 손짓했다.
“좋아, 알겠어, 우리가 이럴 시간이 없긴 하지. 가자고.”
번개고룡이 포기한 듯 말하자 플레임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들 먼저 날아갔고 번개고룡이 출발하려던 참에 플레임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번개고룡, 이번 일이 끝나면….”
플레임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그의 말에 날개를 펴다 말고 뒤를 돌아본 번개고룡의 얼굴을 보고 말끝을 흐렸다.
“아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플레임은 입술을 달싹였고, 그의 말을 기다리다가 화가 난 번개고룡은 손에서 스파크를 만들며 살기를 뿜어냈다.
“피닉스를 만나고 싶진 않아?”
예상치 못한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놀란 듯하더니
“뭐야? 김새긴…. 알면서 왜 물어봐?”
‘말해봤자 뭐해…. 실망만 할 테지.’
-
빙하고룡이 배틀에게 집중한 사이 새파랗게 얼어붙은 불의 산의 입구를 보며 그들은 파이어 경장과 인섹트 순경을 찾았다.
“저기 있다.”
유일하게 빙하고룡의 사악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 고대신룡이 말했다. 그에게는 모든 얼음들이 희미한 암흑의 기운을 뿜어내지만 좀 더 얽혀져 있는 기운을 발견했다.
“좋아. 내려가자고, 배틀이 최대한 버텨줄 수 있을 때까지.”
그들은 내려가 파이어와 인섹트의 상태를 확인했다. 숨 쉴 틈도 없어 보이는 빙하 속에 갇혀 있는 그들을 보며 라바가 경악하고
“...과연 멀쩡할까요?”
플레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런 애들아…. 미안하다. 빨…. 빨리 꺼내줄게.”
플레임이 손을 뜨겁게 달구며 열을 방출한다.
“.....잠깐 플레임!”
“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고대신룡이 반응했다. 그의 예상대로 바닥에 있던 얼음조각들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자라 플레임을 공격했다.
“조심해!”
고대신룡이 플레임을 밀쳐내고 자라나려는 얼음 조각들을 잘라 냈지만 소용없었다. 빙하고룡은 우리가 왔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 번개고룡이 의문을 품으며 말한다.
“뭐야…. 이것들?”
플레임 뿐만이 아니었다. 번갯불을 쓰며 막는 번개고룡도, 용암 기둥을 생성하며 막는 라바를 향해서도 수 많은 얼음 조각들이 자라나 그들을 향했다. 문제는 얼음 조각들을 부수고, 잘라내어도 끊임없이 자라났다.
‘뭐지?’
고대신룡은 생각했다. 그것들은 전혀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생각해. 나와 다른 그들의 공통점.’
그리고 손쉽게 생각해냈다.
“다들 능력을 멈춰! 이것들 열기를 감지하는 것 같아!”
고대신룡의 외침에 플레임이 방출하던 열기를 멈추고,번개고룡은 번갯불을 껐으며,라바도 기둥 생성을 멈췄다. 그들이 능력을 끄자 얼음조각들이 갈 곳을 잃으며 자라는 것을 멈추었다.
“...말도 안 돼. 이게 가능해?”
그 상황을 겪은 플레임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 못한 듯했고.
“정말 신기한 능력을 가졌군요. 번개고룡도 알았습니까?”
라바는 감탄했다.
“아니…. 나도 몰랐어. 이런 게 가능한 건가?”
안심하는 것도 잠시 배틀에게서 무전이 왔다.
“플레임 경사님, 빙하고룡이 갑자기 경사님 쪽으로 달려갑니다!”
“젠장!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야!”
갑작스러운 소식에 전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빙하고룡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능력을 쓰면 또….”
플레임이 망설이며 생각한다. 플레임의 능력은 고열의 열기를 방출하는 것이다. 만약 땅에 있는 얼음조각들이 열에 반응한다면 아까보다 빙하고룡의 공격을 버티면서 더 많은 얼음 가시들을 상대해야하는 것이다.
‘헬 청장님이 있었더라면….’
최악의 경우 자신의 열기가 빙하를 녹이지 못할 것은 예상했으나 자신의 능력이 쓸모없어지는 것은 전혀 예상을 못 했기 때문이다.
고대신룡이 달려오는 빙하고룡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빙하고룡이 손을 뻗으며 그들 아래에 있는 땅 아래에서 빙하를 솟아오르게 하려고 했다.
“어디 갑니까?”
그 순간 빙하고룡의 시야가 뒤집히며 땅에 꽂혔다. 땅에 꽂힌 그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공무 집행 방해에 도주까지 포함되겠군요.”
배틀이 손을 털며 그들을 바라보았고 플레임을 향해 소리쳤다.
“생각하십쇼! 플레임 경사님! 어떻게든 막아내겠습니다!”
배틀을 일어서려는 빙하고룡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으려 했다. 하지만 얼음 기둥들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얼음에 의해 고정된 팔을 풀어내려고 안간 힘을 썼지만,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
‘젠장,’
파훼할 생각을 궁리하던 차에 배틀은 이미 깨닫고 말았다. 이미 늦었다는 걸
수많은 얼음 기둥이 배틀을 향해 날카롭게 자라났다 아무것도 못 하는 그를 향해 머리에 닿는 그 순간에 간신히 고대신룡이 달려와 얼음 기둥을 잘라내며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다.
“정신 차려요, 이건 우리밖에 못 하는 것 같으니까.”
배틀과 고대신룡은 유일하게 저 알 수 없는 얼음조각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고대신룡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막기밖에 없다. 빛의 검은 암흑을 미친 듯이 뿜어내는 빙하고룡에게 효과적일 순 있으나 검으로 그를 벤다고 해서 그를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칼의 손잡이로 그를 밀쳐내고 배틀의 속박을 풀어주며 얘기한다.
“배틀 경장님의 능력을 알 수 있습니까?”
“...제 능력은 단순한 신체 강화입니다. 그러나 싸우면 싸울수록 열기가 방출되고 그 능력이 몇 배로 극대화 됩니다.”
“하지만...”
고대신룡이 바닥의 얼음으로부터 나오는 냉기를 느끼며 짐작한다.
“예, 맞습니다. 제 능력이 제대로 발동 되기 힘든 상황입니다.”
큰일이었다. 빙하고룡의 확실한 능력이 무엇인지도 파악이 안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버텨줄 수 있는 드래곤의 능력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또한 무슨 작전을 생각할 틈은 그들에겐 사치였다.
“그런데…. 더 고민할 틈은 없겠군요.”
빙하고룡이 전신의 얼음 갑옷을 만들며 그들에게 달려온다. 배틀이 먼저 달려나가 그에게 맞선다. 거칠고 투박한 주먹이 서로의 얼굴을 강타한다.
배틀의 입에서 피가 나오고 빙하고룡의 얼음 가면이 부서지며 얼음 파편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그리고 그 얼음 조각들은 날카롭게 자라 배틀을 베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에도 배틀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빙하고룡의 다리를 걷어찼다. 그 누구도 피하지 않고 오로지 신체 능력으로 그들은 공방을 오갔다.
빙하고룡의 주먹이 배틀의 복부를 강타하면 배틀이 막아내며 팔 뒤꿈치로 얼굴을 강타했다.
“기술은 한참 모자란 것 같네요.”
배틀은 점점 그를 파악하며 상대하기 시작했고 점점 빙하고룡의 서툰 주먹들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고대신룡도 그들의 속도를 맞추어 따라가기 시작했다. 빙하고룡이 공격하려고 하면 중간중간에 공격하려는 척을 하며 위협했다.
고대신룡의 의도대로 신경망처럼 뻗어난 얼음 조각들이 그의 행동을 의식하고 있어서인지 계속 빙하고룡의 움직임이 아주 잠깐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계속 그를 제압해나간다면. 아마도...’
일이 어째서인지 잘 풀리자 고대신룡의 긴장이 풀리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틀이 예상외로 정말 잘 버텨주기 시작했고. 고대신룡 본인도 빛의 검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를 제압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어?”
갑작스럽게 배틀 경장의 몸 안쪽에서 얼음 가시들이 관통하며 튀어나왔다. 얼음은 배틀의 몸을 파먹듯 몸속 안을 비집고 터져 나왔으며 많은 피를 흘린 그는 움찔거리더니 쓰러졌다.
‘이게... 무슨?’
얼굴에 배틀 경장의 피가 튀며 그는 패닉에 빠졌다.
어디서? 어떻게? 어디서…? 왜?
뭐가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도 파악할 틈 없이 한기가 그들 주위를 뒤덮었다. 원래라면 느끼지도 못할 빙하고룡의 한기가 어째서인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대신룡은 한기에 짓눌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느꼈다.
“....버텨야 해 그들이….”
더 이상 서 있는것도 힘들어 반쯤 무릎을 꿇었다. 버틸 수가 없었지만 플레임,번개고룡,라바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버텨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공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앞에 당도한 빙하고룡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오며 손을 뻗었다.
‘안…. 돼’
그의 주변에서 얼음 가시들이 여러 개 자라나며 그를 향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고작 이런 꼴을 당하고자 이 곳을 온 게 아니었을 텐데.
그 어떤 것도 지킬 수 없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형님은. 번개고룡은 자신이 어떻게 이 유타칸을 지킬 수 있다고 한 것일까. 그의 노력을 비웃는 것인지 그 속에서도 희망이 있었던 것인지. 그의 흐려져 가는 시야 한가운데에 노란 빛줄기가 보였던 것 같다.
‘저건…. 뭐지?’
하지만 더는 생각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에 작은 빛줄기에 대한 의문을 가슴속에 품으며 두 눈을 감았다.
‘이젠…. 포기할래.’
-
“아 진짜 열받게 하네! 파이어 경장은 왜 이때 하필….”
플레임도 꽤 머리 아픈 상황에 부닥쳤다.
‘능력을 쓸 때마다 바닥에선 얼음 가시가 자라나 얼음을 녹이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계속 자라나는 얼음들을 보며 그는 이렇게 생각도 해보았다.
‘끝이 있을 거다.’
그러한 전제로 자라면 녹이고, 부수고를 반복했지만, 그것들의 성장 속도는 그들의 체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라바는 여전히 그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고 번개고룡은 멀리서 능력 없이 주먹으로 바닥을 뒤덮는 얼음을 깨부수려 했다.
“부서지라고!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하지만 단단한 얼음 바닥은 금이 가기는커녕 그녀에게 살갗이 찢겨 피가 흐르는 상처만을 줄 뿐이었다.
결국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들의 일반적인 능력으로도 쉽게 녹이지 못하는 얼음을 어찌 능력 없이 해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능력을 뛰어넘는 누군가가 있다면.
“상황 꼬라지를 보아하니.”
누군가 주위를 둘러보고 플레임 경사를 보고 모자를 들어올리고서는 눈을 마주친다.
“꽤 고생했을 것 같은데?”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번개고룡은 단 순간에 그녀를 알아보고 침을 삼키며 긴장하고 플레임은 귀신이라도 본 듯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 그를 보며 잠깐 웃더니 어깨를 툭툭 쳐주며 말한다.
“안 그런가? 플레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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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용암 기둥이 절반으로 갈라지며 부서지고 부서진 기둥 조각들 사이로 헬 청장이 내동댕이쳐진다. 그녀는 힘들게 몸을 가누며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는다.
“후...”
한숨을 쉬며 붉은 머리를 쓸어넘기고 그녀는 태연하게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그딴 걸 지금 말이라고 해?”
피닉스는 주먹을 불끈 쥐며 그녀를 쏘아보았다.
“번개고룡 불의 산에 다시 귀속시킬 거라고? 너희가 내쫓아내 놓고? 니들이 드래곤 X끼들이야?”
헬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한다.
“그녀는 위험하니까, 그녀의 모험심과 탐구심이 유타칸의 멸망을 앞당기고 있어. 지금 그녀가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 멸망을 앞당기고 있다고. 아까 말했잖아. 그리고 너한테 좋은 거 아니야? 더 이상 그녀가 이곳을 나갈 수 없으니까.”
헬청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피닉스가 욕을 하며 반박한다.
“니네 감정 없어? X친 X라이들이야? 고작 그딴 이유로 다시 이곳에 귀속을 시킬 거라고? ”
그녀가 머리의 옆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며 말한다.
“넌 그냥 죽고. 청장 다시 뽑자. 아무리 생각해도 넌 아냐.”
피닉스가 헬 청장을 공격하려고 할 때 급히 금오 경감이 피닉스를 멈춰 세우며 말을 꺼낸다.
금오 경장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금빛 실들이 피닉스의 팔을 묶으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청장님. 괜찮으신가요?”
“금오!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한동안 안 보이더니. 나 구하러 와준 거야?”
헬 청장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태연하게 그를 반겼다. 피닉스는 다소 과격하게 그를 반겼다.
“비켜! 너까지 불태워 버리기 전에.”
아무리 금오의 능력이라도 피닉스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실들이 피닉스의 불꽃에 끊기기 시작하고 그를 노리려던 끝에 금오가 입을 열며 피닉스를 멈춰 세웠다.
“번개고룡과 고대신룡이 빙하고룡을 끌고 불의 산을 향하고 있습니다.”
헬 청장과 피닉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금오 경감을 바라보았다.
“번개고룡이!!?”
피닉스가 소리치자 헬 청장이 귀를 막으며 질문했다.
“뭔 소리야? 걔네들이 여길 왜 와?”
일반적으로 불의 산에 다른 드래곤이 올 일은 없다. 왕래가 적은 이유는 그들의 거부가 아니다. 진작에 타 드래곤들과의 접촉 불가라는 법칙은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불의 산의 비정상적인 화산의 온도 때문인데. 물의 속성을 가지고 얼음 능력을 가진 빙하고룡이 불의 산에 온다는 건
“어떻게?”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빙하고룡의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해 보입니다. 다른 능력에 의한 폭주, 지금은 그렇게 추정할 수 있겠군요. 또한 ”
그들의 입장에선 매우 황당한 입장이다.
“폭주한 빙하고룡이라….”
“또한 번개고룡의 상태도 심각해 보입니다.”
금오 경감의 말을 듣고 피닉스가 비명을 지른다. 그 반응을 보고서 웃던 헬 청장은 잠시 생각하면서 피식 웃고서는 멍해진 피닉스를 향해 말한다.
“풋, 어떻게 할래? 계속 나랑 데이트 할 거야?”
피닉스는 그 속뜻을 정확하게 파악했지만 쉽게 확답을 내리기 힘들었다. 헬 청장과 본인이 가면 빙하고룡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피닉스가 사악한 헬 청장의 표정을 보며 고민한다.
‘번개고룡과 빙하고룡의 후일을 장담하지 못해.’
“고민해 봤자. 방법 없는 거 알면서.”
헬 청장이 얄밉게 비웃으며 그녀를 독촉한다.
“입 다물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하는 거라고.”
“대신, 번개고룡을 잡는 건 안 할 거야. 그건 알아서 하라고. 난 걔의 의견을 존중하니까.”
“풋, 방해나 하지 말라고.”
피닉스가 날개를 펼치며 한마디 얹는다.
“대신에 헬, 빙하고룡을 내가 먼저 제압하면 그녀를 풀어줘.”
헬 청장이 비웃으며 말한다.
“내가 왜?”
“......”
피닉스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쏘아보자 하는 수 없이 말한다.
“....좋아, 대신 내가 잡으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
피닉스는 마지못해 끄덕이며 날아갔다.
금오와 헬은 먼저 본부에 도착했다. 본부에는 스파이크와 샌드가 있었다. 샌드는 그들을 보자마자 경례하며 그들을 맞이했다.
당황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보며 헬 청장이 웃으며 말한다.
“됐고. ‘그 녀석들’은? 본부에 온 것이 아니었나?”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상황 설명을 자초지종 듣고 상황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밖을 다시 나가자 금오 경감이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며 가만히 있었다. 그런 그를 보더니 호기심을 가지며 얘기한다.
“금오 뭐 있어?”
금오가 본 것은 빛으로 그을린 자국이었다. 헬 청장은 그 자국을 보고서는 뭔가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갑자기 헛웃음을 짓더니.
“하하하하! 그 미치광이가 그런 거였나?!”
그리고 금오와 헬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하고룡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
“다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상황을 살펴보았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빙하고룡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놀라지 않을 순 없었다. 불의 산의 입구를 뒤덮은 새파란 얼음들 자신을 보며 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안심하는 플레임 경사. 잔뜩 긴장한 라바순경
“번개고룡? 오랜만이네? 나만 반가운 건가?”
자신을 보며 잔뜩 겁을 먹은 건지 분노한 건지 아리송한 눈빛을 하는 번개고룡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대답 안 하는 건 예상했고.’
“보고해, 플레임 경사 무슨 상황이지?”
-
“열기에 반응하는 얼음 조각들이라. 신기한데?”
전에는 본 적 없는 신기한 현상에 얼음조각을 만져보며 실험을 해보았다. 그가 말했던 대로 얼음 결정은 그녀의 미세한 열기에 반응하며 순식간에 손가락을 얼어붙게 했다.
“...!”
손가락이 얼어붙는 것을 보고 잠깐 당황했지만, 힘으로 부쉈다. 결정들은 그녀의 흥미를 돋우고 그녀를 자극했다.
“저어.. 금오 경감님은?”
“금오? 걔는 저기.”
플레임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허공을 가리켰지만 플레임은 알 수 있었다. 고대신룡이 있는 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 상황을 알 수 없어 계속 불안했지만 금오 경감이 갔다는 말에 그는 안심했다.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헬 청장이 손을 풀며 씨익 웃더니 그들에게 경고했다.
“다들 알아서 몸을 보호해. 내 능력은 적을 가리지 않으니까.”
헬 청장 그녀는 어떤 드래곤인가?
누군가 그녀를 물어보면 그들은 그렇게 대답했다.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 주시는 분이다.”
어떤 이는
“불의 산을 책임지시는 분이십니다. 때론 알 수 없는 행동을 하시긴 하지만요.”
누군가는
“속을 알 수 없는 영악한 X, 나가 죽어야 해 걔는”
여러 평가가 있지만 다들, 이 얘기를 빼지 않았다.
“근거로써 그분의 능력은….”
“그래도 능력 하나만큼은..”
“하지만 인정하기 싫지만 걔의 능력은”
다들 그녀의 능력에 관해 얘기한다면 그렇게 말한다.
“최강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까.”
-
헬의 주위로 얼음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열기를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플레임이 놀라며 그녀에게 다가가지만, 그녀는 반대로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다가오지 마 플레임 경사, 지금 다가오면 더 위험해질 거야. 지금 컨트롤이 꽤 어렵거든.”
그녀도 처음 보는 빙하고룡의 얼음은 어려운 것인지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음들이 그녀를 노리지 못하며 자라날 갈피를 잡지 못하는 거면 무슨 수를 쓴 것은 확실했다.
‘됐다.’
지면에 얼어붙은 빙하에 생긴 실금을 확인하며 그곳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충격에 금은 더더욱 커지며 빙하에 거대한 균열을 생성했다.
“우리의 관점에서 녹지 않는 얼음은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라고도 볼 수 있겠지.”
균열 속에서 불의 산 지하에 있던 용암들이 흘러넘치기 시작한다. 얼음 조각들은 열기를 놓치지 않았다. 단순한 용암만으로는 그 냉기들을 식힐 수 없었다.
“그렇다면 모든 걸 뚫는 창과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 중 뭐가 이길 것 같나. 플레임 경사?”
그녀의 주위로 검붉은 불꽃이 얼음들을 먹어 치우며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번개고룡,라바,플레임을 피해 가며 주위의 모든 것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밖에서 만났다면 장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붉은 눈이 자라나는 얼음 조각들을 보며 말한다.
“여긴 불의 산이지.”
그녀의 불은 상식적인 연소 조건을 무시한다. 모든 것을 이용해 불타오르며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면 꺼지지 않는다. 그리고 불의 열기는 끝도 없이 올라간다.
무한히 자라날 것 같던 얼음 가시들은 마침내 녹기 시작했다.
“파이어 경장은 어딨어? 내가 이런 일 때문에 뽑아놓은 거였는데?”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뒤늦게 파이어 경장을 찾기 시작했다. 플레임 경사가 뒤에 얼려져 있는 파이어를 가리키자 웃으며 파이어에게 다가갔다.
“푸하하하하! 애가 파이어라고? ㅋㅋㅋㅋㅋㅋ”
얼어붙은 파이어 경장을 바라보며 비웃다가 빙하에 불을 붙인다. 빙하가 점차 녹아가며 그녀는 발길을 옮긴다.
“어디 가십니까?”
“빙하고룡 잡으러.”
그 말에 번개고룡이 반응하자 헬은 그녀도 함께 부른다.
“번개고룡, 너도 따라와”
-
고대신룡을 향해 자라나는 얼음 가시들을 금빛을 내는 실이 단숨에 절단하며 금오 경감이 그의 앞에 섰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누구....?”
빙하고룡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금오 경감을 보며 당황스러워했지만 냉정하게 다시 빙하를 생성하며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생성된 빙하는 금오를 향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하늘을 향하기 시작했다.
“금오 경감입니다. 그리고 저쪽은….”
몸에 푸른 불꽃을 두른 피닉스가 빙하를 부수며 빙하고룡에게 돌진했다.
“피닉스입니다.”
피닉스가 빙하고룡을 날려버리며 버럭 화를 낸다.
“번개고룡을 책임 질 거면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니야 개x끼야!”
금오 경감과 쓰러진 고대신룡을 보고 헛기침하더니 그들을 가리키며
“쟤 건들지 마, 내가 잡을 거거든 헬이랑 약속했어.”
고대신룡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움직일 힘이 남아있질 않았기 때문에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청장님은 저쪽 상황을 처리하고 오시기로 했으니까요.”
“....빠르게 처리해버려야겠어.”
그녀 주위의 불꽃이 좀 더 크고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열기 또한 빙하고룡의 얼음들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그 모습을 바라본 고대신룡은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중얼거렸다. 금오 경감은 그 말을 듣고서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피닉스, 그녀는 불의 산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입니다.”
그것은 비유가 아니었다. 헬 청장의 능력과는 다르게 그녀는 살아있는 불꽃 그 자체다.
“불의 산에 있는 그녀는 죽지 않고 항상 타오릅니다. 청장님의 불꽃 또한 꺼지지 않지만, 그녀는 불 그 자체니까요.”
빙하고룡이 천천히 일어나며 그녀를 공격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생성하는 얼음들은 그녀에게 닿기도 전에 녹아 증발했고. 그가 얼려버린 불의 산의 입구에 있던 얼음들도 전부 녹아버렸다.
“잘생겨서 봐줬지만, 좀 맞자 오늘은.”
피닉스가 빙하고룡의 멱살을 잡고 기절할 때까지 그를 두들겨 팼다. 그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뭐야. 끝났어?”
순식간에 끝난 결투에 뒤늦게 헬 청장이 그들에게 물었다.
피닉스가 빙하고룡의 멱살을 잡은 채 돌아보며 노려보지만, 같이 온 번개고룡을 발견하자 금세 눈빛을 바꾸며 빙하고룡을 내팽개치고 헬의 질문에 무시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번개고룡~!”
“대답도 안 하네.”
피닉스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듯 번개고룡이 그녀를 반겼다.
“피닉스…?”
피닉스는 그녀에게 안기며 울먹거린다.
“그동안 잘 있었어? 쟤가 뭐 한 건 아니지? 몸도 좀 마른 것 같은데…. 아닌가?”
걱정스러운 그녀의 반응에 당황하며 천천히 그녀를 토닥인다.
“근데. 왜 나 안 찾아왔어?”
피닉스의 눈이 돌변하며 싸하게 말하자 번개고룡이 긴장한다. 그 상황 속에서 금오 경감이 실로 묶은 빙하고룡과 고대신룡을 들며 그들에게 오며 말한다.
“피닉스, 그럴 때가 아닙니다. 청장님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빙하고룡!”
번개고룡이 쓰러진 빙하고룡을 보며 다가간다. 하지만 경찰들이 그녀를 막아서며 그녀가 다가가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플레임이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