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잊은 추억 (1)
번개고룡은 자신에게 채워진 수갑을 바라보며 플레임을 노려본다.
“...뭐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규정이다. 예외는 없어.”
“내가 또 뭘?”
“긴박한 상황이어서 일단 보류했지만 넌 추방자 신분으로 불의 산에 침입했고, 타 드래곤과 접촉했어.”
“그럼 내가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지. 아니지. 네가 상황을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헬 청장이 불쑥 나오며 반짝이는 붉은 눈으로 그녀에게 설명해준다.
“넌 추방된 상태로 다시 돌아왔어, 엄연한 중죄 그 대가는….”
헬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붉은 불꽃이 검지 끝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청장님 아무리 그래도….”
“야!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풀어준다며!”
이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 금오 경감이 당황했고 피닉스가 소리쳤다.
“다가가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배틀,파이어에게 저지당하며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죽음이지.”
번개고룡이 눈을 감으며 심판을 기다렸다. 허무하게 그녀의 계획이 부서지는 느낌은 감히 설명하기 힘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거기서 죽을걸.
“짧지만 즐거웠다 번개고룡.”
점점 뜨거워지는 열기와 함께 헬 청장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나지막이 들렸다. 그 목소리에선 약간의 슬픔이 느껴져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경험상 헬 청장은 그런 녀석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자세히 생각하진 않았다.
콕.
하지만 기다림의 끝에서는 어느 손가락 같은 것이 그녀의 볼을 가볍게 찌를 뿐이었다.
.....?
“풉, 푸하하하! 얘 완전 쫄은 것 봐! ㅋㅋㅋㅋㅋㅋㅋ”
천박하기 그지없는 재수 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는 조심히 눈을 떴다. 라바와 파이어 그리고 인섹트가 손뼉을 치며 그녀를 보고 있었고 플레임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눈을 뜬 상태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거봐 내가 말했지? 무조건 속는다고. 좀 더 배워라.~”
헬 청장이 플레임 경사의 어깨를 두들기며 돈을 가져간다. 피닉스는 아까와는 다르게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해준다.
“규정은 없어졌어, 번개고룡.”
“언제?”
“오래전에 사라졌지, 네가 추방된 후에.”
웃다 생긴 눈물을 닦아내고 헬 청장이 담뱃불을 끄며 말한다.
그녀는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줘야 할까….”
-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희미한 빛줄기였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지?
(“이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맡긴다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빛의 신전에 살던 이후 정말로….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글거리는 붉은 머리를 가진 드래곤이 빙하고룡을 손쉽게 두들겨 패는 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배틀의 몸에서 얼음 조각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또 무력하게 한 드래곤을 다치게 했다.
‘내 판단으로 또….’
‘한심하다. 잘 될 거라 판단하고 남을 다치게 했다. 정작 빙하고룡을 제압할 힘도 없는 주제에.’
(“그렇게 생각해선 안 돼. 우리는 지키는 자니까.”)
가슴 한켠엔 항상 무기력한 내게 형님이 해주던 말이 일렁거렸다.
(“우리의 검은 남을 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야.”)
형님, 지금 상태에선 형님의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미안합니다. 이런 동생이라서
‘근데…. 이런 말을 했었나?’
(“넌 아직도 우리의 본질을 잊고 있어.”)
작은 의심이 피어오를 때. 그의 기억 속에서, 도무지 기억 속에서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말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난 이미 네게 넘겨줬다. 절망을, 어둠을 베라.”)
“형님!!!”
“아 깜짝아!”
플레임 경사의 비명과 함께 고대신룡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파 위였고 누군가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고대신룡은 자신을 데려온 것이 플레임일지 몰라 그를 쳐다보지만 그는 잠시 놀라 자신을 바라보더니.
“깨어났냐? 잘 자더라. 그 소파가 푹신하긴 하지.”
그러고선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며 본인 일에 몰두했다.
‘저 드래곤은 아니고.. 혹시.’
고대신룡은 마지막에 들렸던 목소리를 가진 드래곤이 자신을 데려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뭔가 잊은 게 있는 것 같았다.
“번개고룡!”
“아 진짜!”
그의 외침에 플레임 경사가 짜증을 내며 그에게 대답했다.
“아니 뭔, 목청이 이렇게 커. 애도 아니고…. 번 개 고용은 여기 없어, 아마….”
그는 말꼬리를 늘리며 잠시 고민했다.
“모르겠다. 아무튼 자꾸 깜짝 놀라게 할 거면 제발 저리 가서 사라져. 나는 몰라.”
더 고민한다 해서 좋은 대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겹다는 듯이 사라지라는 듯 손을 흔들며 고대신룡을 내쫓았다.
고대신룡은 불의 산 본부 밖으로 나와 바로 보이는 드래곤에게 물어보았다.
“따라오시죠.”
노란 머리카락이 살짝살짝 있는 검은 머리를 가진 드래곤이 고대신룡에게 따라오라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왜인지 낯설지 않았다.
불의 산 중앙에서 그들은 멈추어 섰다.
“이곳에 계십니다.”
더 이상 길이 있지 않은 막 다른 곳에서 금오 경감은 안내를 끝마쳤다.
여기서 도대체 더 어디로 가란 말인가. 고대신룡은 자신을 데려다 준 그를 처다보며 의심의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그곳에 가만히 서 있으며 속내를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그 곳을 유심히 보자 그제서야 고대신룡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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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저는 아직 파워를 잊지 않았습니다. 빙하고룡이 한 번 기절했기 때문에 모든 얼음은 녹아내렸구요. 아마 현재 상황으론 땅바닥에서 자고 있을 것 같네요. Ep.1을 쓸 때에는 30화 안에 끝날 것 같았는데. 도저히 그런 기미가 안 보이네요. 느리지만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다들 계속 봐주시고 계시는데 이런 글도 즐겁게 읽고, 기다려주시는 것 같아서 한편으론 죄송하고, 감사하고 늘 감동을 먹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 지켜봐주세요. 연중은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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