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55 잊지 않을 추억 (17)
무언가 온몸을 옥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내를 마주한 순간부터 무의식에 내재 된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몸을 지배한다.
모든 것을 멸시하는 그 눈이 고대신룡을 노려보고 있었다. 시선은 분명 그를 향하고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한편으로는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 느낌도 같이 들었다. 그저 주춤한 상태로 가만히 있는 고대신룡을 기다리던 다크닉스가 말을 꺼냈다.
“계속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질문에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군.”
“당신은… 날 죽일 거야?”
그 말을 듣고 다크닉스는 약간은 놀란 듯 눈이 미세하게 커진 표정을 짓고서 피식 웃었다.
“겁을 먹은 건가.”
고대신룡은 도저히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숙적이라고 하기엔 처음 떨어졌을 때 바로 고대신룡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고 지금은 고대신룡을 진정시키고 단순한 질문을 했다. 그 모습에서는 도저히 유타칸을 파멸로 이끌었던 존재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네 대답을 듣고 결정하겠다.”
하지만 앞에 있는 존재는 여전히 그 다크닉스였다. 자신의 흥미에 따라 상대를 죽일 힘을 가진 드래곤 그는 고대신룡의 존재가 단순히 흥미로워서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었다.
“당신이 말하는 건 아마 형님일거야. 나는 형님의 자리와 힘을 계승 받았을 뿐이야.”
“형님? 그리고…. 계승 받았다?”
“형님은 당신과 싸우고 나서 힘을 잃었어, 남은 힘을 내게 넘긴 후에 얼마 되지 않아 G스컬에게 죽었지.”
“그래서 네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던 건가.”
“나는…. 당신을 막으러 왔어.”
고대신룡의 몸이 떨려댔지만 그런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왜지.”
“당신이 봉인에서 깨어나, 다시 유타칸을 파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리고 형님의 복수를 하기 위해…!”
고대신룡은 가까이 다가온 다크닉스의 목을 향해 빛의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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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신룡!”
빛의 결정체의 힘을 흡수하던 용액들의 빛이 흩어지고 봉인 진의 무너지기 시작했다. 봉인은 실패했고 고대신룡이 지하던전 안으로 추락했다.
잡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하던전 대지 자체가 의지를 가진 듯 번개고룡을 막아섰다.
‘침식이...!’
번개고룡을 지켜주던 고대신룡의 기운이 어느새 그녀를 떠나갔고 곧바로 어둠의 기운이 그녀를 노렸다.
‘다 망했네. 미안. 피닉스,.금오’
마지막엔 헬 청장의 얼굴이 떠오른 것 같았지만 그녀가 상상한 헬 청장은 갑자기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끝까지…. 도움 안되네.’
“?...갑자기 귀가 가렵네.”
번개고룡은 점점 눈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다 내 잘못이야. 고대신룡이 희생하도록 뒀으면 안됐는데….’
(“그래 네 탓이야.”)
마음 깊숙한 곳에서 번개고룡의 행동을 탓하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마음속을 서서히 좀 먹고 혼돈을 일으키는 잠식이 그녀를 먹어 치우려는 신호였다.
(“애초에 넌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해.”)
‘처음부터...?’
(“네 행동으로 헬은 널 믿지 않게 됐어, 피닉스는 모든 걸 걸고서 널 지켰지만, 결과가 이게 뭐지?”)
‘난…. 여전히 쓸모가 없는 건가?’
(“그런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어. 그만 포기해!”)
‘포기….’
흐릿한 시선 속에서 번개고룡과 닮은 체형을 한 검은 무언가가 손을 뻗은 채로 그녀의 앞에 있었다. 속삭임이라 생각했던 그것은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
“나를 받아들여.”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적어도 네가 쓸모 있도록 해주지. 그때 빙하고룡이 무섭지 않았나? 하지만 힘이 있다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줄 수 있어. 그리고 그걸 내가 해줄 수 있지, 어때?”
“힘….”
“네가 쓸모가 없었던 것은 결국 힘이야!”
번개고룡이 천천히 손을 내밀기 시작하자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얼굴에서 입 같은 것이 생기더니 미소를 짓는 것인지 기괴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두려워…. 난 그때의 빙하고룡처럼 되고 싶진 않아.”
번개고룡은 망설였다.
“....모든 것엔 대가가 있는 법이지. 걱정하지 마 네 의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거든.”
“그럼….”
멈추었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
“번개고룡, 눈을 뜨십쇼.”
금오의 목소리와 함께 번개고룡의 눈이 금오의 따뜻하고 작은 몸으로 가려졌다 번개고룡은 반사적으로 뻗었던 손이 금오의 몸으로 향했다
“어?”
잠시 그것의 비명이 들린 후 금오를 때어나 앞을 보니 반짝이는 눈앞에서는 그것이 있던 자리에 반짝이는 빛의 검을 들고 있는 나이트가 서 있었다.
“불쾌한 것과 대화했군. 아니…. 오히려 대화해서 다행이었던 건가.”
그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원래 그런 드래곤이었으니 넘어가기로 했다.
“번개고룡~!”
멀리서 피닉스가 금빛의 실로 묶인 G스컬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땅에 질질 끌려 엉망이 된 G스컬이 조금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피닉스님, 던지지…!”
“얼굴이 왜 이렇게 축 처졌어?”
피닉스는 G스컬을 대충 금오 앞에 던져두고 번개고룡에게 가서 그녀의 양쪽 뺨을 부풀렸다. 그들이 온 것은 기뻤지만 번개고룡은 잠식과 관계없이 침울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금오는 이미 눈치챈 듯했다.
“고대신룡은…. 어디 있습니까? 왜 당신 혼자 있는 거죠?”
“....미안 봉인은 실패했어. 그리고….”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고대신룡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두려웠다.
“고대신룡은.... 지하던전으로 떨어졌어. 다 내 잘못이고, 내 탓이야…. 내가 괜히…?”
피닉스가 울 것 같은 번개고룡의 얼굴을 천천히 품에 내렸다.
“괜찮아….”
“뭐…. 뭐야?”
품에 묻힌 번개고룡이 고개를 들고서 나이트를 쳐다보았다. 나이트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보는 것 같았지만 시선이 살짝 뒤쪽에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녀의 뒤쪽에는 금오가 있었다.
“봉인은 원래 성공할 수 없었다. 나머지는…. 금오가 설명하겠지.”
“다 말해놓고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게 무슨 소리야?”
피닉스가 번개고룡을 안아주며 머리 위에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어차피 봉인은 성공할 수 없었데, 처음부터 1대 고대신룡이 그렇게 정했었거든...”
“고대신룡이 지하던전으로 혼자 떨어졌다 하셨죠? 오히려 잘됐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그에게 모든 게 달렸거든요.”
“에...엥?”
번개고룡은 여전히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처음부터라니 고대신룡이라느니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지만 번개고룡은 천천히 잠이 들었다. 하늘의 신전에서부터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무리를 해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피닉스는 그녀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는 좀 쉬어.”
나이트는 고대신룡이 떨어졌을 지하던전의 입구를 향해 다가가려 했지만 번개고룡과 똑같이 대지가 흔들리며 빛의 검으로 잘라내도 끊임없이 바위가 솟아올랐으며 알 수 없는 압력이 그가 날지도 못하게 막았다.
“이래서는…. 더 다가가기도 힘들겠군.”
“이젠 그 둘의 싸움이니까요.”
“하하…! 너희들이 이길 것 같나?”
가만히 묶여 있던 G스컬이 웃으며 말하자 나이트가 살벌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널 잊고 있었군.”
정해진 길은 오로지 ‘고대신룡이 홀로 다크닉스를 마주했을 때’까지였다. 고대신룡이 지하던전 안으로 떨어졌다면 반드시 다크닉스를 만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은 더 이상 반작용이 G스컬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어…. 잠깐,”
즉시 G스컬의 몸을 조각내어 구슬을 들어나게 했고 바로 베어버렸다.
“...!?”
이상하게도 구슬은 베어지지 않았다. 날카로운 검격이 스쳐 갔지만 그 위에 새겨진 것은 미세한 균열뿐, 그 강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곧이어 지하던전 심층부에 폭발이 일어났고 어둠과 혼돈이 한순간에 하늘을 찢는 듯 치솟았고 불길처럼 대지를 삼키며 퍼져나갔고 대지는 더욱 흔들렸다. 하늘에서 억센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 마주하라…. 너희들의 나약함을…. ]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그곳에 있는 모두가 알 수 없는 기운에 힘에 눌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지하던전의 입구에서는 그 모든 어둠과 혼돈의 격류를 비집으며 그 목소리의 주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목도하라…. 창조의 끝과 종말의 시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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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의 제목을 바꿔보려다 아이디어가 떨어져서 그만 두었습니다. 더 하면 뇌절 같거든요.
대사 수정했습니다.. 금오가 작은 몸이라는 걸 왜 자꾸 까 먹는건지
오늘 에피소드 하나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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