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냄새가 진동하고 빨갛고 뜨거운 무언가가 마구잡이로 뿌려져있었다.
그리고, 내 팔에서도 피가 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내 꼴을 보고도 공격할 마음을 거두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았다.
\"꼴좋다. 그러니까 내가 나대지 말랬잖아요.\"
너는 우습다는듯이 나를 비웃었고, 비꼬았으며, 그것을 반복했다.
점점 내 왼팔은 힘이 빠지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대체 바라는 것이 무어냔 말이야...!\"
쿨럭-하고 기침소리와 함께 내 입에선 핏덩어리가 뱉어졌다.
그런데도, 그와중에도 너는 웃고만 있더라.
\"......지금 이렇게 보니까, 참 우스워보이네요. 항상 날 내려다보던 당신을 이젠 내가 내려다보니까...\"
\"........................\"
\"기분 째진다고요.\"
또, 또 비웃는다. 또 비꼰다. 이젠 지겹다.
차라리 한번에 죽여줬으면 하는데, 언제까지 저래 웃고만 있을 것 인지.
\"물었죠, 내가 바라는 것이 무어냐고.\"
\"........................\"
\"별 거 없어요. 그냥 당신이 죽어주시면 될 것 같네요.\"
\"......왜 날 죽이려 드는거지...?\"
\"글쎄요, 그건 당신이 잘 알지 않을까요?\"
끝까지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알 수 없는 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이렇게 가는 건가.
\"왜 눈을 감죠? 아, 이게 바알의 최후의 모습인가요?\"
\"........................\"
\"수치스럽지 않나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녀석에게, 몸이 토막으로 나뉘어 잘려진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냐구요.\"
\"........................\"
\"정말 제가 당신을 죽이려 드는 이유를 모르시겠습니까?\"
\"..............모른다.\"
\"......하, 진짜 몰라요? 정말로?\"
\"그래, 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
그 때, 너의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챘어야 하는 건데. 내가 너무 늦어버렸다.
\"헛소리 하지마, 당신이 가이아를 죽였잖아.\"
너는, 웃고 있지 않았다. 울고 있었던 것이다.
11시 그 쯔음, 나는 너에게 죽음을 당했다.
11시 그 쯔음, 나는 가이아를 죽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