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e - °R.2.D.2°
오늘도 나는 아득히 먼 별 하나를 바라본다.
스산한 새벽녘의 남서풍 아래서도,
푹푹 찌는 한낮의 더위 아래서도,
저녁나절 마지막 빛과 함께 스러지는 석양 아래서도,
쏟아지는 한밤중의 폭풍우 아래서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리고...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추억을 잡고자
그토록 지옥같았던 기억을 헤집어 가며
어딘가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채우고자
끊임없이 발버둥친다.
그러면서도 나 자신을 향해 외친다.
아, 가련한 자여, 불쌍한 영혼이여.
어찌하여 자기 자신을 지킬 힘조차 없었단 말인가.
13년 전 그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원수들\'의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든 나머지 목숨만을 건질 수 있었고
나머지 나의 모든 것, 가족, 친구, 재산, 심지어 조국까지,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지금 이 꼴이 되었는데도
그때의 나, 핏빛 복수를 선언하던 \'나\'는 과연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당신이 세상을 저버릴지라도, 나는 기필코 뒤엎을 것이다.\'
이 말 한 마디만을 품에 안고 13년을 버텨 왔다.
칼과 총 대신, 돈과 명예 대신, 그 어떤 것도 없이
이 말 한 마디로 방랑 생활 13년을 견뎌 냈었다.
얼마 전, 그토록 고대하던 복수의 날에도
이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젠 끝났다.\'
그 순간 맥이 탁 풀리며 쓰러졌다.
머지않아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대체 왜, 왜 내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그러나 엎질러진 물이요 깨진 그릇일 뿐이다.
순식간에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원수들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린 나의 99%도 돌아오지 않았다.
슬픔도, 기쁨도 아닌 참회와 속죄의 눈물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가랑비와
거기에 씻겨 흘러내려가는 선연한 핏빛과
채 감지 못한 증오와 공포의 눈빛과
죽은 자들이 못다 하고 아롱진 말들 위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는 듯 하다. 눈앞이 흐려진다.
서서히 내 몸뚱이가 뒤로 넘어간다, 마치 썩은 고목나무처럼.
눈꺼풀이 스르르 닫혀 버린다. 그러면서 앞으로 고꾸라진다.
\'아무리 장대한 고목이라도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나니...\'
그리고 지금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절실히.
\"나도 다 된 것 같군. 많이 지쳤어.\"
딴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를 그동안 기나긴 고난과 역경에서도 살아 있게 했던 것이 바로 그들이었다.
복수는 13년 동안 나를 살아 있게 한 존재이자,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소리 없는 살인마\'였다.
몇 안 남은 낙엽이
쏟아지는 비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씩, 차츰 떨어져 간다.
13년 전의 그날처럼...
떨어지는 낙엽 위로 눈물이 흐른다.
마지막으로 별을 쳐다보고는 알 듯 모를 듯 눈을 감는다.
아득한 별 하나가 뿜어내는 마지막 생명의 빛을 머리에 이고.
\'잘 있어라...\'
그리고 주변은 암흑과 정적으로 휩싸인다.
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승에서의 마지막 말 한 마디를 내뱉는다.
\"당신이 세상을 저버릴지라도, 나는 기필코 뒤엎고 말겠다.\"
봄 - 예친미망
제목~ 흩날리는 봄의 꽃잎의 추억
1부
빛나는 햇빛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아름다운 봄은 세상을 한땀한땀 공들여 꽃피우네
까치 소리에 잠에 깨어
강을 들여다 보면
영원한 기적이 잠들어 있으리
봄. 영원한 봄. 그 때는 영원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끝날 봄이다. 난 벚꽃잎 위에 앉아, 황금빛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비들과 새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늘 위로 자유롭게 날아다녔고, 아름다운 꽃들은 나를 향해 수줍게 웃어주었다.
햇빛에 빛나는 사랑스러운 강은 내 모습을 그대로 비추어 주었고 말이다. 음, 근데 저것은 뭐지?
강의 하류쪽으로 흘러내리는 물 가운데 상자 한 개가 보였다. 나는 최대한 몸을 굽히고 그 상자를 물에서 건져내었다.
\'비밀 상자\'?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써 있었다. 빈 열쇠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열쇠가 필요한 것 같았다.
\"혹시....이게 아닌지....?\"
난 가방 속에서 열쇠를 한 개 꺼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산책을 하러 나왔다. 그런데 오늘과 똑같은 자리에서 열쇠를 발견한 것이다.
난 열쇠를 열쇠구멍에 끼워맞춰 보았다.
털컥!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음....? 뭔가 독특한 분위기의 커다란 알이 안에 있었다. 순간, 그게, 빠직!하더니 반으로 쪼개져버렸다.
나는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으,으,으악! 괴물이다! 아니,용이네!!??\"
용. 우리 인간들의 세상에 웬 용이 나타난 것인가. 어린 용이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나 용이야,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레이디 양이라고!\"
레이디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허겁지겁 도망부터 쳤다.
~~~~~~~~~~~~~~~~~~~~~~~~~~~~~~~~~~~~~~~~~~~~~~~~~~~~~~~~~~~~~~~~~~~~
\".....그래서, 네가 유타칸 반도에서 실수로 빠져나온 용이라고?\"
알고보니 이 녀석은 내 바짓단을 붙잡고 따라 매달려 온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용들과 인간들의 공존세계 유타칸 반도에서 실수로 떨어져 이곳 지구로 온거라고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다.
\"음, 실수가 아닌 고의야. 그 곳은 너무 지루했으니까. 어쩌다 드래곤 테이머에게 숨어있는 곳이 발각되면 그 놈의 하인이 되어버린다니깐.\"
얘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전화기를 들고 경찰서에 신고하려고 하자, 그 아이가 또 날 노려보면서 소리부터 질렀다.
\"바보야, 난 너같은 어른이야, 어른! 캡슐이라는 이상한 돌을 먹고 자랐는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서 알이 되었단 말이야....\"
레이디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난 전화기를 들려다 말고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무슨 이상한 일?\"
\"....말해줄 수 없어. 꽃잎 같은게 날 둘러싸더니 정신을 잃었다고.\"
꽃잎?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내쫓으려고 달려 들었으나 레이디는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결국 이녀석은.......우리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2부
레이디. 그녀는 참 특이한 여자였다. 매일 매일 벚꽃잎을 한 소쿠리 따다 달라면서 그것을 방안으로 갖고 들어갔다. 그리고 바구니를 가지고 다시 나오면 어느새 그 바구니는 텅텅 비어있었다.
그 다음 날에는 벚꽃잎이 아니라 벚꽃잎에 맺혀있는 아침 이슬을 바구니에 가득 채워 달라고 하면서 또 그 지긋지긋한 바구니를 건네주기 십상이었다.
헥헥,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를 거다. 아침 이슬을 100개도 넘게 모으는 것이.......휴...... 다행히 그 다음 날은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다음 날도.
그녀의 방을 슬쩍 들여다 보았다. 레이디는 이슬 안에 꽃잎을 하나씩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유리병 안에 넣고 유리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난 서둘러 부엌으로 달려가서 지하실 아래로 내려가, 커다란 찬장 뒤에 숨었다. 곧이어, 내 예상대로 그 아이가 들어와서 찬장에서 신비로운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었다. 저게 뭐지? 집주인인 나도 모르는 이상한 물질이었다.
설마...이 집에는 내 동생이 살고 있었다. 열 살도 안된 어린 아이. 그 애의 것인가? 그런데 레이디는 저게 여기 있는 것인줄 어떻게 알았을까.
그녀는 황금물을 이슬 안에 부었다. 그러자 이슬 안이 엄청난 황금빛으로 가득 메워졌고 꽃잎조차 더욱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그렇게 100개나 다 메운 후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방으로 돌아가는 레이디.
나도 천천히 일어나서 내 방으로 갔다.
도대체 그 녀석은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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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그것을 반복한지 아홉 달이 지났다. 난 한 달에 한번씩 이슬과 꽃잎을 100개씩 따다 주었고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을 은밀히 지켜보았다.
10월 1일. 오늘이 드디어 10월이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그 두개를 100개씩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하지만 난 가지 않고 그 아이가 하는 짓을 모조리 다 보았다.
\"드디어......때가 온거야........\"
레이디는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중얼 거리고 칼을 꺼냈다.
칼!
그리고 칼을 갈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으윽, 그으윽 하는 소리가 내 머리를 꿰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한 가지 생각도 내 머리를 뚫고 지나간다.
\'저 애, 설마 날 죽이려고 이런 것을......그래, 저주를 거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어.\'
그래도 일단 재료는 모두 구하여 레이디에게 주었다. 이슬안에 황금물을 채워넣고, 꽃잎도 넣고....
\"이제! 이게 1000개 째야! 이제는 할 수 있어! 있다고!\"
그녀가 정신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1000개 째 이슬 안에 꽃잎을 넣었다. 그리고 그녀가 칼을 들고 마법의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푸욱!
\"아아.....\"
내가 그녀가 들고 있던 칼로 레이디의 허리 깊숙한 곳에 칼을 찔러 넣었다. 내 정신도 함께 휘청거리고 어질어질했다.
\"어째서....네가 이...런짓을.......\"
출혈이 심했다. 그녀가 억지로 입술을 움직여가며 물었다. 내가 통쾌하다는 듯 말했다.
\"뭔 소리야? 네가 나를 죽이려고 이런 일을 꾸민거잖아. 잘가, 레이디!\"
하지만 레이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구슬 같은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아직도...이해를...못한..거야.....? 이 칼을 들고....주문만 외웠다면...네 동생이...살아날수 있었..다고....\"
뭐라고? 동생이 살아나?
\"미안해....언니...내가 다시 인간으로..못태어난 건 내 운명...이었겠지.....\"
레이디...?그녀의 손이 점점 차가워져갔다. 피는 끊임없이 흘렀고 말이다.
\"안,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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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손으로 동생을 죽이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깟 비열한 의심 때문에......
드래곤으로 다시 태어난 내 동생. 그녀는 진실한 내 동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겠지?
오늘도 꽃잎이 휘날리고 있다.
나는 조심스레 꽃잎 하나를 잡았다.
그리고 매달려 있는 이슬 하나에 꽃잎을 집어넣었다.
괜한 추억만 되살아나는 건가. 난 그 구슬을 상자를 발견했던 강에 던져버렸다.
그래도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안녕....동생 넌 드래곤으로 부활했지만 그래도 내 동생인걸....안녕.....\"
그리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상자? 똑같은 상자가 강에 떠 있었다. 난 웃음이 나왔다. 열쇠를 열쇠구멍에 맞추어 보니, 알은 지난번과 달랐다.
\"또....너네? 넌 도대체 부활을 몇 번이나 하는 거니....\"
하지만 동생이 다시 부활한다면 이슬과 꽃잎을 10000개, 백만개, 천만개라도 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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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안녕?\"
즐겁게 학교에 다녀오는 동생.
\"응, 안녕.\"
\"언니.\"
\"왜?\"
\"이번이 3번째 부활이었어, 그치?\"
동생은 부활하는 것을 다 기억한다.
\"어.\"
\"내가 더 이상 부활을 하지 않아도 괜찮을꺼야?\"
난 설거지 하는 것을 멈추고 걜 빤히 보았다.
\"....지금도 보고 있는데 괜찮아. 네가 오래만 산다면.....\"
\"........\"
동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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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동생이 다시 죽었다. 원일 모를 심장마비? 의사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난 믿지 않는다.
동생은 죽을 것을 다 알고 있었을까.
하지만 왜 두려워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왜 다시 부활하지 않는다고......
\"제발....한 번만.....한 번만....더 부활해줘.....동생........\"
그렇게 나도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구름? 구름 위에 있었다. 하지만 동생이 눈 앞에 있었다.
\"언니.....난 이미 몇 번이나 부활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 되지만 언니가 하도 바라서 언니를 여기로 데리고 온거야.\"
\"그래....\"
\"언니, 여기서 나랑 같이 있을래?\"
\"....응!\"
아래로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보였다. 난 죽더라도 동생과 함께 할거다. 영원히.....
벚꽃잎.
내 손위에 떨어졌다. 후-- 하고 불었다.
벚꽃잎의 추억은,
영원히 사그라들지 않을거다.
그것은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
여름
ㄴ시들지 않는 꽃
W. 시나브로
붉은 꽃한송이가 시들어갔다.
그 날이 문득 생각이 났다. 끔찍이 풍겨오던 그 농후한 냄새가 훅, 끼쳐들어와, 어지러웠다. 널부러져 있는 너의 몸뚱아리가 망막에 달라붙어서, 떼어내 지지가 않아서, 더욱 고통스러웠다. 푸른 들판을 물들이는 흥건한 붉은색의 피. 웅성거리는 그들 가운데서, 나는 무엇을 했지? 그래, 네가 죽어가는데, 그저 보며, 아니, 보지도 않았어. 눈을 질끈감고, 현실을 도피하며, 아니야, 아니야. 저건, 네가 아니야. 그저, 모르는 드래곤일 뿐이야라며.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다.
죽을 힘을 다해 그 자리에서 피했다. 몰려드는 사람들에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 도망치고, 피하고.
겁쟁이라 해도 좋아. 일종의 현실 부정이라 해도 좋아.
하지만 그 날의 하늘이 잊혀지지 않아서.
***
그 날 여름은 유난히 사냥꾼이 많았다.
드래곤들이 덫에 걸리는 일은 엄청나게 많았고 그들의 무기에 순식간에 픽픽 쓰러져 나가는 드래곤들도 다반사했다. 그럼에도, 우리같은 아이들을 누가 잡아가려나, 하고. 어른들이 놀지 말라고 하던 그 숲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눈 깜짝할 새의 일.
네 머리가 뚫리고, 그 다음은 몸이 뚫렸다. 온 몸에 구멍이 생기고, 피를 토해냈다. 그래, 얼마나 아팠겠니. 온 몸에 구멍이 뚫리고선, 울컥울컥 피를 쏟아내며, 얼마나 아팠을까.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워서.
그저, 도망쳤다.
또 다시 그들이 올까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숲의 몬스터들이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네 죽음을 바라보는게 두려워서.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갔을때에, 너는.
***
잔인하게도 맑은 여름날의 하늘에,
소년은 그저 눈물 흘릴 뿐.
-
꽃은, 지기에 아름다운가.
합작소설 가을 ㅡ ENDingㅡ
writer. 청션
그거 알아? 드래곤은 죽는순간 모래보다도 고운 가루가 되어서 아무런 소리 없이 사라진다는걸?
사실 이 말을 나도 어릴때 들어선 지금까지 잊고 생각났는데 어느순간 문득, 떠올랐다.
뒷말도 있엇지만 더이상 생각나진 않았다. 그저 강한 염원? 소원 어쩌구 하는 말이였던거 같기도..?
곧 이공간과는 작별인사를 할때가 되어서 인건지, 아니면 진짜 우연히 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가고싶지 않아, 해어지고 싶지도 떠나고 싶지도 않고.
슬픈 인어공주처럼 말도못하고 사라지고 싶진 않았는데.
\"백룡.\"
외로움에 떨고있엇는데 너는 그걸 알았는지 이제서야. 네가왔어.
아아, 네가 다시찾아와줬어.
사라질때가 되서 찾아오면 뭐해 바보같은 테이머야 라고 마음속으로 수십번도 더 말했다.
나는 네가 기다리라고 한 이장소에서, 처음 낙엽이 지고 단풍이 물들쩍 부터 눈이오고 흰세상이 되어서 다시 푸르러 지고, 비가 오고 다시 낙엽이 지고 단풍이 물드는
이 모든것이 보이는 장소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나는지도, 아니 어느순간부터 시간이라는 개념조차 사라졌는지도 모를 이 긴시간을 기다렸었다.
그리고 다시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이때, 너가 기다리라고 한 날부터 멈춰버린 시간이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한것 같았다.
그러니까 이제 떠나지 말아줘.
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젠 헤어지고 싶지 않아도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잖아.
sad tonight. 달이 아름답고 별이 비춰주고, 단풍이 어울어진 장관에, 너같는 바보같은 테이머가 어울릴리 없잖아.
왜 이제서야 온거야. 다른 풍경도, 너에게 어울리는 풍경도 많았는데 이제서야 온건데?
하지만 이런말이 그녀(테이머)에겐 닿을리 없었다.
\"너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걸 알아 백룡.\"
그리고는 그녀는 발치에 있던 나뭇가지를 주워선 쪼그려 앉아선 바닥에 무어라 쓰곤 곳바로 지워버렷다.
그러다 너는 허리주춤에 꽂혀 있던 장검을 내가 자리잡은 바위 앞, 아니 네가 서있는곳 옆에 꽂았다.
잠깐, 지금 무슨짓을 하려는거야? 안돼, 하지마. 아직 떠나고싶지 않아.
이젠 볼수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차라리 고운모래로 사라지고 싶은데, 그럼 조금이라도 테이머, 당신을 볼수 있을테니까.
\"더러운것도, 이기적인것도, 치졸한것도 전부 나니까, 순백의 너는 그저 순진하게 나에게 이용당한것일뿐이야.\"
당신이 그렇지 않다는거 잘 알아. 그러니까 그만해줘.
하지만 나의 바램은 당신에게 닿지 않았는지 당신은 나를 승천시켰다.
아아, 당신은 끝까지 잔인한 사람. 왜? 당신은 내가 싫은거야?
하지만 이제와선 이 말은 당신에게 들릴리가 없었다.
\'용들은 신에 가까운 존재. 강한 염원, 혹은 간절한 바램, 소원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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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꺼면서, 조금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껄 그랬잖아요.
그냥, 당신과 같이 있고 싶었다는 간절한 제 소원이, 이기적인 제 바람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할레요.
그치만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방법은 없었다.
내가 승천되고 곧바로 당신이 죽은건지는 알수 없었지만 그저 테이머인 당신을 끌어안고는 어린애가 된마냥 울었다.
단풍이 물들고, 시리도록 밝은 달빛이 비춰진 이곳에, 붉게 물든 당신이란 존재는, 아니 그저 당신이란 존재 자체가 내가 있엇던 이곳이 장관을 이룰수 있엇다.
당신이 떠나고 나의 세상은 시간이 멈춤과 동시에 색(色)을 잃었는데, 사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엿다는걸 좀더 일찍알았으면 좋았을거라고.
늦게 와서까지 이렇게된 당신을 원망해본다.
\'용들은 신에 가까운 존재. 강한 염원, 혹은 간절한 바램, 소원은 곳 구현화 되어 그 공간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겨울 - Star.kingdom
어느 추운 겨울날...그다지 아름답다고만은 할수없는 분위기의 매일매일의 연속이다.
크리스마스랍시고 여기저기 아름답게 치장되어 있는 이 거리에서, 고달픈 인생에서부터 한발짝 붕 뜬 듯이 신나있는 다른 이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금의 나였지만, 어설픈 웃음이라도 지어보이며 창피하듯 급하게 용들이 북적거리는 거리를 빠져나왔다.
수많은 커플들이 발랄하게 돌아다니고, 향긋한 빵냄새를 풍기는 여러 빵집이 이어붙인듯 빽빽한 그 거리에서,
나...파이어 드래곤은 그저 어미 잃은 어린 용과도 같은 녀석같았다...
\"...아...눈 오네...\"
화이트 크리스마스, 평소의 나였다면 얼마나 좋아할 날이였는가. 바로 작년까지도 나는 이런 풍경을 꿈꾸며 매일매일 웃으며 지내고 있던 행복한 용이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8개월 쯤 전...
나와 언제나 같이 있어줄 것만 같았던 플라워 드래곤...눈만 뜨면 언제든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었던 그 여자아이...
비록 나보다 조금 많이 어리기는 했지만...걸음걸이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나에게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 아이는 내 인생에 과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등불을 켜줬던 녀석이었다...
매일매일 나 혼자 외롭게 살고있던 동굴에 찾아와 나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부모님이 자신에게 만들어준 파이와 빵도 셀수도 없이 몰래 갖다주었다...
그 아이가 자신의 부모님의 사업 문제, 집안 문제...이리저리 누구에게도 말하기 껄끄러운 답답하고도 복잡한 문제로 아주 먼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버린 것이다...
그 아이도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자신이 마치 집안에서 어른의 문제에 뛰어들어 부모님과 같은 고생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매우 괴로운 심정이었는지...기차에 올라타 나와 마지막 눈웃음을 교환할때까지 그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말 하나라도 잘못 내뱉었다가는...더 괴로워 질것같으니까...더 힘들어질것같으니까...
여기서 더 이 아이를 고생시켜버릴것 같으니까...힘들게 다리를 절뚝거리며 마지막까지 나는 말 한번 하지 않은채, 조용히 웃으며 그 아이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바로 울어버렸다, 그 자리에서...가족도 뭣도 기댈곳도 없는 내가 이 세 개의 다리로 유일하게 기댈수 있었던
그 아이가...그렇게 훌쩍 떠나버렸다고 생각하니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이 추한 내가 늙어 낑낑댈때까지 내 뒷치닥거리나 해주는 것보단 그래도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게 더 행복할거라...그리 생각하며 힘겹게 내가 살던 동굴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로 8개월...수많은 시간을 눈물 반, 자는 시간 반으로 보내왔다.
지금도...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터져나오려 하는 눈물을 애써 참아본다.
알아...그 아이에게도 가족과의 따뜻한 생활이 필요하다는 거...계속 이렇게 보고싶다며 하염없이 눈물흘리면 뻔뻔하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 그리 생각해도 마음이 따라주질 않는다...더욱이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더욱 더 슬퍼지는 것은,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1년전 이때의 겨울에, 그 아이가 내게 하였던 말 때문이다.
\"파이거 드래곤 아저씨, 그거 알아요?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에 눈이 내리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한데요.
전 태어나서 아직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걸 본적이 없는데, 혹시 아저씨는 보셨어요?
에이-, 못 보셨으면 항상 크리스마스 날마다 같이 저랑 이 동굴에서 기다리는건 어때요? 눈이 내리는걸요! 헤헷...\"
...그 아이랑 같이...동굴 앞에 앉아서...지금 이 상황을 같이 만끽하고 싶었는데...시내를 막 빠져나온 난 어느새
절뚝거리던 다리를 멈추고 하염없이 눈물을 터뜨린다.
\"...크흐으...흐으...보고 싶어...흐흑...보고...싶다구...\"
우리 파이어 드래곤의 등줄기를 따라 타오르는 이 불길은,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눈이나 비 오는날은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하는것이 눈이나 빗줄기를 맞아서 이 불길이 꺼지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외출을 짧게 끝내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
불도 어느새 계속되어 맞은 눈에 의해 거의 꺼질까말까한 상태였지만, 나는 그저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을 회상하며 제자리에 풀썩 주저 앉는다...절뚝거리던 다리도 한결 편해진다.
아주 잠깐동안, 정말 잠깐동안 자신의 인생을 받쳐주던 여자아이를 못 본지 몇년도 지나지 않아 죽다니...비참하고도 어리석다고 다른 녀석들은 말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이 눈을...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그 아이와,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끌어안았다가는 울어버릴 정도로 연약한 그 작은 플라워 드래곤...그 아이와 보내지 못해서 이미 죽던 말던 내일이 오던 말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절름발이가 되기 전까지 보내왔던 인생의 시간을 전부 긁어모아도 그 아이와 보낸 몇달간의 시간과 비교해보면 그 이상으로 행복했던 적이 없었으니까...
아,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크리스마스가 끝나고 다음날, 12월 26일을 알리는지...내 등에서 힘없이 지속되던 불길은...
점...점...빛을 잃...어버리며...
꺼...진다...
\"헉...헉...
아...저씨...?\"
누군가와 같이 이 특별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약속이라도 한듯이 급하게 기차를 타고 달려온듯한 어린 여자아이 한마리...
자신을 기다리다 죽어버린 파이어 드래곤을 보고는 그처럼 눈물흘리며 \'아저씨\'만을 반복하는...
플라워 드래곤 한마리가 지금...여기 있다...
겨울 - 미르온
언젠가…평화로웠던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초원을 뛰어다니고 나무열매를 따 먹으며 높디높은 하늘을 보며 웃음 짓던, 행복했던 나날. 따스한 햇살과, 푸르른 초원과, 미소. 어느덧 내 옆으로 쐐액 소리를 내며 포탄 하나가 지나갔다.
그제야 이제껏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콰앙-하는 폭발음과 함께 기분 나쁜 열기가 몸을 휘감고는 사라졌다. 다시 총대를 쥐어 메고 함자에 엎드린 뒤 달려오는 ‘적’ 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폭발의 열기에 녹은 얼음이 언 땅을 뒤덮어 생겨난 질척한 흙탕물과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피의 폭포수에 시야를 가리는 것을 닦아내고는 다시 내 몸을 뒤흔드는 폭발음에 귀를 틀어막았다. 어느덧 그 폭발음에 익숙해진 나는 중대원들을 다독여 다시 일어나 달려갔다.
순간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엎어진 나는 빠른 속도로 일어나 발밑을 보았다. 뭉개진 피부가 드러나며 밟혀있는 내 발 주변에는 피가 튀어 있었다. ‘그것’ 에 총을 들이대어 쏘고는 수류탄을 뽑아 앞으로 내던진 후 몸을 웅크렸다. 콰앙-하는 아득한 소리와 함께 뭔가가 후두둑 흐트러지는 소리가 났다.
언뜻 들리는 퇴각 음에 다시 수류탄과 최루탄을 뽑아 적에게로 내던지고는 무겁게만 느껴지는 총을 등에 메고 최선을 다해 앞으로 달려갔다. 무언가 내 발을 푹푹 빠지게 하는 것도, 그것에게서 튀어 오르는 굳어있는 검은 액체나 어쩌다 보면 들리는 신음 소리와 함께 튀어 오르는 붉은 액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내 뒤에서 달려오는 제 2소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거의 퇴각선 가까이 와 제 2소대가 우르르 제 1중대가 모이는 곳으로 달려갔을 때, 저 멀리서 아득히 총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오소소 소름이 돋아 그대로 몸을 빠르게 옆으로 틀었다. 하지만 피잉-하는 파공음과 함께 화끈해지는 어깨와 뒤이어 밀려오는 고통 때문인지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 했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곧 풀썩 꺾일 것 같은 다리를 겨우겨우 추슬렀다. 총알이 다시 내 몸 어딘가에 바람구멍을 만들기 전에 최대한 도망쳐야 했다. 달려오는 적들을 향해 연막탄을 던지자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내 뒤가 온통 연기로 휩싸였다. 내 뒤를 따라오던 3 소대원 들도 다행히 모두 연기 속을 빠져나와 산의 곳곳으로 흩어졌다. 온 몸으로 퍼져가는 고통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것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흐릿해지는 시야에 인상을 찌푸리자 그나마 앞이 보였다.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소리. 누군가 나의 이름을 외치며 나를 부축하는 것이 느껴졌다. 뿌리치고 싶었지만, 그대로 기대어지는 나의 나약한 몸에 나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어느덧 폭음 소리도 잦아들고 그 누구도 공격해 오지 않았다. 진영이 점점 가까워졌다. 갑자기 맥이 탁 풀리며 나는 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누군가 나를 급박하게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진흙탕으로 얼굴을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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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귓가에 낮게 울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뜨이지 않는 눈을 겨우 뜨려고 노력했지만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어깨에 저도 모르게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을 막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 욱신거리다 못해 떨어져 나간 듯이 아려오는 내 팔을 억지로 들어 올리는 느낌이 났고, 순간 신경으로 고통이 전달되어 오며 팔을 떼어내는 것 같은 아픔에 온 몸을 비틀었다.
고통이 온 몸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무서운 것이라도 본 마냥 온 몸은 덜덜 떨렸고, 숨은 점점 거칠어졌다. 거친 숨소리가 가쁘게 내뱉어졌다. 가늘게 뜬 눈으로 하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천장과는 대조적으로 온통 빨간 피 범벅인 내 어깨가 보였다. 누군가가 나에게 마스크를 씌워 주는 듯 했고, 순간 뭔가 몸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 같더니 쏟아지는 졸음과 서서히 사라지는 고통에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어느덧 입에서 계속 흘러나오던 신음소리도 사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긴 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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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누군가가 꾹꾹 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어깨를 뒤로하고 나는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철벅거리며 내 발에 튀는 물을 보니 아마도 이곳은 늪인 것 같았다. 총대를 쥐어 멘 후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뭔가가 얼굴과 몸에 닿은 것 같지만 나무줄기라 치부하고는 그저 이리저리 몸을 숨기며 앞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절대로 섣불리 총을 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여기 있는 것이 들키면 내 몸에 바람구멍이 뚫리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긴장한 것인지 두근거리는 내 심장소리만 들려왔다.
문득 이곳은 전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세상에 전장이 아닌 곳은 없다고 생각하며 퍼뜩 잡생각을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 메고 있던 총을 그대로 내려 소리가 난 곳으로 겨누었다.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시 조용해지는 늪. 두근거리는 심장소리. 그리고 다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와 함께 물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숨이 점점 차올랐다. 멀쩡한 어깨가 점점 아려와 총을 겨눈 자세가 불편해지자 결국 한쪽 손을 들어 어깨를 꾹꾹 누르고는 다시 총을 겨누고 다시 한 번 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렸다. 침묵만이 흐르는 늪. 거친 심장소리가 내 귓가에 마구 울렸다. 쿵, 쿵, 쿵 성난 말이 달리는 듯이 뛰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고 차가운 총신을 거머쥔 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조준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심장소리가 시야가 아득해졌다.
첨벙.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채 총을 난사했다.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어느새 뜨겁게 달궈진 총을 거두고는 홀린 듯이 내가 총을 퍼부은 곳으로 비척비척 다가갔다. 무언가 철퍽거리며 다리에 묻는 기분 나쁜 느낌에 무릎 위로 튄 것을 신경질적으로 닦고 어느덧 내 시야에 무언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이자 경계하며 총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떠오른 것은 마리. 공허하게 비어 있는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었다. 그 눈동자 안에는 예전에 나를 보던 그 웃음도, 생기도, 그 어느 것도 없었다. 순간 뭔가가 머리를 세게 강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숨이 갑자기 턱 막혀 오는 느낌에 비틀거리며 나도 모르게 총을 놓았다. 허억-하고 빠르게 들이켜지는 숨에 콜록거리며 급히 내뱉었다. 첨벙-소리와 함께 튄 것은, 새빨간 피였다. 점점 어깨가 타들어가듯 아파와 배명을 지르며 쓰러지지 않으려 옆에 있던 나무를 꽉 잡았다. …사람의 팔이 투둑 떨어져 내렸고, 나는 그대로 피의 늪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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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레티뉴 대위!”
“크…콜록, 콜록!”
숨을 가쁘게 들이쉬며 벌떡 일어난 나는 차라리 어깨를 절단해 버리고픈 고통을 느끼며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옆에서 온스 소령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지만 머리가 깨질듯이 아려왔고, 어지럽게 흔들리는 시야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은 후 잠시 숨을 골랐다. 아까까지 펼쳐졌던 피의 향연에 어지러웠다. 곧 그 광경이 희뿌옇게 사라지자, 나는 다시 손을 툭 내린 후 눈을 떴다. 온스 소령이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다.
아려오는 어깨를 쥐어 싸매고 억지로 일어나려 했지만 그는 누워 있으라는 듯 손을 내렸고, 나는 숨을 내뱉으며 침대로 몸을 던졌다. 문득 욱신거려오는 왼쪽 어깨를 보니 피가 살짝 배어나와 있었다. 순간 자신의 뒤를 따라오던 제 2분대가 생각나 급히 고개를 들어 소령을 보니 그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난리 통에 어떻게 그들을 챙겼나…싶지만 저도 모르게 다행이라는 듯 한숨이 내뱉어졌다.
“…제 1중대 소속 레티뉴 대위, 온스 소령님께 무사귀환을 알립니다.”
“무사귀환은 무슨…자네 소속 중대원들은 모두 무사하지만 자네는 거…어깨에 총상을 입었지 않나?”
소령이 쿡쿡거리며 웃었다. 왼쪽 팔을 움직이려 살짝 들어 보았지만 순간 온 몸으로 찌르르하게 퍼지는 고통에 낮게 신음을 내뱉었다. 다시 소령을 보니 그는 어느새 시가를 꺼내어 입에 물고 있었다. 나를 보며 권하는 듯 시가를 내밀자 당연히 나는 거절했고, 소령은 혀를 차며 내 옆에 걸려있는 군복 윗주머니에 시가를 찔러 넣었다. 감사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인 나에게 그는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쳐 보이고는 시가에 불을 댕겼다. 빨갛게 타들어가는 시가와 내뱉어지는 잿빛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