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고대신룡.\"
\"응?\"
\"너는 왜 하늘 위에서 항상 늘어져만 있는 거야? 밑에 사는 인간들한테는 관심 없어?\"
\"에이...인간들 얘기는 하지마. 밥맛 떨어지게시리.\"
\"너 왜 자꾸 그래. 다 옛날 일이라니까? 이제 그만 잊어 버려. 우리들 눈에도 인간들은 괴물로 보이잖아. 다 똑같은 거라고.
근데 너 요새 왜 그리 자주 다쳐...? 몸 여기저기에 붕대는 왜 감았ㅇ..\"
\"시끄러. 아무튼 인간들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마.\"
아무리 타일러봤자 고대신룡은 언제나 인간들을 혐오하고 피하려 한다. 수호자의 입장에서 인간들의 세상이 안전한지 살펴본다는 핑계로 항상 하늘 위에서 하품이나 연신 내뱉고있지만은 전부 핑계, 지난 몇십년간 지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던 우리 용들이 인간들의 갑작스런 공격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이리 전부 하늘 위로 옮겨와 산지도 몇년이 지났다.
섣불리 밑 세상으로 내려가 인간들과 대화를 시도해보려 한 용들이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다쳐서 돌아오거나
어떤 경우는 피범벅으로 인간들에 의해 죽임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인간들은 본보기랍시고 그 가엽게 축 늘어진 시체들을 말뚝에 묶어 마을에 꽂아내보이기도 하였다. 요즘 들어 고대신룡이 자주 다친 모습으로 나랑 만나는 것도 그때즈음 부터였다.
아마도 자기들과는 너무나 다른 우리들의 생김새에 겁을 먹어 그런 짓을 벌인게 아닐까 멋대로 이유를 만들어
애써 그래서 그런거겠지 하고 자기위로를 하려 하지만, 아직까지 고대신룡을 포함한 대부분의 용들은 그런 인간들을
혐오하고 미워하는 것이다. 그래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옛날에는 인간들과 용들이 타협하여 즐거운 마을 분위기를 조성하고 항상 같이 뛰어놀았다\'는 옛날이야기를 들을때면 왠지 모를 옛친구와 헤어진듯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찌직- \"어이 미니드래곤, 이런 책 읽지 마 \"
\"아, 왜 고대신룡! 남의 책은 왜 찢는 거야!\"
\"책 내용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잖아. 인간 녀석들이 우리 용들이랑 같이 살았다? 이게 말이 되냐?\"
\"남이사 우리 할머니,할아버지는 항상 그리 말씀하시거든? 옛날에는 인간들도 무지 착했데!\"
\"아, 시끄러! 됐고 밖에 나가서 놀자, 너만 오면 딱 여섯 마리야.\"
그렇게 억지로 불려나가 다른 녀석들과 놀게 되었다...까칠한 성격의 고대신룡은 항상 다른 녀석이 자신을 귀찮게 할때면 상대방을 부채질하듯 손짓을 휙휙 내저었다. 그것은 언제나 그의 그런 모습을 보았던 우리들만이 아는 신호,
\'내 일에 참견말고 저리 가\'라는 뜻이었다.
남의 말을 좀 올곧이 듣고 믿는 성격이 됐으면 좋겠다 고대신룡이. 매일매일을 다른 용들과 같이 놀아도, 가끔 뜸할때면 시선이 가는게 밑 세상에서 사는 인간들이니까. 푹신하고 아늑한 하늘이 아닌 저 밑에 푸르고 넓은 마을에서 사는 인간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리하여 나는 밤에 몰래 인간들의 마을이 가장 잘 보이는 구름 끝자리로 살금살금 걸어가 밑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마을 한가운데, 가로등 불빛으로 겨우겨우 눈에 보이는 마을 중앙 거리에서...
아뿔싸! 저게 무슨 모습이란 말인가! 뭔가 말하려는듯 끙끙대는 고대신룡을 눕혀놓고, 사방에서 인간들이 저마다 밭농사를 지을때 쓰는 도구들을 하나씩 집어들고는 마구 그를 구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랬다. 요즘 들어 용들을 도발하는 인간들의 태도에 발끈한 고대신룡은 어려운 결정을 한것이다.
그것은 홀로 마을로 가 인간들을 말로 타이르는 것. 인간들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화목하게 사는 것을 누구보다 가장 바랬던 것은 수호자인 그였다. 그리하여 매일 밤 마을로 날아가 인간들에게 대화를 시도해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몸 여기저기의 상처도 아물지 않은 고대신룡의 상처는 연겨푸 터져 피고름이 흘러나오는 상태였다.
하지만 날수 없었던 나는 여기서 뛰어내릴까, 아니면 그냥 여기서 그만두라고 소리칠까...라는 선택지에서 망설였다.
뛰어내린다 해도 이 높이에서는 보나마나 나 역시 심하게 다칠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점점 더 구타하는 소리가 크고 정확하게 들려왔다. 떨리는 앞발은 조심스레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해 몸을 진동시키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때 힘겨운 눈빛으로 하늘 위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나를 방관한 고대신룡...
마을 사람들의 폭력 속에서 그는 나지막하게 손을 내뻗더니,
나를 향한 힘겨운 손 부채질을 하였다...
그건 내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며 본 가장 애석하고 힘겨워보이는 부채질소리...
눈물콧물 흠뻑이 적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밤새 울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