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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빌리지] Ep.19~22 잊은 추억 (1~4) + Ep.23 불의 산 외전 (1)

14 도비는자유가아니에요
  • 조회수16
  • 작성일2025.10.16

번개고룡의 설정이 변경되었습니다. 감상에 혼동 없으시길.


ep.19 잊은 추억 (1)

번개고룡은 자신에게 채워진 수갑을 바라보며 플레임을 노려본다.

 

“...뭐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규정이다. 예외는 없어.”

 

내가 또 뭘?”

 

있었다. 아무래도 피닉스도 알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긴박한 상황이어서 일단 보류했지만 넌 추방자 신분으로 불의 산에 침입했고, 타 드래곤과 접촉했어.”

 

그럼 내가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지. 아니지. 네가 상황을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헬 청장이 불쑥 나오며 반짝이는 붉은 눈으로 그녀에게 설명해준다.

 

넌 추방된 상태로 다시 돌아왔어, 엄연한 중죄 그 대가는.”

 

헬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붉은 불꽃이 검지 끝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청장님 아무리 그래도.”

! 이런 얘기는 없었잖아! 풀어준다며!”

 

이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 금오 경감이 당황했고 피닉스가 소리쳤다.

 

다가가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배틀,파이어에게 저지당하며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죽음이지.”

 

번개고룡이 눈을 감으며 심판을 기다렸다. 허무하게 그녀의 계획이 부서지는 느낌은 감히 설명하기 힘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거기서 죽을걸.

 

짧지만 즐거웠다 번개고룡.”

 

점점 뜨거워지는 열기와 함께 헬 청장의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나지막이 들렸다. 그 목소리에선 약간의 슬픔이 느껴져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의 경험상 헬 청장은 그런 녀석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자세히 생각하진 않았다.

.

 

하지만 기다림의 끝에서는 어느 손가락 같은 것이 그녀의 볼을 가볍게 찌를 뿐이었다.

 

.....?

 

, 푸하하하! 얘 완전 쫄은 것 봐! ㅋㅋㅋㅋㅋㅋㅋ

 

천박하기 그지없는 재수 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는 조심히 눈을 떴다. 라바와 파이어 그리고 인섹트가 손뼉을 치며 그녀를 보고 있었고 플레임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건지 눈을 뜬 상태에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거봐 내가 말했지? 무조건 속는다고. 좀 더 배워라.~”

 

헬 청장이 플레임 경사의 어깨를 두들기며 돈을 가져간다. 피닉스는 아까와는 다르게 침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해준다.

 

규정은 없어졌어, 번개고룡.”

 

언제?”

 

오래전에 사라졌지, 네가 추방된 후에.”

웃다 생긴 눈물을 닦아내고 헬 청장이 담뱃불을 끄며 말한다.

 

그녀는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줘야 할까.”

 

-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희미한 빛줄기였다.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지?

 

(“이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맡긴다는 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빛의 신전에 살던 이후 정말로.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글거리는 붉은 머리를 가진 드래곤이 빙하고룡을 손쉽게 두들겨 패는 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배틀의 몸에서 얼음 조각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또 무력하게 한 드래곤을 다치게 했다.

 

내 판단으로 또.’

 

한심하다. 잘 될 거라 판단하고 남을 다치게 했다. 정작 빙하고룡을 제압할 힘도 없는 주제에.’

 

(“그렇게 생각해선 안 돼. 우리는 지키는 자니까.”)

 

가슴 한켠에선 항상 무기력한 내게 해주던 말이 일렁거렸다.

 

(“우리의 검은 남을 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니야.”)

 

형님, 지금 상태에선 형님의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미안합니다. 이런 동생이라서

 

근데. 이런 말을 했었나?’

 

(“넌 아직도 우리의 본질을 잊고 있어.”)

 

작은 의심이 피어오를 때. 그의 기억 속에서 도무지 기억 속에 있는 말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말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난 이미 네게 넘겨줬다. 절망을, 어둠을 베라.”)

 

형님!!!”

아 깜짝아!”

 

플레임 경사의 비명과 함께 고대신룡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파 위였고 누군가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왔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고대신룡은 자신을 데려온 것이 플레임일지 몰라 그를 쳐다보지만 그는 잠시 놀라 자신을 바라보더니.

 

깨어났냐? 잘 자더라. 그 소파가 푹신하긴 하지.”

 

알기 힘든 말을 내뱉으며 혼자 끄덕이고는 다시 타자기를 두들기며 본인 일에 몰두했다.

 

나도 쉬고 싶다. x..”

 

저 드래곤은 아니고.. 혹시.’

 

고대신룡은 마지막에 들렸던 목소리를 가진 드래곤이 자신을 데려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뭔가 잊은 게 있는 것 같았다.

 

번개고룡!”

아 진짜!”

 

그의 외침에 플레임 경사가 짜증을 내며 그에게 대답했다.

 

아니 뭔, 목청이 이렇게 커. 애도 아니고. 번개고룡은 여기 없어, 아마.”

 

그는 말꼬리를 늘리며 잠시 고민했다.

 

모르겠다. 아무튼 자꾸 깜짝 놀라게 할 거면 여기서 하진 말고.”

 

더 고민한다 해서 좋은 대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겹다는 듯이 사라지라는 듯 손을 흔들며 고대신룡을 내쫓았다.

 

고대신룡은 불의 산 본부 밖으로 나와 바로 보이는 드래곤에게 물어보았다.

 

따라오시죠.”

 

노란 머리카락이 살짝살짝 있는 검은 머리를 가진 드래곤이 고대신룡에게 따라오라며 말했다. 처음 보았음에도 자신에게 격식을 차리는 그의 목소리는 왜인지 낯설지 않았다.

 

불의 산 중앙에서 그들은 멈추어 섰다.

 

이곳에 계십니다.”

 

더 이상 길이 있지 않은 막 다른 곳에서 금오는 안내를 끝마쳤다.

여기서 도대체 더 어디로 가란 말인가. 하지만 저 바닥 아래에서는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ep.20 잊은 추억 (2)

알았다면서, 기억 할거라면서.”

 

용암이 흐르는 지하에 헬 청장이 그녀의 말을 조용히 들으며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게 뭐야.”

 

철창 건너편에는 손과 발이 묶여 있고, 눈이 가려진 상태로 빙하고룡이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 상태로는 내가 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잖아.”

 

번개고룡이 흐느끼며 그곳에 주저 앉았다. 그 광경을 헬 청장은 더 이상 지켜보지 못했다.

 

.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풀어 줘.”

이곳에 오기 전에 빙하고룡은 한 번 더 날뛰었었다. 그곳엔 헬도 피닉스가 같이 있었기 때문에 제압에 문제는 없었으나,

 

그건 안돼, 본인이 가장 잘 알면서?”

 

그녀가 차갑게 식은 왼팔을 잡으며 망설였다.

 

제우스놈 귀에 안 들어간걸. 다행으로 여겨. 그리고..”

 

헬 청장은 번개고룡의 목을 팔로 밀며 벽에 그녀를 밀어붙였다. 번개고룡은 얌전히 듣다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팔을 잡으려 했지만, 한쪽 팔을 다친 상태에서는 제대로 힘을 내기 어려웠다.

 

내가 지금 기어오르는 거 많이 봐주고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 그곳에서 다친 게 배틀이여서 천만다행이지 만일 거기서 우리 식구들 죽었으면 어쩔 건데?”

 

헬 청장이 그녀의 눈을 죽일 듯 응시하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번개고룡의 눈은 항상 생기가 돌아있었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헬이 말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안일한 생각으로 인한 죄책감의 무게는 도저히 고개를 세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넌 너밖에 생각을 안 하지. 피닉스 그 놈도 참 불쌍해. 이런 놈을 왜 계속 감싸주는 거야?”

 

...나는

 

번개고룡이 숨 쉬기 버거운 듯 약간의 쇳소리를 내며 힘겹게 말했다.

 

선택하지 마, 그냥 내 말에 복종해. 지금 네 처지를 생각하라고.”

 

그녀를 땅바닥에 던지며 그녀의 위치를 각인시켜준다. 헬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네 처지를 생각해서 특별히 원래 위치로 복귀는 시켜줄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아니, 우린 이곳에 남지 않아.”

“...?!”

 

고대신룡이 헬에 앞에 나타나며 검 손잡이 부분으로 그녀를 밀쳐 번개고룡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린다. 헬은 구역질하며 벽에 처박힌다.

 

고대신룡..?”

 

고대신룡이 쓰러져 있는 번개고룡과 갇혀 있는 빙하고룡을 번갈아 쳐다보고 서는 빛의 검을 꺼내 철장들을 잘라낸다.

 

뭐 하는 거야! 미친 거냐!?”

가만히 있어, 제대로 해결할 힘도 없으면.”

 

신성한 빛을 내는 고대신룡의 칼이 그녀의 턱 끝을 향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갑자기 와서는 해결할 수 있다는 듯한 투로 말하는 그가 그녀의 입장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 다 죽어가길래 고쳐놨더니.”

멈추십쇼.”

 

헬 청장이 능력을 쓰려고 했지만 금오 경감이 나타나 그들을 멈춘다.

 

금오!”

반가운 듯 손을 들지만, 그는 고대신룡이 아닌 헬의 손을 묶으며 제지한다.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금오 경감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마치 이게 맞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 진짜로?”

고대신룡, 찌르십쇼

 

..! !? 진짜로?”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린다. 배신의 당혹감과 함께 죽음의 공포가 잠시 느껴졌었다. 하지만 고대신룡의 칼끝은 금오를 제외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고대신룡은 헬 청장이 아닌, 빙하고룡을 향해 겨누었다.

 

절망을, 어둠을 베라.’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힘의 근원은 암흑에 저항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그건 단순한 비유 따위가 아니었어.’

 

고대신룡....?”

 

힘 없는 번개고룡의 목소리에 잠시 흔들렸다.

몇 번을 되뇌어 보아도 의심은 쉽게 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도록 해준 건 다름 아닌 그 힘을 가장 잘 아는 드래곤이었다.

 

믿어줘, 번개고룡. 내가 반드시 되돌려 놓을게.”

 

고대신룡은 확신을 하며 웃음을 보이고 고개를 돌려 빙하고룡을 바라보았다. 칼 손잡이를 쥐며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보였던 그 끔찍한 기운 향해 빛의 검을 찔러넣었다.

 

빙하고룡 몸속에서는 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건 피가 아니었다. 새카맣고 축축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빛에 의해 타오르며 증발했다.

 

“....그런 거였어?”

 

모든 것을 깨달은 듯이 헬은 금오의 실을 끊어내며 말한다.

 

오해.”

 

그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고대신룡이 안심하며 빛의 검을 집어넣으려고 했으나.

 

로 끝나면 안되겠지? 싹다 엎드려, 뒤지기 싫으면.”

 

 

 

ep.21 잊은 추억 (3)

다들 그녀의 한마디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뭐해? 못 들었어? 아니면.”

 

그녀가 손에 검 붉은 불꽃을 태우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대신룡은 금오 경감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으나 그도 긴장한 듯 고대신룡과의 눈 마주침을 최대한 피했다.

 

설마. 들었는데도 못 들은 척은 아니겠지? 나 섭섭해지려고 하네~?”

 

장난스러운 그녀의 말과는 정반대로 그녀의 손에는 핏줄이 터질 듯이 세워져 있었고 뭐라도 말이라도 해보라는 듯 조금이라도 잘못 말했을 시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오? 너 진짜로 대답 안 할 거야?”

“...적절한 대처였습니다.”

 

“....그래, 엎드리라고 한 것은 장난이었지만, 설명해봐 금오, 자칫하면 하극상으로 오해할 짓을 한 이유는?”

 

금오 경감은 한숨을 쉬었다.

 

뭐야? 설명하기 싫은 거야?”

그것이 아닙니다. 첫째, 제가 청장님의 공격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첫 번째는 아닙니다.”

 

금오의 한숨에 다시 날 세우는 듯했지만, 그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두 번째, 제가 몇 번 설명을 계속 드렸으나 이렇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청장님이 제대로 듣지 않으시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

 

그녀는 어느 정도 수용하는 듯 계속 듣기로 했다. 그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설명하기 제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저는 불필요한 싸움을 막은 것입니다. 원래 고대신룡, 그는 청장님을 공격할 의도가 없었으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오해가 생겼고.”

 

고대신룡은 그가 하는 얘기를 계속 듣다가 왜 그녀가 금오가 하는 얘기를 한 귀로 흘리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싸움이 생기면 청장님은 흥분 상태에 진입하시기에 더욱 말릴 수 없으며....”

알았어! 그만! 그만! 내가 잘못했다.”

 

그의 설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자 헬은 그가 얘기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며 심지어 사과까지 하게 만들었다.

 

“.....아직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그녀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아까부터 의문이었습니다. 청장님께서는 아무리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 고대신룡이 이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이상함을 감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만,”

 

아 그러고보니 깜박했네, 정말 놀라서 말이야~? 그 정도 깡다구가 흔히 나오는 거겠어? 이해 좀 해주라~”

 

드디어 잔소리가 끝났다는 것에 안심하며 그녀가 능글맞게 대답한다. 금오 경감이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헬의 얼굴이 아주 살짝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그만두었다.

 

, 본부 앞 그을림도 너지?”

 

단순한 불이 아닌 빛으로 인한 그을림 현상, 불의 산에서 그런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드래곤은 없다. 그리고 유일하게 빛을 다루는 드래곤은 단 한 마리 뿐이다.

 

근데 고대신룡 하나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넌 내가 아는 그 고대신룡도 아니걸랑. 하지만 빛의 힘을 다루는 걸로 보아, 그 본질은 같아, 넌 누구지?”

 

“......”

 

짧은 침묵 사이에 고대신룡이 입을 열었다.

 

그건. 아마 형님일거야.”

 

반말...’

오호... 그 녀석에게 동생이 있었나?”

 

그녀가 흥미롭다는 듯 눈빛을 반짝였다. 고대신룡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아까와의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마치 그를 처음 본 번개고룡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1대가 아닌 2대 고대신룡, 그의 존재는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빛의 신전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그 어딘가에도 나가지 못했다.

 

형님은 날 항상 신전 안에서 있길 바라셨지, 그것이 무엇을 위한 거였는지 이제는 알 수 없지만.”

 

? ?”

빛의 신전은 무너졌어,”

 

대답은 회복을 마친 번개고룡이 대신했다. 힘겹게 금오의 부축받으며 일어섰다.

 

일주일 전 빛의 기둥, 불의 산에서도 충분히 보였을 텐데?”

 

헬이 깨달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미소 지었다.

 

~ 그때 그 빛? 무척이나 아름답게 빛난다 싶었는데. .”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일인지는 대충 알겠네. 좋아 알았어, 너희들은 놓아줄게. 쟤 빼고.”

 

그녀는 빙하고룡을 가리켰다.

 

? ?”

 

번개고룡이 당황한 듯 물었다.

 

“...정말 모르는 거야?”

그의 의지가 아니었어, 문제로 삼으려면 서펜트라는 드래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해. 그가 이 일의 원흉이니까.”

 

~ 그렇구나.”

 

그렇게 넘어가는 줄만 알았다.

 

근데 난 그런 건 모르겠고. 결국엔 가여운 내 식구들을 다치게 했잖아. 그게 본인 의지든 아니든. 아니면 네가 남던가 번개고룡.”

 

왜 갑자기 답답하게 굴어? 경감님 어떻게 안 되나요?”

 

지금은 청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가 파이어,인섹트, 배틀 그리고 당신까지 피해를 입힌 건 사실이니까요.”

 

번개고룡도 그 사실에 부인할 수 없어 난감해졌다.

 

청장은 나인데 걔한테 도움을 요청해봤자 쓸모 있겠냐?”

 

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버린 이상 고대신룡의 무력도 피닉스에게 더 도움을 요청하기도 애매해졌다.

 

그 정적을 깬 것은 빙하고룡이었다.

 

더는 못 들어주겠군.”

 

빙하고룡이 힘겹게 일어서며 말한다. 어느새 그는 그에게 풀어진 구속구를 전부 풀어놓았다.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다 갑자기 말을 끊었다. 그러고서는

 

아니, 우리는 이곳에 남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난 너희들의 심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

 

웃기시네, 이 상황에서 네가 어떤 수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거지?”

 

이곳은 불의 산 지하, 금오 경감도 그들의 편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빙하고룡 또는 번개고룡을 데리고 나가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상황은 전부 파악했다. 이놈들이 데리고 온 드래곤이 나 하나뿐일 것 같나?”

 

하지만 빙하고룡은 이미 계산을 끝마쳤다.

 

고대신룡, 뚫어라.”

 

빙하고룡은 간단한 명령과 함께 그의 손가락이 지하감옥 위를 향했다. 그의 의도를 파악한 뒤에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빛의 검을 위로 향했다. 헬 또한 그의 의도를 뒤늦게 파악하고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천장은 빛의 검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멍청하긴! 고작 한다는 게 천장을 무너뜨려 혼란을 일으키려는 거냐? 소용없어! 밖에는 우리 애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설마 피닉스가 도와주는 걸 기대하는 거냐?”

 

헬은 지하가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도 빙하고룡의 판단에 비웃으며 소리쳤다.

 

놀라지 마라, 이제 너희들은 우리가 빠져나가는 지켜보게 될테니까.”

 

 

 

ep.22 잊은 추억 (4)

고대신룡의 빛의 검은 천장을 부수며 그때 그날처럼 거대한 빛기둥을 만들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검은 부수고 난 후에도 쉼 없이 아름답게 반짝거렸다. 빙하고룡은 그에게 부축을 받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고대신룡, 최대한 그 검의 빛의 세기를 최대한 밝게하고 멈추지 마.”

알았어.”

 

그들은 잔해를 피하며 지상으로 날아올랐다. 지상에는 헬의 말대로 경찰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큰 소리가 나서 달려와 봤는데. 너희들이었어?”

 

플레임이 뛰어오며 정말로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 알면 비켜줄래?”

 

번개고룡이 당당히 한쪽 손에 스파크를 일으키며 부탁했다. 고대신룡과 플레임의 눈에는 도저히 부탁으로 보이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파란 불꽃을 불태우며 불의 산에서 가장 강력한 드래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 날 두고 가는 거야?”

 

피닉스는 애처롭다는 눈빛으로 번개고룡을 바라보았다.

 

피닉스.”

 

피닉스의 등장에 모두가 주춤거렸다. 빙하고룡도 이렇게 빨리 온 건 예상을 못 한 것일까?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다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검붉게 타오르는 불꽃이 그 잔해들을 모두 불태우며 그 구덩이 속에서 날아올라 그들의 앞에 착지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그녀는 번개고룡을 바라보며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듯 손을 뻗어 말했다.

 

떠날 거야? 네 동료가 다친다고 한들?”

 

동료를 언급하며 자비를 가장한 협박. 헬 청장의 손은 이미 그들을 불태울 준비를 마쳤다. 아직 그들을 불태우지 않는 것은 끝까지 번개고룡을 존중한다는 뜻이었다.

 

넌 어떨까 번개고룡, 넌 네 계획을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겠어?’

 

그 곳의 모두가 번개고룡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몰아붙이며 재촉하지 않았다.

 

번개고룡이 망설이며 입을 쉽게 열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답은 한가지의 결론에 자꾸 가까워져만 갔다.

 

내 계획을 위해 빙하고룡과 고대신룡을 희생시킬 순 없어. 부족한 나 때문에.’

 

번개고룡의 모험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순탄치 않았다. 처음 그녀가 혼자 다니는 것과 달리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수록 그녀를 방해하는 고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

 

문제가 생기면 어느 정도 본인을 희생하면서 가는 것과는 달리 이번 고비는 그녀 혼자서의 희생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제 모험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

 

네 원래 계획을 기억해, 번개고룡.”

 

늪에 빠진 것만 같은 끝도 없는 물음과 고뇌 속에 빙하고룡이 그녀를 구출하려는 듯 말했다.

 

잊은 거야? 네 스승과의 약속과 추억을. 고대신룡은 모르겠지만 난 고작 목숨을 잃는 게 두려워서 네 미친 계획을 무작정 따라간 게 아니야.”

 

고대신룡이 빙하고룡의 말에 잠깐 멈칫하지만 그의 말을 천천히 잇는다.

 

G스컬을 잡기 전까지 순순히 죽을 생각 없어. 번개고룡, 난 뭐든 따를 거야. 그게 저 녀석들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할지라도.”

 

?”

 

헬 청장이 웃기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들의 말에도 여전히 확실을 다잡지 못했다. 고대신룡 말대로 당장 싸우라고 말하고 싶었다. 정말로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그런 방법으로는 도저히 돌파할 수 없다.

 

눈물 나는 전우애네. 눈물은 나오지 않지만.”

 

내 계획이 항상 맞는 게 아닐지도 모르잖아.”

 

그들의 말들을 듣고 번개고룡은 천천히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빙하고룡도 그녀의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네가 말해준 모든 계획은 완벽하지 않았지.”

“,,,?”

 

네가 실행하려던 모든 계획은 즉흥적이지 그래서 오점투성이며 항상 위험한 순간까지 가면서 결국에는 너의 일부를 떼어내며 완성 시켰어야 했지.”

 

불의 산을 나오기 위해 그녀의 지위와 동료를 버렸고.

 

하지만 그걸 위해 열쇠을 모은 거 아니었어?”

 

“....?”

 

.

 

빙하고룡의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갑자기 불의 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게 뭔.”

 

드디어 왔네. 정말. 다시는 이런 도박 안 해야지.”

 

빙하고룡이 안심의 한숨을 쉬었다. 헬 청장은 그의 말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 너네 뭘 한 거야?”

 

시간 끌기.”

 

고대신룡은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번개고룡은 알고 있었다. 이 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의 진동은 아까 전보다 훨씬 더 컸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불의 산을 내려찍고 있는 것처럼 땅을 흔들며 이곳으로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번개고룡도 결단을 내렸다.

우린 이곳에 남지 않겠어. 덤빌 거면 덤벼봐. 팔이 한쪽 날아가도 우린 저항할 거야.”

 

번개고룡이 남은 한쪽 팔에 번개를 두르며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네가 드디어!”

 

헬 청장도 웃으며 그녀의 기세에 대답하듯 손에서 불꽃을 휘감았다.

 

내가 할게.”

“...?”

 

피닉스가 멈춰 세웠다. 피닉스는 그녀 손에 있는 불꽃을 본인의 불로 꺼트렸다.

 

“....정말로?”

 

헬 청장은 놀라면서도 그녀를 의심했지만 보내주었다, 피닉스는 웃으며 번개고룡에게 다가갔다.

 

피닉스. 네겐.”

 

왜 날 버리고 간 거야? 번개고룡.”

 

침울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피닉스의 몸 전체를 감싸는 불꽃은 점점 더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 열기는 불의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번개고룡의 살이 익는 것 같았고 멀찍이 있는 빙하고룡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며 그가 숨 쉬는 것을 힘들게 했다.

 

나는 더 이상 널 두고 볼 수 없어.”

피닉스가 절실한 눈빛으로 번개고룡을 쳐다봤다.

 

안 가면 안 될까?”

 

. 막지 말아줘 피닉스.”

 

그게 피닉스와의 마지막 대화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에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알았어. 네 결정.”

 

피닉스도 마음의 준비를 마친 듯하였다. 번개고룡도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번개를 두르며 공격에 대응하려던 순간 피닉스는 번개고룡이 아닌 헬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역시 너 설마!”

내가 말했지? 난 번개고룡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당황한 헬 청장에게 피닉스는 전에 그들이 싸울 때 말했던 말을 언급하며 그녀의 주먹이 헬의 턱에 적중했다.

 

청장님!”

 

헬 청장은 두 손으로 턱이 맞는 것은 막았으나 그 반동 자체는 억누르지 못했다. 결국 공중에 잠시 띄워졌고 피닉스는 그런 그녀를 발로 차며 날려버렸다.

 

얼마 못 가 무언가에 부딪히고 무너지는 소리가 함께 들린 것 봐서는 어느 화산에 처박힌 듯했다.

 

아 시원해! 재수 없는 개자식을 언제 박살 내나 했더니. 죽진 않겠지만 이제야 좀 후련하네.”

 

피닉스는 뿌듯한 듯 말하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다들 쟤 막고 싶은 얘 있으면 말해. 물론 나랑 싸우겠다는 걸로 알고 내가 막을 거야. 자신 있는 사람? ?”

 

당연히 아무도 쉽사리 손을 들지 못했다. 청장이 그렇게 아무것도 못 하고 당했는데 그 누가 그녀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

 

그리고 결국 마지막 진동과 함께 오랫동안 빙하고룡의 얼음 속에서 있었던 파워가 착지했다.

 

다들, 오랜만이다. 늦어서 미안하다.”

 

파워가 아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사과했다. 하지만 번개고룡의 시선은 파워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 왜 그런 거야?”

 

번개고룡의 물음에 피닉스는 웃으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냥 헬 그 녀석이 마음대로 하는 게 싫었기도 했고.”

 

넌 괜찮아? 내가 널 두고 간다고 해도.”

 

네 선택이니까. 난 원망하지 않아. 널 여기 둔다고 해서 네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막겠어.”

 

피닉스는 알고 있었다. 피닉스는 항상 그랬다. 그녀의 의견에 이해하고 존중했다. 단 한 번도 그녀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난 괜찮아.”

 

피닉스는 번개고룡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번개고룡 안 갈 거야?”

 

고대신룡의 부름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현재 본인과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았다.

 

대신 날 절대로 잊지 마. 그때는 내가 이곳을 나가는 한이 있어도 널 붙잡아 여기로 데리고 올 테니까.”

 

살벌하지만 이곳에 나가면 많은 제약이 있는 피닉스가 그런 말을 하니 마냥 웃겨 그녀도 모르게 웃었고, 피닉스도 같이 웃어주었다.

 

고마워 피닉스. 항상

 

나도

 

번개고룡은 그 대화를 끝으로 파워에게 돌아갔다. 이미 기절한 빙하고룡과 고대신룡은 파워의 한쪽 팔 사이에 들려 있었다.

 

그 팔은 뭐냐.”

 

파워가 파랗게 멍든 그녀의 팔을 보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나가자. 여기 좀 지겹거든.”

 

파워는 더 묻고 싶은 게 있었지만 번개고룡의 지겹다는 말에 더 질문하진 않았다. 그저 그녀를 등에 업히고 다리에 힘을 주었다.

꽉 잡아라. 출발한다.”

 

피닉스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마지막으로 파워가 점프했고 피닉스는 하늘로 날아오른 상태에서 아래를 보았을 땐. 모두가 작은 점으로 보였다. 저 멀리 헬 청장도 보였던 것 같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렇게 커 보였던 불의 산은 고작 파워가 3번 도약하는 것만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불의 산에서 점점 멀어지며 작아져 가는 번개고룡은 잊은 추억 위에 새로운 추억을 덮어씌우며 생각했다.

 

‘...이번엔 잊지 못하겠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ep.23 불의 산 외전 (1)

번개고룡이 불의 산에서 추방 당하기 몇 주전

 

너 미쳤어?!”

 

충격적인 발언에 나는 하늘이 떠나가듯 목청 크게 소리쳤고. 번개고룡은 얼굴을 찌푸리며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아주 잠깐만 확인하는 거야. 뭔 일 생기겠어?”

 

나는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했었다. 다크닉스가 봉인 된 던전이 궁금하다고 말하는 번개고룡은 말릴 수가 없었다.

 

아주 잠깐. 맞지? 헬이 분명 화낼 거야.”

추방당하면 되지.”

 

“....”

 

아주 잠깐. 나는 그 아주 잠깐을 믿었다. 분명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 날의 선택을 평생토록 후회하고 있다.

 

번개고룡은 다크닉스가 봉인된 장소로 추정된 곳을 보았다. 하지만 근처에만 가도 알 수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끔찍한 기운은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했으니까.

 

“....내가 막아야 해. 스승님의 희생을.”

 

그 이후로 번개고룡은 이상해졌다. 계속해서 그때 본 기운을 떠올리며 강박에 걸린 듯한 증세를 보였다.

 

번개고룡. 이틀째 너 안 나가고 있어.”

 

안돼. 이렇게 늦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번개고룡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녀는 자기의 보금자리에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실험하는 것을 반복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종이에는 어느 글귀를 덮은 낙서들이 휘갈겨져 있었다.

 

정신 차려! 너 지금 이상하다고! ”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 이틀 만에 본 그녀의 얼굴은.

 

“....나는 또 쓸모가 없는 거야?”

 

반쯤 풀린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 괜찮아?”

 

모르겠어! 피닉스.”

 

그녀는 손에 쥐던 펜을 떨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피닉스 그건 막을 수 없어. 나는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또 쓸모가 없어?”

 

.! 정신 차리라고! 너 왜 그러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대체 그 끔찍한 기운이 그녀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길래 그렇게 밝고 탐구심 넘치던 그녀가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말해 줘. 피닉스, 난 여전히 쓸모가 없는 거야?”

 

“....이래서 내가 가지 말라고 했던 건데.”

 

갑자기 나타난 헬은 번개고룡을 두들겨 패서 기절시켰다.

 

왜 그런 눈으로 봐? 내가 아니었으면 미쳐버렸을걸? 감사 인사는 됐어.”

 

그 이후에 번개고룡은 감옥에 가두어졌다. 헬의 말로는 당장 멀쩡한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들었다.

 

일이 발생한 건 언제였을까. 그때 난 널 그냥 보내주었다.

 

날 보내줘. 피닉스.”

 

온몸에 번개를 두른 번개고룡이 감옥을 터트리며 불의 산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내가 갔을 땐 많은 경찰들이 다쳤었다. 번개고룡은 그들이 예전에 동료였든 친구였든 가리지 않았다. 무슨 일인지 헬은 웃는 표정과 함께 몸에 스파크가 튄 채로 쓰러져 있었다.


어차피 내가 가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비켜!”

 

번개고룡의 공격은 나에게 전혀 닿지 않았다. 분노의 휩싸인 그 공격은 정말 못 봐줄 정도로 형편없는 공격이었으니까.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뒤로 꺾어버렸다.

 

“.....!”

 

번개고룡이 소리를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이대로 다리를 부러뜨려야 그녀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번개고룡. 정말로 가야겠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온갖 힘을 주며 빠져나오려 했다. 억지로 빠져나가려는 바람에 그녀의 팔은 잘못하면 뽑힐 것만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무리 번개고룡을 죽음 가까이 몰아넣더라도 그녀는 목적을 위해 그 어떤 것이든 할 것이다.

 

도대체 그 목적이 뭐길래, 널 이렇게 만든 거냐고!!”

 

피닉스가 소리쳐 보아도 번개고룡은 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알아도 소용없다는 뜻이었을까,

 

내 간절함의 외침에도 넌 알려주지 않았지. 야속하게 말이야.’

 

넌 이곳과는 안 어울렸어.”

 

바알이라는 어떤 어둠의 드래곤에 의해 불의 산으로 들어온 수상한 불의 드래곤, 그녀는 그 어떤 불의 드래곤보다 불의 산에 대해 무지했지만, 빠르게 이곳과 경찰 식구들로 적응해 나갔고 나를 구원해 준 드래곤.

 

네가 돌아갈 곳으로 가. 그리고 제발 다시 돌아오지 말아줘.‘

 

그래서 그냥 보내주었다. 무수히 많은 질문을 해도 넌 단 한 가지도 내게 알려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적어도 내가 널 다치게 하기 전에 널 보내주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렇게 더 고통받진 않겠지.

 

당연히 그 후 번개고룡은 추방자가 되었다. 스스로 떠난 그녀가 다시 돌아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찰 식구 내에서는 번개고룡에 대한 얘기가 금지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아는 건지는 몰라도 이따금 금오 녀석이 네 소식을 들려준 게 얼마나 재밌던지, 불의 산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더 편하고 잘 사는 것 같아서 마음에 놓였다.

 

그래서 다시 만났을 땐 그저 기뻤다.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추억과 함께 널 빗대어 보았지만 너는 잊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하여튼 네가 괜찮아 보이니 나도 괜찮았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이번에도 널 그냥 보내주었다. 이곳보다 이곳 밖에 있는 네가 훨씬 더 멋진 것 같았으니까.

 

오래전 일이지.’

 

끝났습니까?”

 

금오가 뒤늦게 구덩이에서 올라왔다.

 

늦었네? 이제 일어난 거야?”

떨떠름한 금오를 향해 피닉스가 반갑게 인사했다.

 

질문입니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되묻지 말라는 것이었을까. 그 질문에 약간은 기분이 상한 피닉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고민하더니

 

아냐, 됐어, 상황은 끝났으니까.”

 

표정을 풀고서는 몸에서 타오르는 불을 잠재운다.

 

청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 아마 저기?”

 

피닉스는 본인이 날려 보낸 방향을 가리켰다. 금오 경감은 한숨을 쉬며 옷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가려고 할 때.

 

근데 말야, 고대신룡에게 그 길을 알려준 것부터 이상했는데. 넌 왜 가만히 있었던 거야? 헬을 그렇게 따르는 녀석이.”

 

피닉스가 한 가지 궁금증을 내밀었다.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뭐야

 

금오의 이마에 숨겨져 있던 세 번째 눈이 붉은빛을 내 뿜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두 번째 고대신룡이 개화한 순간부터 길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만일 제가 있었더라도 똑같은 상황이었겠죠. 청장님이 그렇게 되신 건 그 흐름을 막으려는 반작용입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었더라도 청장님은 본인의 목적을 달성하실 수 없었습니다. 청장님의 목표는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으니까요.”

 

갑작스레 다른 드래곤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에 피닉스는 긴장하고 경계했다.

 

전에 내게 번개고룡의 소식을 전해 주는 것도 그렇고. 넌 도대체 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아니면 그건 분노였을까. 피닉스는 잘못하면 금방 폭발할 것 같은 기세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잘못된 질문이군요. 제게 무엇을 정확히 알 능력은 없습니다.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알더라도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그 말을 하고서는 금오의 세 번째 눈은 다시 감겼다.

 

혹시 그때의 일을 후회하시는 거라면 이미 말씀드렸지만....”

. 알았어. 그냥 네 청장이나 부축하러가. 진짜로 짜증나려 하니까.”

 

귀찮다는 그녀의 반응을 보고서 바로 알았다며 고개를 숙였고 아까 피닉스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날아갔다. 피닉스는 날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차면서 그녀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씁쓸하네, 꼭 나만 따돌리는 것 같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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