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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빌리지 외전] Ep.70 그들의 추억 (8)

15 도비는자?유에요
  • 조회수79
  • 작성일2025.11.30

Ep.70 그들의 추억 (8)

같은. 생각?”

 

고대신룡이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바라보자 엔젤이 잠시 먼 곳을 쳐다보다 그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거 말고, , 스스로 죽을 생각이었잖아.”

 

그녀의 한마디에 고대신룡의 눈이 반사적으로 커지고 말았다. 뒤늦게 아닌 척을 해보았지만

 

“...이제야 전부 알겠네. 왜 그렇게 급하게 떠나고 숨기려고 했는지.”

 

엔젤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제 더 숨길 이유 따윈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고대신룡도 전부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한테 부탁한 거야? 네 계획이 그딴 식이었다면 도와줄 리 없었을 테니까?”


번개고룡은 분명 저지하려 했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긴 거랑 같이 순박할 줄 알았는데 내가 방심했네, 드래곤을 생각보다 잘 이용할 줄이야.”

 

“...미안

 

일단 좀 비켜줄래? 굉장히 부담스럽거든.”

 

엔젤은 쓰러진 상태로 계속 대화하자니 꽤 모양새가 안 나오는 것 같았다. 고대신룡은 피가 묻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그녀가 일어서는 것을 도와주며 말했다.

 

애들에게 말 할 거야?”

 

엔젤은 그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너라면 말하지 않을 상황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아?”

더 이상 누군가의 행동을 강제하고 싶지 않아.”

 

엔젤이 믿지 않는 표정으로 보자 그 전에 그녀의 생각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 말을 이어갔다.

 

. 믿기 힘들겠지만 그건 내 스스로 선택이 아니었어.”

 

무슨 말이야?”

 

형님의 힘을 받은 후로 창조의 힘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되었어.”

 

계승 받게 된 모든 힘은 그야말로 막대했다. 하지만 모든 힘을 통제하긴 어려웠으므로 고대신룡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힘이 세기 시작한 거다.

 

네 생각을 막을 의도는 없었어, 나는 단순히 네가 나의 계획을 더 깊게 캐묻지 않았으면 했거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생각이었을 뿐이니까, 네게 영향이 전혀 없을 줄 알았는데.”

 

고대신룡의 후회스러운 표정을 보자 엔젤은 마음이 괜히 불편해졌다.

 

지금처럼. 만약, 내가 잠깐이라도 잘못된 생각을 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전에 통제되지 않는 모든 힘을 뿌리고 난 후에 사라지는 게 옳다고 생각했거든.”

 

엔젤은 이유를 듣고 전에 잠깐 다투었던 번개고룡이 생각났다. 그렇게 호언장담하면서 번개고룡을 달래면서 보냈던 것 같은데. 자칫하다간 고대신룡을 멋대로 데려간 후에 스스로 사라지는 걸 방관한 드래곤이 되어버리게 될 것이 뻔해 보였다.

 

사실 전부 들키게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서 신경 쓰진 않아.”

 

그만둘 생각은 없고?”

 

설득하려 하지 말아줘. 내 힘을 퍼트리는 이유의 목적이 통제 불능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잖아.”

 

. 그렇지.”

 

고대신룡은 자신을 회유하려는 엔젤의 손길을 거부했다.

 

엔젤과 전부터 계획 해왔던 유타칸 전역에 창조의 힘을 뿌려 모든 드래곤들이 지역을 불문하고 힘을 끌어내게 할 수 있는 것과 모든 일들을 자신이 원하는 결과로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그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우리의 계획을 말하진 않을게. 대신.”

 

그만두려는 거지?”

 

, 네 계획은 존중하지만, 더 도와줄 마음은 없어. 좋은 계획이고 좋은 의미이지만 난 누굴 죽이기 위해 움직이진 않아. 네가 스스로 희생한다는 순간부터 내 계획이 아니었던 거야.”

 

이해해. 그리고 고마워.”

 

됐고, 나 좀 돌려보내 줄 수 있지?”

물론이지.”

 

. 애들한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엔젤은 고대신룡에게 업히며 해탈한 듯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 속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

 

번개고룡은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저 평화롭기만 한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식구들을 보며 그런 따분한 하루를 보낼 것만 같은 기분.

 

하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저 먼 곳 알 수 없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들여오는 방향을 짐작해보면 틀림없이 피닉스의 보금자리 근처지만 그 이유는 짐작이 되지 않았다.

 

뭐지?’

 

번개고룡은 다급한 마음으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

 

불의 산에 이렇게 많은 드래곤이 있었는지 그때 알았던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드래곤들이 피닉스의 보금자리 근처에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만. 비켜줘요.”

 

그녀는 돌벽 같은 무리를 뚫고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본인의 눈으로 확인했다.

 

미친.”

 

그들은 단순한 싸움을 구경하는 게 아니었다.

 

역시. 그 전쟁에서 선봉대로 싸우던 놈은 다른 건가?”

 

피닉스가 입에 있는 피를 뱉어내고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불의 산의 피닉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군.”

 

피닉스와 나이트 대령이 진심으로 싸우는 것 같았다. 이렇게 드래곤들이 몰려온 것은 그 피닉스와 대적하는 것은 둘째치고 어떤 빛의 드래곤 하나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저 나이트 드래곤이 그냥 빛의 드래곤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들에겐 구경거리일 것이다.

 

헬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이 정도의 규모라면 헬이 분명 움직였을 거다, 그러나 이곳에 그 어떤 규제를 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말리는 건 못해도 적어도 시민이 못 오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누군가 번개고룡의 뒷덜미를 잡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뭐야?”

너야말로 거기서 뭐 하는 거야?”

 

플레임이 불만이 있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헬은 어딨어? 저거 안 말려?”

 

번개고룡은 그의 질문을 들었음에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나이트 대령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진정해, 청장님이 허락하신 거니까.”

?”

 

청장님이 모를 리가 있나. 경감님과 청장님이 이미 저 녀석과 합의를 다 본 거고 허락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거야.”

 

무슨 합의? 도대체 무슨 합의를 보았길래 저딴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거냐고?!”

 

플레임의 눈에서는 그녀가 쉽사리 진정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설마 그녀가 누군가를 걱정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뭘 걱정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나이트 드래곤이랑 싸우고 있는 게 누군지는 알고 있는 거지?”

 

아는데.”

 

더욱 이해가 안 되네. 지금 싸우고 있는 게 그 피닉스라고. 그것도 불의 산의 피닉스. 불의 산이 없어지는 게 아니면 절대 죽지 않는 걸 잊은 거야?”

 

그 말을 하고 난 후에는 그녀의 뒤에서 불꽃이 폭발하며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번개고룡은 뒤를 돌아보자 그곳의 드래곤들은 열정이 같이 타오르듯 환호를 질러댔다.

 

설마 저 나이트 드래곤을 걱정하는 거라면 더더욱 이해가 안 될 것 같네. 그녀가 그렇게 애를 써도 그 어떤 공격도 닿지 않았거든.”

 

플레임은 폭발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저렇게 강한 드래곤이 있는 거람.”

 

번개고룡은 그 말을 듣고서 천천히 진정되었다.

“.....”

이제 좀 진정이 돼?”

 

번개고룡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 최근에 큰일을 겪지 않다 보니...”

 

진정하며 격양된 자신의 몸을 천천히 느꼈다. 겨우 이런 일에 식은땀을 흘리며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매끈한 자기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이젠 사소한 일에 괜히 호들갑이 많아졌네.”

 

사소한 일이 아니긴 하지. 피닉스가 고전하는 모습은 나한테도 사소하진 않아. 그러니 사과할 필욘 없어. 누군가를 걱정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니까.”

 

그의 말을 듣고서 번개고룡의 눈이 살짝 커졌다.

 

, 그런 말도 할 줄 알았냐.”

괜히 말했나.”

 

미안.”

 

플레임에게 사과하고 난 후, 그들은 멀리서 피닉스와 나이트 드래곤의 전투를 구경했다. 걱정하던 번개고룡도 어느새 웃으며 그동안의 걱정은 전부 잊어버린 채로 그들의 결투에 몰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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