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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빌리지 외전] Ep.75 그들의 추억 (13)

16 도비는자?유에요
  • 조회수21
  • 작성일2025.12.29

Ep.75 그들의 추억 (13)

나이트는 그저 기우일 뿐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우연에 지나치지 않는.’

 

하지만. 정말 우연이라면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는 게 가능할까?’

 

 

어떻게 한 거지.”

 

나이트는 번개고룡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접근해 기절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그의 움직임을 눈을 쫓았고 간단히 튕겨냈다.

 

“...원래 내가 좀 쩔어요.”

의도한 건 아니군.”

 

약간의 공백, 그 짧은 숨으로 나이트는 그녀가 공격을 막은 게 우연은 아니지만, 그녀가 예상한 바도 아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다면.’

 

나이트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인다.

 

“(뭘 봐?)”

라는 입 모양을 하며 엔젤이 번개고룡의 뒤에 서 있었다.

 

나이트의 손이 갑작스레 저릿해졌다. 검을 잡은 손에서 알 수 없는 전기의 자극이 퍼졌다.

 

설마.. 아까의 공격이? 그럴 리가.’

 

평범한 번개공격이 나이트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뿐.

 

“...그런 건가.”

 

잠깐의 충돌로 손이 저릿해진다면 그녀의 번개를 정통으로 맞았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둘의 격차가 유의미하게 좁혀졌다는 것. 그리고 그 뜻은 나이트가 질 수도 있다는.

 

아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 잡념을 없애고. 대장의 뜻을 따라.’

 

그는 다시 짧게 심호흡하고 자세를 잡았다. 진심으로 번개고룡을 막을 준비를 했다. 번개고룡도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나이트가 먼저 움직였다.

 

왼쪽.’

 

사라졌던 나이트의 형체가 왼쪽에서 다시 생겨났다. 번개고룡은 불꽃과 번개를 방출해 거리를 벌리며 공격을 튕겨냈다.

 

오른쪽

 

또다시 사라진 나이트의 공격을 다시 한번 막아내고.

 

뒤 그리고 머리

 

뒤에서 나타난 나이트를 향해 번개를 쏘았고 나이트는 몸을 회전해 그 번개를 피한 후 칼의 손잡이로 머리를 노렸으나 번개고룡이 미리 알았다는 듯이 손으로 붙잡았다.

 

갑자기 달라졌군. 엔젤이 무슨 짓을 한 거지?”

 

말해주지 않을 겁니다.”

 

오기가 담긴 눈동자. 그는 번개고룡의 의지를 읽었다.

똑똑하군.”

 

희미하게 웃으며 힘으로 번개고룡을 밀쳐낸 뒤 다시 사라졌다. 나이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나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과 대장이 함께한 시간을 무시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대장의 선택을 무시할 수 없다.”

 

절대적인 무력은 번개고룡을 절망케 했다.

 

고대신룡의 선택이 정말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호소했다. 그 무력 앞에서 자신의 몸부림을 보아달라고.

 

내 뜻은 중요하지 않아.”

 

왼쪽 다리

 

번개고룡은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엔젤의 말이 들렸다. 전부터 나이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어

던 것은 전부 엔젤이 미리 알려준 덕이었다.

 

안타깝네요.”

 

그래서 번개고룡은 다리 쪽에 번개를 방출하여 미리 나이트가 접근하는 것을 막으며 말했다. 나이트는 찰나의 순간에 한 발자국 물러나 번개고룡을 바라봤다.

 

무엇이?”

 

그 힘을 가진 채로 본인의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거요.”

 

번개고룡은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이 나이트를 동정하는 것 같았다.

 

이 힘을 가진 드래곤들 모두의 숙명이다.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그런 게 숙명이라면. 과연 고대신룡의 의식이 끝난 후의 모든 드래곤들은 행복할까요?”

“..!”

 

나이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삶. 분명 행복할 거예요. 실패 없이 모든 것을 한다는 건 절망이 없을 것 같아 보이죠.”

 

그럼 왜 나와 싸우려는 거지.”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되는 순간 절망은 빠르게 올 겁니다. 모든 것을 실패 없이 해내는 순간 모든 이들은 의지를 잃게 될 거예요.”

 

본인의 시도가 전부 성공이 될 테니 모든 시도는 무의미하게 되고 다른 가능성을 찾지 않게 되겠죠.”

 

내겐 선택권이.”

 

아뇨. 선택하기를 포기한 거예요. 선택의 순간 뒤가 두렵고 무서워서,”

 

네가 어떻게.”

 

전에 말씀해주셨잖아요. 계승된 힘은 더 큰 힘을 거스를 수 없다고.”

 

그 말을 듣고 난 뒤에 나이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선택.’

그건 결국. 네가 날 이겨야 한다는 뜻이다.”

 

? 왜 결론이 그렇게 나는.”

 

번개고룡이 당황하며 물었지만, 그녀의 질문과 상관없이 나이트는 이미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정면.’

 

엔젤은 나이트가 공격도 하기 전에 머릿속에 말을 전했다.

 

정면?’

 

나이트가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았음에도 엔젤이 먼저 말을 전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나이트, 이러기야?”

네가. ?”

 

갑자기 나타난 엔젤의 뒷모습

 

“‘선택을 포기했다.’”

 

그리고 주변에 생긴 거대한 참격의 흔적. 그 흔적은 엔젤을 앞세운 번개고룡의 뒤에만 흔적이 끊겨 있었다.

 

반박하지 못했어. 멋있더라.”

 

엔젤은 뒤돌아 옅게 미소 짓고 다시 나이트를 바라봤다.

 

그렇게까지 절실할 줄은 몰랐네. 나이트...”

거짓말을 한 건가.”

도대체 나이트는 무슨 짓을 한 것이고 엔젤은 어떻게 그 공격을 알아채고 막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엔젤의 미소가 너무나도 따뜻했던 탓일까 번개고룡은 그저 가만히 있기로 했다.

 

적어도 네가 도리를 지켰다면, 나도 움직일 생각은 없었어.”

 

번개고룡에게 힘을 넘겨준 걸 못 알아챌 줄 알았나.”

선은 넘지 말았어야지. 너 방금 적당히 할 생각 없었잖아.”

 

엔젤의 손끝에서 제우스처럼 노란색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이트 대위, 치료는 해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봐.”

 

그 말이 끝나고 엔젤은 공중으로 날아오른 뒤 나이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나이트를 손쉽게 제압했다.

 

엔젤에게 무슨 과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방적인 엔젤의 공격이 끝나고 나이트는 양팔이 사라진 채로 쓰러졌다. 그의 처참한 몰골 때문에 번개고룡은 뭔갈 물어보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별로 알고 싶지는 않네.’

 

번개고룡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엔젤은 뒤를 돌아보고서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게 보진 말아줘.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네가 죽었을 테니까.”

? 분명 무조건 내가 이길 거라고...!”

 

번개고룡은 갑자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약간의 배신감도 들며 그녀에게 뭐라하자 엔젤도 사과하며 번개고룡을 진정시켰다.

 

나도 대령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이 정도로 그 뜻을 지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

 

쓰러진 나이트를 연민의 눈동자로 잠깐 쓸어 넘기곤 번개고룡을 하늘의 신전 앞에 데려다주었다.

 

근데. 이 장막, 창조의 빛 때문에.”

걱정 마.”

 

엔젤이 장막에 손을 갖다 대자 장막은 쉽게 걷어졌다. 번개고룡이 입을 벌린 채로 놀라자 엔젤은 귀엽다는 듯 웃은 뒤에 그녀를 밀어주며 말했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고대신룡을 잘 설득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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