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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날개 10화

8 실버윙7313
  • 조회수35
  • 작성일2026.01.21

영혼의 날개

10화: 붉은 온기 속의 안식



가고일들의 잔해가 용암 속으로 녹아내린 뒤, 불의 산의 기슭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루미나리스와 그레이록은 여전히 경계 태세를 풀지 못한 채,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네 마리의 거대한 해츨링들을 올려다보았다. 루미나리스의 금빛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결연함이 교차했고, 그레이록은 그녀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바위처럼 서 있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리더인 파이어였다. 그는 식스가 자신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난 뒤부터 눈빛이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다. 강인한 전사인 그에게도 동료의 죽음은 견디기 힘든 소식이었으리라.

"나는 파이어다. 이 구역의 경계를 맡고 있지. 그리고 내 옆에 있는 녀석들은 번고, 라바, 그리고 피닉스다."

파이어의 짧은 자기소개에 이어, 피닉스가 루미나리스의 눈높이에 맞춰 고개를 숙였다.

"식스에게 소식은 들었어. 언젠가 푸른 빛과 회색 바위가 이곳을 찾아올 거라고... 하지만 그가 직접 너희를 데려올 줄 알았지, 이런 식으로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네."

루미나리스는 청염이 남긴 예언과 식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내뱉었던 말들을 차근차근 전했다. 식스의 희생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이 서려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라바가 도도한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꼬리 끝을 작게 떨었다.

"청염 님께서 직접 예언을 읊어주시고 통로까지 열어주셨다니... 그렇다면 너희는 정말로 선택받은 아이들이로군. 불의 산의 운명이 아직 날개짓도 서툰 너희의 어깨에 걸려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말이야."

하늘에서 선을 그리며 내려온 번고가 바위 위에 걸터앉으며 말을 보탰다.

"청염 영감님이 선택했다면 군말 없이 따라야지. 야, 파이어! 대장님한테 보고하기 전까지 우리가 이 꼬맹이들을 맡아주는 거 어때? 식스에 대한 예우도 있잖아."

파이어는 잠시 고민하는 듯 콧김을 크게 내뿜더니, 루미나리스와 그레이록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좋아. 동행을 허락한다. 하지만 명심해라. 우린 너희를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아니다. 불의 산의 방식대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할 거다."

그렇게 험난했던 하루가 저물고, 4인방은 자신들의 임시 거처인 절벽 아래 동굴로 아이들을 인도했다. 숲의 부드러운 풀밭 대신 딱딱하고 뜨거운 암석 바닥이었지만, 장성한 해츨링 네 마리가 사방을 둘러싸고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묘한 안도감이 느껴졌다. 동굴 입구에서는 파이어가 날개를 접은 채 밖을 감시했고, 번고는 천장에 매달린 채 졸고 있었다.

동굴 벽을 타고 흐르는 희미한 마력의 박동은 마치 불의 산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루미나리스는 문득 자신들을 바라보는 선배들의 눈빛 속에서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슬픔과 기대를 동시에 읽어낼 수 있었다. 식스가 목숨을 걸고 이들을 이곳까지 보낸 이유가 단순히 도망치기 위함이 아니라는 사실이 가슴 속을 뜨겁게 달궜다. 그녀는 자신의 작고 여린 앞발을 내려다보며, 언젠가는 이 불꽃의 땅을 호령할 만큼 강해지겠노라 다짐했다.

그레이록은 선배들의 든든한 등 뒤에서 비로소 긴장을 풀고 깊은 숨을 내뱉었다. 늘 루미나리스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그에게도,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이 밤은 꿈만 같은 안식이었다. 그는 딱딱한 바위 바닥에 머리를 눕히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화산의 열기는 숲의 서늘함과는 달랐지만, 그 안에는 투박하면서도 진심 어린 환대가 섞여 있었다.

어둠이 짙어지자 동굴 안은 드래곤들의 고른 숨소리로 가득 찼다. 루미나리스는 잠이 오지 않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식스가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이 불꽃의 드래곤들은 마치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 같았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식스의 숭고한 의지는 이들의 불꽃 속에 이어지고 있었고, 그 온기가 이제 그녀의 심장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보초를 서던 피닉스가 다가와 루미나리스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무서워하지 마, 루미나리스. 식스가 널 믿었던 것처럼, 우리도 네 안의 빛을 믿어보기로 했으니까. 이곳은 거칠지만, 그만큼 서로에게 정직한 곳이야.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푹 자둬. 내일부터는 파이어의 자비 없는 훈련이 시작될 테니."

피닉스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온기가 루미나리스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숲의 향기는 더 이상 나지 않았지만, 불꽃의 온기 속에서 루미나리스는 처음으로 식스가 없는 밤을 견뎌내며 깊은 안식에 빠져들었다. 거친 숨소리와 뜨거운 열기, 그것이 유타칸의 심장에서 보낸 첫 번째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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