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편: 바람의 아이
두 아이는 대화를 나누며 부지런히 걸었지만, 해는 어느덧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숨어버렸다. 밤의 숲은 마물들의 영토였기에 아이들이 머물기엔 너무 위험했다. 다행히 길목 끝에 형성된 작은 골목 시장이 나타났다.
"루아, 오늘은 저 시장 구석에서 밤을 보내자. 돈은 별로 없지만, 내가 빈민가에서 배운 노하우로 안전한 자리를 찾아볼게."
시장은 낮의 활기가 남아있으면서도 밤의 은밀함이 감도는 기묘한 분위기였다. 싸구려 고기 굽는 냄새, 낡은 마법 도구에서 새어 나오는 매캐한 연기, 그리고 거친 상인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윈은 익숙한 솜씨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낡은 천막 밑을 찾아냈고, 상인에게 얻어온 딱딱한 빵 두 조각을 루아와 나누어 먹었다.
"이게 빈민가 스타일 식사야. 맛은 없어도 배는 부르지. 그나저나 루아, 너 그 머리핀 말이야. 절대 잃어버리지 마. 아까 마물이 나타났을 때 그 핀에서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거든. 아마 네 마력을 제어하거나 증폭시켜주는 매개체인 것 같아."
루아는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윈의 쉴 새 없는 수다를 자장가 삼아 잠시 눈을 붙이려던 찰나, 시장 입구 쪽에서 이질적인 정적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북적거리던 시장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다물고 길을 터주었다. 낡은 장화와 흙 묻은 옷들 사이로, 한 남자가 우아하고 오만한 걸음걸이로 걸어 들어왔다. 그는 최고급 실크로 짜인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으며, 손에 든 지팡이 끝에는 거대한 마력석이 박혀 있었다. 이곳 시장 전체를 사고도 남을 만큼 값비싼 치장을 한 그는 명백한 고위 귀족이었다.
남자는 더러운 시장 바닥에 옷자락이 닿을까 염려하는 듯한 표정으로 시장 중앙 게시판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훑더니, 품 안에서 금색 실로 테두리가 장식된 화려한 벽보를 꺼냈다.
그가 손을 휘젓자 벽보가 스스로 게시판에 달라붙으며 기이한 마력을 뿜어냈다. 일반적인 종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농축된 마나가 시장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연기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윈이 루아의 손을 잡고 게시판으로 달려갔다. 벽보에는 화려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왕실 포고: 잃어버린 '황금의 파편'과 '바람의 인도자'를 수배함]
벽보 하단에는 잃어버린 파편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을 본 루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벽보 속 그림은, 지금 루아의 머리에 꽂힌 노란색 문양의 머리핀과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았다.
"루아... 저거..."
항상 말이 많던 윈조차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벌렸다. 두 아이는 직감했다. 자신들이 단순히 학교에 입학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음모와 운명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의 등불이 흔들리며 루아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