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모두를 바라보는 삐딱한 아이였다. 엔젤이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복도 구석에서 누군가를 거세게 걷어차는 고신을 본 적이 있다. 그런 고신이 학주의 손에 붙잡혀 교무실로 끌려가는 동안 엔젤은 맞은 아이의 얼굴과, 그러면서도 매섭게 그 아이를 노려보는 고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고신은 엔젤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주었고 이어 소문으로 더 험하게 다가왔다.
고신은 중학교 때부터 날티가 나는 아이였다고 했다. 오토바이도 타고 술도 먹고 담배도 핀다고, 그 때문에 퇴학했다가 다시 복학한 거라고, 고신의 나쁜 소문에 저마다 한 마디씩 입을 댔지만 엔젤은 그러지 않았다.
뭔가 외롭고 쓸쓸해 보이고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여서, 도리어 자신을 더 혼자이게 만들려 작정이라도 한 듯 구는 모습처럼 보여서.
엔젤의 눈에 비친 고신은 하루 하루를 육중한 관 뚜껑을 밀어내 듯 억지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버티는 애처럼 보였다. 위태롭다는 것은 누군가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엔젤이 고신에게 다가가게 된 것인지 종종 생각해 보았다.
언젠가부터 자려고 누우면 고신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처음 같은 반이 되어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거라는 짐작은 했다. 성큼성큼 다가와서 차갑게 눈길 한 번 주고 책상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가도 엔젤이 책을 내밀며 깨우면 욕을 하면서도 곧 잘 일어났다.
귀찮다는 듯 굴었지만 생각처럼 크게 화를 낸다거나 피하진 않았다. 하는 말을 되받아치면 고신은 웃었다. 사실 엔젤은 그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 종종 그랬나 생각했다. 착해 보이는 눈빛은 울지 않고 웃지 않고도 그렁그렁 빛이 났다.
고신 : "어."
엔젤 : "왜?"
고신 : "그냥, 이 귀찮은 짓 안 해도 되잖아."
엔젤은 어딘가를 바라보는 지 모를 텅 빈 고신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누구에게 하는 지 모를 정도로 탄식에 가까운 말이다.
고신이 말 한 그 귀찮은 짓에 자신과의 대화가 있을까, 엔젤은 기분이 묘했다.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가서는 자신을 밀어내려 하는 고신을 보면서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건지 모르겠다.
종말이 오면 좋겠다고 말하는 고신의 마음을 엔젤이 돌릴 힘이 있을까. 생각을 바꿀 정도의 자격이 있을까, 엔젤 자신은 고신에게 그런 힘을 끼칠 영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근데 왜 그렇게 고신을 애타게 바라보는 것인지 깨닫지는 못했다. 엔젤은 고신을 보면 쓸쓸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