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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6화

6
  • 조회수17
  • 작성일2026.02.14






고신이 다락에서 보던 책이 있었다. 아주 낡고 오래 된 전집 틈에 끼어있던 책인데 대부분이 노끈으로 묶여 있어 풀지는 못하고 그 책만이 덜렁 다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한 칸 짜리라 방이 없는 어린 고신이 다락으로 이어진 사다리를 올라가 엎드려서 그 책을 읽었다. 


그 책의 본문 중에는 어떤 예언자가 2000년이 찾아 오기 전 지구가 종말 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고신에겐 그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고신은 그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고신이 더 자라서 더 이상 그 책을 펼쳐 읽지 않아도 그 내용만은 잊혀지지 않은 채로 고신의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고신은 정말로 종말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두에게 공평히 끝이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다.



고신은 그것을 시간이 지나서도 약하게나마 믿고 있는 채였다. 언젠가 고신이 데빌과 그 무리들에 섞여 술이 취한 기분에 그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그게 뭐냐? 시발. 욕으로 돌아오는 실망적인 대답에 고신은 정색을 하고 책의 내용을 읊었지만 그것에 그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신문지를 깔고 누운 아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옷이나 전에 했던 싸움 이야기 같은 것을 주고받기나 했지 그런 심오한 주제에 대해서는 입을 뗄 생각이 없어보였다. 


고신은 경멸스럽게 그들을 응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주병을 바닥으로 던졌다. 바닥에 초록색 병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흩어지자 아이들이 저마다 고신에게 욕을 섞어 한마디 씩 했다. 데빌도 고신에게 욕을 했던 것 같다. 그 순간 고신은 깨달았다.



하루 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가는 애들한테 종말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는 종말이 찾아온 것이나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테니.



하지만 그건 고신도 마찬가지였다.


옆에 있는 소주병에 담긴 소주를 나발 채 삼키면서 쓰게 웃었다. 그러니까 다 같이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고신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도 고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





고신 : "노스트라다무스."


엔젤 : "예언가 말하는 거야?"


고신 : "너.... 알아?"


엔젤 : "응. 알지."


고신 : "역시 아는 구만."


엔젤 : "...고신,"


고신 : "....."


엔젤 : "너 그거 믿어?"





엔젤은 고신의 옆모습에 시선을 고정했다. 고신은 말이 없어서 먼저 꺼내는 말은 가끔 엔젤에게 신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고신에게 가 닿는 시선이 그대로 고정되어 고신의 답변을 기다렸다.


고신의 옆모습을 보면 종종 어떤 말을 했는지를 잊곤 한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질 것만 같아 손가락을 조금 꼼지락 댄 적도 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고신에게 손을 대면 고신이 자신을 밀어 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은 고개를 들어 무어가를 생각하는 듯이 시선을 위로 한 채로 계속 있었다. 엔젤은 그런 고신에게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고신이 이나마도 경계를 풀고 말을 하게 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로 엎드려도 상관이 없다 싶은 엔젤이었다. 


고신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고 닫고를 반복 했다. 



혹시나 그 종말이라는 것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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