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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S 12화

11 실버윙7313
  • 조회수15
  • 작성일2026.02.18

WINGS


12화




제이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의 뚜껑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그 안에서는 이 절망적인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깨끗하고 정제된 향기가 배어 나왔다. 그것은 먼지와 핏자국, 융합 에너지의 타는 냄새에 찌들어 있던 아이들에게는 천국의 향기와도 같았다.



상자 안에는 맑은 투명함이 일렁이는 생수 6병과 진공 포장된 육포 30팩이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칸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떠졌고, 손은 무의식적으로 입가를 훔쳤다. 3일간의 지독한 갈증이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칸은 헛것을 보는 게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눈을 비볐지만, 상자 안의 물건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이야... 진짜 물이라고."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상자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굶주린 늑대 떼처럼 상자를 덮치려던 아이들을 가로막은 것은 레온이었다.


"물러서! 다들 진정해!"


레온은 부러진 다리를 끌면서도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는 재빨리 상자 안의 물품들을 훑어보았다. 이 상황에서 통제 없는 배분은 곧 파멸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칸, 도와줘. 일단 이걸 안으로 옮겨야 해. 밖은 위험해."


칸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레온과 함께 상자를 거처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제이는 품 안의 실버윙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은 채 그들의 뒤를 따랐다.



거처 안쪽으로 돌아온 레온은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11명의 아이들에게 육포 30팩과 물 6병은 결코 충분한 양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폭동을 일으킬 터였다.


"잘 들어. 한꺼번에 다 먹으면 오히려 몸이 망가져. 일단 생수 3병만 딴다. 한 모금씩 돌아가면서 마셔. 그리고 육포는 한 사람당 한 팩씩이다."


레온은 남은 생수 3병과 육포 19팩을 거처의 가장 깊숙한 구석, 자신의 등 뒤에 놓아두었다. 아이들은 불만이 가득한 눈초리였지만, 레온의 서늘한 기세와 옆에서 몽둥이를 든 칸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비닐이 뜯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로비를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짐승처럼 육포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말라붙은 입안에 짭짤한 고기 맛이 퍼지자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씹지도 않은 채 삼켜버렸다.



생수병이 아이들의 손을 거쳐 전달될 때마다 꿀꺽거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제이 역시 자신의 차례가 오자 물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타들어 가던 식도가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감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물을 다 마시고 나서야 아이들의 눈에 서려 있던 광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칸 역시 육포를 씹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이제 어쩌지?"


칸이 물었다. 배가 조금 차자 다시 미래에 대한 공포가 고개를 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상자가 어디서 왔는지, 이 다음엔 무엇이 기다릴지 아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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