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또]
[싸워?]
뭐야. 아르테미스 맞네? 싱크대 서랍 몇 번 열었다 닫았다 하더니 컨디션 손에 쥐고 다시 테이블로 다가온다. 엔젤은 그제야 신발 벗고 똑바로 자리에 앉았다. 너 술 많이 취했지. 고신이 말을 하는데 보란 듯이 폰 화면을 보여줬다. 아르테미스 맞지? 그러자 고신이 살짝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네. 아르테미스씨. 하고 컨디션 뚜껑 돌려 딴 뒤에 엔젤의 손에 고대로 쥐어준다.
엔젤 : "이건 어디서 났는데. 너 컨디션 같은 거 없어도 되잖아."
고신 : "너 먹으라고 사놨어. 박스에다가 쟁여놨다고. 너 맨날 술 마시니까."
그 말에 또 눈 세모로 뜨고 있다가 금세 사르르 풀려서 웃으며 꿀꺽 꿀꺽 다 마셨다. 이거 효과 없는데, 여명 808이 더 효과 있대. 아, 그래? 약간은 덜 거슬릴 만큼만 성의 없게 대답하곤,
이젤 앞에 있는 스툴 질질 끄고 온 고신이 소파 가까이에 두고 앉는다.
엔젤 : "니가 맨날 나 잡으러 오니까, 나 어플 지울래."
고신 : "나 괜히 고생 시키지 말고 그냥 냅둬."
엔젤 : "가지 말란 소린 안하네."
고신 : "안가면 더 좋고. 가더라도 이상한 애들 끼고 놀지만 않으면 돼. 그건 나도 뭐라고 안 해."
엔젤 : "....아까 옆에 있던 애들은 아르테미스 친구들인데."
고신 : "그 전에 니가 얘기하던 옆 테이블 용들은?"
엔젤 : ".....얼굴 기억도 안 나."
고신 : "너 나한테도 그렇게 전화번호 땄다가 얼굴 기억 안 나서 대낮에 부른 거잖아. 얼굴 확인하려고."
엔젤 : ".....치사하게 진짜. 옛날 이야기 할래?"
고신 : "엔젤."
엔젤 : ".....왜... 아 알아. 아까는 내가 말 심했어. 됐지."
고신 : "그냥 그렇게 넘어갈 게 아니라. 진짜 나 변한 거 같아?"
엔젤 : "........대답 안 할래."
고신 : "나 그냥 너한테만 집중하면 될까."
엔젤 : "말만..."
고신 : "나 아트페어 그림 내일 다 그려서... 이제 나 너한테만 집중할 수 있어."
거짓말. 이라고 중얼거렸지만 한 번만 더 속아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나한테만 집중한다고 하지만 이제 고신의 처지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이 고신도 내가 사랑한 고신인데. 여전히 나오라고 하면 바로 나오는데. 나한테는 고신 하나뿐인데 고신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은 너무 많아져서.
엔젤은 또 울컥했다. 슬슬 콧잔등이 뜨거워진다. 어두워서 이런 건 잘 보이지 않겠지. 고신이 엔젤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엔젤 : "얼마나."
고신 : "얼마나?"
엔젤 : "얼마나 집중할 건데."
고신 : "다음 작업 할 거 들어올 때 까지."
엔젤 : "그럼 조건부 집중이네. 어떡하지? 나 또 기분 구려지는데."
고신 : "그림 그릴 때 말고는 너 밖에 모르잖아."
엔젤 : "....못 믿겠는데, 그 말도."
어떻게 하면 니가 내 마음을 알까. 고신이 웅얼거린다. 마음이 고요해지지 않는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걸까. 엔젤은 모르겠다. 고신이 옆에 있는데 외로워지는 건, 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성격 때문일 거다. 아, 아니다. 고신 때문이다. 고신이 변한 게 맞다. 마음이 자꾸 갈팡질팡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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