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w
5
이상 기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단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거런 이상 기후가 있단 건 꿈에도 몰랐는데.
레인: 저게… 뭔지 알아?
나: 아니.
레인도 덩달아 더욱 심각해졌다.
레인: 그럼 뭔데.
나: 모르겠어… 이상 기후의 일종일까? 아니면 특이한 색깔의 구름이라던지.
레인: 글쎄. 구름은 아닌 것 같은데. 좀 더 들여다보면 답이 나올까.
아니, 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별로 희망차지 않은 상황에서 나까지 그렇게 얘기하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든, 무슨 방법으로든 되지 않을까.
6학년의 재앙이 없다고 했던 건 심각한 내 실수였던 것 같다. 왜냐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스케일이 큰 재앙이 닥쳐오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느껴졌으니까. 날 찾아온 재앙이라고.
레인: 실버… 있지, 우리 망한 것 같아.
레인의 목소리엔 절망감이 묻어났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떨리진 않았는데. 더 심각해진 것일까.
난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보라색 모양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아니.
우릴 향해 오고 있는 것이었다.
나: 미X… 저거 뭐야?!
레인: 몰라! 도망가야돼…!
나와 레인은 동시에 스프링처럼 교실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뒤에서 선생님이 뛰지 마라 잔소리하는 것이 들렸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레인: 어쩌지… 나갈… !
레인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교실이 커다랗게 울렸다.
난 튕기듯이 뒷문에 쿵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온 몸이 욱신욱신 거려왔다.
자꾸만 흐려질려 하는 시야와 달리 아직 쌩쌩한 청각에 쉬는 시간을 끝내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당연히도 아무도 수업 준비를 하려 책상에 앉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계속해서 진동이 울려왔다.
난 겨우 일어서 뒷문을 잡았다. 진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유일한 물체처럼 보였다. 적어도 내 자리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레인: 실버… ! 거기 있어?
나: 응. 이 쪽으로 와…
나도 진동 때문에 말을 다 하진 못 했지만 이미 알아들었겠지 하면서 문을 잡고 신음을 토해냈다.
다행히 통증은 서서히 없어지고 있었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레인이 내 어깨죽지를 잡았다. 이번엔 안도의 한숨 같은 것이 나왔다.
레인: 다행이다… ! 어디 다쳤어?
나: 아니… 거의 괜찮아. 넌 괜찮아?
레인: 응. 빨리 나가자. 잡담은 밖에서 하고.
난 속으로 커다란 소리로 동의를 표하며 문을 세게 열었다.
다행히 문은 진동에 넘어지지 않고 옆으로 밀려주었다. 나와 레인은 누가 말할 것 없이 복도로 뛰쳐나갔다.
레인: 다른 애들은?!
난 대답하지 못 했다.
아마 계단으로 가느라 그랬을 것이다. 아니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든가.
레인: 어떻하게!
나: 미안…. 우리라도 살아야지 뭐라도 할 수 있어… 레인.
레인: 뭐? 하지만…
난 레인의 끝말을 듣지 못 했다.
한 번 더 커다란 파동이 나를 덮쳐왔다. 이번엔 더욱 더 큰 파동이었다.
다행히 내가 떨어진 곳은 정확이 계단 하나가 끝나는 곳이었고, 안전하게 떨어질 수 있었다. 물론 충격이 상당하긴 했지만, 살짝 비틀거리는 것 외엔 다 괜찮게 일어섰다.
레인: 가자. 네 말대로.
나: 응… 미안. 못 구해서.
레인: 아냐.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아는 걸. 나도 알아… 시골의 인연은 별로 중요하지 않단 거… 서울로, 수도권으로 가야 뭐라도 할 수 있단 것도.
난 대답하지 않고 계단을 재빠르게 내려갔다. 레인도 내 뒤를 따라 내려왔다.
오늘 같은 날을 위해 계단이 한 층만 있는 것일까. 어쨌든 오랜만에 촌락이어서 다행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처음으로.
레인: 나왔네.
차가운 공기가 내 볼을 비볐다.
난 뒤를 돌아 학교를 돌아보았다. 반쯤 부서지고 반쯤 내려앉은 몰꼴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보라색 무언가에선, 처음보는 동물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니, 동물이 아니었다.
몬스터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