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의 첫 등장을 요란하게 알린 것은 대학교 입학 선물로 받았다던 그 아우디 a6였다. 운전이 서툰 고신의 차가 학교 직원 전용 주차장에 세워진 학과장의 차를 밀고 들어서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차에서 엉거주춤 내린 고신이 뻔뻔하게 웃는 걸 본 용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 놀라운 등장으로 고신이 그 이후 매일 같이 바꿔 매고 다니는 가방 개수 만큼이나 고신의 대한 소문은 초반엔 수시로 바뀌었다.
엔젤이 보기에도 고신은 좀 남달랐다. 동기 중 하나가 밥을 먹다가 몇십만원짜리 티셔츠에 김칫국물을 튀겼는데도 고신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기들이 난리를 치며 세탁해야 될 것 같다고 했을 때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으로 야, 뭔 세탁이야. 까짓 거 아빠한테 하나 더 사달라고 하면 돼.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밉지 않은 허세였고, 다른 이들은 곧 그런 넉넉함에서 나오는 털털함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고신의 배경을 추측하는 소문들도 사라졌다.
엔젤도 그런 고신이 싫지 않았다. 싫지 않은 게 아니라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신의 그 태도가, 그 남들과는 다른, 딱 오만하지 않을 정도만큼 찬 그 여유 있는 태도가 교내에 무수히 깔린 다른 시시한 애들보다 달라보이게 했다. 하지만 달라 보인다는 것이 곧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
단순한 호감일 거라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 온 몸에 명품을 휘감고 다니는, 아우디 a6 같은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고신에게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이는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이게 뭔 감정인지 혼란스럽기 시작했지만 잠깐이라고 생각하며 섣불리 좋아하는 감정이라 단언하지 않았다.
엔젤은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과모임 술자리에서 슬그머니 보내는 눈짓에 둘만 빠져나와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 같은 것을 사먹는 행동 따위에 쉽게 누군가에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엔젤은 다른 애들이 시시했다. 데빌도, 파워도, 번고도 다다, 전부 다. 고신이 아니면 엔젤은 모두가 시시하게 보였다.
반 쯤 학기가 지나가고 있던 어느 날, 역시나 바나나 우유를 사먹자는 말에 홀려 둘만 빠져나왔던 그 날, 고신은 그 흰색 아우디 a6 펜더 앞 쪽에 한 쪽 엉덩이만 걸터앉아 진짜 동그라미가 네 개인지 확인하려 엠블럼을 골똘히 쳐다보고 있는 엔젤에게 말했다.
우리 사귈래?
그런 엔젤의 눈에 엠블럼의 동그라미가 최소 열 두개 쯤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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