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VILLAGE

  • 스토어

  • 틱톡

  • 플러스친구

  • 유튜브

  • 인스타그램

소설 게시판

  • 드래곤빌리지
  • 뽐내기 > 소설 게시판

유저 프로필 사진

Swift 1화

15 실버윙
  • 조회수10
  • 작성일20:37

Swift


1화: 운명의 날









어스름한 새벽의 서늘한 기운이 비늘 틈새를 파고들 때, 나는 비로소 무거운 누꺼풀을 들어올렸다. 


내가 머무는 거처는 드래곤 둥지의 가장자리, 거대한 암반 두 개가 서로 기대어 만들어낸 좁고 쌀쌀한 틈바구니였다. 바닥의 거친 흙바닥에서는 밤새 머금었던 한기가 올라와 배 쪽의 부드러운 비늘을 자극했다. 평소라면 이 냉기를 피해 좀 더 안 쪽의 따뜻한 둥지로 파고 들었겠지만, 오늘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 이름은 코스모.


이 거대한 절벽 공터에 터를 잡은 드래곤 부족 사이에서 나는 그저 ‘작고 특출난 구석 없는 어린 용’ 으로 통한다. 장로님들의 비늘이 태고의 바위처럼 단단하고, 전사들의 날개가 폭풍을 가를 만큼 거대한 것에 비하면, 나의 비늘은 아직 연한 빛을 띠고 있으며 날개는 몸을 간신히 띄울 정도로 나약하다.


평소에 나는 부족 내에서 유령 같은 존재였다. 성체 용들의 발치에 치이지 않기 위해 구석으로 몸을 피해야 했고, “ 저 녀석은 언제쯤 용다운 기백을 보여줄까” 하는 조소 섞인 시선을 견뎌내는 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오늘, ‘ 운명의 날’ 만큼은 공기의 무게가 달랐다.



이제 해가 머리 위 정점, 가장 뜨겁고 높은 곳에 다가서면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부족의 신성한 의식이 시작된다.


일 년에 단 한 번, 부족의 미래를 시험하기 위해 어린 용 넷을 선발하야 세상 밖으로 보내는 ‘시련’ 의 모험. 평소 나를 벌레 보듯 지나치던 성체 용들도 오늘만큼은 나를 스쳐 지나가며 짐짓 엄격한 눈빛으로 내 상태를 살피거나, 이름을 한 번 읊조리며 지나갔다. 비록 그 것이 진심 어린 기대라기보다는 의식의 절차상 주어지는 찰나의 관심일지라도, 늘 그늘 속에만 있던 나에게는 그 가식적인 시선마저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불씨가 되었다.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나는 둥지 주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공터 저편에서 낯익은 기척들이 느껴졌다.


그들은 나와 함께 비웃음을 견뎌내고, 함께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던 나의 유일한 안식처들이었다.



“ 코스모! 거기 있었구나. 나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너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튀어나온 거지?”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한 것은 유리온이었다.


그녀는 우리 중 가장 눈매가 날카롭고 예민했지만, 한 번 믿음을 준 친구에게는 누구보다도 충성스럽고 다정한 녀석이었다.


그 뒤로 듬직한 체구의 케이나인과, 마치 유성처럼 날렵한 몸을 가진 코멧이 다가왔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공터의 구석, 큰 바위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 다들 잠은 좀 잤어?”



내가 묻자 케이나인이 앞발로 땅바닥을 신경질적으로 긁으며 고개를 저었다.



“ 잠이 올 리가 있나. 내 발톱이 내 의지랑 상광 없이 바닥을 파내고 있다고. 코스모, 정말 우리가 뽑힐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아니라 저 오만한 엘리트 녀석들 네 마리가 한꺼번에 뽑혀버리면… 우린 이 차가운 둥지에서 또 일 년을 낙오자로 살아야 해.”



코멧이 초조한 듯 꼬리를 휘저으며 말을 받았다.



“ 더 무서운 건 우리가 뿔뿔이 흩어지는 거야. 우리 넷 중에 딱 한 명만 저쪽 녀석들이랑 섞여서 모험을 떠나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해. 모험의 시련보다 그 녀석들의 멸시를 견디는 게 더 힘들지도 몰라.”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같은 꿈을 꾸는 동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깊은 유대감과, 동시에 오늘이 지나면 이 관계가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공포가 서려 있었다.



“ 장로님들이 말씀하시길, 시련은 단순히 힘을 겨루는 장이 아니라고 하셨어.” 



내가 친구들의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 운명은 우리가 읽지 못 하는 곳에서 이미 흐르고 있을 지도 몰라. 유리온의 지혜와 지식, 케이나인의 힘과 용기, 코멧의 마력과 직감…. 그리고 나의 속도와 이 알 수 없는… 설렘이 어쩌면 별들이 기다려온 신호일 수도 있잖아.”



우리는 한참 동안 과연 누가 선택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떠나게 될 세상은 어떨 모습일지에 대해 장황하고도 두서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괴물이 살고 있는지, 어떤 험난한 산맥을 넘어야 하는지…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의식에서 장로님이 직접 일러주시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정보가 아니라 서로의 온기였다.



어느덧 안개가 걷히고 태양은 무정하게도 하늘 한복판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공터 중앙의 거대한 제단 위로 빛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부족의 우너로들과 전사들이 하나둘씩 장엄한 자태를 드러내며 자리를 잡았다. 공기는 이제 쌀쌀함을 벗어던지고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저 멀리, 가장 늙은 장로님의 거대한 실루엣이 제단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의 눈빛이 공터를 훑을 때마다 어린 용들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심장이 늑골을 때리는 소리가 귓가에 이명처럼 울려 퍼졌다.



‘ 우리를 봐 주세요. 우리가 비록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 안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나는 마음 속으로 빌며 주먹을 꽉 쥐고 친구들의 곁에 바짝 붙어섰다. 














댓글0

    • 상호 : (주)하이브로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432 준앤빌딩 4층 (135-280)
    • 대표 : 원세연
    • 사업자번호 : 120-87-89784
    • 통신판매업신고 : 강남-03212호
    • Email : support@highbrow.com

    Copyright © highbrow,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