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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ft 프롤로그

15 실버윙
  • 조회수9
  • 작성일18:59

Swift


프롤로그: 달빛이 비추는 밤








깊은 밤의 정적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대지를 베어내고 있었다. 


하늘에는 오직 은백색의 거대한 보름달만이 군림하고 있었고, 평소라면 보석처럼 박혀 있어야 할 무수한 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구름 뒤로 자취를 감추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숨어버렸다.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한 고요한 시간,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 끝에 펼쳐진 황량한 공터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 공터의 가장자리, 하늘과 맞닿을 것만 같은 거대한 바위 위에는 세월의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낸 듯한 느낌의 늙은 용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의 비늘도 한 때 타오르는 태양처럼 빛났을 것이었으나, 이제는 오래된 고목의 껍질처럼 거칠고 탁한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고개를 들어 빛을 잃은 밤하늘을 응시했다.


이윽고 그의 거대한 콧구멍에서 무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 한숨은 단순한 공기의 흐름이 아니라, 수천 년의 지혜와 회한이 섞인 듯한 진동이 되어 절벽 아래의 안개를 일렁이게 하며 뻗어나갔다. 



그 때였다.


정적을 깨고 거친 발톱이 바위를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늙은 용보다는 작지만, 혈기 왕성해 보이는 근육과 매끄러운 비늘을 가진 또다른 용이 절벽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늙은 용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자리를 잡더니, 비웃음 섞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 결국 내일 때문입니까, 레스타르?”



젊은 용은 콧방귀를 뀌며 긴 꼬리를 신경질적으로 휘둘렀다.



“ 도무지 기대체조차 안 되는 일입니다. 그 보잘 것 없는 어린 놈들 넷을 위해 이 귀한 밤을 헛숨으로 지새우다니요. 그들은 그저 둥지 안에서 웅크리고 앉아 비늘조차 제대로 굳지 않은 미성숙한 존재들일 뿐입니다. 지혜도, 힘도, 하물며 우리 종족의 궁지조차 없는 쓸모 없는 놈들 아닙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그 나약한 핏줄들은 내일의 시련이 닥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덧없이 죽어갈 운명입니다. 그들의 생명은 우리에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보다 짧고 가벼운 것인데, 어찌하여 그런 하찮은 핏덩이들에게 마음을 두시는 겁니까?”



그는 멈추지 않고 주절주절 비판을 이어갔다.


그 네 마리 용들의 둔한 움직임, 볼품없는 포효, 그리고 다가올 전장에서 그들이 보여줄 비참한 최후에 대해 열을 올리며 장황한 멸시를 쏟아냈다.



침묵을 지키던 늙은 용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깊은 심해처럼 여전히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형언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 그만하게.”



늙은 용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마치 산맥이 울리는 듯 한 근엄함으로 공기를 짓눌렀다. 그 것은 명백한 꾸중이었다.



“ 운명이란 자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해진 수렁이 아니네. 우리가 보지 못 하는 저 어둠 너머에서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 비록 지금은 그 네 놈이 빛나지 않을지라도, 모든 생명에게는 자신만의 고유한 궤적이 있고, 그 궤적이 교차하는 순간 역사는 누구도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뒤틀리는 법이라네.”



늙은 용은 다시 하늘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낮고 단호하게 덧붙였다.



“ 별을 읽는 자들은 알게 된다. 눈에 보이는 빛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자네가 죽을 것이라 단언한 그 작은 불꽃들이, 어쩌면 이 가장 어두운 밤을 끝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의 말에는 젊은 용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젊은 용은 무언가 반박하려 입을 달싹였으나, 늙은 용의 곁을 감도는 압도적인 정적에 눌려 끝내 입을 다물었다.


차가운 달빛 아래 두 용 사이에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참 동안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던 두 존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아무런 인사도 남기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대한 날개 짓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그들은 각자의 어둠 속으로 몸을 던져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공터에는 오직 그들이 머물렀던 바위의 냉기만이 남아 여전히 홀로 보름달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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