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06 용병 (6)
네 번째는 무사했다. 석두가 던져서 생긴 상처를 제외하고 그 수상한 자는 네 번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그곳에 있던 한 인간이 사라졌을 뿐이었다. 광천의 직원들은 네 번째의 건강만 확인한 뒤 전부 철수했다.
“일처리 한 번 깔끔하네. 더 조사는 안 하는 건가?”
“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래요. 다들 형식적인 것만 처리하고 가는 거죠….”
네 번째의 표정이 또 울상으로 바뀌었다.
“네 번째님!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에게는 엄청 중요한데…!”
하나가 양 볼을 잡으며 표정을 마구 풀어주었다. 하나도 처음에는 기분을 풀어주려도 만진 거지만 촉감이 썩 나쁘지 않아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석두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형씨 누굴 만난 거야?”
“납치범이 있었는데 납치범을 누가 데려간 것 같아. 얼굴은 진중하고 되게 낮은 목소리에 말투가 특이했어. 근데 무슨 능력인지 몰라도. 말 한마디 하니까 움직이질 못하겠더라고. 내 주먹도 쓱 피해버리고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데….”
석두는 아리송한 기억을 되짚으며 그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어…. 그 말 진짜야?”
하나가 열심히 움직이던 팔을 멈추었다.
“...설마”
그들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공포의 표정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전혀 그들의 표정은 미지의 공포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듯 기겁해 하고 있었다. 마치 집에 에어컨을 안 끄고 나온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형씨 어떻게 산 거야?”
“아무래도….”
그 이유를 설명해 준 것은 네 번째였다.
“형님이 오셨던 것 같아요.”
“형님? 누구?”
“정확히 말하면, 첫 번째 형이죠.”
“...?”
“그 양반이 여길 왜 와? 아니, 애초에 당신은 왜 알아?”
“이봐 형씨, 광천에 사는 사람, 드래곤들은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님들의 얼굴, 목소리. 다 안다고~ 그중 그런 특징을 가진 건 첫 번째님 밖에 없어. 근데 진짜 첫 번째님이 왜 왔지?”
“그건 저도 잘….”
“어쨌든 멀쩡하니 된 거 아닐까?”
“근데, 첫 번째는 왜 꼬맹이를 노리지 않은 거지?”
“사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형님은 어릴 때부터 항상 절 잘 챙겨주셨어요. 세 번째 누나만큼 표현은 잘하진 않으셨지만, 애정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계승식이라는 말이 나온 뒤로 절 멀리하셨어요. 여전히 절 적대 하시는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벽이 생긴 것만 같았어요.”
“...대충 이번 일의 범인은 첫 번째는 아니라는 거네….”
“형씨, 제대로 이해 못했지.”
“...”
혼자서 뭔갈 생각하다 대충이라는 말을 듣고서 하나가 눈을 얇게 뜨며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네 번째는 이 사건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아는 것 같았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두 번째님 밖에 없어요. 항상 절 싫어하셨거든요. 제대로 된 혈통이 아니면서 계승식에 끼어든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거겠죠. 아마 여러분들이 처음 본 그 사람도 두 번째님이 보낸 걸 거예요.”
“와…. 네 번째님 아량 넓다? 그런 놈에게 끝까지 ‘님’자를 붙이네?”
“근데 꼬맹이, 첫 번째하고 세 번째는 왜 형과 누나지?”
“...”
“아하…. 나름의 차별화를 둔 거구나? 오히려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님’자를 붙이는 거였구나?”
“...그런데도 이상함은 있어요. 두 번째님이라면 이런 식으로 귀찮게 일을 처리하시진 않을 텐데.”
“이런 식?”
“결국 광천의 직원들이 움직이는 거잖아요. 저희 직원들의 움직임은 전부 초대 님의 정보망에 들어가게 돼 있거든요. 그리고 정말 두 번째 님이 시킨 일이었다면 제가 이렇게 얌전히 풀려날 일도 없었겠죠…. 근데, 다른 사람은 생각나질 않아서….”
네 번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왜 납치했는지 물어봐야 할 납치범은 사라졌기 때문에 심증만으로는 제대로 된 추리가 어려웠다.
“생각보다 복잡하네….”
“형제끼리 다투는 정도가 다르네. ...형씨는 가족 같은 거 없었나?”
조금 눈치를 보긴 했지만 하나가 꺼낸 ‘가족’이라는 단어에 그는 몸까지 움찔할 정도였다. 그런 반응에 하나는 말을 잘못 꺼낸 건가 싶었다.
“...있었지. 소중한 가족.”
조금의 정적 후로 그의 미소를 보면서 하나는 안심했다.
“후…. 뭐야?! 왜 괜히 용 쫄리게 만드는 거야?”
“같이 생활하는 건 문제가 없었지만 하는 일에 불만이 있었거든. 그래서 도망쳤어. 아무도 모르게.”
“흠…. 형씨, 그거 확실해?”
“응?”
“가족이란 건…. 아니다. 내가 무슨 참견이람. ”
표정은 침울해진 채 석두에게 무슨 말을 꺼내려 하는가 싶었지만, 그녀는 어색한 눈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휘저었다.
“왜 말을 하다 말아?”
“자꾸 심각한 얘기하는 거 나랑 안 맞걸랑. 그리고 여기 냄새 진짜 고약하거든?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듣고 보니 그렇네.”
“근데 어떻게요…?”
“히히, 네 번째님도 깜짝 놀랄걸?”
공사장은 꽤 멀었지만, 석두가 둘을 잡고 발로 직접 뛰었다. 하나는 하늘의 주홍빛 노을을 보면서 ‘크으으’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어때? 죽여주지? 형씨, 정말 대단하더라고~…. 네 번째님?”
그런데 뒤에 있는 네 번째의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어…. 억..”
아무래도 이 정도 높이의 하늘까지는 와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보였고. 높은 하늘과 지상을 반복적으로 오가니 숨 쉬는 게 어려워 보였다.
“어…. 형씨? 스돕!! 네 번째 님 숨넘어간다!!”
결국 그들은 중간에 택시를 불러 돌아갔다.
“우린 개인차량 같은 건 없구나….”
“죄송합니다…. 돈만 있는 저라서….”
“...”
“근데 우리 먹지?”
네 번째 납치당했던 곳 아무도 없을 것 같던 폐공 사장에서 누군가 뒤늦게 나타났다.
“흠, 분명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코를 쉼 없이 움직이며 공사장을 탐색했다.
‘싸움은 있었지만, 피가 튀지 않았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압도했다는 건데….’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범인은 다시 제자리에 나타난다죠. 당신이었습니까? 네 번째님을 납치하려고 한 것이.”
“네 번째…. 님? 그게 누군데. 그것보다, 심상치 않잖아?”
갑자기 나타난 그자의 온몸에서 흘러넘치는 전장의 냄새를 맡았다. 그자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그저 재밌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 더 중요했다. 그는 허리춤에 있는 검 두 개를 뽑았다.
“....차이를 보여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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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저녁은 광천의 호텔식이었다.
"이게 지금 꿈인가.. 현실인가..?"
낮에 있던 빙수의 충격에 이어, 하나는 광천의 호텔식을 보면서 다시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먹었다.
"천천히 먹어요..."
"이런 걸 어떻게 천천히 먹으라는 거야~! 네 번째님! 빨리.. 빨리 다른 것도 먹어야 한다고!"
하나는 매우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석두는 접시 위에 있는 고기를 그저 바라만 보았다.
"..괜찮아요?"
그 말을 듣고 그는 포크를 집어 고기를 한 번 찍어보았지만, 역시 아니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절해서 그런지 입맛이 없네."
"그럼 내가 먹어도 돼?"
"마음대로"
한 입도 대지 않은 고기를 하나가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지만 네 번째는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윽..."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구역질을 억지로 참았다. 숨을 고르고 있던 시간에 누군가 그를 부르는 게 느껴졌다.
"석두씨, 잠시 이리 오시겠습니까?"
"가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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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face and new dragon, I lik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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