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lons
Ep.4
“그래서, 지금…. 집을 나왔다고?”
“….”
드리프트가 나에게 한 말은, 그가 가출을 했다는 것과, 그나마 챙겨온 것은 저 나무판자 몇 개가 전부라는 이야기뿐이었다. 나는 자기 이야기만 한 뒤 나의 말엔 대답하지 않고 서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왜? 어떻게? 동생들은? 너무 여러가지 질문과 의심, 혼란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바람에 딱히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집에서 자고 있을 나의 작은 넷, 동생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들을 두고 집을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레 그가 다시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만 집을 나온 건 아냐. 어제, 어제…. 동생들에게 허락을 구해봤어. 허락해주더라고. 그래서 뭐, 나왔지.”
“걔네가 뭘 안다고 그렇다고 바로 나오면 어떻게! 걔네가 굶어 죽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솔직히 말해서 나보다 먼저 의견을 꺼낸 게 걔네였어.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봤거든. 야생으로 가면 어떨까 하고. 그랬더니 다 좋대. 조금만 기다리면 새로운 미래가 있을 거라고 했더니 나가도 좋대. 내가 잘 못 한 건 아니잖아. 어쩌면, 네가 허락해주면 우리는 진짜 야생에서 같이 살 수도 있어. 필요하면 너랑 나의 동생들도 다 같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거야, 안 그래?”
나는 말문이 막혀 그 자리에서 발을 떼지 못 했다.
다 같이 야생에서 산다고, 그걸 말이라고 해. 드리프트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해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나는 오만 가지 생각을 떨치려 인간힘을 쓰며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 아니, 나는….”
“글쎄, 뭐, 살짝 충격적이겠지만, 지금 사는 것보다 나빠질 건 없지 않나 해서. 너도 산 좋아하잖아. 뒷산을 지나면 산맥 나오는 것도 알잖아. 동생들은 우리가 금방 가르칠 수 있을 거야. 우리도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건 ‘우리’고. 애초에 나는 동생들을 버리고 갈 생각이 없어. 너처럼… 무책임하게 말이야.”
“나는 동생들을 버린 적이 없다니까? 만약에 너가 동의해준다면 동생들을 데리고 갈 거야. 산맥에서, 다 같이 살자고 했잖아. 그래서.”
나는 메랄을 잠깐 떠올렸다. 그렇게 약하고 추위 잘 타는 아이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페트리코는 편하게 잘 수 없는 곳을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에페르는 혹독함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나는….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 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하루의 7할을 산에서 보냈는데, 거기서 3할을 더 보내는 것쯤이야 괜찮을 것이다. 나는 산을 좋아하니까 어쩌면 드리프트의 동생들도 잘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내 동생들은?
“동의 한 번이면 돼. 그러면 다 같이 살 수 있어.”
자꾸만 드리프트의 목소리가 내 귀를 타고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동생들에게 허락을 구했다고 했다만, 나는 아니었다. 내가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서 야생으로 가자, 하였을 때 그들 모두가 동의할 확률은 어느 정도쯤 될까? 만약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드리프트와 그의 가족을 따라가야 할까? 아니면 그들을 버리고 나의 가족과 어렵게 살아야 할까?
아니, 차라리 모두가 거부한다면 훨씬 날 것 같다. 그러면 나는 동생들과 같이 지내기로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누구 하나만 거절하면, 나는 그를 버리고 가야 할까?
머릿속의 환상은 이미 부서졌고 그 조각들도 서서히 부서지는 중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위한 선택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에겐 가족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마지막까지 그들을 위해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진짜로?
“동생들한테 물어보고 와. 괜찮아.”
“…알았어. 기다리고 있어.”
.
.
.
나와 넷, 드리프트와 셋은 천천히 하늘을 활공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그곳의 산막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반짝이는 미래가 있지 않을까?
나는 비늘 사이로 서늘한 바람을 흘리며, 천천히 해가 떠오르는 그 광경을 온몸으로 받았다. 지평선 너머로 산맥이 보였다.
기다려라, 야생아.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야생에서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해야할 것은 하나였다.
평소에도 하지 못 했던 것, 아니 어쩌면 태어나서 한 번 도 못 해보았던 것.
즐기자.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테니.
끝
P.s.
애초에 원래 이 talons 는 단편으로 서너부 에서 끝을 보려 했습니다. 복귀작이기도 하고, 시험이 몰려 있기 때문인데요,,(한 주에 시험 3개라니 꿈일 거야)
그래서 이렇게 끝을 맺기로 했습니다.
사실 스토리 내용도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죠,, 단편선이라 모든 내용을 담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뇨 사실 원래 뒷부분이 더 있었는데, 시험으로 인해 불탔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이렇게 완결을 하고 시험이 좀 끝나가니까 새 작을 구상 좀 해보도록 하죠.
+ 중간에 내용이 짤린 것도 분량&스토리 라인 조절 실패입니다.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