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20 용병단 (2)
“대장, 신경 쓰는 게 있어~? 평소와는 다른 것 같네~”
석양을 바라보는 대장의 곁에 누군가 앉았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말투를 가진 사람은 용병 중 하나뿐이었다. 대장은 고개를 돌려 엘을 보았다.
“하하, 넌 나의 맘을 항상 잘 파악하는구나. 신기한걸?”
“대장은 표정에서 다 드러나니까.”
“내가 그 정도니?”
대장은 왼쪽 뺨을 만져봤다. 엘은 그 모습을 보고 슬며시 웃었다.
“대장은 늘 그랬어.”
“다른 애들은 어렵다고 그랬는데. 넌 참 독특하구나.”
“다르지 않아. 오히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대장의 태도가 그들이 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는 거지.”
“숨길 게 없어서 숨기지 않는 건데. 그게 이상하니?”
엘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들도 대장의 진심을 알아줄 거야. 내가 그랬듯.”
“애들이 언제 너를 따라갈 수 있을지. 기대되는구나.”
“이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해줄 수 있나~?”
엘은 슬며시 웃는 표정으로 대장에게 물었다.
“분명 석두에게는 미련이 없는 척 보내줬지만, 막상 다시 만나려고 하니 어색해서 말이야.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렇지만 석두는 우리와 함께하는 순간이 지쳐서 떠났는걸.”
“아마 부대장은 그거 때문에 떠난 게 아닐 거야. 용병 생활에 지친 건. 일반적인 도시인의 생활이 궁금했던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휴가를 보내줄 수도 있었어.”
대장은 그때 석두의 눈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걸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 뭐가 문제였을까? 진짜 가족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던 걸까?”
엘은 대장의 모습을 보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다 비워진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대장은 부대장이 우릴 영원히 떠난다고 하면 부대장을 미워할 거야?”
“그렇지 않지. 그 아이의 의견을 내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니까. 엘, 너는 막무가내로 떠난 부대장과 그걸 막지 않은 내가 밉니?”
“아니. 나도 그렇지 않아. 부대장이 곧 떠날 거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었는걸.”
“어?”
대장이 눈을 크게 뜬 상태로 엘을 바라보았다.
“대장과 부대장은 참 엉뚱하다니까.”
엘의 어깨에서 또 다른 팔이 나타났다. 그의 능력이었다. 그 팔들은 어디선가 커피를 만드는 재료들을 갖고 왔다. 그리고 천천히 커피콩을 갈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고?”
엘은 잘 갈린 고운 커핏가루를 보며 말했다.
“응, 부대장이 조만간 사라질 거라는 건 노마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었어. 그래서~ 대장이 그 사실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지.”
“그런 거였구나. 그렇지만 노마는 왜?”
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말해줘도 안 믿더라고~”
“하하, 노마다운걸.”
“부대장은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지겨워서 떠난 게 아닐 거야.”
“그걸 어떻게 알지?”
“고민을 많이 한 게 느껴졌어. 계획은 꽤 오래전부터 한 것 같았거든. 준비를 오래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부대장 스타일이 아니잖아.”
대장이 피식 웃었다.
“석두는 늘 성격이 급했지. 참을성이 부족했고. 하지만 대책이 없는 건 아니었지. 석두는 생각이 깊은 아이였으니….”
“대장의 바람대로 항상 곁에 있는 가족이었다면 정말 좋았겠지만, 가족이 영원히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건. 대장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
엘은 비워진 커피잔에 커피 가루와 뜨거운 물을 채웠다.
“역시 내….”
“하지만 욕심 정도는 내도 되지 않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엘은 슬며시 웃었다.
“섭섭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다 알고 있어도 부대장과 이렇게 헤어지고 싶진 않네~”
그렇게 말하는 엘을 보면서 대장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엘은 도시로 간다면 뭘 하고 싶어?”
“역시 커피나 만들면서 사는 거 아닐까?~”
“그것도 꽤 좋은걸.”
“대장은 뭘 하고 싶은데~?”
대장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들과 계속 지내고 싶구나.”
“대장답네~”
그리고 무전기에서 치지직 소리가 들렸다.
“대장, 저예요.”
“아, 결국 만났구나. 그래, 노마는 찾았니?”
먼저 가 있었던 노마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기보르, 비나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이 목소리는 아 참, 먼저 가 있었지~”
엘도 까먹고 있었다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제가 찾진 않았습니다. 이미 비나님과 기보르님이 찾았다고 하더군요.”
“야…! 내가…!”
“응…?”
기보르의 외침이 들리고 무전이 잠시 끊겼었다. 그리고 다시 연결 되더니 기보르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대장~?! 우리가 여기서 일주일 정도 있어 봤는데. 도~저히 부대장이 보이질 않더라고. 그래서 그런데 우리는 언제 복귀하면 돼?”
“부대장을 발견하지 못해도 잠깐만은 우선 거기 있어주렴. 비나님이 항상 가고 싶어 했던 곳이었단다.”
“엥~? 그럼 나이엘의 말이 진짜였어?”
“무슨 말이니?”
“대장”
나이엘이 다시 무전을 넘겨받았다.
“비나님까지 여길 보냈다는 건 단순히 유흥의 의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저야 뭐 그렇다 쳐도. 아무런 경고 없이 이들을 여기로 보내신 건가요. 대장답지 않네요.”
“비나님은 먼저 보내둔 거란다.”
“먼저요? 그렇다는 건. 설마 다 오는 겁니까? 우리 일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곳이 마지막이 될 거야. 고생이 많았구나. 예소더 나이엘.”
“예? 대장…? 대장?”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해줄게.”
나이엘은 끊긴 무전을 보면서 경직됐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무전에 연결을 넣었지만 응답하진 않았다. 그리고 체념했다.
‘그게 한 달 만에 만난 가족한테 할 말이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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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언제부턴가 선명했던 기억들이 점점 흐려져 왔다. 자신이 겪어왔던 모든 순간이 점점 잊히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 늦기 전에 그에게 말했다.
“어쩌면 널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
누워 있는 그녀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그의 뺨에 손을 힘없이 뻗었다. 하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그녀의 팔을 잡아 그는 직접 자기 뺨에 갖다 댔다.
“따뜻하네….”
그녀는 곧 꺼져갈 불씨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분명 처음 만날 때는 그렇게 차가울 수가 없었을 텐데….”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을 감싼 채 그 말을 들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들어줄 수 있어?”
“무엇이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망설임이 없는 그의 대답에 조금 안심이 되었어도 망설였다. 앞에 있는 이 남자는 뭐든 해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욕심을 낼 것 같았지만 끝내 하려던 말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나를…. 잊지 말아줘.”
“약속할게.”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생각만 하고…. 직접 해본 건 아무것도 없네. 나중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녀는 그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그때는…. 원하는 것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러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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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번 주에 무조건 하나를 올렸어야 했는데 도무지 어떤 에피소드가 어울릴지 정하지 못해서 결국 한 주를 날려먹고 말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많이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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