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22 용병단 (4)
가리온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관리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경계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석두는 그 모습을 보고 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가리온의 태도를 봐서 아군은 아니다.’
석두의 발이 바닥을 박찼다.
‘그러니 더 생각할 것은 없다.’
단 한 걸음. 그 한 걸음만으로 관리인의 눈앞까지 파고들었다.
“어이쿠~! 마음도 급해라.”
그러나 관리인은 지팡이로 석두의 주먹을 쉽게 흘려보냈다. 석두의 주먹은 관리인이 아닌 허공에서 멈췄고 제대로 맞지 않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걸 반응했다고?’
“‘급할수록 돌아가라.’”
관리인은 지팡이를 바닥에 툭툭 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석두에게 말했다.
“이런 말…. 들어보지 못했나? 요즘 애들은 전부 빠르단 말이지…. 난 아직 적응도 하지 못하겠는데 유행은 휙휙~ 바뀌고 따라가기 정말 힘들…”
“말이 많아.”
“송하나양, 네 번째님을 부탁드립니다.”
석두가 관리인과 대치하는 사이 가리온도 정신을 차리고 합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녀의 오른팔에서 보랏빛 에너지 칼날을 생성시켰다. 관리인은 여유롭게 지팡이 끝으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에잇.”
툭
가리온이 그에게 다가가려고 했을 때 관리인은 석두의 머리를 지팡이로 내리쳤다. 그러자 하얀 연기가 펑 하고 터졌다. 명천의 관리인은 코로 들어오려는 연기를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성가신 친구군. 더는 못 버티겠어.”
연기와 함께 석두는 사라졌었다.
“...이런 것도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 에너지 칼날…. 아~! 이제 알겠군.”
아무렇지 않게 석두를 사라지게 만들고는 가리온을 유심히 보다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그녀를 기억해냈다.
“그럼 자네가 세 번째의 대리인이군? 가리온. 아마 그 이름이 맞나? 그럼 자네도 알텐데? 신기라는 건. 원래 그런 역할인 것을.”
“...저희를 모두 없앨 생각입니까?”
“없애? 누가~? 내가 잘~못 들었나? ”
관리인은 귀에 지긋이 손을 가져다 댔다.
“설마 내가~? 아니…. 내겐 그런 능력이 없어. 내 능력으로는 아까 그 녀석에게 상처 하나 낼 수 없을 거야. 난 그저 골치 아픈 녀석을 이곳에서 사라지게 했을 뿐.”
그는 웃으며 지팡이로 가리온을 지목했다.
“그러니 다음은 자네라네. 난 네 번째에만 용건이 있거든.”
“그렇게는 안 됩니다.”
가리온은 보랏빛 에너지로 응축된 칼날과 방패를 들고 그에게 다가섰다.
“그렇게 날 세워서 오진 말라고, 난 자네들에게 악감정이 없으니까. 그리고 난 싸우는 게 특기가 아니라고.”
“그럼 얌전히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돌풍.’
가리온은 빠르게 움직여 공간을 갈랐다. 관리인은 모자를 잡으며 칼날을 피했다. 공간이 갈라진 곳에 잔상이 남았다.
“가디언들의 에너지 칼날, 듣기만 했지만 직접 보니 더 살벌한 검이군. 저 잔상에 닿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가디언들의 에너지 칼날은 본래 공간을 가르는 용도가 아니다. 단순히 전류가 흐르고 높은 절삭력을 가진 전기톱과 유사하다. 하지만 베르헴의 누군가는 가디언들의 가능성을 보았다. 베르헴의 훈련받은 가디언들 중 소수는 에너지 칼날로 공간을 가르고 잔상을 남길 수 있다.
“궁금하면 손 한 번 갖다 대 보십쇼.”
“하하, 추천하는 거 보니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닌 것 같군.”
가리온은 석두와 달리 꽤 오래 관리인과 격돌했다.
‘석두씨가 사라진 건 저 지팡이에 닿은 뒤였다. 그러니 지팡이만 조심한다면…’
가리온은 관리인이 자기를 죽일 능력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관리인이 그녀의 칼날을 쉽게 피하는 것처럼 보여도 피하는 순간마다의 표정은 생사를 넘나드는 표정이었다.
“공간을 갈라 움직임을 제한하는 가디언들만의 특이한 검법…. 참 까다롭군.”
그런데도 관리인은 오히려 즐거운 듯 보였다.
“재밌긴 하지만 너무 바빠서 말이지.”
그의 말이 끝나자 지팡이에 닿지 않았음에도 하얀 연기가 펑 터졌다.
‘뭐지?’
가리온이 간과한 것은 관리인이 그냥 마술을 취미로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기는 눈속임을 위한 도구였고 언제든지 터트릴 수 있었다. 단숨에 시야가 가려졌고 가리온도 결국 지팡이에 닿고 말았다.
“…자네는 어떻게 할 거지?”
송하나는 입술을 깨문 채 네 번째를 뒤로 물러서게 했다.
“네 번째님 나만 믿어… 형씨보다는 아니지만 나도…”
“오호라?”
관리인은 흥미를 느끼고 천천히 다가갔다. 집무실은 작았다.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것도 곧 끝이었다. 밖이 훤히 보이는 창벽에 맞닿았다.
“이제 어디로 도망칠 텐가?”
관리인의 걸음이 멈췄다. 지팡이만을 빙빙 굴리며 송하나의 행동을 기다렸다.
“지팡이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노마.”
“누구?”
조잡하게 만들어진 가면을 쓴 노마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관리인을 노렸다. 관리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노마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전력으로 그와 맞섰다.
“부대장 어디로 보냈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송하나는 정신없는 틈을 나 빠져나가려고 했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관리인을 공격한 것을 보고, 적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했다.
“두 분은 저희와 함께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예소더도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는 불쑥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말했다.
“비나님, 기보르님 부탁드립니다.”
“몸이 근질근질했다고.”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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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에 진입하기 전
“하… 대장의 속을 정말 모르겠습니다.”
“예소더, 슬퍼하지 마십쇼. 대장은 언제나 생각이 있습니다!”
“그걸 우리한테 말하지 않아서 문제입니다.”
기보르가 예소더의 말에 동의했다.
“근데 다들 왜 여기서 이러고 계십니까?”
“부대장을 찾으러 왔어.”
좀 떨어져 있는 노마가 세심하게 말했다.
“근데 어디 있는지 몰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예소더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비나가 턱에 손가락 하나를 갖다 대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예소더는 광천에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습니다! 제가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나중에 부대장이 광천으로 올 것을 대비해. 미리 작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광천 호텔에 잠입하고 제 무전기를 광천 관계자 방에 갖다 놓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던 겁니까?”
“대장이 말했습니다. 조만간 부대장이 광천 호텔의 고용될 것이라고. 저는 그저 광천 관계자 집무실에 무전을 갖다 놓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다른 용병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대장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예소더의 말을 듣고 그들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노마를 바라봤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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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은 비나가 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용병단들은 명천의 관리인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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