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ㅇ...안돼..."
비몽사몽 간에 눈을 뜨자마자 그의 눈앞에는 시뻘건 피가 벽을 새로 도배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이미 털이 빨갛게 물든 흰색 털의 드래곤이 쓰러져있었다. 아직은 숨통이 붙어있는지 가끔씩 숨소리인지 신음소리인지 모를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상황의 제공자는... 살기가 가득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살인미소 중 단연 1위를 차지할 듯할... 진짜 살인미소를..
"꼬마야, 이제는 네 차례구나."
씨익 웃으며 그에게 다가오는 단도를 든 드래곤. 그의 앞에 쓰러져있는 드래곤. 그리고 지금 이 상황. 이 모든것이 납득 되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만큼 몸이 얼어붙은 그는 서서히 단도가 내 심장 안에 박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문득 드는 생각.
'내가... 왜 죽음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지?'
분명 그랬다. 사람이든 드래곤이든 태어날 것이다.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이라는 녀석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을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어째서 우리는 태어나서 죽어야만 하지? 그럴거면 왜 태어날까? 그리고 누군가에 의한 죽음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점점 이 상황이 납득이 안 가는 그에게 단도가 박힐 시간이었다. 순간 살기를 알아채고 정신이 번쩍 든 그는 '자신 안의 무의식'에게 나머지를 맡겼다. 한마디로 기절 .
푸욱-
한 드래곤이 털썩 쓰러졌다. 피가 사방에 튀기 시작했고, 쓰러진 드래곤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 드래곤은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진 자가 아닌, 단도를 들고 있던 드래곤이었다.
"왜... 왜 우린 죽어야만하지..?"
커헉-
단도로 한번 더 쑤셔박고, 두 번, 세 번, 네번, 다섯번... 해답이 풀릴때까지 난도질을 해버렸다. 그의 동공은 이미 그가 제정신이 아님을 경고하고 있었다. 동공을 풀려있지만 강렬했다. 서서히 붉은 색으로 눈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앞에 있는 피인지, 아니면 그가 사랑하는 프로스티가 죽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인지 모를.. 그런 색으로...
[다음 뉴스입니다. 한 가정집에서 일어난 극악무도한 사건인데요, 사건 현장에는 단도가 놓여있었습니다. 가해자는 두 마리의 드래곤을 죽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 단도에는 빨간 피로 적힌 '세상의 끝에서'라는 글자만이 그 현장을 그대로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지금 현재 경찰이 그를 수색중이며, 아직 잡지는 못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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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그녀를 찾은 건 그 해 겨울...
그 일이 있은 후 6개월도 더 지난 후였다.
"...아벨, 난 너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아.
네가 그 안에 잠들어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없거든.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어서 일어나.
...이딴게 끝이라고? 고작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게 인생이라면 우린 왜 태어난 거냐? 뭘 하려고? 이건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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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불멸? 영원? 그게 뭐든 간에... 내가 찾아낼거야."
이 세상 모든 것은 끝을 갖고 있다. 고작 100년을 넘기기도 힘든 우리 인생이 그렇듯,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네가 그렇게 말없이 누워만 있다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내가 증명하겠어.
그떈 너도 내 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거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마지막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다짐했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 끝이 없는 무언가를... 불멸의 무언가를 찾아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