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끄으응.... 여긴 어디지...?"
어느 사내가 무언가 속에서 입을 열었다. 아니, 텔레파시랄까?
그 자는 움직일 수 없었으니까. 몸은 거대한 빙결 속에 얼어
있었다. 자신이 누구 인지도. 왜 이 시린 얼음안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지만.그는 차마 이 얼음을 깨고 나가지 못했다. 보통 사람
이었다면 나가고 싶어 안달이었겠지만 그는 나가기 싫었다.
그는 이미 피부가 괴사하리만큼 오랫동안 얼음속에 있었고,
나가기 싫은 기억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시라도 빨리 이 얼음
을 깨고 나가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어버릴 일이었다.
"캥... 캐갱...."
누군가가 얼음을 곡괭이로 캐내가고 있다. 왜 이러는 거지? 나의
표정을 보면 나가기 싫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텐데. 왜
남의 일에 참견질이야? 하는 많은 생각들이 사내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 갔다. 그는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얼음을
캐내어 가고있는 누군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있지 않았다.
"컹... 캥그랑.."
곡괭이의 날이 사내의 목까지 다가왔다. 사내를 죽이려는 것
일까? 그러면 왜 굳이 곡괭이를 사용했지? 하는 만무한 생각이
또 사내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사내의 예상은 빗나가
고, 얼음은 깨져 조각들이 만무했다. 사내는 얼음속에서 나오게
되었고, 얼음을 깬 사람과 직면하게 되었다.
"넌 누구지...?"
사내는 이렇게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는 그 쪽이야 말로."
"모르겠군."
사내는 간략하게 말할 뿐 말을 길게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음을 깬 여자는 그에게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의 자기소개만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내 이름은 세리카. 너처럼 인간세계로 넘어가버린 드래곤을
회수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너는 기억도 잊은 것 같군.
그런데 이름은 뭐지?"
"모르겠다."
"널 왕궁에 넘기려면 이름이 필요하다. 네가 여기서 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
"그럼 카이트라고 해 두지."
"알았다."
여자의 표정이 이내 풀리고 어서 오라는 눈치를 하고 있다.
그러던 도중, 사내가 입을 열었다.
"드래곤이라는데 왜 인간의 형태지?"
"의인화 되었으니까. 드래곤의 세계인 유타칸에 가면 모습이
바뀌지."
여자는 이내 이리 말하고는 주문을 외웠다. 곧 여자의 손에서
신비한 불꽃이 생겨나고, 차원의 문. 즉 포탈이 생겨났다.
"들어가라."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인데?"
"압력이 높은곳이다. 죽을수도 있지."
"죽으면?"
"죽는거다."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사내는 그런 말을 듣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기 서라."
"싫다면."
"내 손에 죽는다."
여자의 손에선 발톱이 자라났고, 비늘이 돋아났다. 그녀는
용이 되어버렸다.입에서는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꼬리는
요동쳤다.
"헉...허억..."
용의 숨이 차올랐다. 마치 죽기 직전 같이. 그리곤 용이
꼬구라졌다.
"뭐지...?"
자신을 쫓아오던 용이 쓰러지자, 사내는 용으로 하여금
다가갔다.
"난 죽을때가 된 것 같다...."
"왜...?"
"인간 세계에서 변해버렸기 때문이지..."
"죽지마. 죽지 말라고."
"미안."
그런 말을 남긴 채 여자는 영원히 잠에 들었다.
"나도 죽지."
그녀의 곡괭이를 든 남자는 곡괭이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