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축축함으로 가득 찼지만 모든 이들이 잠에 빠져 있는 비 오는 새벽날.
늘봄은 초조한 듯이 집을 나섰다
집. 보통은 볼수 없는, 평소 버섯의 20배 크기 되는 버섯 모양의 집이랄까.
모형이 아니였다. 냄새도, 촉감도. 여차하면 먹을수도 있는 그런 아담한 집.
늘봄은 드래곤이라 해서 결코 크지는 않았다. 키는 인간만했고 길이는 평균 인간키의 1.5배정도.
버섯집도 늘봄의 크기에 비해선 아담한 것이였다
그녀는 결코 으리으리한 집을 원하지 않았으며, 물건을 사러 1시간은 걸어가야 할정도로 인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그렇다고 가난한 것은 아니다. 그저 그녀는 이런 걸 즐기는 부류에 속하는 자일 뿐.
이런 외딴 곳에서 혼자 여유와 함께 살아가고, 숲의 동물들에게(대부분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만)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며, 향기가 근처 마을까지 퍼질 정도로 많은 양의 꽃을 심는 것.
그녀의 일상은 대부분 이렇게 흘러간다. 지루하지도 않은지 그녀는 매일 상기된 얼굴로 꽃에 물을 주면서 새로운 씨앗을 심기에 바쁘다.
"어디보자..이건 코스모스, 이건 장미, 이거는 라일락....어머! 벌써 해바라기 싹도 돋았잖아?"
그녀의 정원은 아름답다. 샛노란빛, 붉은빛, 흰빛, 보라빛....사람들은 이곳을 지나가기만 하면 소름끼칠 정도로 빼곡하고 엄청나게 많은 꽃들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해 버리기 일쑤다.
사람들이 이 꽃들에 넋을 놓고 있으면 늘봄은 어느새 나타나 꽃들의 종류와 꽃말, 특징을 몇 시간동안 하나같이 설명해 줄 정도로 꽃을 사랑했다.
그렇다고 늘봄이 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을 지루해하진 않는다. 오히려 할때마다 묻지도 않았는데 상기된 표정으로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다.
솔직히 말해 지루한 건 늘봄 쪽이 아닌 설명을 듣는 쪽이다. 눈치보기를 잘 못하는 것인지 뭔지 늘봄은 불만스러워 하는 이의 얼굴을 보고도 계속 설명을 이어가는걸.
모두들 늘봄의 집착성에 혀를 내두른다. 그렇다고 늘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였다
사람들은 늘봄을 좋아했고, 그녀의 정원도 사랑했다.
지난번엔 도둑이 들었는데, 늘봄은 그이를 보고 헤죽거리며 정원으로 데려가 모든 꽃의 설명을 다 해 주었다. 마침 그때는 날이 좋아 엄청나게 꽃이 활짝 핀 때였는걸.
무단 침입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심하게 긴 그녀의 설명을 전부 듣고 도둑은 그제서야 늘봄의 영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보는 이마저 당하는 이가 도둑이라 생각될 정도로 착각할 만한 기다란 설교였다.
웃긴 건 이 늘봄이 생(生)의 상급 수호자라는 것.
처음 이를 봤을 때는 그 누구도 늘봄이 상급 수호자라곤 생각을 하지 못했었고,
늘봄도 자기가 상급 수호자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이들에게 높은 자로 칭송받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적어도 늘봄이 생각하기엔 그렇다. 그래서 대신 거추장스런 생활 대신, 이런 시골 생활을 택하게 된 것.
급하게 버섯집을 뛰쳐나간 늘봄의 손에는 질 나쁜 종이로 만들어져 있는 종이 봉투가 들려 잇었다.
늘봄은 그 종이 봉투가 비에 젖어들어가는 것도 못 본 채 초조하고 화난 얼굴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만 있었다.
그녀가 마침내 도착한 곳은 한 집이였다. 늘봄이 화난 얼굴로 크게 노크를 하자 집의 주인이 졸린 얼굴을 하고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용이다. 회색빛 도는 용. 가슴에는 기분나쁜 진한 회색의 문양이 있었고, 그의 머리 뒤쪽에는 흰빛의 무언가가 붙어 일렁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꺼려할 듯한 인상. 하지만 늘봄에게 그런건 중요치 않다.
"....뭐야...용인가....갑자기 뭔 볼일이야..."
그는 크게 하품을 하고 벽에 기대 서서 늘봄을 짜증난단 투로 바라보며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그의 소름끼치는 붉은 눈에 날카롭게 박힌 동공이 늘봄을 찬찬히 훑어보고 있었지만
늘봄은 아무 상관 없는 듯 그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소리쳤다.
"당신인가요?"
"뭐야. 다짜고짜 찾아와서 갑자기 당신인가요-라니."
회색빛의 용은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는 잠을 방해받은 것에 화가 났고, 어서 자고 싶은 마음에 되도록이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했다.
"이거 말이에요."
늘봄은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그에게 내밀었다.
물에 푹 젖어 종이봉투는 꼴사납게 보였지만, 주술을 건 것인지 찢어지지는 않고 있었다.
봉투에는 '루카온'이란 이름이 써 있었다. 아마 회색 용의 이름일지도.
그는 '이건 뭔데'하는 표정으로 늘봄에게 얼떨결에 받은 종이봉투를 찬찬히 살펴보았고,
종이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봉투를 펼쳐 내용물을 바라보았다.
종이봉투 안에는 볶은 콩과 볶은 팥이 들어 있었다. 내용물을 대충 확인한 루카온은 늘봄을 '이건 뭐야'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그런 거죠? 씨앗에 냄새가 묻어 있었다고요."
루카온이 '이게 뭔데 난리야'라고 하려던 참에 늘봄은 루카온이 뭐라 말하는 기색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점심에 콩을 볶았었지. 다른 용들이 맛있게 먹길래 자기도 한번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다 볶아진 콩을 먹은, 그때의 느낌이란. 이딴걸 왜 먹냐고 그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정말 그 볶은 콩은 맛없디 맛없었다.
그리고..그래그래. 이 콩들을 저 종이 봉투에 담아 동네 쓰레기통에 싹 버려 버렸지.
근데 이 꼬마는 도데체 왜 또 쓰레기통을 다 뒤져서 이 콩들을 가져와 난리를 치냔 말이다
"뭔데.. 왜 여기까지 와서 난린데. 콩이 ㅁ..."
"먹지도 않을 거면서 콩을 볶고서 버린 거에요?"
"그니까 내가 음식을 남기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음식을 남긴게 문제가 아니라 콩을 영양분으로 삼을 것도 아니고 쓸모도 없으시면서,
아주 다시 심지도 못하게 볶아놓고는 아주 말 한번 잘하시는군요!"
데체 뭔데 이 꼬마는
뭔지는 몰라도 엉뚱한 것에게 걸려버렸다.
제발 좀 자고싶다. 이런 녀석에게 나의 소중한 잠시간을 빼앗길 수가 없을뿐더러
어제는 조금 바빠서 자지도 못했단 말야. 기껏 푹 잘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이런 꼬마에게 그런 황금같은 기회를 빼앗기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싫은걸.
제발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루카온은 최대한 다정하게.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니."
"이 콩에게 사과하세요!"
젠장?
보는 이가 아무도 없...아니 꼬마 하나밖에 없다지만
콩에게 사과하는 건 너무 바보같은 짓이다. 죽어도 안한다.
"안할 거에요?"
안할거야 콩에 환장한 꼬마..라고 말하고는 싶지만
그랬다가 싸우게 되면 또 곤란해진다.
거기서 또 누가 보면 나는 깡패라는 인상을 받게 되겠지.
모습도 살짝 험상굳은데 여기와서 싸우면 곤란하게 될 것이야
"안할 ㄱ.."
"안할거야!"
그의 소리침에 늘봄은 조금 놀란 건지 살짝 뒤로 물러났다.
루카온은 은근슬쩍 승리의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늘봄은 그를 무서워한게 아닌듯하다.
오히려 더욱 화가 난듯이 보였고. 불안하게시리 웃음마저 짓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보다 착 가라앉은 목소리다. 뭐야 이러지 마. 이러면 내가 무서워지잖아.
늘봄은 고개를 숙인채였다. 무슨 표정을 짓고있는지는 잘 안보이지만
그녀가 진심을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우습게도 그깟 콩 가지고.
"그래서 쓸모없으면 그냥 심기라도 할것이지."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콩 볶은걸 가지고 싸우는게 벌써 2시간째다. 해는 이미 조금 떠버렸고,
이제 나의 잠시간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런 콩에 더럽게 집착보이는 꼬마에게.
"그걸 또 볶아서 뭐하는건데요"
".....!"
웃고 있었다!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아니, 순수한 웃음보다는 소름끼치는 웃음에 가까웠다.
귀신이 웃는. 그런 웃음....소름끼치디 소름끼친...그런 웃음!
그리고 미처 느끼지 못했었지만,
이녀석. 생각보다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다.
그녀의 살기에 그녀 주위 식물들이 눌렸고, 그녀 주위에 오라가 일렁였다.
아아. 이제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불쌍하게도. 내 스킬의 희생자가 되겠구나.
"콩 하나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녀가 손을 왼쪽으로 강하게 뻗자 아래에서 두꺼운 줄기가 올라와 회색 용의 다리를 휘감는다.
강한 마력이였다. 일반인은 흉내내지도 못할 거대한 마력..!
루카온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손을 하늘로 뻗어 붉은 마력을 모아온다.
한방승부다. 늘봄은 브레스를 준비하려는 듯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마력을 집중해왔고, 루카온은 붉고 거대한 마력을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거대한 마력덩어리를 던졌다-
늘봄은 온몸이 그을음으로 얼룩져서는 그 검은 얼룩을 닦지도 않고 씩씩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으며, 루카온은 짜증날 대로 짜증이 난 듯한 모습으로 문을 쾅소리나게 닫으며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둘의 볶은 콩에 대한 싸움은 대략 마무리 된 것.
하지만 그게 아닐지도. 둘은 서로 만나질 않길 바라고 있었지만-
2년 뒤였다
수호자의 섬 루보르에선 매 3년마다, 빛계열과 어둠계열에 속하는 수호자들끼리 서로 만나서
1년동안 지내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뭐 1년이라 해봤자 같이 일하고 그러는 1년인데다, 기본수명 1000년인 드래곤에게 1년이란 터무니없이 짧은 기간이였다. 그리고 그렇게 만날 일도 없는걸.
대부분의 수호자들은 이 행사를 지루한 행사로 여겼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상급 수호자 늘봄은 웃음기 가득한 눈빛으로 루보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돌리면서 인사하고 다녔다.
선물이라 해봤자 별거 아니였다. 그저 해바라기 씨나 라일락 씨-
수호자들은 이런 선물을 늘봄에게 받을 대로 받아본 터라, 그렇게 신기한 것도 아니라
영혼없는 표정으로 늘봄의 선물을 응 고마워 이렇게 한마디 하고 받아들이기만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쓸모없다고 버리는 바보가 있다면,
그것은 늘봄의 화를 일으킬 것이다. 누가 말려도 그녀는 그녀의 브레스 한방을 날릴 것이고,
당하는 이는 늘봄에게 죽도록 사과해아만 하겠지. 그리고 늘봄이 보는 앞에서 집 앞에 씨앗을 심어야 할 것이다.
드디어 시간이 다 되었다.
먼저 어둠,빛 계열의 수호자들이 나란히 서서 악수를 나누는......?
"우아아아아아아ㅏ악?!"
늘봄의 비명에 다른 수호자들은 일제히 늘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늘봄은 부끄럽지도 않은지 다시 큰 목소리로 반대편쪽의 한 용을 보며 소리쳤다.
"콩 살인자씨 왜 여기에?!"
콩 살인자.
늘봄이 바라보고 있는 이는....바로 그때 그 용이였다
머리 뒤에 흰빛의 무언가가 일렁였던 회색 용.
소름끼치는 붉은 눈을 가진 그 회색 용.
바로, 회색 용 루카온!
"뭐냐 꼬마녀석? 너도 수호자였어?"
루카온도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이 꼬마애가 수호자일 줄은.
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정신병잔줄 알았는데?
이런것도 우연이다. 저녀석은 데체 뭔 수호자냐. 정신병자 수호자?
그딴건 없을텐데. 무슨 바보같은.
그 둘의 비명이 그치자 회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식을 진행하러 오신 수호의 신룡은 연신 헛기침을 해 대었고,
빛과 어둠을 대표하는 두 수호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이렇게
루카온과 늘봄의 어처구니없이 엉뚱한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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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늘봄x루카온 첫만남썰 풀어보고 싶엇는데 이따구로....하하하ㅏ하ㅏㅎ....
소설ㄹ은 오랫만이로군요! 오랫만에 써봐서 그런지 스토리가 쓰레기같다 으ㅏ앙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