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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탄생 (3) - 탐욕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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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312
  • 작성일2014.09.03

탐욕은 수많은 죄를 부른다. 식욕, 색욕, 재욕, 권력욕 등.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죄들의 악함을 다 모아도 탐욕 자체가 불러들이는 악과는 비교할 수 없다. 탐욕은 수많은 희생자들도 낳는다. 죄인이 자신의 탐욕에 잡아먹히는 일도 있을 지경이니. 하지만 가장 죄스러운 탐욕은 바로 남을 잡아먹는 탐욕이다. 그 탐욕의 죄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리니.


◆


"이봐, 아벤 지오르네. 언제까지 돈은 안갚고 버티시려고 그러시나! 어?! 돈이 없으면 니 딸이라도 팔아서 갚아야 될 것 아니야!"

"죄송합니다! 하지만 딸아이만은...!"


터질 듯 한 옷을 입고 선 부자는 자기 주변에 있는 하수인들의 대사를 꼼꼼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앞에 있는, 자신과는 대조적인 사내의 말도. 무릎이 강제로 꿇려진 사내는 하수인들에게 눈물로 사정하고 있었다.


"안되면 니 부인보고 저기 뒷골목에 가서 벌어오라고 시키던가! 아니면, 그래. 니 얼굴 곱상하니까 귀부인들한테 빌붙어도 되겠네!"

"하지만, 그런 일은..."

"이게 오냐오냐 해줬더니, 아주 기어 올라오네?"

"최대한 빨리, 이자라도..!"

"시끄러워! 이자건 뭐건 이번 달 안에 돈 못가져오면, 아주 끔찍한 꼴을 보게 될거야! 아바리스 공작님, 가시죠. 이런 지저분한 장소엔 머물 필요가 없습니다."

"허허. 그래. 그러지. 가면 내 옷을 좀 빨으라고 시켜야겠어. 먼지가 묻어서 말야. 역시 서민들이란."


거구의 부자가 뒤뚱거리며 자신의 하수인을 데리고 나갔다. 가족들은 무력하게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생계가 어려워 그들의 돈을 빌려서 연명하고 있었는데, 돈을 빌린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아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여보...어쩌죠?"

"모르겠어...아무것도......"

"아빠 힘내. 내가 엄마 가게에서 열심히 일할께. 응?"


아빠라고 불린 그 남자는 정신이 몸에서 빠져나간 듯 보였다. 근육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이는 마른 몸에서는 생기라고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나치게 창백해서 시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의 창백한 얼굴과 대조되는 선명한 푸른 빛의 눈은 마치 죽은자의 그것과 같았다. 계속 시달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생기가 없어지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빠. 일어나. 밥 먹자. 나 배고파-"

"응...우리 예쁜 셀린이 배고프다는데. 그래야지. 여보. 부탁해요. 밥상 좀 차려 줘. 난 정리를 해야 하니까."


아내는 알았다는 신호를 보낸 후 식사를 준비했다. 흩어진 책과 두루마리를 정리한 그는 다 떨어져가는 집 천장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하......내가 그 때, 어디 아팠던게 아니었을까...돈이 아무리 궁해도..."


그는 흑마법사였다. 특히 영혼과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통달해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마법대학의 고위마법사가 교체된 뒤, 그는 흑마법사라는 이유로 쫒겨났다. 그 이후 그는 아내와 함께 작은 가게를 꾸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딸아이가 태어날 무렵, 갑작스러운 경기 불황으로 가게가 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급한 나머지 그 부자의 돈을 빌린게 잘못이었다. 그는 여유롭게 갚아도 된다 하며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빌려주었지만, 한달이 지나자 갑자기 이자를 엄청나게 올리더니 이젠 한달 안에 갚으라는 불가능한 소리를 했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그 때의 자신을 저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여보. 밥 먹어요. 반찬이 맛있게 됐어요."


아내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그는 밥상 앞으로 갔다. 고작 간단한 반찬 3개가 전부. 하지만 그걸로도 만족했다. 잠시라도 행복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그곳이 불지옥이라도 좋다는 생각을 가진 그였으니까.


◆


몇일이 지났다. 가족들은 그간 모인 돈의 액수를 세었다. 세어보니 원금의 반은 갚을 수 있는 돈이 모였다. 그들은 회의 끝에 일단 그것부터 주고, 나머지는 기간을 연장받은 뒤에 갚기로 했다.


"여보. 다녀올께."

"조심해요. 어디 다치지 말구요!"

"아빠 다녀와!"


그는 딸과 아내의 목소리에 힘을 얻었다. 마법대학 시절부터 입던 로브를 걸치고 그의 집 문앞으로 향했다.


"누구신지요."

"아벤 지오르네 입니다. 그간 모인 돈 만큼이라도 갚을까 해서 왔습니다."

"아. 들어오시지요."


그는 집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손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 방의 문 앞에 있는 거대한 황금 드래곤을 보고 감탄했다. 그러자 집사가 그 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저 용은, 주인님께서 세기의 금 세공사에게 부탁해 따님의 생일날 드린 선물입니다. 어때요. 멋지지요? 그분의 재력이 이정도입니다."


그는 아바리스 공작을 기다렸다. 이내 도착한 공작은 그 돈의 액수를 보고는, 실망했다는 듯 보였다.


"자네, 이게 전부인가?"

"집 안에 있는 돈을 다 끌어온 겁니다."

"음. 그렇군. 그럼 앞으로 2주 남았네."

"예? 전에는 한달이라고..."

"시끄러워! 채무자면 채무자답게 입 다물고 내 말이나 들으란 말이야!"


아버지가 소리치는 소리에 나온 딸이 문 앞에 서서 아빠에게 소리를 지를 때 까지, 공작은 채무자에게 계속 독촉하며 언성을 높였다.


"아빠! 그만해!"

"엇, 언제 나와 있었니? 엘리자베타?"

"아빠 못됐어! 저 사람 아픈 사람이잖아! 그런데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는 그제서야 아벤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깨달았다. 원체 창백했던 피부에서, 혈색이 더 빠지니 정말로 환자처럼 보이는 아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자의 외동딸이 보였다. 강인한 느낌의 드래곤 상과는 상반된 느낌의 여리고 가냘픈, 그러면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깃든 모습.


"어이구. 몰랐네. 미안하다, 엘리자베타. 이 아저씨가 많이 아픈 줄 몰랐어."

"흥! 아빤 나쁜 사람이야! 아픈 사람한테 막 소리지르구! 그 사람이 들고온 주머니 무거워 보이던데! 아픈데도 무거운걸 막 들고 왔는데 아빤 소리나 지르고! 아빠 싫어!"


딸아이는 문을 쾅 닫고는 방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기색을 보였다.


"지금 내 딸 때문에 소리 못지르는 거지만, 2주안에 못갚으면 그 때는 무시무시한 꼴을 보게 될껄. 죽여달라고 하고싶을 정도로!"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선 아벤을 내쫒았다. 아벤에게는 고민거리가 늘었다. 2주라니. 그 안에 어떻게 저만큼의 돈을 모은단 말인가. 저걸 모으는 것만 해도 6달이 넘게 걸렸는데.


"하아......"


깊은 한숨이 지옥 문 쪽 정원에 닿았다. 그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딛고 설 대지를 잃은 사람의 모습같았다.


◆


잠시 혼란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방황했던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없었다. 대신 딸아이 혼자 어질러진 집 안에서 훌쩍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빠! 그때...그 아저씨들이...와서...엄마를...아아앙-"


그 뒷말은 들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탐욕스러운 돼지가 자기 아내를 납치한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그는, 일단 딸아이를 안심시키기로 했다.


"딸. 울지 마. 아빠가 가서 엄마 데려올께."

"그치만, 아빠는..."

"괜찮아. 아빤 의외로 강하거든. 금방 엄마 구해올테니까, 걱정 마. 알았지?"


아벤은 딸의 걱정섞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지옥에 들어섰다. 그 곳에서, 그는 아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끔찍한 몰골이었다. 그때 그 하수인들이 무차별적으로 때린 것이 분명했다.


"여보! 어떻게...어떻게..."

"그...사람...들이...."

"일단, 병원부터..!"


아내를 업고 집 근처를 지날 무렵, 그는 아내의 숨이 갑자기 느껴지지 않음을 알아챘다. 그의 아내는 심한 출혈을 견디기엔 너무 연약했다. 바닥에 아내를 눕힌 그는 거미줄보다도 가냘픈 희망에 대고 기도하고 있었다.


"여...여보....정신 차려봐. 응? 제발...."


그는 절규했다. 도대체 그놈의 돈이 뭐라고 내 아내를 가져가는가. 아무리 울어도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혼에 관해선 전문인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눈물이 피와 섞여 섬뜩하게 아름다운 진홍빛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딸아이를 자각했을 때, 그는 이미 반쯤 무너진 마음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자신에겐 아직 딸이 있었다. 그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 다시 열심히 살아가자고 그는 다짐했다.


◆


한 주가 흘렀다. 그는 오늘도 임시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안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집에 들어서자, 반갑게 자신을 맞이해야 할 딸이 없는 것을 제외하면.


그는 딸을 잡아간 것이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리고 다시 지옥으로 향했다.


딸아이는 지옥에 없었다. 대신, 살찐 부자, 아니 인간 가죽을 뒤집어 쓴 악마가 그를 맞이했다.


"그래. 돈은 준비했겠지?"

"내 딸! 내 딸은 어디로 갔어! 당장 말해!"

"어라, 돈은 없어? 그럼 네 목숨이라도 내놔. 여기 온 이상 넌 이제 두가지 선택지만 남은거야. 돈을 내놓거나, 죽거나."


그는 가진 것 없이 왔기에 죽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 딸아이가 아마 영원히 저들 손에 넘어갈 것은 자명한 일. 몇분이나 지났을까.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ㅈ...집에 있는 걸 가능한 대로 가져와 볼테니...기다려....기다려주시오. 딸은 분명 안전하겠지요?"


그 때, 한 시종이 다가와 아바리스 공작에게 말했다.


"그 예쁘장한 여자애. 팔렸는데요. 여기, 돈입니다."

"흠. 그래? 자. 네 딸이 팔려 나갔다고 하는군. 이걸로 채무는 없네. 원금하고 이자 빼고, 남은 돈은, 여기."


공작은 짤막한 손가락으로 금화 몇푼을 던져 그의 앞에 떨어뜨렸다.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한 듯 바닥의 금화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자, 이제 쫒아내게."


지옥에서 쫒겨난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신에게 자문했다. 저런 자의 피를 타고 난, 그리고 저런 자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은 인물이 살 가치가 있을까 하는 질문. 그는 집으로 향했다. 그는 찬성인지 반대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걸음걸이가 조금 휘청였지만 그의 정신은 지나치리만치 또렷했다.


◆


집으로 향하는 그의 눈에 과거의 환영이 비췄다. 가게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자신과, 그 거리에서 있었던 가족과의 정다운 추억이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는 아직 자문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안방의 진열장에서 자신의 과거 연구 성과인, 인간의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검은 영혼석을 꺼내 품안에 넣었다. 부엌에서 그는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걸 기다리는 자신과 딸의 모습도. 집어든 칼에서는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자신의 연구실에 발을 들인 그의 눈에 자신을 위해 그 작은 손으로 직접 깎은 과일을 탁자위에 올려주는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읽지 않았던, 자기가 익힌 흑마법의 정수를 꺼내들었다. 아직 실력은 녹슬지 않았는지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책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멋모르고 읽던, 하지만 자신을 닮은 푸른 눈에 호기심을 가득 띄고 열심히 읽던 셀린의 모습이 책장 속에서 보였다. 그는 아직 몇분 전의 자문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결정할 수 있을 듯 했다. 그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가 가진 마음의 부스러기 전부였기에. 그에게는 광기밖에 남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 광기는 더욱 강했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건 실험이야. 내 최고의 역작을 실험해 볼 절호의 기회라고. 큭큭큭큭...크하하하하하!"


◆


복수자는 지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나 이번엔 목적이 달랐다. 전에는 지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번엔 지옥의 군주, 사탄에게 절망을 가르쳐주려는 것이었다. 지옥의 수문장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간단한 흑마법 주문 정도면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신성력이라곤 없이, 돈만을 쫒는 그들에게 흑마법은 속삭였다. 저들을 죽이면 네가 그들의 돈을, 공작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고.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자극당한 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눴다. 그는 다시 웃었다. 이 상황은 그의 눈에 마치 광대극 같았다. 모두가 자신의 조작에 맞춰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복수자가 금빛 조각상의 방에 들어섰다.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던 악마의 딸이 그가 들어오는 소리에 깨어났다. 악마의 딸에게 침묵 마법을 걸었다. 아마 그가 풀어주기 전까진 찍 소리도 못낼 것이다. 그는 악마의 부인이 잠든 방으로 갔다. 악마의 부인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가 문을 여는 것도 모를 만큼. 그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악마의 부인은 괴로웠는지 소리를 질렀다. 허나 복수자는 그녀가 그러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악마의 딸을 데려온 후 둘을 속박 마법으로 묶었다. 그러고선 꼬마 악마에게 걸린 침묵을 풀었다. 두 악마가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그는 그것도 광대극의 일종이라는 듯 웃어댔다. 여전히 광기어린 웃음. 공작이 비명소리를 듣고 놀라서 달려나왔다. 경비를 불렀지만 경비들은 자기들의 어두운 욕망을 표출하는데에 바빴다.


"이것들이...돈 좀 먹여놨더니 자기들끼리 칼싸움을 해?"

"큭큭큭큭...지금 그게 문제가 아닐텐데?"


그는 칼을 악마의 아내의 눈 바로 앞에 겨눴다. 눈이 찔리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아내는 제 명을 늘려달라는 부질없는 소원만을 계속 빌 뿐이었다. 남편도 제 부인을 살려달라는 부질없는 소원만을 빌어댔다.


"시끄러워......집중할 수가 없잖아!"


그는 가차없는 몸짓으로 악마의 아내를 찔렀다. 그 느낌이 복수자에게 꿈처럼, 허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옆에선 꼬마 악마가 소리를 질렀고, 사탄은 절규했다. 복수자는 잠시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으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래. 이 예쁘장한 꼬마 악마를 어떻게 해줄까...!"

"제발! 뭐든지 드리겠소! 제발 그 아이만은...힘들게 얻은 아이란 말이오!"

"흐음-?"


복수자는 짐짓 흥미로운 듯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거기엔 실망스러운 말 뿐이었다.


"내 재산 중 가장 값나가는 걸 드리리다. 아니면 재산의 십분의 일을 원하시오? 그래도 드리지."


복수자는 말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이.


"아직도 모자라시오? 그럼 내 재산의 반을 드리리다...어떻소?"

"큭큭큭...정말이지...하나같이 오답만을 말하고 있잖아? 이거 뭐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아니, 그럼 전부를 원한단 말이오? 그건..."

"이번에도 틀렸어...내가 원하는 건 그 따위 금쪼가리가 아니야.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모양이지?"


한때 지옥의 군주였던 그가 지금은 서민에게, 그 중에서도 빈민이었던 자 앞에 굽실거리고 있었다. 복수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눈에서 잠시나마 슬픔과 분노가 뒤섞였다.


"내가 원하는 건...네가 팔아먹은 내 딸이란 말이다...! 내 예쁜 딸, 셀린이란 말이야...!"


셀린. 그 이름이 공작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그리고 생각해냈다. 지금 이 잔인한 사내는, 자신이 돈을 빌려주었던 연구자 나부랭이였다는 사실을.


"설마, 아벤 지오르네...?"

"아하하하- 바로 맞췄군. 머리가 장식은 아닌 모양이야?"


복수자, 아니 아벤은 그를 비웃었다. 조롱섞인 목소리로, 그는 자신이 가져온 칼을 그에게 던졌다.


"자, 나를 한번 찔러보시지. 그렇게 화가 나신다면야...!"


공작의 눈에 순간 피가 서렸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이성을 되찾았다.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릴 지 모르는 일. 일단 그는 자신을 되찾은 후 복수자를 응시하며 칼을 다시 그에게 보냈다.


"그래. 화가 나는 바야. 하지만 내 딸의 목숨이 걸려 있는데, 분노에 몸을 맡겨선 안되겠지. 한마디로, 광기에 몸을 내맡긴 너와 나는 다르단 말이다...!"


아벤은 그 말에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다시 눈에 광기를 띄고 칼을 집어들었다.


"칼을 되돌려줘? 하- 머리가 나쁘네."

"아니. 너한테 선택권을 주는 거야. 딸을 풀어주고 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복수자가 다시 웃었다. 지금 공작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목숨이 아까웠다면 오지 않을 장소였다. 그런데, 목숨'만'을 살려주겠다고? 당치 않은 소리. 그는 품에서 검은 영혼석을 꺼내들었다. 부자는 그걸 보더니 다시 탐욕스러운 눈으로 변했다.


"오호...블랙 다이아몬드인가. 그 귀중한 물건이 너희 집에 있는 줄 몰랐는데. 그래. 딸을 잃고 보석을 지키니 기분이 어떠신가? 아,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그 보석, 내가 갖지. 물론 댓가는..."


복수자는 말이 없었다. 대신 말없이 소악마를 찌를 뿐. 딸의 영혼이 검은 영혼석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봤을 때, 공작은 이미 늦었음을 직감했다.


"뭐...사람의 영혼을 담는 영혼석..?! 그런게 어떻게."

"그래. 없었지. 내가 만들기 전엔 말이야."


그 뒤, 칠흑빛 영혼석이 부서지고 딸의 영혼은 금빛 드래곤상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금빛 드래곤이 말을 하며 숨을 쉬기 시작했다.


"ㅇ...아빠?"


쇳소리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는 금빛 조각상. 공작은 정신을 되찾고 딸아이를 불렀다.


"에...엘리자베타! 너니? 너 맞아?"

"아빠! 어떻게 된거야? 내가 아빠보다 키가 커! 그리고...어라, 아픈 아저씨! 왜...?"


그녀는 자신이 아빠보다, 심지어 아파보이는 아저씨, 아벤보다도 키가 커진 것을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그녀가 자기 손을 보고 나서야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꺄악-!! 어떻게 된거야! 내가 왜 조각상이 된거냐구-!! 아빠! 어떻게 좀 해줘-"


복수자가 웃어댔다. 마치 코미디라도 보는 듯이. 그는 마치 웃음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웃어댔다. 그 부자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듯 딸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이 또한 그가 준비한 유흥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공작이 딸의 손을 잡기 직전, 이차원으로 그녀를 보내버렸다. 눈 앞에서 사라진 딸을 보고 그는 완전히 부서져버린 듯 풀썩 주저앉았다.


"아...엘리자베타...내 딸이..."

"그래, 딸을 잃고 돈을 지키니 소감이 어떠신가? 아,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내 딸, 내가 데려가지. 물론 댓가는 있고. 네 아내를 살려주지...어때?"


복수자의 광기어린 목소리가 공작에게는 부드러운 유혹의 손길로 느껴졌다. 그는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당신의 딸은...그래. 내 친구, 사디시트 공작에게 갔소. 이제 내 아내를..."

"사디시트 공작..."


그는 아내를 살려주었다. 물론 아내는 그가 주변에 있는 동안은 예전처럼 살아 움직였다. 그러나 그가 사디시트 공작을 찾기 위해 떠나버리자, 그녀는 파스스 무너져 내리더니 잿더미로 변했다. 부자는 더 이상 창고의 황금따위에 의지할 수 없었다. 창고로 들어가자 밧줄이 보였다. 그게 그의 머릿속에 남은 선택지의 전부였다.


◇


이차원으로 떨어진 엘리자베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어둠. 어둠 뿐이었다. 깜깜한 어둠은 그녀에게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아빠-! 아빠 어딨어-! 도와줘! 아픈 아저씨-! 꺼내주세요! 무서워요!"


하지만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밑을 보니 심연이요 위를 보니 어둠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그녀의 발이 있는 곳을 지나 아래로 떨어졌다. 그 장면을 본 그녀는 겁이 났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뚝 떨어져서 심연이 자신을 꿀꺽 삼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때, 공간을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누구냐. 어찌 이 세계로 온 것이냐. 마치 나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생겼구나."


그녀는 그 목소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래. 가엾은 존재야. 나는 창조하는 신 아모르. 내 오늘 너를 낳았노라. 내가 오늘부터 너를 나의 자식으로 봐주리라. 자. 문으로 나가라. 그곳에 네가 살 곳이 있으리라."


그녀는 문으로 향했다. 그 뒤에 무엇이 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불안을 떨친 그녀는 문을 열었다. 유타칸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


(결론 : 착하게 살자)

하 여러분 큰일났어요 카타가 요즘 지나치게 하이텐션인가 봅니다 어째 영 오글오글오글5글5글한 소설만 나오고 있어요 으아아아 시공간이 오그라든다아아아아아아아


역시나 이번에도 미흡한 소설이지만 잘 봐주시구요! 카타가 드래곤을 많이 모르기 때문에 신청룡 받습니다!(사실 도감 15%도 못 모았대요 그 15%도 사실 알로만 모았대요 얼레리꼴레리) 카타는 온갖거 다 받는 오픈된 여자니까 맘껏 찔러주시죠 단 당첨은 랜덤입니다 :)


그리고 아직 많이 이를지도 모르겠지만 Q&A도 받아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타는 오픈된 여자니까 뭘 물어보든 가르쳐드릴 수 있어요 카타가 소설 쓰는 과정부터 탕수육 부먹인지 찍먹인지까지 :)

(그리고 아무도 안물어봐주셨다고 한다.)


(아니 그리고 씁 '미1친'이 밴이라고 '미1친듯이까지 밴먹이는 하이브로 클라스 진짜 뭡니까. 덕분에 소설 뜯어고치느라 느낌도 바뀌고 진짜 대 난리쳤네요. 덕분에 아벤 심리묘사때 고생좀 했습니다 하이브로양반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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