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른했다.너무나 나른했다.
마지막 따스함을 담은 10월의 햇빛이 창가 자리에 앉은 나를 비추었고,차갑지 않은,기분 좋게 시원한 바람이 열린 창문으로 솔솔 새어들어왔다.
흡사,물에 젖어 축 늘어진 솜이라고 해야 할까.교실 앞 칠판에서는 그 특유의,사투리 비슷한 말투로 인해 \'인자\'라는 별명이 붙은 과학 선생님이 열심히 뭔가를 말해대고 있었다.그래 봤자,반 아이들은 나와 같은 상태였다.몇몇 \'엄친아\'로서 그들의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아이들만이 선생님의 말을 듣고 있을 뿐이다.
비몽사몽간에 노트에 뭔가 끼적여대고 있던 나는,문득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아니,이 \'세계\'라는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지루한 일상을 벗어난 앨리스처럼 나를 쳇바퀴에서 꺼내 줄 하얀 토끼같은 존재를 간절하게 원했다.혹시,그것이 한여름밤의 꿈일지라도.
이런 상상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에서 그곳에 있지 말아야 할 것을 발견했다.그것은 나에게로 점점 다가왔다.
\'나한테만 보이는 건가?\'
멍하니 창 밖을 쳐다보는 앞자리 여자애의 표정에 놀란 기가 없는 걸 보니 저건,분명 나만 볼 수 있는 거였다.
\'드디어 내가 맛이 간 게로구나.\'
검은색의 구멍이 마침내,내 앞까지 도달했다.없는 것처럼 벽을 통과해 다가온 블랙 홀은,내 몸과 정신을 쭉 빨아들였다.내 마지막 생각은,놀랍게도 이 블랙 홀이 하얀 토끼가 되어주길 바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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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멍 때리고 있다가 생각해낸 겁니다..나중에 스토리 구성 짜내서 연재해보려고요.시험 끝난 잉여 중딩은 이만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