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소설 게시판

목록
[단편]손가락
2013-12-07 20:28:35
 

 

퍼득-퍼득-

 

 

"...아아...아침인가,"

 

연거푸 감길듯 말듯한 눈커풀을 견뎌내지못한듯, 그자리에서 그대로 몇여분을 꾸벅거렸던 나는 둥지 지푸라기를 짚고

겨우 한번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아마 이리 상쾌하고도 맡고만 있다면야 어제건 지난달이건 모든 고민을 잠깐이나마 씻어내주는 아침 공기를

싫어하는 생물이, 이 땅 위에 있기나 할까.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하고는 연거푸 헛기침을 하며 오늘도 조용히 둥지를 떠나 해안가로 향한다.

 

 

나는 퍼플립스 드래곤. 얼마전 겨우겨우 출산을 성공하여 두마리의 어린 새끼를 바다에서 동떨어진 동굴 안 둥지에서

조용히 기르고 있는, 그저 평범한 어미이다.

며칠전부터 갑자기 머릿속까지 울릴정도로 심한 기계음을 내며 해안가에서 개발을 시작한 인간들 때문에,

지금은 겨우겨우 육지에서 호흡하며 이렇게 아침마다 해안가로 향해 물고기를 몇마리 물어가는게 내 아침생활의 전부이다.

 

 

...하긴 어딜가나 저런 여리고 작은 새끼한테 포식자 한두마리씩은 있는 법이니까.

육지보다야 훨씬 위험한 바다를 생각할때면 딱히 동굴에서의 생활도 나쁘진 않다.

 

 

그렇게 해안가에 도착한 나는 우선 건조해진 지느러미를 재빨리 물에 집어담그고는 세차게 흔들어댄다.

 

 

첨벙-첨벙-

 

"...오늘도 오른쪽 지느러미가 유난히 말라붙었네...육지생활은 역시 잠깐이나마 육아생활에만 도움이 되지,

이대로 지속되다간 독이야 독..."

 

 

그리고 물결에 닿아, 가을철 논의 벼 잎사귀처럼 한층 파릇파릇해진 지느러미를 만족스러운듯 꺼내보이며

사냥을 시작한다.

 

 

"인간이라는 것들이 개개인의 이익이나 탐내고 말이야...으휴...오늘도 기름이랑 폐품들밖에 안보이네...

요새 통-,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서 문제야...날을 잡아서 용들이 죄다 입에 침을 가득 묻혀봐야 인간이

겁을 먹든가 말든가 하지..."

 

투덜거려봤자 소용없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절박한 환경에서는

누구 하나의 잘못을 끄집어내어 탓할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안그래도 힘든 나에게 자유라는게 전혀 보장되지 않는 기분이니까...

 

 

 

그렇게 내 생각으로 약 1시간 반이 지났다. 작은 고기 하나라도 잡아볼려다가 물만 첨벙거려본 느낌이다.

 

 

드드드득-

 

 

내 뒤에서는 인간들이, 한창 첨벙거리며 새끼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새끼들의 어미는 신경도 안쓴채

그저 철근을 더 가져오라는둥, 설계도에서 오류가 있다는둥의 전혀 쓰잘데기없어 보이는 소리를 짓걸이고 있다.

 

 

"아...오늘도 전혀 수확이 없으면 새끼들이 위험한데..."

 

그렇게 지금쯤 동굴안에서 배고픔에 시달려 괴로워하고 있을 새끼들을 생각하니, 어미라는 생물인 나는

조바심만 가득한채 쩔쩔매고 있었다.

저...저 기계음만 없었더라도,

저런 개발만 안했더라도...이곳 해안가도 아직까지 생기 넘치는 곳이였을텐데...

불안한 나머지 모래밭 위에서 지느러미만 퍼덕거리고 있던 내 눈에 그때 들어온것은,

 

해안가에서 조용히 낚시를 즐기고 있는 한 늙은 인간이었다.

 

그 노인은 누가 보더라도 새하얀 눈밭을 연상시킬 정도로 새하얗고 짧게 꼬여있는 콧수염을 가지고 있었으며,

코 위에 걸려있듯이 삐뚤어진 안경을 쓴채 낚싯대만 걸어놓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마도 새끼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배고픔으로 인해 거의 미쳐있던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끓어 올랐다.

 

 

나는 드디어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을 떡하니 벌린채, 그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푸지익-...

 

 

그 노인은 별안간 귀청이 찢어질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그렇게 모래밭위에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내 입안에는 허전해진 그의 손에 달려있던 손가락들이 불그스름한 핏빛을 띈채 들려있었다.

다행히 기계음 덕에 개발중인 인간들은 비명을 못들은듯 하다. 나는 서둘러 새끼들이 있을 동굴로 향했다.

 

 

그순간, 내 머릿속에서 갑자기 스쳐지나간,

내가 어릴때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아무리 역경에 처해있어도, 힘든 상황이라 하여도 절대로 인간은 먹으면 안된디야.

어젯날 일을 전혀 기억못한다고 하드라고. 하여간에 너도 나중에는 새끼 낳아부르고 어미가 될틴디,

아무리 용이라지만 인간을 먹이로 탐내지는 말도록 하드라고."

 

 

그러나 뭐 어떤가. 그래봤자 이건 그저 손가락 몇개일 뿐이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버릴듯 말듯한 이 식감을 떨쳐낸채 나는 그렇게 무사히 동굴 안으로 기어들어왔다.

 

 

"끼이-끼이-!!"

 

우렁찬 울음소리...아직까지 내 새끼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깨닫고,

그제서야 한층 안심하게 된다.

 

"우리 새끼들...지난번에 먹던 물고기는 잡아오지 못했어...

엄마가 미안해..."

 

 

그렇게 나는 나의 새끼들에게 먹이고 남은,

손가락 몇개를 바로 집어삼켰다.

 

 

 

 

 

퍼득-퍼득-

 

 

다음날, 매일 듣던 새의 날갯소리가 귓가를 간지른다.

 

"...아아...아침인가,"

 

연거푸 감길듯 말듯한 눈커풀을 견뎌내지못한듯, 그자리에서 그대로 몇여분을 꾸벅거렸던 나는 둥지 지푸라기를 짚고

겨우 한번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아마 이리 상쾌하고도 맡고만 있다면야 어제건 지난달이건 모든 고민을 잠깐이나마 씻어내주는 아침 공기를

싫어하는 생물이, 이 땅 위에 있기나 할까.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하고는 연거푸 헛기침을 하며 오늘도 조용히 둥지를 떠나 해안가로 향한다.

 

 

 

"오늘은...물고기 몇마리라도 꼭 잡아가야하는데..."

 

두마리의 퍼플립스 드래곤 새끼를 가진 나는, 어미로서의 자부심만은 꽤 강한 그런 용이었다.

요 며칠간 잦아진 인간의 개발때문에 통 물고기를 잡아다주지 못했다...그렇다고 인간을 먹이로 줄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가에 흥건히 묻어있는 피를 닦아낸채, 물가로 뛰어들었다.

 

 

"이런...오른쪽 지느러미가 바싹 말라 붙었네...매일 이리 위협에 쫓겨 동굴에서만 생활하다보면 새끼들도 그렇고

내 몸만 망치게 될텐데...

그래도 오늘만큼은 물고기 몇마리라도 꼭, 잡아다 주어야지...다 새끼들을 위한 거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매일 상쾌하게만 하던 지느러미 씻는짓도 갑자기 멈춘채, 내 몸이 어딘가에 이끌리게 된다.

...아아...그제서야 내 머리가 어딜 향한지 깨달았다. 바로 저만치에서 바닷물에 손을 헹구고 있는 건장한 사내다.

 

그의 분홍빛깔 머리카락은 건장한 그의 몸과 너무나도 대조되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 이상황에서 내가 깨달은 분명한 사실 한가지는, 목숨 걸고 해야만 할 물고기 잡는 일을 내팽개친채

내가 저 사내의 손만을 계속해서 바라보다 못해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아...인간은...인간은..먹으면 안되는데...

또 한가지 이상한 것은, 어제의 일을 아무리 떠올리려 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새끼들은 아직 살아있나...?

그것보다 저 인간들은 무엇때문에 우리를 저렇게 힘들게 하나...?

나는...나는 무엇을 위해 그리 힘들게 물고기를 잡아 갔던 건가..??

 

 

그러나 그것은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잠시후에야 깨달은 나는 왠지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쳐버린다.

 

"푸흐...하하하하..!! 그래...이게 다 내 새끼들을...

 

새끼들을 위한 거니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입안 가득 담아온 왠 건장한 인간의 것이었던듯한 굵은 손가락과 발가락등을 물어담은 채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 새끼들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으며 흐뭇한 어미웃음을 지은채, 나는 멍한 표정으로 새끼들과 그

손가락, 발가락을 집어삼킬수밖에 없었다...

 

 

 

퍼득-퍼득-

 

 

아아...아침이다.

지긋지긋한 아침이 또 찾아왔다.

최근 그저께, 어제의 기억이 통 떠오르지는 않지만,

 

이번의 나는 본능적으로 사냥을 하는 듯이 입을 앞으로 쭉-내민채 이빨을 훤히 드러내고서는,

곧바로 입을 닫는다.

 

 

촤악-

 

 

입을 다물자마자 내 입안에 걸린 무언가가 피를 내뿜으며 버둥거린다.

그러나 그 버둥거림도 이내 멈추고야 말았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나는 곧바로 그것을 집 삼킨다.

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약한 신음소리를 내며 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아주 기분 좋았다.

 

 

본능적으로 느껴진 이 기분, 최근에 먹었던 무언가와는 식감이며 맛이 다른듯하다.

 

 

 

그리고 그제서야 번쩍 하고 눈을 뜬 나는 비명을 지를수밖에 없었다.

 

 

"으으...으으...

 

으아아아아!!!!"

 

 

 

 

 

 

 

 

                                                                                                  ...The End... 

댓글[17]

등록하기

사진 등록하기

오늘 하루 보지 않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