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간의 역행\', \'생명의 부름\', \'공간의 흔적\' 등의 권능을 쓰려면 최소한 권능 소유자들의 동의가 5개 이상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3개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권능 소유자가 6마리밖에 없는지라.
\"앞으로 너를 어떻게 한다냐...\"
틈만나면 시끄럽게 울어댈 것을 생각하니,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그러나, 남의 운명을 멋대로 헤집어놓은만큼 확실하게 책임져줘야겠지. 14살쯤 되면 또래의 여느 인간들처럼 살게하리라.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지켜내야한다. 엘라임의 말대로, 곧 있으면 \'생명의 부름\'을 남용한 죄목으로 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그때만 제대로 버티면 할 수 있다.
\"...엄마가, 지켜줄게.\"
디아른은 무슨 꿈을 꾸는지, 자면서도 헤실헤실 웃고 있는 싸르카의 토실토실한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어루어만지면서말했다. 그녀의 노란색 눈동자가 그윽하게 물들었다.
블랙 드래곤 에파티우스 공간을 다스리는 드래곤. 불의 정령인 샐피온을 친구로 두고 있다. 가죽은 검은색이며, 눈은 빨간색이다. 드래곤답지 않게, 힘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매우 탐욕스럽다. 드래곤의 다섯 가지 권능을 동시에 두개나 가지고 있는 디아른의 힘을 매우 부러워한다. 권능의 소유자들 중에서 가장 강하고, 오랫동안 살아온 드래곤이라서 드래곤계에서의 영향력 또한 큰 편이다. 겉으로는 자애로운 드래곤이지만, 그 속은 자신의 가죽만큼 시커멓다. 레벨 : 986 생명력/마나 : 2,600,000,000/720,000,000. 계열 : 드래곤 성향 : 탐욕스러움 스킬 : \'공간의 흔적\' 마나 300,000,000 소모 드래곤의 다섯 가지 권능(시간, 공간, 생명, 폴리모프, 이세계)을 최소 하나씩은 소유하고 있는 드래곤들의 동의를 3개 이상 받지 않으면 드래곤들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머릿속으로 특정 지역을 그린 후에 사용하면 그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단, 거리가 너무 멀거나 베르사 대륙의 범위를 넘어난 곳(마계, 천계 등)은 할 수 없다. 하루에 한번씩만 사용 가능. \'일그러진 공간\' 초당 마나 78,000,000 소모 드래곤의 다섯 가지 권능(시간, 공간, 생명, 폴리모프, 이세계)을 최소 하나씩은 소유하고 있는 드래곤들의 동의를 5개 이상 받지 않으면 드래곤들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마나가 허락하는 한에서, 자기 주변 반경 150m 내의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그곳에 있는 모든 물체들과 마법들이 반전되거나, 이상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뒤틀려버린다. 1초마다 무작위로 물체들이 일그러지기 때문에, 종잡을 수 없는 마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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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청문회의 날짜가 정해졌고, 드래곤계에는 청문회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청문회가 350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된 만큼, 그것에 대한 용들의 관심도 커져갔다. 청문회 날짜는 베르사력 9월 12일. 정확히 1일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권능의 소유자들은 청문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디아른은 디아른대로 분주해졌다. 디아른은 청문회에서 나올만한, 예상 질문들을 알아서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답변까지 생각해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성실한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거지.\'
가끔씩 자아정체성에 대한 혼란까지 겪기도 했지만, 그런 크고 작은 문제(?)들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야하는 이유가 있었다.
드래곤의 권능에는 총 다섯 가지가 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의 역행\', 죽은 용의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생명의 부름\', 공간을 휘어잡거나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의 흔적\', 거의 모든 드래곤들이 가지고 있는, 원하는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는 \'폴리모프\', 그리고 마계나 천계와 같은 다른 차원의 문을 관장하는 \'차원의 균열\'이 그것이다.
이러한 권능들은, 드래곤이 신에게 약속 받은 가장 명예로운 것으로서 권능을 소유하고 있는 드래곤들은 많은 용들의 선망과 존경을 받아왔다. 이들을 \'권능의 소유자\'라고 부른다. 권능을 합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권능의 소유자\'들의 동의가 3개 이상 필요하다. 또한, 드래곤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드래곤도 이들이다.
현존하는 \'권능의 소유자\'들은 총 6마리. 그 중에서 권능을 두개씩이나 소유하고 있는 \'블루 드래곤\'의 혈통은 가장 고귀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고귀하신 블루 드래곤 님이 청문회에서 해명을 할 입장에 서게 되다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에는, 두 개의 권능(시간, 생명) 중 하나를 강제로 압수당할지도 몰랐다.
\'그럴수는 없지. 우리 블루 드래곤의 권능은 내가 지킨다.\'
대형 사고를 친 바람에, 혹여나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하기라도 할까봐 위와 같이 굳게 결심한 디아른이었다. 결연한 그녀의 표정을 천진난만하게 쳐다보던 사건의 원흉, 싸르카는 재밌다는 듯이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고, 모두가 관심을 가지던 청문회의 날이 밝았다. 지금은 아침 8시. 청문회는 꽤나 오래걸리므로 아침 9시부터 시작하기로 결정이 났다. 디아른은 엘라임과 실피드를 불렀다.
\"청문회까지 같이 가줄거지?\"
성격 좋은 실피드는 \"당연하지!\"라고 말하며 싸르카를 들려고 했으나, 이미 싸르카는 엘라임의 등에 업혀져있었다. 엘라임이 디아른에게 말했다.
- 빨리 가자고. 1시간 밖에 안 남았으니까.
웅성웅성-
자기 자신을 초월한 존재인 드래곤들이, 구름 높이에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에는, 폴리모프 상태인 디아른과 권능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 \'공간\'을 관장하는 블랙 드래곤 에파티우스가 소리쳤다.
\"지금부터, 제 27회 청문회를 시작토록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조용히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순식간에 관중들은 침묵했다. 디아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품속에 숨겨두고 있는 싸르카를 꼭 안았다. 그녀는 그의 온기를 느끼면서 살짝의 안정을 되찾았지만 떨리는 것은 여전했다. 권능의 소유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동시에, \'이세계\'를 관장하는 드래곤인 리바이어던이 청문회를 진행했다.
\"피고 \'디아른\'은, 우리들의 동의 없이 권능을 남용한 점을 인정하오?\"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디아른은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했다. 관중들이 술렁였다. 리바이어던은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그렇다면 그 점에 대해서 벌을 받을 각오는 되어 있소?\"
\"물론입니다.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만은.\"
디아른이 말끝을 흐렸다. 준비했던 대사들을 말할 차례였다.
\"제가 권능을 무단으로 사용한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 이 아기를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디아른은 숨겨두었던 싸르카를 품속에서 꺼내어 드래곤들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드래곤들이 경악한 것은 기본이었다. 그들 중에는 \"인간은 살려두면 안됩니다!\"하며 브레스를 준비하는 드래곤들도 있었다. 하지만 리바이어던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계속하시오.\"
\"예민한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이 아이는 미약하게나마 블루 드래곤의 기운을 띄고 있었습니다. 저는 인간이면서도 드래곤의 기운을 갖고 있는 경우는 처음보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할 수 없이 데려오게 된 것입니다.\"
드래곤들 중 일부는 수긍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인룡\', 즉 싸르카와 같은 케이스를 한번쯤은 보았던 드래곤들이었다. 하지만 디아른과 같이 아직은 그리 오래 살아보지 못한 드래곤들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렸다. 리바이어던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랬군요. 한마디로 \'인룡\'의 소지가 있어 데려왔다는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일말의 이해심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한 디아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은 그녀의 가슴을 덜컹 내려앉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다면, 그를 살리지 말고 자연사하게 놔두는 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니오? 그대는 섣불리 행동하여, 한 인간의 운명을 헤집어놓았소. 그가 인룡이라는 점은 이해를 한다만, 그렇다고해서 살릴 필요는 없었단 말이오. 아니, 살려서는 아니 된단 말이오.\"
사형. 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싸르카의 사형이었다. 디아른은 창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비록 반만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같은 종족으로서, 그의 죽음을 지켜볼수만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리바이어던은 조금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이제 와서 그의 운명을 마음대로 다시 결정 지을수는 없는 법. 어쩌면 이것이 그의 운명일지도 모르겠소. 우선 그 아기는 무죄로 판결을 내리겠소. 동의하오?\"
리바이어던이 다른 권능의 소유자들에게 물어보았다. 모두가 동의를 했다. 단 한 마리, 붉은 안광을 빛내고 있는 블랙 드래곤 에파티우스만이 그리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애매하게 의사를 표현 했지만 리바이어던은 가볍게 그를 무시하고 진행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권능을 남용한 죄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지요. 그렇지 않소, 디아른?\"
\"그렇습니다.\"
디아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싸르카라도 피해가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내심 어떤 벌을 받을지 두렵기도 했다. 리바이어던이 말을 계속했다.
\"그 아이를, 정확히 7년 후에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낸다면 그대에게 무죄의 판결을 내리겠소.\"
7년. 7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디아른은 강력하게, 동시에 조심스럽게 항의했다.
\"7년은 너무 가혹합니다. 14년은 안되겠습니까?\"
리바이어던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
\"좋소. 9년까지 봐드리겠소. 하지만 이 이상으로는 더 이상 봐줄 수 없소.\"
\'9년이라... 그래. 9년 정도면 괜찮겠지.\'
디아른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리바이어던에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리바이어던은 권능의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낸 후, 디아른에게 단호한 말투로 얘기했다.
\"지키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대에게 벌을 줄 수밖에 없소. 또한 그 아이에게 그대의 힘을 넘겨줄 경우, 그대는 사형이오.\"
디아른은 그런 말은 대충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의 입에서 \'사형\'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형을 집행하는 드래곤이 바로 리바이어던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디아른은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숙지하겠습니다.\"
리바이어던이 그녀의 대답을 듣자, 경계하는 눈빛을 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디아른에게 물었다.
\"그 아이의 이름이 무엇이오?\"
\"싸르카입니다.\"
\"싸르카라... 어둠을 가르는 빛. 그 아이가 곧게 자라서 인간 세계에서도 어둠을 가르는 빛이 되었으면 좋겠소.\"
디아른은 리바이어던의 푸른색 눈에서 진심을 읽어냈다. 디아른 또한 진심으로 그에 응수했다.
\"꼭 그렇게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리바이어던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관중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그럼, 제 27회 청문회를 마무리토록 하겠소. 각자 갈 길들 가시오.\"
청문회는 해산되었고, 드래곤들은 무리지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레어로 날아갔다. 디아른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아버렸다. 그러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녀에게, 엘라임과 실피드가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아주면서 \"잘 됐네. 참 잘 됐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폴리모프를 풀고, 그녀의 친구들과 싸르카를 데리고 자신의 레어로 돌아가는 디아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블랙 드래곤 에파티우스는,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나지막히 말했다.
\"...꼭 너의 권능을 흡수하고 말 것이야, 디아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