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용들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듯 보였다. 그들이 용을 데려가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 것인지 클라이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안위가 멀쩡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던 클라이드는, 그래도 나름 사제라고 걱정은 되는지 혼자 남은 신전에서 가만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거...진짜로 저것들이 해방군이라는 건가. 거기다가 점술가 나부랭이라고 한 사람은 또 누구야? 점술가...점술가......"
멍하게 머리를 짚고 앉아있던 그가, 한 인물을 떠올렸다. 과거 전설의 테이머를 도와줬다고 하는 점술가이자, 과거 검은 로브 소속이었던 사람, 유리아.
"그래. 유리아 그 점쟁이는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는 그 길로 유리아에게 향했다. 마을 한쪽 구석의 점술집. 과거 세바의 선물이 자리했던 건물 바로 옆에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선반 위의 고양이는 놀란 듯 제 주인의 품 안으로 쏙 들어갔고 세월의 흔적이 조금 남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유리아는 의자에 앉은 채 그를 반겼다.
"반갑습니다. 당신의 앞길에 행운이 있기를. 무슨 일이시죠?"
"최근에 신전에서 기르던 용들이 다 도망치는 사건이 있었거든? 그 일에 대해 물어보려고 왔어. 덤으로 해방군인가 뭔가 하는것도."
"아...그 일이군요. 좋아요. 말씀드릴께요."
유리아는 기계장치 몇개를 꺼내들었다. 책상위에 늘어진 기계들이 묘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그는 아마 자주 보지 못해서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겼다.
"이것들은...검은 로브가 만든 것 같아요. 지금은 비록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지만."
"그건 알아. 그런데 검은 로브라니? 사라졌다며?"
"그건 저도 잘...다만, 녹음된 것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라서요."
그 말을 하는 유리아의 눈빛이 제법 매서워졌다. 아마 클라이드를 원망하는 것이리라. 그 눈빛을 보고도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런데 웬 검은 로브? 20년 전에 없어진 것들이 왜 뜬금없이 튀어나와?"
"...글쎄요. 다만, 잔당은 거의 소탕되지 않았으니까. 그들이 모여 어딘가에서 음모를 꾸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죠.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어. 그것들이 해방군인가 뭔가 하는걸 양성중이라던데. 영광의 성채에서."
"영광의 성채라...무슨 말을 하는건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네요. 거기다가 '해방군'이라니. 마치 우리가 뭔가에 붙잡혀 있다는 듯 한 어감이 들어요."
유리아가 깊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그에게 조용히 손짓해 그를 지하층으로 데려간다. 그 곳의 책장에서, 그녀는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책을 하나 꺼내든다. 표지에는 '로펜터 스트라다'라고 적혀있다.
"이게 뭐야?"
"예언서에요. 아모르의 예언자, 로펜터가 쓴 책이죠. 이 안에 뭔가 도움이 될 예언이 있을지도 몰라요."
아모르의 예언자, 로펜터의 예언서를 그들이 펼쳐보였다. 그 안의 구절들은 대부분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는 복잡한 은유를 사용하고 있었다.
'도끼가 도끼질하는 사람에게 어찌 으스대겠느냐? 톱이 톱질하는 사람애게 어찌 잘난체 하겠느냐? 지팡이가 들고다니는 사람을 움직이기나 할 듯이, 몽둥이가 나무 아닌 인간을 휘두르기나 할 듯이. 그러므로 아모르께서 건강한 자를 수척하게 만드시고 그의 제물을 화염속에서 태워버리시리라. 몸과 넋을 다 시들게 하시리니 병자가 숨져 가듯 하리라.'
"이게 무슨 헛소리야? 알아먹기 힘들게."
"지금으로썬 이해하기 힘듭니다. 다만, 이것이 어떤 세력의 누군가에게 선고된 예언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죠."
"이게 몇년 전 예언인데?"
"얼마 되지 않았어요. 약 5년 전의 예언이에요. 이 예언이 나온 다음, 대주교는 그를 데려다가 마음놓고 예언할 수 있도록, 신전으로 불러 고위 사제의 직책을 맡겼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 그의 소식은 들리지 않구요. 사라져버린것 아닐까 하는데...알고 있는게 있나요?"
"고위 사제 하나가 눈 한쪽이 멀어서 사제직에서 물러났다는 소리는 들었어."
"누군지는 모르시구요...?"
클라이드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서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여자 하나가 칼들고 여럿 죽이는 바람에, 나머지 고위사제들은 살아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고. 그 말에 유리아가 한숨을 짓는다.
"그렇군요...잘 알겠어요. 맞아.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예언 중에 이런 예언이 있어요. '가스타의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나오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아모르의 영이 그 위에 내린다. 지혜와 슬기를 주는 영, 경륜과 용기를 주는 영, 아모르를 알게 하고 그를 두려워하는 영이 내린다.' 라는..."
"가스타라는 거, 혹시 그 조상이나 그 사람 성 아니야? 그럴 것 같은데...아님 말고...나야 뭐 크게 상관은 없어."
"가스타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있긴 있는데요."
"엥? 진짜 있었어? 설마 그게 진짜겠어- 했는데. 음..."
"조금 헷갈렸던게, 가스타는 고대의 언어로 '혁명'이라는 뜻도 있거든요...하지만 그건 이제 아닌 것 같네요. 덕분에 명쾌하게 해결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지...한번 찾아 가볼까요? 그 가스타라는 성을 가진 사람한테?"
"필요 없어."
그가 말을 가차없이 잘라낸다. 턱을 괴던 손을 그제야 식탁 위에 바로 올려놓고, 그가 아까의 그 알려지지 않은 예언을 들먹이며 그녀에게 아주 차분하다 못해 소름끼칠 정도인 목소리로 자기 할 말만 간단하게 전하고 그 자리를 떴다.
"그쯤이야 내가 찾아내면 되고. 또, 가지에서 새 순이 '나오고'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라고 했잖아. 때 되면 알아서 튀어나온다는 소리 아냐? 그러면 귀찮게 찾아가봐야 뭐해. 시간 낭비밖에 더 돼? 난 안가. 네가 알아서 해. 다만 뭐...그 가스타인지 뭔지 하는 영 받았다는 사람 나부랭이랑 같이 가줄수는 있겠네."
그의 눈빛에 자비와 광명은 없었다.
◆
입에 모두 재갈을 채운 용들을 끌고, 백발의 여검사가 해골요새 안으로 들어간다. 요새 안 한 지점에 들어오자, 벽이 열리며 '영광의 성채'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으로 용들을 밀어넣으며 간혹 과격한 태도를 하고선 용들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그것들을 재촉하는 그 모습은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았다. 요새 안 비밀통로의 안쪽을 지키는 경비들에게만 빼고.
"아이...테마리님. 그만 하세요. 용들도 아파하지 않습니까."
"전장에서 이따위로 느려 터졌으면 사람이고 도마뱀이고 다 나가 죽는거야. 순식간에 이 세상 하직하는 거라고. 알긴 알아? 멍청하긴."
"그래도..."
"말대꾸 한다, 어? 이게 봐줬더니 꼬박꼬박 말대꾸하면서 기어오를려고 하네. 너도 저 도마뱀들 마냥 엉덩이 걷어차이고 싶냐?"
"히익-! 죄...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됐어. 자, 나도 들어갈테니까, 문 닫아."
벽이 닫히며 전의 모습과 완전히 똑같게 변했다. 그녀가 휩쓸고 가기 전과 완전히 같은 그 방 안에서 그르릉거리는 의문의 소리가 들려왔다. 블랙퀸의 그것은 아니었다.
◆
파르신에게 구조되어서, 낙원을 거쳐 영광의 성채까지 온 남자가 제 총을 쓱쓱 닦고 있다. 언뜻 보기엔 장난감 총 같아 보였지만, 그가 탄약을 장전하고 한발을 쏘자 그것이 진짜 총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총구에서 나온 연기가 부드럽게 흩날리며 공기중으로 흩어진다. 총알은 과녁의 중앙. 인간이었다면 심장이 있었을 장소를 정확히 관통하고 지나간다. 그가 깊은 원한이 깃든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좋아. 이만하면 사격 실력은 나아진 것 같고. 그 놈 머리에 총알을 박아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거 꽤 기대되는데? 아무래도 사제니까, 은탄이 좋겠지?"
"미안하지만, 그건 좀 참도록."
"왜? 내가 누구 덕에 여기까지 왔는지 알잖아, 파르신. 그 고마운 사제한테 뭐라도 선물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모르겠단 말이야?"
그의 등 뒤에 서있던 파르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바람에 코 아래까지 드리워진, 복면을 대신하는 천이 그의 숨결에 흔들렸다. 그가 저 남자를 데려올 때, 저렇게까지 해맑은 - 나쁘게 말하면 정신상태가 참 궁금한 - 사람일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지금은 밖에 나서면 곤란하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거든. 좀 참아."
"그러지 뭐. 아깝게 됐네. 그때까지 총이 녹슬지 말아야 할텐데..."
"아, 그건 그렇고 그쪽, 여지까지 이름도 안물어보고 있었군. 이름이 뭐지?"
총을 만지작거리던 남자가 가만히 그를 응시하더니 이내 피식 웃는다. 그 웃음이 가진 의미를 전혀 모르는 파르신은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그 남자가 웃어댄다. 그러다가 웃음때문에 눈가에 생긴 눈물을 닦아내고는 그제야 이름을 말할 마음이 생긴듯 입을 연다.
"내 이름이야 뭐, 나오면서 버렸다고 해두지 뭐. 그냥 더 폴른(The Fallen)이라고 부르라고. 어차피 타락했으니까 말이야."
"원한다면 그렇게 불러주지. 타락자 씨."
"그거 애칭이지? 날 그렇게 아껴주고 있는거야? 고마운데? 파르신."
"...그냥 폴른이라고 부르겠다."
폴른은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별명을 얻은 그가 이곳에 오면서 한 꼬마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긴 머플러를 목에 둘렀다. 그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감돈다.
"그 애, 라세다르라고 했던가. 용하고 같이 다니는 녀석."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불규칙하게 잘린 머플러 자락이 바람에 날리며 마치 날개같은 모양을 만들어냈다. 마치 죄를 짓고 지하세계로 떨어진 타천사의 날개같았다. 그 날개가 그의 하얀색 옷과 대조되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타락한 천사의 걸음이 성채의 홀로 이어진다.
◇
마을은 혼란에 잠겨있었다. 메르헨 방 창문 너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때 그를 두고 외출한 부모님을 메르헨은 살짝 원망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착한 아이였기 때문에 꾹 참았다. 메르헨은 이내 침대에만 앉아있는 것이 지친듯 침대를 내려와 나이트드래곤, 레넬에게 향했다. 용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메르헨을 반기고 있었다.
"레넬. 안녕? 시간 나면, 나 검술연습하는거 도와주지 않을래?"
레넬이라 불린 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듬직한 보호자같은 모습이었다.
검술 연습에 한참 몰두할 무렵, 레넬이 연습상대로 소환해준 갑옷을 소환 해제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러고는 바닥에 나름 사람과 닮게 그림을 그려 모범적인 자세를 그에게 가르치려고 시도한다. 그 자세를 최대한 따라해보지만 약간의 차이는 날 수밖에 없었다. 그 약간의 차이도 용의 눈에서 봤을 때는 큰 차이인지 고개만 계속 젓는 레넬. 이내 같은 자세만 30번을 반복한 끝에 레넬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잘했다는 칭찬의 의미. 그 칭찬에 메르헨이 어머니를 닮은 달걀같은 얼굴에 미소를 띄어보인다. 아버지가 그를 찾아 뛰어들어오기 전까지, 그는 검과 레넬의 가르침에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아버지가 다급한 듯 문을 벌컥 열며 메르헨을 찾는다.
"메르헨? 메르헨! 어디 있니? 응?"
"어...아빠! 왜...?"
"네 엄마가...아리엔이..."
"왜...? 큰 일 난거야?"
"그래...잠깐 폭동 비슷한게 있었는데...그 때 잠깐 손을 놓친게 화근이었어. 네 엄마를, 아리엔을...잊어버리고 말았단다. 미안하다. 우선..."
"그...그럼 찾아야지! 내가 찾아볼께! 아빠는 쉬고 있어!"
"밖은 위험하다, 메르헨! 그리고 성기사분들이..."
"...아빠."
메르헨이 자기 아버지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이 담긴 눈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다. 아버지는 그제서야 자기 아들이 이만큼이나 자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도 이제 어린 애가 아니란 말이야. 엄마 하나 못 찾아올것 같아? 걱정하지 마. 꼭 돌아올께. 알았지?"
"......"
"다녀올께!"
◇
메르헨이 어머니를 찾아 나선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어머니는 시계탑 근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제 엄마를 영영 못찾을 것 같다는 걱정이 깊어서였을까, 그는 엄마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메르헨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았고,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했다.
"메르헨, 아빠는 어디 계시니?"
"아...집에 계세요. 걱정을 많이 하고 계세요. 얼른 가요."
"벌써 다 컸네. 마냥 어린 애인줄 알았더니."
메르헨은 그의 어머니에게 말없이 웃어보였다. 그 때, 새까만 마차 하나가 지나가다 어머니를 살짝 치고 말았다. 다행히 메르헨도 어머니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갑작스레 정지한 마차 안에서 내리는 한 남자는 둘이 크게 다친 줄 알고 당황하며 나왔다. 한쪽 눈을 앞머리로 가린 모습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마부씨가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에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것보다, 안에 타신분은 괜찮으신지요?"
"예. 아가씨께선 괜찮으십니ㄷ..."
"괜찮긴, 개뼈다귀같은 소리하네! 머리가 망가졌잖아! 이걸 세팅하느라고 얼마나 걸렸는데! 으아아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꽤나 짜증이 난 듯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투덜거리며 마차에서 내린다. 자수정으로 장식된 고운 보랏빛 드레스를 입은, 조금 헝클어진 하얀 머리카락에 보랏빛 눈을 가진 매력적인 여자. 그러나 그녀가 내뱉은 말은, 미녀가 마녀로 변하는 데에 얼마나 짧은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지 증명해주는 수단밖에 되지 않았다.
"야,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하는거야? 머리가 이게 뭐냐고. 아- 돌겠네. 어떻게 머릿속을 짜놓은 거야? 엉덩이 걷어 차이고 싶냐, 신?"
"아...아가씨. 그게 아니고, 사람을 쳐서..."
"그러니까 운전을 어떻게 하냐는 거 아냐! 사람이나 치고 자빠졌고! 괜히 눈에 띄기 싫어서 울긋불긋한 마차 놓고 이 석탄같은 때깔인 마차 타는거에 간신히 동의해줬더니 더 눈에 띄게 만들고 있어! 엉덩이를 확 걷어 차버릴까..."
"아가씨. 화난 건 알겠지만, 하인에게 너무 뭐라고 하진 마세요. 실수였을 뿐이에요."
메르헨 어머니의 중재 덕에 그 아가씨의 분노도 잠재워진 듯 보였다. 백발의 여인은 마부의 머리를 부채로 한대 때리고 나서야 남은 분이 가신듯 하더니 이내 메르헨과 그의 어머니에게 사과의 말을 꺼내든다. 조금 무안한지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는 그 모습에서는 진실한 미안함이 묻어나오는 듯 보였다.
"저...미안해요.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많이 아프세요? 혹시 병원 가셔야 되나요? 그러면 제가 업어서라도 데려다 드릴께요. 병원비도 제가..."
"아니요,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저희는 이만..."
"잠시만요. 이거, 받으세요."
그녀가 내민 것은 다이아 1개였다. 꽤나 집이 부유한 듯 보이는 그 여인이 내민 다이아를 메르헨의 어머니는 극구 사양했지만 그 여인은 '받지 않으면 미안해서 밤에 잠 못잘 것 같다'라며 억지로 그녀의 손에 다이아를 쥐여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다시 한번 사과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한쪽 눈이 녹색빛을 띄는 그녀의 하인도 마차에 올라탄 뒤에 검은 마차가 출발했다.
"후훗. 하하핫. 참 재미있는 아가씨같아. 그렇지 않니, 메르헨?"
"아...아하하하. 그러게요..."
메르헨은 어머니의 그 말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듯 보였지만, 맞장구는 쳤다. 착한 아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그 아가씨의 어디가 재미있었던 걸까?
◆
검은 마차가 빠르게 달려 해골요새 방향으로 향한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마차 안에, 수수한 정장을 입고 하인처럼 꾸민 파르신과 자수정이 장식된 보랏빛 드레스로 곱게 차려입은 테마리가 서로를 마주본 채 앉아있다. 한참을 이어지는 정적을 먼저 깬 건 테마리였다.
"아으...속이 영 별로야...근데 말이야, 대체 머릿속을 어떻게 짜뒀길래 사람을 치냐?"
"음? 아아, 그냥 최단 경로로만 가도록 설정해서 그런 모양이다. 보통은 알아서들 비키니까."
"과학기술 좋다며. 사람 인식 못해?"
"인식이야 시킬 수 있지만, 그랬다간 휘청대서 네가 힘들껄. 그것도 아주 많이. 탈것은 익숙하지 않다고 누가 그랬더라? 지금도 약간 멀미하고 있잖아."
"......그래. 인정할께. 내가 그랬지.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그건 그렇고 말이야. 이건 왜 이렇게 시끄러워졌어? 확 걷어 차버릴까. 기분도 속도 별로인데."
마차 한쪽 구석에 있던, 두꺼운 가죽자루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파르신이 그 자루를 흘깃 보더니 가만히 응시하자 자루가 다시 얌전해졌다.
"걷어차진 말라고. 한때 우리 편이었던 거니까."
"네에에. 알겠네요...그리고, 난 눈 좀 붙이고 있을테니까 도착하면 깨워."
"속도 참 편하지...알았어."
석탄빛 마차가 검은 말과 함께 해골요새를 지나쳐 한 동굴로 들어선다. 마차를 운전하는 마부의 움직임이 영 자연스럽지 못했다. 기계마냥 삐걱거리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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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여러분은 항상 마법의 은총 아래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모르님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듯이
마법도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마법으로 생활에 품격을!
생활에 품격을!
생활에 품격을!
다음은 뉴스입니다.
유타칸 국립 대학의 디프라이브 교수진이,
치료마법의 발동 원리를 밝혀내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과학과 마법을 접목시킨 이 방식으로, 교수진은
더 많은 마법의 원리를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고,
그렇게 되면 많은 마법들이 모두에게 공급될 것입니다.
아직 공평하지 않은 마법들도 여러분에게 다가옵니다!
마법으로 생활의 품격을!
생활에 품격을!
생활에 품격을!
...
꿀꺽...크하아...
...X미. 지X한다. 공평은 개뿔따구나.
내 아내는 말이야. 내 예쁜 아내는 말이야.
그 망할 마법인지 마술인지가 없어서 죽었어.
X졌다고! 이제 없단 말이야! 시X...! 개같은 신성왕국!
개같은 아모르! 개같은 사제놈들! 죄다 개X끼들이라고!
카악 -
퉤 -
손님! 바닥에 침뱉지 말라고 몇번을 얘기해요!
◆
지잉- 키이잉-
엇차- 이년, 꽤 무겁네? 자자, 선물상자 개봉합니다!
따라다라 따라다란 따라다단 따단- 딴!
으윽...이게 무슨...! 당신 설마...!
아아,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이 여자는 왜 데려온 건데?
뭐...내 지인이긴 하다만은.
당신은...!
나도 이제 이름 없어. 더 폴른일 뿐이야. 이거 안보여?
낙인...? 당신 설마 이단의 가르침을...!
이단이 되어버렸지.
저쪽에서 이단이라고 했으니 난 이단인거야.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단이 되어버렸다니.
신전에서 당신을 이단으로 만들었다는 소리에요?
빙고- 의외로 눈치가 좋은데? 유리아.
내가 한때 마음에 둘 만 했어. 좀 늙긴 했지만 말야. 큭큭...
그럴 리가 없잖아요! 신전에서 왜...!
하아. 이 여자도 멍청한 우민 가운데에 하나였군.
데려온 의미가 없어지겠는데.
왜 없어? 너네 과학기술 좋다며. 뭔가 다른데에 쓰면 안돼?
내 노동력 값이 얼만데 이걸 헛짓거리로 돌려?
...그래. 말 잘했다, 테마리.
마침 칼라이아가 보류중이던 계획이 하나 있다더군.
거기에 쓰도록 할까...
데려가.
그런데, 용은 어디다가 쓸려고 데려왔어?
설마 그 짓도 내 노동력을 착취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
나 비싼 여자라고? 용병 한번 뛰는 몸값이 얼만데.
전쟁 한판, 딱 한번 나가는 걸로 다이아 5개, 아니 7개는 받는단 말이야! 몇일 나가면 일수만큼 곱하기고!
나름대로 쓰이는 곳이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테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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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쓰라린 이 마음, 언제까지 견뎌야 합니까?
언제까지 원수들이 우쭐대는 꼴을 봐야합니까?
- 시편 13장 2절
Next Chapter : The Stolen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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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 소설의 1화는 대략 8천자 ~ 1만자 이기 때문에 이거 하나를 보신 여러분은 2천자짜리 소설 4화~5화, 혹은 여기에 흔한 300자 짜리 소설 30화 정도를 보신 겁니다.
여담으로, 테마리의 1일 고용료는 7다이아, 혹은 14만 골드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겁나게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실력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