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또 길 잃어버렸어. "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조금은 패닉한 얼굴로 희망의 숲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돌보는 드래곤 하나 없는 혈혈단신인지라 몬스터들의 목표물이 될 게 불보듯 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몬스터 테이머라 그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 니나, 혹시 본부 좀 찾아줄 수 있어? "
키잉!
여자아이의 간절한 부탁에, 아이가 품에 안고있던 분홍색 슬라임이 그녀의 품을 빠져나와 얼른 길을 찾아갔다. 지금껏 여자아이가 오던 길과 정반대의 위치에 있었다.
" ... 역시 처음부터 니나에게 부탁할 걸 그랬나봐. "
희망의 숲에 있는 나무들 중 하나의 표피를 길게 그어내어 그들의 비밀본부를 표시해두었다. 물론 이곳만 이렇게 비밀본부가 있는것이 아니라 난파선의 가장 깊은 방, 불의산의 정상층, 바람의 신전의 가장 안쪽, 하늘의 신전..은 그대로 두고. 유타칸 대륙의 동쪽에는 이렇게 총 네곳에 그들의 비밀본부를 만들고, 다른 드래곤 테이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들락날락거리고 있는 몬스터 테이머들이였다.
검은머리의 여자아이가 본부에 들어가자마자 어서 바지로 갈아입고 안락의자에 푹 몸을 담았다.
" 여어, 잘 전달하고 왔어, 프란시스? "
검은 머리의 여자아이ㅡ프란시스ㅡ의 위로 슬며시 나타난, 짧게 친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소년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의 어깨에는 하마터면 못알아볼 뻔한 미니드래곤이 앉혀 있었다.
" 당연하지. 하지만 바람의신전에 다녀오는길에 좀 무자비한 드래곤 테이머를 만났어. 스파인을 기르고 있었는데 오라드래곤이였어. 하마터면 니나를 잃을 뻔했다니까? "
남자아이의 말에 프란시스가 웃으며 슬라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는지 그를 돌아보며 짖궂게 윽박질러보였다.
" 그러는 넌, 마을에서 몬스터 테이머랑 친하게 지내는거 잘못해서 다른 길드원들에게 발각됐다며! "
" 아아, 그거? 오해라고 얼버무렸어. "
그렇게 말하며 웃어넘기는 남자아이였다. 금발머리의 남자아이 역시 몬스터 테이머이긴 하지만, 앞의 프란시스와는 전혀 다른 계열의 몬스터 테이머 일을 하고 있다.
몬스터 테이머. 몬스터들의 자유를 위하여 일하는 비영리 단체. 몬스터들과 교감을 하여 처음에는 검은 로브나 G스컬의 군대와 똑같은 조직 취급을 당하였으나, 후에 그들이 검은 로브와 대적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어 그러한 오해는 사라지고 단지 특이한 조직 취급을 받아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몬스터테이머를 매우 안 좋게 평가고 대놓고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어 부득이하게 몬스터 테이머들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프란시스의 경우에는 자신이 몬스터 테이머임을 드러내는 유형으로, 평소 마을에 출입할때도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며 공개적으로 반 몬스터 사냥 활동을 하고있다. 반면에, 남자아이같은 경우에는 다른 드래곤 테이머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검은 로브나 G스컬의 정보를 좀더 확실하게 얻어내 그들의 작전에 쓰는, 일종의 스파이같은 활동을 하는 테이머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이러한 경우에는 드래곤을 어쩔 수 없이 키워야 하는지라, 조금의 불편함이나 드래곤들과 몬스터들 사이의 적대 관계를 해소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다. 프란시스는 그러한 이유때문에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때, 프란시스와 남자아이가 쉬고있던 본부의 모니터에서 경보등이 울렸다. 경보등은 몬스터 테이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울리도록 되어있었다.
" ! "
프란시스와 남자아이 모두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녹빛의 순한 눈을 가진 여성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 희망의숲 본부, 희망의숲 본부 답신 바랍니다. 희망의숲 본부에 있으신 몬스터테이머분들은 이름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
" 분홍 슬라임 테이머 프란시스입니다. "
" 거짓 미니드래곤 테이머 벤토입니다. "
어느새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모니터로 향해 얼굴을 비춰보인 프란시스와 벤토였다. 모니터의 여성이 둘의 신원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요, 마침 퀸즈 스네이크의 신임을 받고있는 여러분이 이곳에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그게, 희망의 숲에서 퀸즈 스네이크가 사라졌습니다. "
" 예? "
퀸즈 스네이크의 실종? 프란시스와 벤토 모두 당혹스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본 게 벤토가, 본부에 오기 20분 전이랬는데.
벤토와 퀸즈 스네이크, 프란시스는 서로 유별난 유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녀의 실종은 그들에게 절대 작지않은 충격을 가져왔다.
" 거짓 미니드래곤 테이머 벤토, 감히 그린페어리 테이머 아라하츠님께 자세한 상황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벤토가 모니터를 향해 깊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러자 아라하츠라고 불린 여성의 옆으로 얼굴 하나가 쑥 삐져나왔다. 하늘의 신전의 몬스터인 그린페어리였다.
" 밀렵꾼인거같아, 너희들 퀸즈스네이크의 머리에 늘 꿀통 있는거 알지? "
" 꼴통? "
벤토가 말장난을 해보이자 프란시스가 그의 엉덩이를 발로 뻑 차보였다. 으악! 벤토가 엉덩이를 부여잡는 동안 그린페어리가 말을 이어나갔다.
" 꿀통!!! 꿀 담겨있는거!!! 너희, 진짜 희망의숲이 관활인 녀석들이 그러기야?! 아니, 프란시스는 빼야지. "
" 말장난 한번도 안 됩니까... "
벤토가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개의치 않고 그린페어리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나갔다.
" 그나마 프란시스가 있어서 망정이지, 너 아니였으면 아라하츠가 아마 벤츠를 절대 안뽑았을거야. 어쨌든 퀸즈 스네이크는 해치드래곤 테이머들이 레벨을 올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지나가는 역할을 하는, 희망의숲의 대장이잖아. 그런데 그런 그녀를 제압을 하는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녀의 머리에 있는 벌통을 목표로 삼은이가 나타났어. "
그린 페어리가 상황설명을 끝마치자 아라하츠도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밀렵꾼의 드래곤은 파이어드래곤. 벤토, 그대가 나가 밀렵꾼을 제압하고 퀸즈 스네이크를 구해주세요. "
그녀의 엄숙한 어조에 벤토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 존명합니다. "
그러고는 벤토가 미니드래곤을 데리고 기지 밖으로 나갔다. 벤토가 밖에 나간걸 확인하고 프란시스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하였다.
" 희망의숲 본부장님인 스바라씨는요..? "
" 아직 오지 않으셨습니다. 드래곤테이머를 제압한 일때문에 프란시스가 늦은걸로 혼나진 않을거에요. "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프란시스였다. 그런 그녀를 잠시 보다 아라하츠가 모니터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 혹시 밀렵꾼이 검은 로브일지도 모르니, 그대가 같이 가서 확인해주셔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
프란시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니터가 꺼졌다. 프란시스가 한숨을 푹 내쉬자 뒤에서 사슴 한마리가 나타났다.
" 그래서, 나갈거냐? "
사슴이 프란시스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프란시스는 슬라임과 사슴을 교대로 바라보더니, 슬라임을 요람에 앉혀주고는 사슴의 손을 잡았다.
" 몬스터들의 평화가 걸린 일인데 당연하지. "
" 벌써 3일째 밤새는건데 괜찮겠어, 프란시스? "
" 응. "
그리고는 그를 잡고 몬스터들의 평화를 지키러 나가는 프란시스였다. 그녀의 하얀 눈에는 의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밀렵꾼,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 걸리면 큰일날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