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가 진지한 얼굴로 묻자 리디에가 굳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이 표정은 프란시스에게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프란시스의 계속되는 질문, 그리고 리디에의 진지한 대답. 프란시스는 이 질문으로 상대방이 진실로 몬스터를 애지중지하는 사람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2년 전, 멋모르고 사람을 지대에 데려왔다가 무수히 많은 몬스터를 희생시켜버린 후 생긴 엄격한 가입시스템의 첫 번째는 상대방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보는 것이였다.
" 본래 엘피스는 사람이 들어서기 전에는 몬스터들의 마을이 아니였습니까? 그런데 인간들이 엘피스에 들어오며 몬스터들은 삶의 터전의 일부를 빼앗겼습니다. 몬스터들은 분명히 그 터전을 되찾기 위해 마을에 왔을것이나, 사람들은 그것을 침공이라 여겨 몬스터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본래 몬스터들의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렇게 몬스터테이머인 검은 마녀를 찾아온겁니다! "
꽤 깊은 생각을 하고 있네. 리디에의 가치관에는 분명 프란시스도 동조하는 부분이 있었다.
프란시스 역시 엘피스 출신이였다. 하지만 부모가 그녀를 희망의 숲에 버리고 간 이후로 줄곧 몬스터들과 친하게 지내온 그녀였다. 자신의 친구들을 무자비하게 괴롭히는 드래곤테이머들을 보았고, 그들을 보자 적개심이 끓어올라 그들이 자신을 데려가려 할 때 끊임없이 저항도 했었다.
드래곤은 모른다, 드래곤들은 바보다. 고로 그 테이머들도 멍청하고, 바보다.
그것이 그녀가 자라면서 해온 생각들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지금의 가치관이기도 하였다.
이곳은 몬스터들이 살아갈 권리가 있는 터전이다.
몬스터들이 인간들이 오기 이전에 살아가던 터전이다.
" 너, 몇살이지? "
" 11살입니다. "
" 풉! "
그렇게 생각하며 리디에에게 난데없이 나이를 물어버렸지만, (안보이니까) 적어도 열다섯은 됐을거라 생각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렇기에 상상도 못했던 리디에의 나이 11살은, 프란시스가 두번째로 마시던 차를 뿜게 만들어버렸다.
" 몇살이라고? "
" 11살이요. "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이내 프란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11살, 11살이 드래곤이 아닌 몬스터를 좋아한단 말이지. 그것도 드래곤 에어전트 테이머로 유명한 집안에서.. '
" 아직 몬스터 테이머중 최저연령은 나, 18살의 프란시스나 벤토가 다야. 18살이 최저연령이야. 그런데 고작 11살인 네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것 같아? 난 네 나이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네가 걱정되니까 그래. "
몬스터테이머는 드래곤테이머보다 훨씬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했다. 만일 공개형 몬스터테이머가 몬스터들과 교섭을 하다가 실패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고, 교섭을 성공했다 하더라도 막중한 몬스터테이머들의 업무는 18살이 버텨내기에도 벅찼다.
더군더나 프란시스의 앞에 있는 친구는 평민도 아니고 유서깊은 가문의 막내딸이였다. 장녀나 장남이면 몰라도, 막내딸이면 단 한번도 궂은일을 해본적이 없을것이다. 그런 그녀가 몬스터테이머의 일을 성실히 수행해낼 수 있을까?
프란시스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프란시스가 완전히 찻주전자를 엎어버리게 만들었다.
" 그럼 제가 최연소 대원 하죠 뭐. "
" ... "
프란시스가 완전히 질려버린 얼굴로 리디에를 바라보았다. 리디에의 얼굴에는 어쩌면 [ 난 꼭 해낼거야 ] 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게 아닐까. 나직이 상상해보는 프란시스였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몬스터 테이머가 되기 위한 첫번째 관문을 무사히 넘겼다. 프란시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였다.
" 좋아, 그 결정,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거지, 리디에? "
" 검은 마녀여, 전 이 결정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프란시스가 머리를 쥐어싸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확성기를 쥐고 그것에 입을 가져다대었다.
" 검은 마녀 프란시스입니다, 저는 오늘 이시각, 라이트 가문의 막내딸 리디에 홀트 라이트양이 정식으로 몬스터테이머 입문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엄숙히 선언합니다. "
프란시스의 현재 행동은 몬스터테이머와 일반 가족들, 친구들, 주변인들과의 교류를 끊거나, 몬스터테이머들의 결정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였다.
곧 찻집의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빼 입고 모노클을 차보인 남자 집사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 리디에님! 얼토당토 않는 소리 마세요. 리디에님은 막내이긴 하지만 라이트가의 일원입니다! 몬스터테이머들과 어울리겠다니요! "
리디에는 자신의 집사를 바라보았다. 갓 서른이 넘어보이는 집사는 검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그것이 허리까지 와닿았고, 특히 앞머리도 오른눈이 가려지게 자라게 해 번뜩거리는 왼쪽의 붉은 눈만 보이게 하였다.
리디에는 집사가 처음 들어온 3년전을 기억해냈다. 그때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엄연한 라이트가의 하인일 뿐이였다.
" 하지만 스바라씨, 몬스터테이머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 아버지는 제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하라고 했어요. "
" 리디에님...! "
" 어서 가요, 프란시스! 이제 테이머본부로 가는거에요? "
" 음, 그럴걸? "
리디에가 집사의 말에는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고 프란시스의 팔에 팔짱을 끼웠다. 고사리같이 작은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자 프란시스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뒤에서는 집사가 안절부절 못한 채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또한번 찻집의 문이 열렸다.
리디에와 똑닮은 여성이 씩씩대며 들어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곧 그녀의 녹빛 눈에 리디에가 들어왔다. 리디에가 주춤거렸다.
" 어, 언니... "
리디에가 무언의 말을 이어가려 하자, 여성이 리디에의 뺨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