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도치가 그런 싸움스킬을 익히는데는 족히 2달이 걸렸다.
몸을 돌돌 말아 적에게 돌격하는 척을 하다가 적이 피하려 하면 순식간에 말은 몸을 풀어 적을 꼬리로 후려치는 기술.
다른 뱃도치드래곤들보다 유난히 힘이 센 그였는지라 이 한방이면 웬만한 몬스터들은..
그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멀리 날아갔다.
뱃도치의 꼬리 공격은 프란시스도, 리디에와 오를란느도, 분홍슬라임도 예기치 못한 행동이었다. 스바사만이 가만히 서서 싸움의 경과를 지켜보았다.
니나는 몸을 피하기 위해 위로 뛰어올랐지만, 뱃도치는 그걸 노리고 니나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멀리 날아간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뱃도치의 꼬리에 실린 힘은, 핑크슬라임을 멀리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키ㅡ이ㅡ잉ㅡ...
프란시스가 황급히 몬스터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진 쪽을 돌아보았다. 스바사가 눈 한번 끔뻑이지 않고 말했다.
" 저는 라이트가문의 집사입니다. 집사라고 에어젼트 테이머가 아니라는 법은 없죠. "
스바사가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뱃도치의 턱을 쓰다듬었다. 기분이 좋았는지 뱃도치가 그르렁대며 스바사의 손을 탔다.
프란시스는 니나를 찾으러 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을 뿐이었다. 니나가 없으면 진짜로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인 면도 있었다.
프란시스가 가만히 서있기만 하자 문득 오를란느가 풉 하고 웃음을 흘렸다.
오를란느의 모욕에도 프란시스는 잠자코 서 있었다. 오를란느가 계속해서 조롱하였다.
그 소리를 지른 건 프란시스가 아니였다. 오를란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벤토가 서있었다.
오를란느 역시 기사단의 일원이였다. 벤토와 오를란느는 머리색이 똑같아서 오를란느를 칭할때는 여기사라는 호칭을 썼다.
" 노란 여기사, 비록 그녀가 검은 마녀라 해도, 걘 마녀이기 전에 내 절친한 친구였어. 지금은 냉전상태이긴 하지만, 그녀를 모욕하면 참지 않겠어. "
프란시스가 적잖이 당황했다. 저러다 몬스터테이머인게 들통나면 어쩌려고 그러는거야! 프란시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녀석이 들키지 않게 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 난 괜찮아, 벤토. 어차피 내가 진 싸움이기도 하고. "
" 프란시스... "
리디에가 멍한 표정으로 프란시스와 스바사를 번갈아보았다. 새삼 자신의 가문의 힘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스바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다시는 찾아오지 마십시오. 리디에가 말을 건다 하더라도 무시하십시오. "
프란시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스바사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리디에와 오를란느를 바라보았다.
" 돌아가시지요, 아가씨들. "
리디에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벤토를 향해 씩씩대던 오를란느의 손을 잡았다. 리디에의 고사리 같은 손에 잡히면 그 상대가 누구라도 웃음이 흘러나오지 못할 수 없으리라.
그들이 돌아가고나서 벤토와 프란시스는 희망의 숲으로 향했다. 둘이 함께 마을안에서는 움직일 수 없어 벤토가 프란시스에게 미니드래곤을 맡기고 먼저 마을을 나간 후에, 프란시스가 어떻게 머리카락 속에 미니드래곤을 잘 감춰 그의 도움을 받아 마을을 나와서 벤토와 합류했다.
" 넌 그렇게 마을에서 아는척을 해야 속이 풀리냐? "
먼저 그를 닦달한 건 프란시스였다. 프란시스가 화를 내자 벤토가 키득거리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 아니, 노란여기사, 오를란느가 그렇게 입발이 센데 네가 이길리 만무했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옛친구 연연하며 난입한건데 그게 은인에게 할소리냐? "
" 으이그, 은인같은 소리흔다 진짜... "
프란시스는 니나가 걱정돼지 않는지 그렇게 말하며 실실 웃었다.
희망의 숲에 도착하자, 닌자사슴 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나무에 몸을 기대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니나가 들려있었다. 크게 다친곳이 없어보였다.
" 이제야 오는가? 이녀석이 날아온지 족히 한시간은 되었을건데. "
키잉!
니나가 사슴닌자의 품을 빠져나와 프란시스에게 안겼다. 프란시스는 몇번 니나를 쓰다듬어주고는 단을 바라보았다.
" 누가 잡아준거에요? 티카? "
그러자 나무뒤에서 불쑥 몸을 드러낸 티카였다. 그녀는 몰라도 어떻게 그녀의 성체 드래곤인 히드라곤이 나무 뒤에 숨어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 그럼! 내 히드라가 단단히 한몫했는걸. 니나가 날아올걸 기다리다가 히드라를 딱 출격시켜서 어찌어찌 잡아왔지! 덕분에 히드라들 머리가 꼬였었고! "
그 모습을 상상하자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문득 벤토가 모두의 등을 떠밀었다.
" 자, 그 이야기는 그쯤하고. 이제 밥을 먹으러 가는 게 어때? "
" 좋아, 좋아! "
" 오늘 저녁은 자연산 유그드라실 샐러드랑 팜피오 샐러드, 드블랑구이야! "
" 와아!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본부로 돌아가는 3인방과 두마리의 몬스터, 드래곤이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한밤중. 티카와 프란시스는 잠들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그 아이가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까? "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티카였다. 티카의 의구심에 프란시스가 작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 일단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거 같아서 그런 시험을 넣은거야. 때마침 그런 시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질줄은 나도 몰랐어. "
" 스바사씨의 뱃도치가 니나를 날리는 게 압권중의 압권이였지. 걔가 그러고도 이곳에 온다면, 걘 충분히 자질이 있어. "
티카의 말에 프란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 그아이가 진실로 몬스터테이머가 되고 싶다는거니까. "
한편, 리디에는 조금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프란시스에게 다시는 말을 걸지 못한다는 충격이 이루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랴. 하도 리디에가 잠을 자지 못하자 보다못한 스바사가 방 밖에 나가 수면제를 가져왔다. 물온도를 따듯하게 맞춰 수면제와 함께 내왔다.
" 리디에 아가씨, 정말 잠을 주무시지 않으실 요랑입니까? "
리디에가 스바사를 바라보더니 이불을 확 덮었다. 스바사를 상대하기 싫은 탓이리라. 궁극적으로 따지면 그가 대결에서 이기는 바람에 프란시스와 다시는 말을 섞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러다 문득 리디에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탓에 물을 엎을 뻔했지만 겨우내 쟁반을 잡고 버티는 스바사였다.
"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저, 희망의숲에 갈거에요! "
풀었던 금발머리를 다시 빗고, 나갈채비를 하는 리디에를 보자 이거 안되겠다 싶어 스바사가 옷을 빼앗았다.
" 집사님! "
리디에가 방방 뛰며 그의 손에 잡힌 옷을 빼내려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였다. 스바사가 옷을 옷장 위로 던졌다.
" 안 됩니다, 리디에님. 밤에는 낮에 돌아다니는 닌자사슴이나 슬라임이 아닌, 무시무시한 독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가 일대를 돌아다닙니다. 제 뱃도치같은 드래곤 세마리가 같이 싸워야 이길까 말까 하는 몬스터라고요. 그런 몬스터가 있는 곳에 가시려는겁니까? "
" 네!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니 드래곤좀 빌려주시면 더없이 좋을거같아요. "
스바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리디에를 바라보았다.
" 안 됩니다. 저와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다시는 그녀를 찾아가지 않겠다고. "
" 전 원래 약속을 안 지켜요! "
그리고는 있는 힘껏 머리로 스바사를 들이받은 리디에였다. 억 소리와 함께 집사가 배를 부여잡는 틈에 리디에가 망토를 걸치고 어서 집을 나섰다.
" 리디에 아가씨! "
밤이 찾아와 겨우 눈을 붙이고있던 몬스터 테이머들이였지만, 그들 모두 비상벨을 듣자마자 눈을 뜨는 건 습관화되어있었다. 모니터에 가장 먼저 다가선 자는 첸이였다.
곧 화면이 켜지더니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가 있었다. 희망의숲 지대의 대장인 스바사였는데, 얼마나 다급했으면 리디에의 방에서 통신을 진행했을까!
" 대장님? "
첸이 의아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완전히 질려버린 얼굴로 다급하게 외쳤다.
" 스바사님! 아니죠?! 리디에가.. 리디에가...! "
스바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몬스터 테이머가 되기위한 시험 2단계를 받고있던 리디에 홀트 라이트양이 저를 들이박고는 이시간에 희망의 숲으로 향했습니다. 밤에는 막강한 몬스터가 일대를 돌아다녀 대치가 불가피한 상황. 벤토와 티카, 단이 몬스터가 라이트양을 해치지 않게 회유해주시고, 프란시스와 첸이 라이트양을 찾아주세요. 저도 곧 뱃도치 드래곤을 데리고 합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