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빤히 보지도 말아줘! "
기겁한 나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다가 이내 한마디를 덧붙일 수 밖에 없었다. " 만약 너희가 날 빤히 바라보고 있다면 말이야. "
내가 기억을 잃기전에는 개그라도 좋아했나? 내가 갸우뚱하는동안 또다른 목소리가 내 귀청을 파고들었다.
검은 로브가 기어이 라테아까지 건드린게야! 실험을 한다고!
검은 로브? 그게 뭐야?
내가 모른다는 표정을 짓자 일순간 모든 드래곤들이 쑥덕거렸다. 뭐야, 너희들 내가 모르는 무언가라도 알고 있는거야? 그때 또다른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 용이란 것들은 왜이렇게 시끄러워서 난리야! 내 고막을 터뜨려 죽일 속셈인가?
그랬던 내 생각은, 목소리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기분이였다.
ㅡ카. 르츠니카! 르츠니카 맞아?
르츠니카? 뭐야, 그 이름은 왜 또 그렇게 괴상해! 일단 아무래도 내 이름을 부르는 거 같은 그 목소리에게 일차적으로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파스스 사라져버렸다.
르츠니카라. 일단 기억을 해놓긴 해야겠지.
정말 검은로브를 모른다는 게냐?
엄숙한 드래곤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하는 비탄과 함께 그 목소리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검은로브는 그 정체를 아는 자가 없어, 심지어 우리같이 라테아에 머물고 있는 드래곤조차 그들이 무슨 목적으로 무슨 실험을 하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네. 확실한건 그들이 카데스를 따르고 있다는거야.
카데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의 없는 기억의 구멍속을 헤집어댔다. 그러니까, 아모르랑 카데스가 있고..
" 악의 화신? "
바로 그거야! 다크닉스를 세뇌시키고 크로낙, 카시즈, 엄청난 몬스터들을 만들어내서 일차 빛과 어둠의 전쟁을 이끌어냈지.
그리고 그 전쟁에서 고대신룡, 빙하고룡, 번개고룡, 파워드래곤이 그를 막아 사대신룡으로 추양받고있다는 이야기. 좋아, 여기까지 기억해내는데 성공했다! 이 다음은 뭐지?
그 악의화신 카데스를 힘을 키워 부활시키려는 조직이 검은로브일세. 일전에 큰 격파활동이 한번 있었으나, 어느새 다시 엄청 많은 추종자가 모여 다시 일을 꾸몄어. 그 중 하나가 우리 드래곤들의 신성지역인 라테아를 건드리는 실험이였고, 그 연구 때문에 그림자영혼이 생겨났어!
" 그림자영혼? "
승천되는 드래곤중 5%, 전투중 상해를 입고 죽는 드래곤중 15%, 알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는 드래곤중 100%가 라테아로 돌아오지 못하고 몬스터형태로 유타칸을 떠돌게 되었다네. 그게 바로 그림자영혼이야. 거기서 카데스의 영향을 더욱 받으면 완전한 몬스터로 변질하는것이지. 우리는 그걸 다시 라테아로 부를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설명을 곰곰이 듣던 나는 문득 이런생각에 착안했다. 그림자영혼이 아직 카데스에게 일말의 영향을 받지 않고 라테아로 돌아가길 간구하고 있는 드래곤들이라면, 이들처럼 이야기로 회유하여 그들을 불러들일 수 있지 않을까?
내 생각을 그들에게 말해보자 용들이 일제히 다시 회의상태에 들어간 거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이상한 상상을 해보았다.
만일, 내가, 검은로브라면?
잠시 그렇게 생각해봤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아냐, 내가 검은로브라면 기억을 잃을 리가 없지. 따라서 이 가설은 옳지 않아.
그렇다면, 검은로브의 실험체?
이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목에 박혀있는 탁한 보석, 그림자의 결정이라고 했던 것도 있었고.
치료제가 내 DNA를 완전히 비비꼬았나?
드래곤들의 치료제를 맞았으니 이 또한 가능할 거 같았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누리한테도 맞춰줘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다시 그들이 이야기를 걸어왔다.
일단 시도해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네.
오, 예! 일단 내가 그림자영혼을 회유해보겠다는 이야기는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그들은 내게 아주 열심히 그림자영혼의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그림자영혼은 뿔이 있어.
에? 뿔은 전혀 없는걸! 오히려 새의 날개를 가지고 있지.
아냐, 새의 날개가 아니라 핑크벨과 비슷한 모습의 날개를 가지고 있어.
뚱딴지같은 소리하지 마! 일단 그림자영혼이 붉은 건 확실해.
그림자영혼이 왜 그림자영혼이겠냐? 그들은 검은색이라고. 검.은.색!
... 도움이 되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나는 알 수 없으니까. 그러다 문득 물어볼 게 떠올라 그들에게 질문을 하겠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보내자마자 그들이 이야기를 일제히 멈춘다는건 분명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 아까 르스니까? 그 이야기를 하던 용은 왜 갑자기 비명을 질렀어? "
그게 이야기가 좀 많이 복잡하구나. 우리는 네 정체를 알지만, 그것을 네게는 말할 수 없어. 가증스런 검은로브가 너에 관한 한가지라도 발설하는 즉시 완전히 사라지게 주문을 걸었으니!
" 걔들이 신이야? "
아니, 신은 아니지만 흑마법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아모르가 많이 지쳐 그일을 막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림자영혼들을 돌려놓는다면 우리가 네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날지도 모르지. 그러니, 염치없지만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림자영혼들을 돌려놔줄 수 있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그림자영혼을 회유하지 않으면 그들은 일반 몬스터가 된다, 하지만 모습은 용들이 자세히 알고 있지 않다. 즉, 내가 나서야 한다는 뜻이지만.. 나름대로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일단 내 기억의 펑크도 메꿔야 하니까.
그때는 내가 무슨짓을 벌이려는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