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도와줘... 제발..."
그때, 여성 타천사가 다리를 부여잡고 다리를 절며 움직이는 것이 하프의 눈에 띄었다.
"한번 다가가 보자."
"괜찮을까...?"
"저 목소리... 분명 진짜로 다친거야."
하프는 앞장서서 그 타천사에게 다가갔다.
"저기, 제발 도와줘... 천사들 한테 다리를 베였어..."
그 타천사는 다가오는 하프를 보고는 계속 피가 흐르는 다리를 끌고 하프에게 다가갔다.
"도와드릴게요. 거기 가만히 계세요."
하프는 타천사에게 다가갔다.
"흐아... 흐아..."
타천사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조금 아플 거예요. 잠깐만 참으세요."
하프는 어디서 얻었는지 가방에서 붕대를 꺼내 타천사의 다리에 감아주었다.
아무리 봐도 하프의 누나뻘 되는 키와 목소리였다.
"고마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저는 보통 빛의 세력이나 어둠의 세력은 돕지 않아요."
하프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럼, 어째서...?"
"당신이 상처를 입고 도움을 청하며 돌아다닌다는 건, 근처에 당신의 편이 없다는 거 겠죠."
"그걸 어떻게..."
"지금 상황으로 봐서 여기는 전쟁중... 그런데 당신의 편이 없다는 게, 조금 이상해서요..."
"그건..."
타천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외면당했어..."
타천사의 다리로, 눈물이 떨어졌다.
"어째서죠...?"
하프는 타천사의 앞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줄 자세를 취했다.
"나는 언유즈풀 데키든스..."
데키든스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천계에서 따돌림 당했어... 그래서 천계에서 도망쳐 타락했지..."
"그랬군요..."
"그런데 마계에서 조차 나를 항상 외면했어...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아무 쓸모도 없다며..."
데키든스의 목소리는 다시 떨리기 시작했고,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틀렸어요."
"응...?"
"틀렸다고요. 당신이 쓸모 없다는 말."
"무슨... 소리야...?"
"이 세상의 존재 중, 쓸모 없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어요."
하프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데키든스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을 이어갔다.
"이 세상의 존재가 왜 태어나는 지 아세요? 그것은, 맡은 일이 있기 때문에, 다시말해, 쓸모가 있어서 태어난거예요. 저는 어벤데드 하프. 천계에서도 마계에서도 버림받은 반천반마. 하지만 저에게도 맡은 일이 있어요. 저처럼 버림받은 존재를 감싸주고, 지켜주는 것. 당신이 맡은 일은, 다른 생명을 없애는 일이 아닌, 지키는 일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울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나는 아무런 전투 능력도 없는걸..."
데키든스는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건 키우면 되죠. 포기 한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업어드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전쟁터부터 빠져나가요."
"괜찮겠어...? 나, 꽤 무거운데..."
하프가 등을 내어주자, 데키든스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등에 업혔다.
"카오스, 주변 좀 봐줘."
"아, 응."
가만히 보고만 있던 카오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아이... 괜찮은 녀석이네...'
데키든스는 날아서 갈 수 있었음에도, 하프에게 의지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업는건 처음이라 어색하네...'
하프는 볼이 조금 붉어졌다.
"근데, 어디로 가게?"
카오스가 물었다.
"조금 멀지만, 동굴에 있으려고 해요. 당신이 나을 때 까지요."
하프는 데키든스에게 말하듯 말했다.
"저기..."
"네?"
"그냥 누나라고 불러도 돼..."
"그, 그건 너무 어색해서..."
하프는 볼이 더 붉어졌다.
Ps.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