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과거에는 언제까지나 수치와 치욕만 존재하는게 아니란다."
그의 어머니가 복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씀하셨다.
"아, 주무시고 계시는 줄 알았습니다만... 깨어 계셨군요."
그는 '조금 의외로군'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네 이야기 소리를 듣고 깨었단다. 사색을 하다보니 내 잠귀가 밝은 걸 잊은 모양이로구나."
"아, 죄송합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사과 인사를 했다.
"내용은 다 듣고 있었단다."
그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고 싶어 고의로 새벽시간을 택하였습니다만..."
어머니가 그의 옆에 다가가 의자를 끌어 내어 그의 곁에 앉더니
"너무 혼자 있지 말고 같이 생각을 정리해보는게 어떻겠니?"
하시며 조심스레 어머니가 물으셨다.
그는 조금 오래 고민을 하다가 대답했다.
"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네요."
어머니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려 앉았다.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으니 마저 이어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네가 한 이야기가 다 맞단다. 하지만 사람마다 다 다르지. 너처럼 과거를 그저 상처로만 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반대로 그 과거 덕분에 행복한 선물을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단다. 네 아버지와 결혼 한 덕분에 지금 내 앞에 선물이 놓여있는 것 처럼. 뼈저린 과거일지라도 그 과거는 소중하단다, 그 덕분에 현재의 내가 존재하니까. 그 과거가 너를 바꿔준 결정적 운명이니까."
그는 어머니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 과거에 있었던 속상하고 화나는 일에 대해서만 너무 연연하지 마려무나. 그건 오히려 너를 괴롭힐 뿐이란다. 그렇지만 그 과거 덕분에 네가 지금 이렇게 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거 아니겠니? 그 과거를 너무 원망만 하지 마라. 그 과거를 겪은 것에도 감사하렴."
어머니의 말을 듣기만 하던 그의 입이 떼어졌다.
"그 과거에 대해서 어떻게 감사할 수가 있죠? 나를 바꿔준 계기가 되긴 했지만, 그 고통은 얼마나 막대한데..."
어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미 네 말에 해답이 있단다."
"네?"
"그 당시에도 살아 있고 지금도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시련을 통해 내가 더욱 강해 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로 할 수가 있단다.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는 소중한 너의 생명, 물론 내 생명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오늘의 새벽을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라고 하면 이해가 더 쉬우리라 생각한다."
"아..."
"시련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는 말이다, 그 시련이 가난이 되었던, 치욕스럽고 떠올리기는 죽어도 싫은 과거가 되었던, 너를 더욱 강하게 해 주었다는 공통점이 있단다. 현재 우리가 아는 유명 인사들, 위인들도 다 그 시련 덕분에 모든 이들의 동경을 받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거란다. 그 시련이 없었다면 그들은 무슨 수로 강해지고 계기가 생겨서 정상에 오르고 다른 시련이 오더라 한들 견딜 수 있었을까? 꼭 정상이 아니어도 그 시련을 통해 강해져서 그 시련을 이겨내고 나아가 행복해 질 수 있단다. "
"그렇군요..."
어머니는 그를 바라보시다가 시선을 돌려 먼 산을 바라보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셨다.
"우리는 지금 정상에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련 덕분에 지금처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사람은 아주 가까운, 네 근처에도 있단다."
그는 어머니의 말에 조금 놀랐다.
"그 예로,
이 엄마가 있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