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dream (3)
김챔프
"인간."
캐롤라인이 읊조렸다. 곧 무언가를 떠올린 듯, 불쾌함을 뿜어내며 위협적인 꼬리를 휘둘렀다. 그러다 곧 페이가 자신의 꼬리에 긁힐 뻔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휘두르는 걸 멈췄다. 스마트 드래곤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게 다행이었다. 그가 그 장면을 봤다면 캐롤라인은 있을 장소를 잃었을 것이다.
"음... 혹시 인간이 싫은 거야? 하지만 진짜, 진짜 조금을 빼면 다 좋은 생물인데."
"그럴 리가 없다."
캐롤라인이 너무 딱 잘라 말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세계를 더이상 건드리지 않기 위함인지 페이는 인간에 대한 부분은 건너뛰기로 했다. 인간이 어느 사건을 계기로 사라졌다는 건 더더욱 말하지 말하지 않게 조심해야겠어.
후엔 속성이나 세대같은 드래곤에 대한 것을 가르쳤고, 페이는 캐롤라인이 무슨 속성인지 몰라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모든 속성의 음식을 먹였다. 그로 인해 캐롤라인은 맞지 않는 것들을 토해내느라 변기와 한참 씨름을 했고, 그것이 꽤 소란스러워 무슨 일인가 싶어 나온 스마트 드래곤에 의해 현장검거된 페이는 등에 선명한 앞발 자국이 났다.
캐롤라인의 속성은 불이었다. 칠면조 구이만은 토해내지 않고 맛있게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페이가 호되게 혼나는 도중에도 맛있게 그것을 먹어서 스마트 드래곤에게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불똥이 튄 것이다. 그는 반항심 가득한 울음소리를 냈다.
이런저런 사건이 있다보니 어느새 밤이 됐다. 원래 있던 세계에서 밴 생활과 버릇으로 인해 캐롤라인은 잘 수 없었다. 자는 동안엔 적의 공격에 반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귀도 밝겠지. 스마트 드래곤은 캐롤라인에게 가만히 있으라 한 다음(제발 말을 잘 듣길 바라면서) 페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뭐야, 캐롤라인은요? 그리고 밤엔 나가지 말라면서..."
"다 할 얘기가 있어서다, 이것아. 넌 듣기만 해."
스마트 드래곤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더니 페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캐롤라인의 행동은 드래곤이라기보단 몬스터에 가깝다. 어쩌면 단순히 인간을 미워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 때엔 없었을 테고, 애초에 다른 세계에서 온 드래곤이지 않느냐. 걔가 이곳에 적응하는 건 굉장히 어려울 거다. 특히 그 야생성을 잠재우지 않는 이상 까딱했다간 큰일이 날 거야."
"네? 그럴 리가요! 캐롤라인은 잘 해낼 거예요. 그리고 얌전히 잘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내 얘기는 그게 아니란다. 지금이야 우리 둘 뿐에 소란스럽거나 갑작스러운 일도 없지만 마을이라면 어떨지 두렵구나."
"그, 그건... 하지만 캐롤라인은...!"
"나도 안다. 언제까지고 안에 가둘 수만은 없지. 아무래도 걜 찾아가야 할 것 같구나. 지금 당장."
지금 당장이요? 페이는 깜짝 놀라 순간 더듬이의 빛이 더 세졌다. 스마트 드래곤은 밤이 아니면 안전할 확률이 낮다고 했다. 한밤중의 마을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니까. 페이도 스마트 드래곤의 말을 듣고 동의했다. 둘은 다시 집을 향했다. 그런데 캐롤라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캐롤라인이 없었다. 둘은 심장이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그때, 부엌 쪽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무언가 뜯기는 소리거 들렸다. 부엌을 향하니 놀란 눈을 한 캐롤라인과 처참히 뜯긴 음식들(대부분 칠면조 구이다)이 있었다. 스마트 드래곤은 갈 길이 바빠 잔소리를 그냥 넘어가 운이 좋은 줄 알라 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바람의 신전 깊숙한 곳으로 갈 거다. 신전과 떨어진 곳은 개간이 되지 않아 길을 잃기 쉬우니 조심하고."
바람의 신전. 페이는 그곳을 전에 잠깐 가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장소였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뵙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그 마음을 접어둬야 한다.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캐롤라인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