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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자의 은둔 생활] EP1. 약자에겐 약자만의 방법이 있다(Last)

44 환타린이
  • 조회수513
  • 작성일2019.11.13
“공략이 덜 된 던전에서 살아남으신 비결이 무엇입니까!”
“게이트가 닫혔을 때, 무슨 심정이 드셨습니까!”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찰칵-! 찰칵-!
쉴 틈도 없이 질문이 날아온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헌터들과 협회의 직원들이 이를 최대한 통제해 봐도 역부족이었다.
사신 길드의 메인 헌터이자, B급헌터 관리 본부 이사. 최철영이 소리쳤다.

“게이트 공략 도중 사소한 실수가 벌어졌고! 그로 인한 미미한 피해가 생겼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시금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한층 더 거세졌다.

“캐리어들의 부상이 사소한 피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신 길드의 정확한 입장 표명을 부탁드립니다!”

휘유, 엄청나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야야야야.”

그리고 엄살도 덧붙였다.
이곳은 간이 의료천막 안.
사신 길드 소속. B급 치유계 헌터 차은혜에게 치료받고 있는 중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치유 스킬을 쓰고 있는 그녀에게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자 그녀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후유증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며칠간 푹 쉬시는 게 좋을 거에요.”
“덕분에 좀 살 것 같네요. 아까 전까진 팔이 끊어질 것 같았거든요.”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팔을 빙빙 돌려보았다. 아-! 차은혜가 깜짝 놀라는 듯 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일부로 낫지 않도록 스스로가 회복을 막고 있었으니까.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본래의 옷을 입었다. 배와 등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웃통을 벗은 상태였다.

옷을 입고 나자, 왜인지 차은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럼, 감사했습니다.”
“벌써 떠나시게요?”

 깜짝 놀랐다는 듯이 물어왔다. 갑자기 옷을 주섬주섬 거리더니 명함 하나를 꺼낸다.

“혹시나 상처가 벌어질 수 있으니, 받아주세요.”
“저는 드릴 게 없는데요.”
“괜찮아요. 혹시라도 어딘가 아프시면 꼭 연락 주셔야 돼요!”

명함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의 의미로 살짝 고개를 숙인 뒤, 펄럭! 천막을 젖혔다. 밖에 있는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본래라면 질문 공세를 퍼부었을 상황.
그러나 조용했다.
최철영이 막 기자들에게 위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반인은 B급 헌터의 사나운 기세 앞에서 말도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이 사실을 알고 천막을 나선 것이기도 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멋쩍은 듯이 살짝 웃고는, 경직되어 있는 기자들 사이를 지나친다. 그때, 최철영이 입을 열었다.

“잠깐.” 

발걸음을 멈칫했다.
최철영의 질문이 이어진다.

“넌 지금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
“내가 묻고 있다. 네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제길, 방심했다.
기자들이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최철영이 마나로 일종의 압력을 가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나는?

쥐똥만 해가지고, 알아챌 수 있어야지. 늦었지만 걸음을 멈췄다.
보아하니 일반인들을 위해 적절하게 위압을 조절한 것 같다. 방금까지도 치유 스킬을 맞고 있던 터라 방심하고 있던 것이 큰 낭패였다.

그러고 보니, 각성이란 것도 참 편하단 말이야. 중급사제 급의 치유력도 그렇고, 소드마스터 급의 마나 운용도 그렇고. 그만큼의 경지를 이루지 않아도.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만약 그때, 『고』를 선택했다면 무슨 스킬을 가지게 됐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스킬이 없어도, 그 ‘이상’을 해낼 수 있으니까.

“뭐, 대답해 줄 생각이 없나 보군.”

다시금 들려온 목소리에 상념이 깨진다. 주변엔 더욱 많은 마나가 몰려들고 있다. 아마 더한 압박을 가하려는 것 같았다.
절로 식은땀이 흐른다.
또라이 아니야?
이 정도면 평범한 사람의 목숨에 위험할 수 있는 정도다. 아무리 의심이 가도 그렇지. 이걸 확실하게 버틴다면 더 이상 일반인 행세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 어떻게 반응해야 될까.
죽을 것 같다는 듯이 비명을 질러 봐?
아님, 털석 쓰러져 봐?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려가며 고민할 때였다. 천막 안에서 나온 차은혜가 소리 질렀다. 덕분에 이쪽을 향해오던 마나의 기세가 옅어졌다.

“지금 환자한테 뭐하는 거에요!”
“넌 조용히 해라, 차은혜. 난 지금 저놈에게 확인할 것이 있으니까.”
“한 번만 더 내 환자에게 손대면 가만히 안 있을 거라고 했을 텐데요!”
“그래서, 사신 길드를 나가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최철영이 차은혜를 노려보았다. 시선을 마주한 그녀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해볼 테면 해보라는 태도였다. 그렇게 잠시간의 대치가 이어졌다.

“좋아. 그만두지.”

결국 포기한 쪽은 최철영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유능한 힐러였으니까. 나가면 자신만 손해였다.

앗싸. 이제 가도 되는 건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내심 좋아했다. 위기를 모면해준 차은혜에게 내심 감사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최철영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신, 곧 네놈을 찾아가겠다. 캐리어. 그때는 그 입으로 직접,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나를 압박하려던 마나가 아예 사라졌다. 그가 뭐라 말하던 간에 이때다, 하고 재빨리 자리를 빠져나왔다. 뒤통수가 따가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아, 동생 밥 좀 벌어 먹이겠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지하철을 타면서 생각했다.
시간은 벌써 3시 가량. 아침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시선을 무시하며 자는 척을 했다.

그래도 보람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사신 길드에서 제공한 피해 보상금, 300. 거기에 만장일치로 모두가 캔 마석 정산비용을 받아 220만원의 돈을 추가로 벌었다.
캐리어들은 보상금을 받고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그곳을 떠났다. 나를 제외하고 다친 사람은 바닥에서 굴렀던 성씨라는 사람뿐이었다. 격한 감사를 받으며 정확한 이름을 들은 것 같았지만, 이정도로만 기억해도 충분한 것 같다.

헌터 협회에게 사건의 진상을 이야기 할 땐, 최대한 처절하게 싸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내 부상 상태와 게이트 내의 널려져 있는 곡괭이들의 파편을 보자 순순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덤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지영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참으로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였다.

모든 캐리어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협회의 사람들은, 살아서 다행이라고 말해주었다. 또 나에게 감사패를 주고 싶다 했지만 당연히 거절했다. 그대신 정보 보호를 요청했다. 언론에 얼굴이 나오는 것은 사양이었으니까.

이야기는 이렇게 일단락되었다. 
힘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분명 내가 아닌 다른 캐리어들이었어도 가능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그것도 운이 좋을 때지만.

더불어 느낀 점도 있었다.
더욱 힘을 키워야 한다고 실감했다. 
7서클 마법인 기억조작만 할 수 있었어도 이 고생을 안 했을 것이다.

장소를 조금 마련해볼까.....
지금까지 천천히 힘을 키우고 있던 이유.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마나를 끌어 모으면 필시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 
다만, 이젠 슬슬 본격적으로 힘을 끌어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분명 이래저래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서 정기가 충분한 산을 찾아가 봐야겠다. 
그래, 지리산이면 되려나?

-이번 역은 영등포 구청. 영등포 구청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고민하는 사이에 집 쪽에 도착했다. 

-문이 열립니다.

지하철역을 나왔다. 빌라로 걸어가면서 헌터폰으로 갈만한 레스토랑을 검색했다. 고생한 나를 위해서라도 오늘은 특식을 먹어야 할 것만 같다. 동생은 소고기를 좋아하고 나는 해산물을 좋아하니.

........소고기를 먹어야겠네.
아님 진짜 뷔페를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왜인지 동생이 고개를 푹 숙인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방금 왔는지 옷도 교복 차림이다.
시간은 3시 20분.
아직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동생의 학교 스케줄은 쫙 꿰고 있다. 학사일정에 따르면 오늘은 끝나는 시간이 4시50분. 지금은 막 체육 수업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뭐, 일찍 끝날 수도 있지.’

금방 납득했다. 그날의 사정에 따라 학사일정 같은 건 바뀔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런 것도 있지 않은가. 독감 환자의 유행으로 인한 휴교 같은 것처럼.
그리고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통장에 들어온 오늘의 수입. 동생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며 말했다.

“은지야? 수업이 벌써 끝난 거야? 마침 오늘 이 오빠가 돈을 좀 벌었는데. 외식을...”

그런데,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은지가 고개를 들었을 때, 퉁퉁 부운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얼굴이 왜 그래! 누가 때린 거야? 아님 학교에서 괴롭힌 당한 거라도 있어?”

제길.
일찍 왔을 때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옛날처럼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가, 참다못해 뛰쳐나왔을 것이다. 오빠로서 여동생이 고통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못 채다니. 

학교 좌표가 어떻게 되더라...

그렇게 과감하게 하나의 재앙을 만들어내려 할 때였다.

“이......나쁜.....”
“.......?”

동생의 입에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좌표 설정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물었다.

“누가 나쁜데? 말 좀 해봐! 당장 찾아갈라니까!”
“......나쁜....놈아!” 

힘껏 소리친 동생의 눈에는 닭똥만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오..빠가...오빠가 죽는...줄 알았는데....”

아, 이런 부지런한 협회 놈들.
설명이 끝나지 않았어도 무슨 일인지 상상이 간다. 분명 캐리어들이 고립됐을 때, 그 가족들에게 연락이 간 것이다. 살아나올 거란 생각을 못했을 테니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동생의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고기 사줄까? 소고기로.”

퍼억-!
주먹이 명치에 제대로 직격한다.
나는 은지의 손이 그렇게 매운지, 오늘 처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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