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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변치않을.

44 용이 1마리
  • 조회수469
  • 작성일2020.09.12
'내일도 또 올게요,'라는 아이의 친절섞인 말은, 우습게도 친절에 약한 용이 하루를 망치기엔 가장 완벽한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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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그는 수호자로 태어나 한 번도 하루를 망친적이 없었다. 수백년간 수호자로서 살아와 많은 하루들을 겪었음에도 단 한 번도, 하루일정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없었다, 어제까지만했어도 앞으로도 하루계획을 망칠 이유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어찌 완벽한 것들만을 따르며 살 수 있을까? 시온이 늘 생각하듯, 신들은 너무나 어이없게도 완벽한 것들을 만들지 않았다. 흠, 생각해보니 애초에 창조주부터가 완벽하지 않았으니 그 조각에서 태어난 신들역시 마찬가지겠지. 여기까지 생각을 끝내니, 하루계획을 망친 용은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온이 어제부터 하루계획을 망쳐버린 이유는 간단하다. 피를 잔뜩 묻힌 모습에도 겁먹지 않고 달려와 친근히 구는 아이때문이였다.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말한 말 때문에, 용은 신경이 쓰여 무슨 일을 하든 망쳐버리고 말았다. 최근 몇 십년 동안 이렇게 엉망이된 하루가 있었을까. 한숨이 계속 입 밖으로 새어나왔지만, 이미 해는 하늘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와 느릿느릿 져가고 있었다. 망했군. 져가는 해를 보며 텅빈 눈으로 시온은 생각했다.


아이는 이타적이면서도 지나치게 이기적이였다! 저를 보고 괴물이 아닌 용이라 정확히 말한 것을 보면 제가 숲 속에서만 살아와 관계를 맺은 적이 없어 친절에 약하다는 것역시 알 아이는, 제게 기다림을 강요했다. 아이가 언제 올지, 대충이라도 말해주었으면! 제가 이렇게 하루를 망칠일도 없었을터! 그런의미로, 시온이 생각하는 아이는 이타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였다.


오늘 하루의 절반을 훨씬 넘게 날렸다. 이왕 날린 하루, 오늘은 쉬기로 마음먹은 용은 꼬리에 얼굴을 묻곤 나긋한 햇살에 편히 몸을 웅크려 눈을 감았다. 시온이 편히 쉬는 시간은 딱 삼 초였다. 1, 2, 3. 그리곤 근처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탓에, 애써 누운 몸을 궁시렁 거리며 놈은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들어도 그건 아이의 비명소리였고 반나절이 넘게 아이만을 기다린 용은, 급히 소리난 쪽으로 가야만 했다.


비명을 지른 하루의 쪽으로 달려간 시온의 놀라 흔들리는 초록빛의 눈엔 웃음을 참고있는 작은 아이였다. ...일부러 저를 놀린 것일까, 웃음을 참느라 터질듯한 두 볼이 그렇게 얄미워보일 수가 없었다. 


"푸하학!"


결국 침묵을 깬 것은 하루의 웃음소리였다. 시온은 놀려진 것이 기분이 그닥 좋지 않은 듯 뚱한 표정으로 하루에게 물었다.


"...장난이 참 짖궂구나."


"그렇지만 제가 비명을 지른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잔뜩 놀란표정으로 달려오셨잖아요! 솔직히 좀 놀랐어요, 사실 용님이 오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우린 어제 처음 만났잖아요? 이 커다란 숲을 관리하시느라 바쁘실텐데 이렇게 작은 인간에게 와주실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정곡을 찔렸다. 


용은 아이의 말을 듣고서야 스스로 자각했다. 그러게? 내가 왜 인간아이 하나 때문에 이리 놀라 급하게 뛰어온거지. 아직도 흔들리는 숨을 가다듬지 못한 시온이였다. 이렇게나 급하게 뛰어올 이유도 없었네, 차분히 생각해보니 꽤나 금방 나온 생각의 결말이였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이 숲을 몇백년간 관리해온 용이였다. 인간관계에는 약했지만, 표정관리 만큼은 자신있는 세월을 살아온 시온이였기에, 금세 평온해보이는 얼굴을 하곤 느릿, 커다란 주둥이를 아이에게 가까이 내밀었다. 


"네가 온다고 해서, 하루계획을 망쳐버렸단다. 그만큼 기대하고 있었는데 내 숲에 제 발로 찾아온 손님을 내칠 수야 없지."


이정도면 꽤 괜찮은 대응이였다. 이정도로 말하면 아이는 대충 속아넘어갔겠지? 아니, 사실 속아넘아가길 바라고 있는 중이였다. 조마조마하던 용과는 달리, 환히 웃은 하루는 작은 입을 열어 답했다.


"아. 그렇군요!"


납득한 듯한 표정의 아이는 그리 말하고선 부드러운 풀에 털썩 주저앉아 말을 이어갔다. 커다란 용은 아이 옆 풀에 앉아 그 말을 하나하나 조용히 들었다. 용에겐 아이처럼 말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였고 그렇다고 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꾼의 자질도 없었으며 인간관계에 익숙하지도 아니였기에, 그저 들었다. 듣는 것만큼은 자신 있는 일이였기에.


하루는 시온에게 많은 것을 말했다. 하루가 8할을 말하고 시온이 1할을 말했다. 나머지 1할은 숲의 작은 새들이 가져갔다. 그들도 말이 많은 생명체이니까. 하루는 시온이 묻지도 않은 것들을 술술 말해주었다. 그렇기에, 둘의 첫만남에서 시온이 가진 의문(아이가 피범벅이 된 괴물을 보고도 놀라지 않은 까닥이라던가,)은 쉽게 풀렸다. 


하루가 말하길, 제 가족은 숲의 용을 섬긴다고했다. 다른 이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흰 용을 괴물이라 불렀지만, 하루의 가족은 아니였다. 하루역시 한 달에 한 번쯤은 숲을 지나가다가 본 길게 이어진 핏자국때문에 용을 괴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제 앞에서 가만히 이야길 들어주는 흰 용은 괴물이라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긴 핏자국을 남긴 것들은 언제나 악한 인간들(어디까지나 하루의 입장에서의 악한 인간이였다.)이였고, 일부 마을인들은 그 나쁜 것들의 업보라며 용을 옹호하기도 했다. 또, 하루도 용을 보고 싶어 여러번 숲을 찾아왔다는 것, 지금 용을 만나서 무척 기쁘다는 것. 등등, 참 많은 것들을 시온에게 알려주었다.


하늘의 아래쪽에 떠있던 해가 거이 져가 땅 밑으로 들어갈 때까진 하루가 그제서야 궁금한 것이 생긴지 시온을 바라보며 물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아직 용님의 이름을 못들어봤네요. 설마이름이 용은 아닐거잖아요? 혹시 제게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반짝이는 눈으로 묻는 하루의 물음에 시온은 부드러히 말했다.


"시온."


시온이야, 지금까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아무도 불러주지 않은 이름이지만. 내 이름은 시온이란다. 태초부터 존재하던 온화함. 변하지 않을 온기가 되고 싶어 스스로에게 정해준 이름. 


이름을 들은 아이가 여린 꽃처럼 웃음지어 답하니, 두 번째 만남은 변치않을 따스함과도 비슷했다.


***




작중 시온의 이름은 兘溫입니다~ 처음 시, 따듯할 온 자를 쓰고 있어요! 오늘은 1화보다 조금 길게 써보았습니다...^^ 


댓글로 궁금하신 점 여쭤보셔도 괜찮아요~ 그럼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동아리 만화 마감이 있어서 좀 늦을 것 같아 미리 올려봤어요! 요즘엔 소설쓰는게 재미있어서; 금방 가져올것 같기는 하지만...^^

작업물 일부 올리고 갈게용 매화차 소설에 삽화를 넣을지 넣지 않을지 고민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어도 요정도 퀄리티는 낼려고 노력할 것 같은데 매화 요정도 퀄리티를 내려면 정말 일주일에 1번 이상 연재가 어려울 것 같아요!ㅠ 그래서 

1. 연재는 자주하고 삽화는 가끔만 넣는다
2. 일주일에 1번만 쓰고 삽화를 매화마다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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