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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할게.

27 아르칸테스
  • 조회수412
  • 작성일2020.09.27
  이 세계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덮혀 그 위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가기 전, 끝맺어지지 않았던 그 이야기가 다시 홀로 남겨져 구석에 박힌 새끼 고양이가 되어 그 순한 눈, 아련한 표정으로 다시 나를 기다리기 전, 하얀 눈과 입으로 슬퍼하며 공기의 눈물을 흘리던 구름과 내가 있노라면 늘 기뻐하며 높은 곳에서 춤추다가 낮게 웅크려 푸르름을 잃고 슬픈 얼굴을 하며 애절하게 바라보았던 하늘, 마지막으로 껴안으려 달려들던, 나를 붙잡으려던, 그 바람들과 배웅 해주던 바람이 실어준, 나무들의 나뭇잎 편지를 받아 읽던 그 때가 아른거리며 수많은 기억들이, 그 모습들이 나의 곁을 감싸 안았다. 
 하지만 지금은 햇살과 함께 더욱 반짝이며, 하늘을 누비며 기뻐하는 표정이 그득한 구름과, 제 힘 빼가며 최대한 푸르름과 높은 하늘을 보이려는 여전히 개구지고 귀여운 하늘, 다시 온 나그네를 기뻐하며 곁에서 강강 술래를 추는 바람들, 가깝고도 먼 발치에서 녹빛을 한껏 돋보이며 얕은 미소를 지어주는 나무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가장 가까이, 나의 가장 소중했던 이 세계의 친구가 눈 앞에 서 있었다.
 한없이 짙은 보랏빛 피부에 그 속에서 빛나는 우주의 밤하늘을 가진, 검으면서도 투명한 날개와 비늘을 가진, 우수에 가득 찬, 한랭한 바람과 한없이 온화한 바람을 담은, 그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루네가 나의 앞에 서 있었다. 내 발목 크기의 조그만 친구 루네가...
 
"성공했네. 오늘은 그 친구에게 정기 하나 대접해야겠어."
 그 말은 그 문 앞에 똑같이 순한 눈으로 서 있었던 요정을 보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루네였다는 말이었다. 여지껏 단 한번도 그러했던 적이 없었던, 이 세계 바깥에서 나를 부른 적이 없었던. . . 루네 또한 나를 잊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각시켜주는 루네였다는 말이었다. 

 몇 년의 세월을 서서히 낡아 나이 들어가는 그 문 앞에서 서 있었고, 내가 다시 오기만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옛 친구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보아주고 말을 걸어주는 친구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 .

 그런 친구를 버리고 떠나간 내가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에, 나만을 바라보고 망부석으로 이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모르고 구타 하는 비와 눈을 견디며 시간을 보냈을 루네의 마음에 

 잔잔한 인사와 함께 나누었던 재회와 동시에 그 말을 들은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지진 앞에 힘없이 쓰러져가는 고목과 탑처럼. . .

 ". . . . . ."
 무너진 자의 등을 토닥이며 감싸안는 침묵을 나는 느꼈다. 하지만 침묵은 어서 나의 존재를 지워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침묵도 내가 어서 루네에게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침묵의 부탁에 이끌려 나는 실낱같은 목소리와 굵은 물방울을 눈에 머금으며 어느때보다도 가는 목소리의 편지를 보냈다. 

 " . . . 미안해. . . 정말. . . 미안해. . . "
 서서히 몸의 진동이 나의 마음을 안았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땅을 적셨고, 이내 나의 흐느낌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떠나가 퍼졌다.

 루네의 손이 갈빛 숲속 위에 앉아 살굿빛 땅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 다시 와줘서 고마워. 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와주다니. . .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닌 걸 다시 한 번, 네가 증명해냈어. 넌 여태 내가 봐온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달라.
 
 너무나도 달라서, 너무나도 좋은걸."
 본능적으로, 그리고 감성적으로, 나는 루네를 와락 껴안았다. 그런 루네의 온기도 나의 포옹을 기뻐하며 똑같이 안아 주었고, 나의 마음을 메웠던 또 다른 심장은 더욱 크게 뛰었다.

 "루네. . . "
 "알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미안한 거. . ."
더욱 큰 울음소리가 번진다.
 "이제 그만 울어도 돼. 오랜만에 본 친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지금만해도 충분한 걸."
 "하지만. . . "
  "괜찮아, 너의 귀환은 나의 가장 큰 선물이야. 그러니까,


 용서할게. 모든 걸.
 그리고, 


 고마워, 정말. . . 다시 돌아와줘서."

 나와 루네를 지켜보던 바람의 따뜻한 눈물이 공기 속에 번져갔다. 그 온화함은 나무들에게도, 구름들에게도, 기뻐하던 하늘의 마음도 따뜻하게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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