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날이 좋아 노랗게 물들어있는 은행나무길로 갑니다. 떨어져 있는 은행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떨어지는 은행잎이 멋있어 냄새따위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돗자리를 깔고 은행나무 옆에서 누워 봅니다. 잔잔하게 은행잎이 떨어지는걸 보고 잠들려는 순간 은행이 인중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알고보니 절 시샘하는 동쪽의 파랑새가 떨어트린 거였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그새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누명을 씌우려는군요. 그래서 저는 슬픔에 돗자리도 챙기지 못하고 돌아서고 맙니다. 하지만 저는 철인이었습니다. 동쪽의 파랑새가 아무리 지저귀고 시샘하여 저에게 나쁜짓을 저지른들 저는 묵묵히 그걸 견디고 이겨내는 존재였던 겁니다. 저는 저에게 휩싸윈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떨쳐내고 완전한 '철인'이 되려고 합니다.

파랑새가 뭔지는 똑똑한 독자분은 아실겁니다. 추석 잘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