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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빌리지 더 세컨드 : 비하인드 스토리» [8] 계약과 관계의 변화

21 팜파오
  • 조회수398
  • 작성일2020.10.29
[ 유타칸 | 마을의 대장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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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어둠의 수호자가 된 나는 더 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무가 버겁지는 않았지만 내게 딱 맞는 무기가 있다면 전투력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자신에게 딱 맞는 무기로 전투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고 조금 부럽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번 수호자 시험 때 나를 지켜준 카르마에게 보답할 겸 카르마의 힘을 사용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기... 혹시 이 대장간을 하루만 빌릴 수 있을까요?"
   "대장간을? 무슨 일로? 도구를 빌리는 것도 아니고 대장간을 통째로 빌린다면 돈이 꽤 필요할 텐데... 그리고 내 소중한 대장간을 빌려준다면 누가 그 대장간을 쓰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네."
내가 한 대장장이에게 말을 걸자 대장장이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질문했다. 내가 약해 보이나? 뭐 폴리모프 상태에선 평범한 인간이니 그럴지도.
   "돈은 낼 테니 가격이나 말해주세요. 저는 다크닉스입니다."
   "다크닉스? 빛의 첫 번째 자손이자 위대한 어둠의 수호자이신 그 다크닉스?"
대장장이는 놀라며 다시 물었다. 내 소문이 이렇게나 퍼진 건가... 나는 고개를 조금 끄덕였고 대장장이는 곧 내게 자신의 대장간 정도는 공짜로 선물할 것처럼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나한테 반했나? 당신은 어떤지 몰라도 난 남자보단 여자가 좋은 걸 어쩌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인사를 하는군요. 기억하실진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숲에서 제 아들을 구해주신 은인을 이제야 뵙습니다."
   "아... 그 꼬맹이 아버지셨군요... 그래서 돈은 얼마나 내면 될까요?"
흠. 이렇게 만나기도 하는구나. 대장장이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했고 나는 칭찬을 받자 괜히 얼굴이 붉어져서 주제를 돌렸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이구, 돈을 받는다니! 큰일 날 소리! 그냥 공짜로 쓰게 해 드릴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 제 이름은 마틴 해머입니다!"
그리고 대장장이는 자신의 이름과 대장간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인심이 좋은 사람인데? 이름도 직업하고 어울려...! 크큭. 그럼 작업에 돌입해볼까? 나는 먼저 대장간을 둘러보며 연장의 위치와 기구들의 배치를 살펴보았다. 벽 한쪽에 붙어있는 화로와 그 옆에 서있는 단단한 모루, 담금질을 위한 물통 그리고 모루 반대쪽에 있는 연장들과 풀무까지. 작지만 완벽한 1인용 대장간이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먼저 풀무와 연장들을 옆으로 치워 필요한 공간을 만든 나는 바닥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기를 만들려는데 마법진이 왜 필요하냐고? 내가 만들 무기는 에고 웨폰(Ego weapon)이니까. 원래 에고 웨폰은 강력한 마법사가 그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에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마력을 부여하면 그 마법사의 능력에 따른 자아를 가진 무기가 생성되는 것이지만, 나는 지난번에 이미 카르마에게 자의식이 있는 것을 봤으니 한결 쉬울 것이다. 카르마와 계약을 맺고 무기에 카르마를 불어넣거나 카르마가 원하는 형태를 잡게 내버려두면 되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마법진은 완성되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마법진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똑바로 선 후에 마력을 방출했다. 내 몸에서 마력이 방출되자 뿜어져 나오자 주변 일대는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크. 힘을 조금 줄여야겠다. 분필로 그려진 무색의 마법진은 내 마력에 반응해서 붉은빛이 감도는 짙은 보라색으로 변했다. 나는 나지막이 계약의 조건과 조항을 읊었다.
   "심연 가장 깊은 곳에서 영원히 불타오르는 카르마여, 지금 그 종속되지 않음을 깨어 나와 계약을 맺을지어다. 바라는 것은 협력과 도움. 그 대가는 희생자들의 피, 조항은 존중과 부름의 응답. 이제 네가 가장 빛나는 심연 그 깊은 곳에서 나와 나, 다크닉스와 계약을 맺겠는가?"
내가 생각해놓은 조항과 조건으로 계약 여부를 묻자 빛의 탑에서처럼 바닥이 쫙 갈라지면서 넘실대는 카르마가 나왔다. 전과 다름없는 푸르면서 붉은, 실로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그리고 카르마는 내게 말했다. 말을... 한다고...?
   '흥미롭군... 나와 계약하기를 원하는 자가 있다니...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그 본질을 바꿀 수 없는 법이지 드래곤.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 음? 이 마력은... 그래. 그 기분 나쁜 탑에서 나를 부른 그 녀석이군. 내 힘이 마음에 들었나 봐? 크하핫! 협력과 피라... 나쁘지 않은 계약이야... 더군다나 이렇게 강대한 마력이라면... 좋아. 나 카르마는 너와의 계약을 받아들인다.'
전음으로 내게 말을 하다니... 아직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라고? 카르마는 나와의 계약을 받아들이고 점점 무기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무기의 모습을 갖춘다라... 나는 무기에 카르마가 깃드는 것을 생각해서 일부러 대장간에 온 것이었는데... 뭐 이렇게 돼도 상관은 없겠지. 카르마는 계속 형태를 바꾸다가(검, 창, 활, 메이스, 표창, 건틀렛 등등...) 어느 순간 갑자기 대낫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낫이라... 날이 자루의 절반 정도로 길고 1m가 좀 넘을 것 같은 자루 중간에 달려있을 손잡이는 없었다. 한 손으로 휘두를 걸 알고 저런 건가? 날과 자루는 모두 탁한 푸른빛이 감도는 빛나는 붉은색이었고 날카로운 날과 자루가 맞닿는 부분부터 날 시작 부분에는 카르마가 휘감고 있었다. 자루는 딱히 특별할 것 없이 곧았고 자루의 양쪽 끝에는 창같이 작은 스파이크가 달려있었다. 다른 화려함에 중점을 둔 전투용 낫에 비해서 단소하지만 멋들어진 날의 뾰족한 부분의 반대쪽엔 배틀 액스처럼 도낏날같은 날이 하나 더 달려있었다. 색은 다른 부분과 같았다. 한눈에 봐도 사신조차 부러워할 만큼 잘 만들어진 낫이었다.
   '왜 그렇게 뚫어지게 보지? 이 몸의 실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건가? 크하! 어서 빨리 잡아보라고! 앞으로는 서로 도와야 하는 관계이니 잘 부탁한다 파트너!'
또다시 내 머리에 울려 퍼지는 카르마의 전음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럽게 낫의 자루를 잡았다. 차갑고 견고한 낫의 감촉이 지금 이 상황이 현실임을 알려줬다. 나는 천천히 낫을 들어 올렸다.
   "ㄱ... 가벼운데...? 가벼우면서도 견고한 것 같아. 날은... 날카롭네."
나는 날에 엄지손가락을 대서 확인해봤다. 붉은 피 한 방울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드래곤 스킨 정도는 그냥 뚫을 정도로 날카로운데?
   '크하하! 그럼! 당연히 대단하지! 이 몸이 직접 현물화해서 만들어진 카르마 사이드란 말이다!'
   "위력을 시험하고 싶은데... 일단 여기를 정리하고 나가자."
나는 대장간을 다시 원래대로 정리해놨다. 카르마가 피어나서 갈라진 바닥은 카르마가 무기의 형태로 변하자 감쪽같이 붙었다. 나는 마틴은 찾아가 고맙단 인사를 했다.
   "뭘 별말씀을요... 근데 그 낫, 한 번만 만져봐도 괜찮을까요?"
마틴이 카르마 사이드에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괜찮으려나? 나는 선선히 카르마 사이드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마틴은 그것을 받아 들더니 바로 떨어트... 릴 뻔했지만 내가 잡아냈다. 왜 이러지? 마틴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ㅎ... 혹시 이거 에... 에고 웨폰입니까...?"
   "그런데요?"
   "허어... 대단하군요. 에고 웨폰이라니. 평생 못 볼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평생 못 보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마틴은 조금 주저하며 대답했다. 카르마가 무슨 말을 했길래 이러지?
   "에고 웨폰 자체가 대장장이로써 한번이라도 보면 성공했다고 하는 그런 보기도 힘든 무기이지만... 하지만 저... 저희 마을에는 대장장이들 사이로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요... 에고 웨폰을 쥔 자는 시대를 구할 영웅, 아니면 시대를 위험에 빠트릴 악당이라고..."
그런 전설이라니. 신기한데? 하지만 왜 주저했던 거지? 뭐가 더 있는 건가?
   "하지만 다크닉스 님은 더할 나위 없는 영웅이시죠! 그럼 전 이만..."
마틴은 서둘러 말을 끝맺고 자리를 떴다. 왜... 그러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찝찝한 느낌을 뒤로하고 그냥 몬스터를 상대로 이 카르마 사이드를 시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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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장간의 뒷골목에서 숨을 몰아쉬며 혼잣말했다.
   "죄송하지만 전설은 그게 다가 아니에요... '에고 사이드를 쥔 자는 수많은 자의 생명을 거둬갈 사신이며 에고 소드를 쥔 자는 수많은 생명을 구해낼 천사일지어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있거든요... 설마... 다크닉스 님이...? 에이, 그럴 리가 없어. 일이나 하자 일!"
하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 불길한 예감을 뭘까... 나는 그 예감을 무시하고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깡! 깡! 깡! 망치질 소리가 작은 대장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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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 어이! 몬스터를 너무 많이 몰아온 것 아니냐고!'
나는 난파선에서 10마리 정도에 몬스터와 대치하고 있었다. 으음... 시험 전투치곤 난이도가 있는걸?
   "괜찮아. 너의 힘도 시험해볼 겸 잘됐지 뭐. 그럼 간다! 카르마 슬래쉬!"
몬스터에게 돌진하며 카르마 사이드를 휘두르자 카르마가 날을 휘감더니 낫의 궤적에 따라 카르마가 생겨났다. 스웅! 쉬칵! 퐈르르륵! 키에에... 한 번의 슬래쉬로 모든 몬스터들은 한 줌의 재로 변해 사라졌다. ㄷ... 대박!
   "어... 엄청나다! 너 왜 이렇게 강해...?"
   '너도 만만찮은데? 방금 그 베기는 꽤나 숙련된 베기였어. 생각 이상인데? 나를 이 정도로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줄이야...'
에고 웨폰과 사용자 사이의 성향과 성격이 비슷할수록, 서로의 강함이 비슷할수록 그리고 마나 타입이 비슷할수록 둘의 시너지는 강해진다. 그러니까 무기가 너무 강해도 사용자가 그것 못 따라간다면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내 마나 타입은 어둠. 카르마는 어둠의 불꽃. 성향과 성격은 아직 잘 모르지만... 이거 아무래도 엄청난 무기를 얻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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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신! 이거 봐봐! 한번 잡아봐!"
저녁에 동굴에서 나는 고신에게 카르마 사이드를 자랑했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고신은 카르마 사이드를 쥐더니 마틴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이번에도 빠르게 반응해서 카르마 사이드를 잡아냈다. 반응이 왜들 그리 한결같아?
   "이거... 에고 웨폰이야...?"
   "응. 정확히 말하면 에고 사이드야. 어때?"
   "형하고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마나 타입도 비슷해 보이고."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의 임무가 기대되는 건 처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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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오늘은 무슨 임무가 들어왔으려나...
   "수호자 님. 오늘 하실 일은 바람/하늘의 신전의 몬스터 소탕과 수묙신의 묘지 정기 소탕입니다."
   "둘만 있을 때는 다닉이라 해도 괜찮다니까는..."
   "업무 중엔 제 상사이십니다."
하아... 내가 얘를 어떻게 말리냐... 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암흑의 감시자 님. 그럼 바람의 신전으로 먼저 가실까요?"
   "그러도록 하죠."
무뚝뚝하기는... 나는 피식 웃으며 바알을 지나쳐 업무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바알은 문을 닫으며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정말 충직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조금 깐깐하단 말이지. 빛의 사제단 본부를 나온 나와 바알은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해 바람의 신전으로 날아갔다.
   "도착했습니다. 먼저 가시죠."
   "도착한 건 저도 알아요... 몬스터나 잡읍시다."
우리는 바람의 신전을 한 바퀴 돌며 몬스터를 찾으려고 했지만 오늘의 첫 사냥감은 멀리 있지 않았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몬스터의 괴성이 들려왔다. 나와 바알은 잠시 시선을 교환하고 소리의 근원지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한 인간과 칼싸움을 하는 늑대검사가 있었다. 늑대검사와 대등하게 칼싸움을 한다고? 나는 조금 놀라서 자세히 바라보았고 잠시 후 그 인간은 죽을힘을 다해서 싸우고 있다는 것과 이미 한 팔을 잃었단 것을 깨달았다. 이거 빨리 도와줘야 겠는데? 하지만 바알의 상황 파악이 나보다 빨랐는지 바알은 먼저 몸을 낮추고 늑대검사에게 달려 나갔다. 채챙!
   "뒤로 물러나세요. 이제 안전합니다."
   "ㄱ... 감사합니다...!"
그 남자는 얼떨떨하게 뒤로 물러났고 나는 내가 아는 의학지식을 모두 쥐어짜서 응급처치를 했다. 늑대검사는 검을, 바알은 왼손을 빠르게 놀리며 싸우고 있었다. 대단한데?
   "네놈은 꽤 하는구나!"
   "너도 몬스터치곤 제법이구나. 하지만 끝이다. 다크 라이트닝."
바알의 말을 끝으로 짙은 녹색의 번개가 늑대검사를 명중했고 늑대검사는 옴 몸이 지져 저서 소멸해버렸다. 그래도 꽤 버티다니. 흠. 우리는 응급처치를 마친 남자에게 마을로 향하는 길을 가르쳐준 후 다시 바람의 신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까보다 많이 걸었을 무렵 여러 마리의 몬스터를 발견했다. 그들은 한 드래곤 앞에 서있었다. 잠시만... 저건... 해치? 저 드래곤이 해치라는 게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카르마 사이드를 소환하고 몬스터들에게 달려 나가는 중이었다. 스걱! 한 마리. 스카칵! 두 마리, 세 마리. 촤아악! 푸화르륵! 네 마리. 마지막 소리는 내가 낫으로 찍은 몬스터에게서 심장이나 동맥을 베었는지 피가 터져 나오고 카르마가 그 피를 먹어치우는(나는 카르마가 피를 태우는 걸 이렇게 표현한다.) 소리였다. 나는 해치 드래곤 앞으로 가서 선 후 몬스터들 쪽으로 낫을 들어 올렸다.
   "이제 괜찮아. 오빠가 지켜줄게."
   "네놈은 누구냐!"
   "크르... 죽고 싶은 거냐?"
하. 고작 셋밖에 안 남은 주제에 협박? 순식간에 넷을 처리했는데? 내가 피식 웃자 몬스터들은 얼이 빠진 듯했다.
   "웃어?"
   "아, 미안. 약해빠진 놈들이 협박하는 게 조금 웃겨서... 크큭."
내 도발에 남은 놈들은 술렁거리다 내게 달려들었다. 그래, 이걸 원했다.
   "죽어라아!"
   "흐라아!"
   "받아봐라!"
세명은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내 뒤에서 겁에 질려있는 해치에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는 의학지식을 모두 쥐어짜서 응급처치를 했다. 늑대검사는 검을, 바알은 왼손을 빠르게 놀리며 싸우고 있었다. 대단한데?
   "네놈은 꽤 하는구나!"
   "너도 몬스터치곤 제법이구나. 하지만 끝이다. 다크 라이트닝."
바알의 말을 끝으로 짙은 녹색의 번개가 늑대검사를 명중했고 늑대검사는 옴몸이 지져저서 소멸해버렸다. 그래도 꽤 버티다니. 흠. 우리는 응급처치를 마친 남자에게 마을로 향하는 길을 가르켜준 후 다시 바람의 신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까보다 많이 걸었을 무렵 여러마리의 몬스터를 발견했다. 그들은 한 드래곤 앞에 서있었다. 잠시만... 저건... 해치? 저 드래곤이 해치라는게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카르마 사이드를 소환하고 몬스터들에게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스걱! 한 마리. 스카칵! 두 마리, 세 마리. 촤아악! 푸화르륵! 네 마리. 마지막 소리는 내가 낫으로 썰은 몬스터에게서 심장이나 동맥을 베었는지 피가 터져나오고 카르마가 그 피를 먹어치우는(나는 카르마가 피를 태우는 걸 이렇게 표현한다.) 소리였다. 나는 해치 드래곤 앞으로 가서 선 후 낫을 들어올렸다.
   "이제 괜찮아. 오빠가 지켜줄게."
   "네놈은 누구냐!"
   "크르... 죽고싶은 거냐?"
하. 고작 셋밖에 안 남은 주제에 협박? 순식간에 넷을 처리했는데? 내가 피식 웃자 몬스터들은 얼이 빠진 듯했다.
   "웃어?"
   "아, 미안. 약해빠진 놈들이 협박하는 게 조금 웃겨서... 크큭."
내 도발에 남은 놈들은 술렁거리다 내게 달려들었다. 그래, 이걸 원했다.
   "죽어라아!"
   "흐라아!"
   "받아봐라!"
세명은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고 나는 내 뒤에서 겁에 질려있는 해치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오빠가 처리할 테니까 잠깐만 눈 가리고 있어."
나는 싱긋 웃으며(내 웃음이 무섭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그 해치가 덜덜 떨며 눈을 가린 걸 확인하자 내게 거의 근접한 몬스터 셋을 순식간에 낫으로 썰어버렸다. 스칵! 푸확! 한 번의 동작으로 세 마리는 모두 두 동강 나버렸다. 원래라면 피가 터져 나오겠지만 카르마 사이드에서 피어 나온 불꽃이 '희생자의 피'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서 그냥 카르마가 피어 나오는 것뿐이었다. 나는 바알에게 해치를 마을까지 데려다줄 것을 부탁하며 혼자 바람의 신전 토벌을 마쳤다. 다행히 하늘의 신전에는 몬스터가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그냥 수목신의 묘지로 갔다.
   "정기 소탕일이면 몬스터가 많을 텐데..."
왜냐고? 평범한 소탕은 어떤 지역에 몬스터가 많다는 소문이 나면 진행된다. 하지만 정기 소탕은 월마다 한번씩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이라 당연히 몬스터 수가 누적되어 많을 수밖에 없다. 나는 한숨을 푹푹 쉬며 수목신의 묘지에 발을 디뎠다. 발을 딛자마자 몬스터 소리가 들려오자 내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야. 너. 거기 너! 다른 애들 다 불러와."
한 핑크 젤라틴은 내 말에 어리둥절해하다가 내가 자신 옆에 있는 다른 핑크 젤라틴을 반으로 갈라서 죽여버리자 어디론가 서둘러 뛰어서(슬라임 류 몬스터는 발이 없어서 '달리는' 게 아닌 '뛰어서' 빠르게 이동한다... 몬스터에게 동정심이 생기는군.) 사라졌다. 내가 잠시 카르마 사이드와 얘기를 나누는 동안 많은 수의 몬스터가 우글거리며 몰려들었다.
   "슬슬 다 모인 모양인데?"
   '저기 보스 몬스터까지 보이는군. 크하!'
   "진짜? 와... 많이도 모였다..."
   '빨리 시작하라고! 오늘은 배 터지게 먹겠구나! 크핫핫!'
   "어휴... 그래, 그래. 슬슬 다 모인 것 같으니 시작해볼까?"
나는 카르마 사이드를 몇 번 돌리며 50은 넘을 듯한 몬스터들에게 걸어갔다. 몇 마리의 호전적인 녀석들이 내게 먼저 달려들었다.나는 카르마 사이드로 땅을 아래에서 위로 베었고 내가 땅을 베자 그 방향으로 내 마력이 섞여 평소보다 어두운 카르마가 땅에서 터져 나왔다. 쩌적! 푸화르륵! 내게 달려오던 놈들은 피할 새도 없이 불타서 사라졌다. 
   "이 정도면 에피파이저로 충분하지? 메인 디쉬 가는 중이다!"
   '멍청아! 에피파이저가 아니라 에피타이저다!'
아, 그런가? 나는 민망해져서 몬스터들에게 돌진했고 이미 많은 몬스터들이 나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네 때문에 집중을 못해서 틀리게 말했잖아! 카르마 수레바퀴!"
   '너의 멍청함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거냐!'
나는 카르마 사이드를 빙빙 돌리면서 몬스터들에게 던졌고 카르마 사이드의 날은 불타오르기 시작해서 마치 불타는 수레바퀴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내 작명 센스는 참 괜찮단 말이야. 불꽃 수레바퀴로 몬스터들 가운데가 뻥 뚫리자 나는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온 카르마 사이드를 들고 중심으로 파고들면서 옆에서 내게 공격을 날리는 몬스터들을 베어 넘겼다. 스키키킹! 스칵! 스칵! 스카악! 베고 또 베다 보니 나는 어느새 절반밖에 남지 않은 몬스터들 사이에 서있었다. 그럼 슬슬 끝내볼까?
   '카르마 수레바퀴... 하아... 카르마 부메랑, 카르마 수리검 등등 많은데 왜 수레바퀴냐...'
   "이걸로 끝이다! 카르마 볼케이노!"
카르마는 내 작명 센스를 비판했지만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 많은 공격이 내게 날아들었지만 나는 카르마 사이드를 땅에 찍어 넣을 뿐 피하지 않았고 내 주위에 반경 15m는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나온 카르마에 불타서 사라져 버렸다. 뜨거운 불꽃이 가시고 자욱한 연기가 걷힐 무렵 나는 카르마 폭발 한가운데서 유유히 걸어 나왔다.
   '어이! 마지막엔 너무 오버한 거 아닌가? 크핫!'
   "그래도 곧 마이아와 만나기로 했단 말이야. 들떠서 그만..."
   '쯧! 전투 중에도 데이트 생각이라니... 나는 이만 돌아간다.'
   "데이트 아니거든!"
카르마는 이렇게 말하고 내 팔 보호대로 스며들었다. 내가 발끈하며 한 말은 대답을 받지 못했다. 항상 지니고 다니기엔 너무 부피가 컸기에 미스릴로 만들어진 내 팔 보호대 안에서 불꽃 형태로 있다가 내 소환에 응할 때는 다시 낫의 형태로 변하기로 했다. 그래서 마이아가 선물해준 내 팔 보호대는 은은한 카르마 불꽃에 감겨있어서 더욱 아름다웠다. 이제 마이아와 만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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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이아의 집무실로 가서 문을 두드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오라는 말이 들렸다. 서류 속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마이아는 내가 들어가자 놀라면서 기뻐했다.
   "다크닉스으! 여긴 어쩐 일로?"
   "응? 오늘이 우리 만나기로 한 날이니까...?"
그러자 마이아는 머리를 탁 치며 멍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아아! 맞다아... 까먹어버렸어... 이미 아트마랑도 약속을 잡았는 데에... 어떡하지."
마이아는 3분 동안 귀엽게 얼굴을 찌푸리며 고민하다 어딘가로 전음을 보내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거지?
   "가자! 아트마가 괜찮대!"
그걸 말하고 있었나... 고맙고 미안하네. 나는 아이처럼 기뻐하는 마이아와 함께 빛의 사제단 본부를 나와서 밖을 거닐었다.
   "하아아... 상쾌한 공기... 나는 오늘 업무가 그럭저럭 많았는데 다크닉스는 어땠어?"
   "나? 나는 뭐... 나도 그럭저럭 많았어."
그리고 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똑같네... 푸흡!
   "다크닉스랑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해도 재미있다니까?"
   "나도, 나도!"
또 통했네. 우리는 또다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이런 시간이 너무 좋단 말이지.
   "우리 이제 뭐할까? 먼저 뭐 좀 먹으러 갈까? 나 배고파아..."
   "그래? 그럼 일단 저녁부터 먹자! 뭐 먹을까?"
   "마이아는 고기 머꼬시포요..."
마이아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되지도 않는 3인칭을 사용하며 짧아진 혀로 내게 고기를 사달라는 무언의 압박(귀여움도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 거다. 여자의 변신이란!)을 보냈다. ㄱ... 거절을... 거절을 해야 하는데... 너무... 너무 귀ㅇ...
   "그래, 까짓 고기! 먹자!"
내가 눈을 딱 감고 외치자 마이아는 기뻐하며 밝게 웃었다. 참... 고기 하나에 기뻐하다니... 월급도 많이 받을 텐데 왜 나한테 부탁하는지...(물론 수호자도 월급을 어마어마하게 받는다. 흠! 크흠!) 마이아와 나는 마을로 가서 마이아가 고른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가게부터 부티가 흐르는구먼... 가게의 건물은 조금 큰 평범한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었지만 가게 안은 가게 주인이 호랑 나무를 좋아하는지 색깔이 하나같이 굉장히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검과 방패, 활과 창등으로 장식돼있었고 10개가 넘는 식탁들과 식탁마다 4개부터 8개까지 있는 의자들은 하나같이 좋은 원목으로 만들었는지 색깔이 깔끔했다.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나와 마이아는 의자가 제일 적은 식탁에 앉았고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마이아는 해맑게 웃으며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그래도 기뻐하니 다행이네.
   "나 여기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다닉이랑 오니까 좋다!"
이 말을 듣자 내 장난기가 오랜만에 발동했다. 나는 몸을 기울이며 얼굴이 붉어진 마이아의 코에 내 코가 거의 맞닿을 정도로 마이아에게 다가가서 장난기 넘치는 눈빛으로 말했다.
   "나랑 와서 좋은 거야? 그냥 이 식당에 와서 좋은 거야?"
내가 조용히 속삭이자 마이아는 잠시 뇌가 멈춘 듯한 표정을 하더니 고개을 돌리려고 했다. 그걸 그냥 내버려둘 내가 아니지. 나는 마이아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빨개진 얼굴을 다시 원위치 시켰다. 마이아는 얼굴의 색이 벽에 걸려있는 검의 손잡이처럼 터질 듯이 붉어졌을 때 작게 대답했다.
   "ㄷ... 다크닉스랑 와서 조... 좋아..."
드래곤은 청각이 좋다.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많은 소리가 들리지만 나는 작은 마이아의 목소리 때문에 못 들었다는 듯이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다시 듣고 싶다...
   "으응? 뭐라고? 너무 작게 말해서 못 들었어."
하지만 장난도 정도껏 쳐야 하는 법이다. 마이아는 자신의 얼굴색보다 붉은 입술을 내 입술에 마주댔고 이제는 내 얼굴이 붉어질 차례였다. #$%^&*...!
   "대답은... 이걸로 됐지...?"
마이아는 뒷목을 쓰다듬으며 엄청나게 붉어진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나는 가능한 빨리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은 음식점의 주인에 의해서 깨졌다.
   "뭐 시키실 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이아도 나만큼 저 말이 반가웠는지 빠르게 드블랑 다리를 주문했고 나는 드블랑 통구이를 주문했다. 주문할 거냐는 말이 이렇게 반가운 적은 처음이네... 나와 마이아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말을 거의 하지 않다 음식이 동시에 나오자 빠르게 음식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비싸긴 해도 맛은 확실하다니까? 드블랑들을 맛있게 먹어치운 우리는 배를 두드리며 밖으로 나왔고 나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단 눈빛으로 계산서를 바라보다 찢어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하지만 옆에서 귀엽게 웃으며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마이아를 보자 그런 생각은 내 돈과 마찬가지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후아~ 맛있었다아... 다크닉스도 맛있게 먹었어?"
   "응응... 마이아가 맛있었다니 다행이네... 하하..."
나와 마이아는 조금 더 분수대에서 일과 노동에 대해서 심오한 얘기를 나누다 먼저 들어가야 한다는 마이아에 의해서 그 얘기는 끊겼다. 아트마한테 사과해야 한다나? 뭐, 막을 수는 없었다. 약속 취소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뭐. 나는 조금 더 분수대의 조각과 물의 파동을 관찰하다 동굴로 돌아갔다. 오늘은 참 행복한 하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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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제가 조금 늦었죠...ㅠ 죄송합니다... 이제 가을 방학이 끝나서 다시 학교를 가게 됐네요...(때려치고 글만 쓰고싶... 읍읍) 제 계획은 주 2회 연재입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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