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칸 | 칼바람의 산맥 변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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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칸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칼바람의 산맥. 사나운 바람은 눈으로 뒤덮인 나무를 거침없이 뒤흔들고, 차디 찬 눈보라는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세차게 몰아친다. 그리고 가끔씩은 이 험난한 곳에 적응하고 이곳을 배회하는 몬스터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은, 지금껏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일이었다. 깎아지른 듯 날카로운 빙산 봉오리 중 하나, 그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파직! 파지직! 깡! 무언가에 균열이 생기는 소리가 나더니 컵이 깨지듯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까가강! 챙! 파창!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공간에 균열이 생겨나고 그 균열은 점점 커져서 금이 되었다. 그 금도 점점 커지더니 그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차원의 균열'이 생겨났다. 그 차원의 균열은 생겨난 후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어떤 존재가 그 균열의 끝에서 튀어나왔다. 쿵!
"아야! 아아... 아파...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추운...? 어? 여긴... 어디지...?"
스스로에게 물은 그 존재는 무릎을 쓰다듬다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자신이 나온 균열을 바라보았지만 그 균열은 이미 너무 작아져서 거의 닫히기 전이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다른 차원, 2000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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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빛과 어둠이 있었다. 그 빛과 어둠은 거대한 싸움을 일으켰고 빛은 승리했다. 하지만 빛과 어둠은 싸움의 여파로 깊은 잠에 빠졌고 많은 생명들이 지상을 채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여러분도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차원 간의 차이가 생겨난다. 빛의 드래곤과 어둠의 드래곤은 다시 한번 전투를 벌였다. 자신이 따르는 신을 위해. 자신을 따르는 존재들을 위해. 그리고 그 싸움에선 어둠의 드래곤이 패배하고 봉인되었다. 빛과 어둠의 마지막 싸움이 있던 장소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모였고 그 에너지는 차원과 공간에 균열이 생길 정도였다. 두 번째 거대한 싸움의 여파로 그 공간에는 한동안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고 그 공간에 있는 거대한 차원의 균열은 누구도 존재 여부를 알지 못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 균열은 많이 작아졌다. 잘 보이지 않을 만큼까지.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던 차원의 균열은 자신을 호기심으로 만진 존재를 자신의 다른 끝으로 보냈다. 다른 끝, 쉽게 말해 드래곤 빌리지 2는 저쪽 세계, 드래곤 빌리지 1과 전혀 다른 세계였다. 시대, 드래곤, 사람 그리고 심지어 시간과 공간도 달랐다. 중력과 대기가 같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 우리의 초점을 다시 호기심 많던 한 존재, 아니 드래곤으로 맞춰보자. 혼란에 빠진 이 드래곤은 다행히 조금의 지식도 없는 건 아니었다.
"후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해보자 에트왈. 내가... 시공간 이동을 한 건가...? 아니, 이건 불가능해. 애초에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웜홀이 생성되려면 아주 강력한 에너지나 중력이 필요한데 도대체 어떻게...? 아니지. 여기는 아무리 봐도 유타칸이 아닌데... 유타칸에 이런 설산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그렇다면 웜홀이 아니라 차원의 균열인 건가? 하지만 차원에 균열도 거의 비슷한 원리인데... 잠깐. 에너지? 설마... 두 번째 빛과 어둠의 싸움의 여파로 차원의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은 아직까지도 존재한다는 건가... 믿기 어렵지만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이야... 차원의 균열... 확실히 고대 서적에 그런 내용이 있었지. 돌아가면 이것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탐구해야겠어."
에트왈은 연구원인 듯하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서성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가설들을 세웠다.
"그렇지만... 일단 여기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겠네. 여기에 더 있다간 얼어 죽겠어. 그런데..."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이제 느꼈는지 그녀는 칼바람의 산맥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쉬운 법은 아니다. 높은 빙벽 위에 있던 그녀는 밑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으려고 하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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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 님. 칼바람의 산맥 정기 소탕일입니다."
"벌써? 하아... 거긴 진짜 가기 싫은데... 빨리 가서 빨리 끝내자."
"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후우... 칼바람의 산맥... 아무리 추위에 적응되고 추위를 좋아하는 드래곤이라도 칼바람의 산맥에 레어를 틀지는 않을 것이다. 진짜 몸이 얼음으로 돼있지 않는 이상 거기서 살 수는... 으으으! 생각만 해도 춥네. 나는 복도를 걸어가며 몸을 부르르 떨었고 그런 나를 바알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
"아무 일 없어."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아직이란 건 곧 하겠다는 거지."
"그건 맞습니다."
나와 바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우린 빛의 사제단 본부 밖으로 나와있었고 우린 폴리모프했다. 슈와악. 원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우리 둘은 칼바람의 산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곳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추위가 두꺼운 드래곤 스킨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추워어!
"빨리 끝내자. 여기서 가능한 빨리 벗어나고 싶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서두르죠."
그 말을 끝으로 우리 둘은 칼바람의 산맥을 빠르게 훑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조금의 몬스터를 만났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한 드래곤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추위에 쓰러졌나 보다. 나는 그 드래곤을 업고 다시 돌아가며 바알에게 물었다. 이건... 누구지?
"바알. 이런 드래곤 본 적 있냐?"
"제 기억엔 없습니다."
"항상 문무를 겸비하려 노력하시는 우리 바알 님이 모르시면 내가 알 리가 없지. 그러면 새로운 드래곤이라는 거야...?"
"지금으로선 그 추측 외엔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성체일까요?"
"그러게. 어머니의 의지로 새롭게 창조되거나 발견되는 드래곤들은 알, 부화가 빨라봤자 해치였잖아. 그런데 성체? 성체라는 말은 이만큼 성장할 때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데... 그게 가능한가? 그것도 이런 곳에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죠. 일단 치료를 하고 깨어나면 자세한 일을 묻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그래야지. 이런저런 추측을 하며 산맥을 타고 내려오다 보니 벌써 원혼의 폭포가 보였다. 거의 다 왔구나. 더 이상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서 이 여자를 업고 날 수 있어졌다. 우린 빠르게 빛의 사제단 본부까지 날아가서 이 소식을 전했다. 모두들 새로운 드래곤, 그것도 성체 상태의 발견에 놀란 듯했다. 뭘 좀 아는게 있으려나?
"흐음... 이상하군... 이상해..."
"성체인데 왜 아직 발견이 안 된 걸까요?"
"혹시 이게 해치는 아닐까요? 해치인데 이렇게 큰 건..."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이 치아를 봐. 이미 다 자란 드래곤의 치아야."
"아, 그렇군요."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고 나는 그녀를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병동에 넘겨준 후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 뭐, 어떻게든 밝혀 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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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내게 말해달라는 언질을 해둔 내게 드디어 연락이 왔다. 빛의 탑으로 오라고? 무슨 일이지? 그곳에는 깨어난 그 드래곤과 몇 명의 연구원들 그리고 장로님까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과연 어떤 결과 일려나.
"아? 혹시 다크닉스?"
"나? 어... 내가 다크닉슨데?"
그 여자는 다른 연구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내가 온 걸 눈치챘는지 내게 또각거리는 구둣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다 다시 드래곤으로 변하며 말을 걸었다. 연한 베이지 색 몸에 큰 벚꽃잎같은 꼬리 끝과 시작 부분, 그리고 머리카락. 거기에 분홍색 옥처럼 빛나는 눈. 미인이네. 내 첫인상이다.
"일단 고마워. 나를 구해줬다며?"
음... 말투가 버릇이 없는 건지, 친화력이 좋은 건지... 무시하기도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응 뭐... 딱히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그런데 넌 무슨 드래곤이야? 아니, 어떻게 성체까지 발견되지 않을 수가 있었어?"
"음? 내 이름은 에트왈. 어떻게? 쉽게 말하자면 다른 차원에서 왔어."
나는 궁금한게 많았기 때문에 바로 많은 질문을 했고 그 답들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뭐? 다른 차원? 그게 가능이나 해? 아니면 나를 놀리는 건가? 내 표정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게 보였는지 에트왈은 싱긋 웃으며 내게 말했다.
"간단하게 정리할게. 아주 오래전, 내가 살던 세상에서 거대한 전투의 여파로 차원의 균열이 생겼어. 그리고 내 세상의 현재까지 그 균열이 닫히지 않았고. 나는 탐사를 나왔다가 그 균열을 발견했어. 호기심에 그것을 만졌고 그걸 통해 너의 세상으로 오게 된 거야. 아직 추측이지만 이거 말고는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어. 거의 정확하다고 보면 돼."
잠깐. 차원의 균열? 거대한 전투? 다른 세상? 많은 단어가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고 내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면... 너는 우리 차원에 드래곤이 아니란 거야...?"
"그렇다니까? 증명해줘?"
그리고 그녀는 내 팔을 잡아 자신의 팔을 베고 순식간에 재생했다. 저건... 저건 말도 안 돼. 술식과 마나의 흐름으로 저런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아니 애초에 마나를 신성력으로 변형시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그래서 힐링 스킬을 가진 드래곤이 귀한 거고. 보통의 마력과 술식으로 플래시 힐을 따라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어서 사용되지 않는 건데... 에트왈은 놀란 내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믿겠어?"
"ㅇ.. 어. 그런데 나를 부른 이유는 뭐야?"
내가 왜 나를 불렀냐고 묻자 에트왈은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게 주저하며 말했다.
"그게... 내가 다시 내 세상으로 돌아가려면 너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내 도움? 내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리고 에트왈은 내가 필요한 이유를 장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공간을 잇는 웜홀과 차원의 균열, 그것의 존재 조건 그리고 등등. 차원의 균열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순간에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순식간에 만들어내기 위해 가장 강한 드래곤인 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강하다라...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차원의 균열을 만들어낼 만큼에 에너지가 내게 있을까? 내가 이 부분을 묻자 에트왈은 대답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내 도움이 필요한 거야. 너희 세상엔 없는 레벨업 물약. 이게 있으면 단기간에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어."
"레벨? 레벨이 뭔데?"
"음... 경험? 힘? 이렇게 설명하면 되려나?"
그런 걸 물약으로 올린다고? 도대체 어떤 세상인 거냐... 그런 건 수많은 싸움에서 얻는 귀한 건데...
"그 물약 영구 지속이야?"
"음... 재료가 완전하다면 그렇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네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면 다시 돌아올 거야. 그래도 한번 정도는 가능할걸?"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아쉽다면 아쉽네. 편법을 사용하지 않게 돼서 다행이고 순식간에 강해질 수 없어서 아쉬워. 어? 잠깐만. 설마...?
"근데 그 물약 부작용은 없어? 그런 힘을 주는 물약이라면 부작용이 있을 법한데..."
내 물음에 에트왈은 잠시 생각하더니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부작용? 뭐... 운이 나쁘면 죽는 정도?"
"뭐라고!?"
"풉... 농담이야, 농담! 푸핫! 놀라는 거 봐! 푸하하!"
당한... 건가... 이게 진짜!
"너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도와준다?"
"에에? 트왈이는 집 가고 시픈데 안 도와줄 꼬야...?"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에트왈은 내게 가까이 다가와서 나를 올려보며 혀 짧은 소리를 냈다. 으으으...! 누구랑 참 비슷하네... 이길 수가 없어...
"어? 다닉 얼굴 붉어졌다! 크큭!"
"아... 아니거든!"
젠장... 말렸다... 빨리 얘기를 돌려야...
"자! 물약 마셔!"
내가 말을 돌리려고 고민하던 찰나에 에트왈은 내게 물약을 건넸다. 딱히 이상하게 보이진 않는 붉은 물약이었다. 저걸 마시면 강해진다고? 작은 의문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나는 아무 말 않고 코르크를 딴 후에 물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촤아앙! 순간 내 몸에서 빛이 나고 그 빛은 내 몸을 잠시 감싸다 다시 사라졌다.
"어때? 너 스스로도 느낄 수 있지?"
"어? 어... 응. 조금 강해진 느낌이야..."
"아직 많으니까 놀라기엔 일러."
에트왈은 이 말을 하고 웃으며 20개가 넘는 듯한 물약들을 가리켰다. 저걸 다 마시라고? 제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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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나는 엄청난 양의 물약을 삼켜 넘겼고 어느새 와서 옆에서 구경하는 고신마저 느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산 하나도 간단히 부숴버리거나 마음만 먹으면 유타칸에 있는 드래곤 전부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지막... 물약인가... 꿀꺽꿀꺽!
"크하... 죽을 것 같다... 음...? 어어?"
마지막 물약을 마신 내 몸에서 검붉은 오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건? 고신은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말했다.
"저게 뭐야? 새로운 진화 단계?"
"저건 너희 세계의 진화 단계인가? 축하해! 첫 오라 성체 드래곤이네!"
오라... 성체...? 첫 번째...? 대박인데?
"그거 방금 네가 이름 붙인 거냐..."
"하핫! 꽤 괜찮지 않아?"
"음, 나쁘지는 않네. 그럼 이제 시작하면 되는 거야?"
"응. 근데 그전에 결계가 필요해. 차원의 균열을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를 그냥 방출하면 공간에 균열이 가는 동시에 주변 일대가 파괴될 수도 있어."
"어... 그 결계 내가 만들게. 근데 강한 걸 만들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해! 잠시만..."
그리고 고신은 바닥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한 5분 정도 지났으려나. 고신은 눈을 떴다. 뭐가 바뀐 건ㅈ... 아?
"뭐가 바뀐 거야? 난 아무것도 못 느끼겠는데?"
에트왈은 갸웃하며 물었고 나는 씩 웃었고 고신도 마찬가지였다.
"3류의 결계는 약하고 2류의 결계는 강하지. 그리고 1류의 결계는... 느낄 수도 없지만 뚫은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한 법이지. 다닉의 주위를 만져봐."
그 말을 들은 에트왈은 조심스럽게 내 주변을 만져보다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손길이 결계에 닿자 빛나는 노란색 결계가 잠시 모습을 보이고 사라졌다. 놀라기는...
"그럼 이제 시작한다? 균열이 생기면 결계 바로 풀어 고신!"
나는 짧게 외치고 내 몸에 담긴 강대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크하아아!!"
내가 방출을 시작하자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며 바닥이 갈라졌다. 쫘아악! 콰과광! 쿠쿠쿠쿠! 엄청난 에너지다! 빛의 사제단 본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신의 결계에도 조금씩 실금이 가고 있었다. 이거 안전한 거 맞아? 하지만 멈출 순 없지! 더 많이, 더 강하게!!
"크르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몸에 있는 에너지를 전부 뿜어낸다는 느낌으로 힘을 방출하자 쿵 하는 소리와 결계 안의 지표면이 낮아졌다. 그와 동시에 깨진 바닥 파편이 내 오라 안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내 오라의 고유 능력인가?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계속 능력을 방출하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깨진 유리 파편처럼 생긴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쩌적... 캉! 저게 바로 그 차원의 균열인가? 말 그대로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기류와 중력도 내 힘의 영향을 받고 있었고 그래서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으면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저건가? 얼굴 보기 한번 더럽게 힘드네에!! 지금이야 고신!"
"알고 있어! 작은 구멍을 만들 테니까 빨리 들어가, 에트왈!"
근데 그 작은 구멍으로도 빛의 사제단 본부는 파괴될 텐데? 어떡하지? 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고신을 바라보았고 고신은 내게 씩 웃었다.
"결계 바깥에 하나 더 쳐놨어! 걱정은 접어두셔!"
그 말을 들은 나는 마찬가지로 씩 웃음으로 응수했다. 쌍둥이 아니랄까 봐... 푸하! 실력만은 인정해야 한다니까? 어? 잠깐만!
"... 크으으! 힘이 빠져나간다! 서둘러 에트왈! 조금 더 버텨야... 크윽... 한다고오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지금... 크읏... 가고 있어...!"
에트왈은 휘몰아치며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내 마력과 내 지배 하에 있는 중력을 자신의 고유 스킬로 버텨내며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저러면 늦어!
"젠장! 이런 식으론 안 돼! 큿... 크아아아악!"
나는 마력 방출을 그냥 중간에서 끊어버리고 조금씩 닫혀가는 차원의 균열을 직접 달려가서 손으로 잡아 찢을 듯이 열었다. 하지만 당연히 열리진 않았고 조금 천천히 닫혀갈 뿐이었다.
"뭐해? 빨리... 크학! 와!"
에트왈은 놀란 듯이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내가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내게 달려왔다.
"크으윽... 빨리 들어가! 잠깐이지만 재밌었어..."
1초,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에트왈은 싱긋 웃기까지 하는 여유를 보여주며 내게 말했다.
"나도 재미있었어. 도와줘서 진짜 고마워. 그리고 나중에 검은 로브를 쓴 여자를 조심해! 그럼 이만..."
로브를 쓴 여자를 조심하라고? 그건 또 무슨... 쪽! 내가 에트왈의 충고에 대해서 생각하는 동안 에트왈은 균열 사이로 완전히 사라지기 전 내 볼에 작은 입맞춤을 남기며 윙크를 했다. 아니이이!! 왜 그러는 건데에에!! 에트왈이 들어가자 나는 균열을 막던 내 손을 떼었고 그러자 균열은 빠르게 닫혔다.
"크하...! 죽겠다... 이거 다시는 못 하겠는데...?"
"푸우... 끝났구나... 진짜 힘들다... 아니 내가 풀 파워로 친 결계를 거의 찢어버릴 정도면 얼마나 강해졌던 거야?"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근데 마음만 먹으면 산 하나나 드래곤 100마리 정도는 부숴버릴 수 있을 것 같았어. 내가... 그 경지에 다시 도달할 수 있을까...?"
"음... 엄청난 노력 아니면 어렵겠지? 그리고 재능도 있어야 할 거고."
"노력은 알겠는데 재능은 왜?"
"노력으론 재능을 이기기 어렵거든. 많이 노력을 해도, 자신과 똑같이 노력했지만 재능까지 있는 상대를 만난다면 필패일 거야. 경험과 힘을 쌓기 위해 싸우다 죽어버리면 끝이잖아?"
"결국... 그런... 건가..."
재능. 그게 뭐라고. 노력으론 부족한 건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더욱더 노력하자! 가자, 고신!"
"에? 어디로?"
"훈련하러! 오늘 잠은 다 잤다!"
"아... 귀찮은데에에..."
나는 구시렁거리는 고신을 끌고 대련장으로 출발했다. 까짓 거, 다시 쌓지! 그 경험과 힘, 다 내 것으로 만들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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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진짜 오랜만에 업로드네요! 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첫 두 자릿수 화를 장식하는 [차원의 균열] 편은 듭린사랑님의 요청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만족하셨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10화에서 꽤 많은 떡밥을 풀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이 찾으실지는 모르겠지만요..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떡밥이다! 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맞는지, 아닌지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