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반 레온하르트는 상황이 끝난 줄 알고 올라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나타난 시로의 기습으로 인해 당황했다. 배를 정면으로 관통당한 반은 그를 보며 말했다.
“너는 분명... 확실하게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냈는데...”
“난 절대로 죽지 않아... 모든 세상을 전부 심판하기 전까지 말이야...”
“어디까지나 지나친 과거에 대한 집착이군. 넌 너무 앞만 보고 달린다니까... 영원할 것 같은 싸움을 하자는 마음이 있다는 거지? 그렇다면 죽을 각오로 덤벼라.”
“아직도 죽지 않다니... 너무 강력한 거 아니야? 퇴물 X끼야.”
“퇴물은... 너다. 히지가타 시로...”
반은 배에 상처 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단검으로 시로의 등을 찔렀다. 허나 육체 없는 원령이었는지 자신에게 찌르는 참사가 일어났다. 히지가타 시로는 반에게 꽂은 검을 빼버리며 말했다.
“육체 없는 자에게 그 무기가 통할 거라고 생각하나?”
“그럴 줄 난 몰라서 말이야... 하지만 넌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 내가 개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한 대검을 개방하게 만든 것을 말이야.”
“그럼 그 검이 개방되기도 전에 죽이면 끝이지!”
“사정거리 이내로... 들어왔군.”
그는 등 뒤에 있는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알 수 없는 빛이 주변을 감싸며 퍼져나갔다. 허나 시로는 그의 대검을 받아내고 심장을 향해 찔렀다. 반은 그 고통으로 인해 의식을 잃을 뻔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그의 검을 잡았다.
“상당히 강하군... 그 강함은 여전하군. 극 발도는 아직 보여주지 않았나?”
“너같은 놈에게 보여줄 리가 없잖아. 그냥 죽어.”
“하... 생명을 너무 얕보는 말을 쓰다니... 아직도 과거에 대한 미련이 남았어. 그럼... 진심으로 가지.”
그는 눈을 부릅뜨고 시로의 머리를 잡았다. 원령인 시로도 이해를 하지 못한 채로 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며 그 고통을 버티지 못했다. 반은 그를 땅바닥에 내려찍고 단검에 있는 사슬로 몸을 고정시켰다. 시로는 탈출하려고 했으나 사슬에 있는 신성한 기운으로 인해 나오지도 못했다. 반은 직검으로 그의 목을 겨누며 말했다.
“내가 진심으로 가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 잔혹해서 안했던 거야. 더 이상 살생을 저지르기 싫으니까. 싸움으로 인해서 나온 고통을 남에게 주기 싫어서 한 짓거리지. 하지만 넌 예외야.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악인이 여기에 남았으니까. 넌 그 정의로 심판한다면 너도 포함하는 정의야. 남이 타락했다니 썩어빠졌다니 네가 처음부터 썩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짓거리를 했을까? 아니, 모든 사람들은 열등감을 가지고 그것을 방출하려고 하지. 하지만 그런 열등감의 싸움 속에서 이긴다면 나 자신이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아. 이 고통의 굴레에서 버틸 수 있어야 하니까.”
“너무 철학적이고 고지식하고 지 잘난 말 한 줄 알아? 세상은 원래 쉽게 바꿀 수 없다고! 반 할아범 같은 인물은 어차피 그 세상의 일부일 뿐이야.”
“아직도 모르구나. 세상은 빠른 변화가 아닌 천천히 스며들면서 크게 변화한다는 것을 말이야. 넌... 너무 더렵혀졌어. 어릴 적의 그 순수함은 사라지고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찼지. 이 순환... 끊어줄게.”
그는 시로의 목을 베었지만 역으로 목을 베인 건 그였다. 원래 형태로 되돌아간 시로는 반을 보며 말했다.
“난 이미 육체가 없어서 반 할아범의 검이 통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지? 신성한 구문으로 쓴 검으론 날 이길 수 없어.”
“... 아직도 팔팔하군. 젊을 때의 혈기로 싸우는 건가? 그리고 이 속도와 기술... ‘극 발도-참수’군. 슬슬 진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
반은 그 대검을 쥐고 시로를 향해 달려갔다. 시로는 반의 공격을 겨우 흘려보냈으나 단검을 통한 속박은 피하지 못했다. 한쪽 팔이 봉인된 상황에서 자세를 잡은 시로였지만 머리를 잡히고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는 겨우 사슬에서 벗어나 반에게 반격하지만 어떻게 뽑고 왔을지 모를 직검에 목이 베어졌다. 반은 그를 보며 말했다.
“너는 한 가지 무기에 대해서 뛰어난 실력을 가졌어. 하지만 전투에 대한 경험은... 너무 얇군. 싸움에만 익숙한 나머지 전쟁에 대한 경험은 너무 짧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지.”
“닥쳐!”
시로는 자세를 잡고 빠른 속도로 베어버리려고 했으나 역으로 칼날이 잡히고 말았다. 반은 대검으로 그의 팔을 잘라내며 말했다.
“다시 돌아오고, 격렬하게 싸우고... 마치 음악과 같군. 그래, 우리의 전투는 리피트로 반복되는 다카포의 연주인가? 짧지만 강렬한 전투의 연속... 그런 느낌의 음악이었던 것 같군.”
“분명 반 할아범은 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텐데... 어떻게 잡아냈지?”
“감각이 날로 서서 잡아냈지. 이게 노련함이라는 걸세. 늙은 노장을 너무 얕보면 안 되지. 히지가타 시로, 너무 많은 죽음을 머금고 편하게 마무리 지을 생각하지 마라.”
“저 놈이고 이 놈이고...”
반의 복부를 향해 검을 찔러 넣으려고 했으나 역으로 반에게 칼이 잡혀서 그 충격의 여파로 부러지고 말았다. 그는 어떻게든 상황을 빠져나오려고 했을 때, 반은 그를 바닥에 내리꽂으며 말했다.
“후회는... 지옥에 가서 말하게!”
쾅!
광산 전체를 울릴 진동과 함께 안면이 아예 으스러진 히지가타 시로는 겨우 정신을 차리며 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끝날 것 같으면서 끝나지 않은 전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