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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드래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같이 살아갔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드래곤, 또는 용과 인간의 혼혈 ㅡ'용인'이 생겨났다.
하지만, 인간을 배척하며 거의 교류조차 하지 않고 드래곤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용 또한 있었다.
인간들이 자신들을 몰아내고 자리잡았다고 생각하며 생긴 증오가,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을 벌였다.
바로, 오래전 봉인되었던 '다크닉스'를 깨운 것이다.
이미 모든 생명에게 향하는 증오로 가득차 미쳐있던 다크닉스는 말 그대로 인간이란 존재를 지워버렸고, 사대신룡도 수백,수천년간 쌓인 증오에 싸인 힘을 막을 수 없었다.
처음 다크닉스를 깨운 용들을 제외하고 살아남은 건 극소수의 용인들과 친구를 잃은 드래곤들뿐이였다.
그런 잔인한 행각에 신이 분노하였기 때문일까.
유타칸에는 몬스터들이 들끓었고, 많은 대재앙이 일어났다.
가장 위험했던 건, 그때 떨어졌던 거대한 혜성이였으며, 그 다크닉스조차 그것을 피하지 못 하고 목숨을 잃었다.
다크닉스가 끝까지 발악한 덕분인지, 다크닉스는 죽었지만 아직 생명은 남아있었다.
여전히 몰려오는 수많은 몬스터들과 재앙을 피해서 용들은 도시 하나 정도 크기의 거대한 보호소를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그 안엔 역시 인간을 배척하였던 드래곤들이 대부분이였고, 하루에 세 끼를 먹었고 살아있으면 운이 좋은 것으로 여겨질 정도로 용인들은 엄청난 차별을 받았다.
여기는 용의 마을이다.
......용'의' 마을이다.」
ㅡ기록, 고문서 dragon's village 중에서ㅡ
"그러니! 내가 절대 드래곤이 사는 구역에 사는 곳에 가지 말라 그러지 않았니?"
""잘못했어요...""
온 도시를 비추어주는 하늘을 가린 천장에 붙어있는 커다란 전등의 빛이 화사해보이는 어느날 ㅡ
몇번 누더기로 꿰맨 옷을 입었고, 보고 있자면 값진 흑진주 같아보이는 빛나는 검은눈에, 밤하늘 같은 검은색 길게 기른 머리를 한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로 보이는 두 어린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 잔소리는 지금까지 한참동안 계속됬지만 또다시 한참동안 시간이 지나서야 끝을 냈다.
"하아...이제 그만 가보렴. 앞으론 절대! 그러면 안돼!"
""네ㅡ에!!!""
잔소리가 끝났다는 것에 신난 것인지, 두 아이들은 그새 언제 주늑 들었냐는 듯 활기차게 대답했다.
다시 일상은 계속되고 ㅡ어느새 밤이 되어 그녀의 집에는 하나의 용인이 돌아왔다.
"다녀왔어요 여보."
키가 훤칠하고 짧은 흰색 머리에, 보석 같이 빛나는 초록 눈을 가진 자신의 부인과 마찬가지로 프로스티의 피를 이어받은 사내는 많이 굶었는지 살이 빠져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행복이 담겨있었다.
"오셨어요?"
두 용인은 가볍게 입을 맞췄다.
남자가 가져온 음식과 식재료를 요리하기 위해 좁은 주방으로 향했을 때, 낮선 목소리가 들렸다.
"여긴가?"
"예. 여자 프로스티 용인 둘입니다."
남자가 나가보니, 집 앞에는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ㅡ 용인들에겐 '집행자' 로 불리는 드래곤들이 다섯 정도 있었다.
"이,이런 누추한 곳에 어찌 이런 귀한 분들이..."
남자는 놀랐는지 말을 더듬으며 드래곤들, 즉 집행자들에게 절하며 그들을 맞이했다.
소리를 듣고 나온 여자 용인도 마찬가지였다.
"됬고, 여기서 시간낭비 하는 것도 아까우니 본론만 말하지. 하찮은 네놈들의 아이들은 어디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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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가자 린델 누나!"
어깨를 조금 넘는 살짝 긴 하나의 티도 섞이지 않은 순백색 머리에 아빠와 같은 초록색 눈을 가진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가족인 쌍둥이 언니에게 제안을 했다.
아무도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참고로 나는 눈만 언니와 같고 머리는 엄마와 같은 검정 머리다.
그리고 이름은 아스!
여느때와 같이 나뭇가지로 칼싸움을 하고, 술레잡기를 하거나 잠자기...
물론 재밌었지만 뭔가 새로운게 필요하다! 사실 조금씩 질려가고 있다. 매일 이것만 하니...
그래서 언니를 데리고 테이머를 잃은 용들이 사는 곳에 몰래 찾아갔다.
언니는 여길 처음 가지만, 나는 많이 가봤다.
아빠가 먹을 걸 구해오는 곳도 여기다.
몰래 간 거지만... 안 들켰으니까 괜찮아!
그곳에 사는 용들은 이상하다.
맨날 써서 맛없기만 한 물만 마셔대고 그게 맛있냐고 물어보면 '너도 크면 알게될거다 꼬맹아'라고 말하면서 무시해대고!
나 꼬맹이 아닌데! 9살이라고!
어쨌든 다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거기서 언니와 술래잡기를 하다가 그만... '드래곤 지역'으로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나는 다 컸으니까 드래곤 지역이 뭔지 안다!
말하자면... 음...
절대 까먹은게 아니다!
뭐라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거다!
......아! 생각났다!
......방금 말은 취소.
어쨌든 드래곤 지역은 처음부터 사람들을 미워했던 용들이 사는 곳이다.
그 용들은 이 도시에 음... 그 도시를 10개로 나눈 것 중에서 8개나 차지하고 거기서 살고 있다.
우리랑 테이머 잃은 아저씨 아줌마 용들은 1개씩. 합쳐서 2개.
......자기들은 8개나 가지고 우리는 1개씩이라니! 엄청 치사하다!
나빠! 너무해! 비열해! 쪼잔해!
.......크흠.
다시 설명으로 돌아가서 ㅡ나쁜 용들은 우리를 싫어한다.
드래곤 지역에 발이라도 들이면 잡아갈 만큼.
설마 그러겠어? 단순히 겁 줄려고 부푸릴 걸 거다.
엄마가 우리는 인간의 피가 섞여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더럽고 치사해도 참으라고 말한다.
그들은 우리를 길가에 쓰레기만도 못하다고 여기니까. 라고.
...다시 놀러갔던 이야기로 들어가서 배고파질 때까지 놀던 우리는, 내가 술래잡기를 하다가 넘어져서 그만...
'드래곤 지역에 손 하나가 넘어갔다.'
앞서 생각한 게 번개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설마... 아니겠지?
그 다음에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갔다.
부디 그곳에 설치되어있던 구슬이 우리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던 건 기분 탓이길 바란다.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가 뭔가를 느꼈는지 물었고, 두려움을은 느낀 나는 엄마에게 울면서 방금까지 일을 설명했다.
엄마는 나를 아무말 없이 토닥여주었고, 그것에 감동하며 조금씩 흐느끼며 진정했을 때... 잔소리를 엄청나게 들었다.
길었던 잔소리가 끝난 후, 쓰러지듯 허름한 침대에 누어 잠들었다.
아빠가 온 소리를 듣고 깨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있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떤 용들이 찾아와서 우리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아빠가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갔다.
무슨 일일까?
드래곤 지역에 넘어가서 그런 걸까? 손 하나만 넘어갔는데?
그 용들 앞에 섰을 때, 내 몸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네놈들은 용법 3조 14항.
용인들은 드래곤이 사는 지역에 들어올 수 없다.ㅡ를 어겼다.
처벌을 받을 준비는 됬겠지?"
"나으리! 잘못했습니다! 한번만,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아빠가 드래곤의 다리를 잡고 빌고, 또 빌었다.
퍽!
드래곤이 앞발로 아빠의 배를 걷어찼다.
"어딜 더러운 용인 새x가 감히..."
드래곤은 엄청 기분이 나빠보였다.
"그래. 프로스티족 용인 프로스트. 네놈은 상습적으로 이 법을 어기고 그곳에서 식량을 가져갔지.
네놈의 딸 한놈도 마찬가지, 게다가 이번엔 다른 딸도 같이 데리고 갔더군?
깨끗한 건 어미밖에 없군."
아까 아빠를 걷어찬 드래곤이 발톱을 세우며 말했다.
"그동안 잘도 안 걸렸다만 ㅡ네놈 딸이 드래곤 지역을 넘어온 이상, 더러운 용인놈들이 사는 곳에 오는 것은 역겹지만 벌레 같은 네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왔다 이 벌레 놈들아."
그러고선 엄마를 손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너 빼고 다 따라와라."
그러고선 뒤로 돌아섰다.
"잠깐."
그때, 대장으로 보이는 용이 입을 열었다.
"내가 자비를 배풀어 그쪽, 네놈이 따라오면 아이 둘 중 하나는 살려주마."
대장도 엄마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하지만 시타엘님! 법을 어긴 건 저놈입니다!"
그러자 방금 돌아섰던 용이 대장에게 따지듯 말했다.
"어짜피 '제물'로 쓸 테니, 아이보단 어른이 낫겠지. 한놈은 남겨두지. 데려온다 보고한건 셋이니까."
"......넵."
린델 누나랑 나 중에 한명은 살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엄마는 죽고?
"그..그럼 제가..."
죽기는 싫지만, 린델 누나가 사라지는 건 더 싫다.
그 마음에 입을 열었을 때.
"그럼 제가 갈게요!"
옆에서 린델 누나가 끼어들어 말했다.
어?!
안돼!!!
"그럼, 가지."
"""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린델 누나까지 용 세마리가 끌고 갔다.
"안돼!!!!!!!!!"
소리치며 달려나갔다.
하지만 처음 말했던 용에게 아빠처럼 걷어차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대장님, 안 가십니까?"
"나는 담배 한 대만 피고 가지."
"옙. 그럼..."
그렇게 용 네마리는 날아갔고, 시타엘이라는 대장 하나만 남았다.
"왜 그랬어요?"
그딴 말을 안 했으면 엄마가 아닌 내가 잡혀갔을 텐데, 최소한 나를 데려간다고 했다면 린델 누나는 안 끌려갔을 건데.
애초에 드래곤 지역에 넘어간 것도 나인데.
"왜! ......왜 그랬냐고요...."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건 멈추지 않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처절하게 울음을 쏟아냈다.
"......미안하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에 대답이였다. 울음마저 잠깐 그치게 만들 정도로.
"히끅..크흥!...네에...?"
시타엘이, 입을 열었다.
"나는 인간 친구가 있었어. 다크닉스에게 죽었고."
그게 뭐 어쩌라는 건가! 눈앞에 있는 용의 과거사 따윈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내 전부와 마찬가진 엄마가, 아빠가, 린델 누나가 잡혀갔는데!!!
"그들이 보호소를 만들 때, 나는 비열하게도 인간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인간을 싫어하는 용처럼 말이지.
그냥 나 하나 편하자고 모든 걸 집어던지고 비열하게 행동을 하며 무언가를 빼앗고 누군가를 죽였던거야.."
"입 다물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시시한 과거사나 말해대는 시타엘의 가슴에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갑옷을 입고 있어서 휘두르는 주먹에 상처가 생기고 고통이 몰려와도 멈추지 않았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사과로써의 최선이었다. 정말 미안하다.."
그 말을 끝으로 시타엘은 고개를 숙였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는 그 행동에, 더더욱 눈물이 흘러나왔다.
서툴게 등을 토닥이는 소리와 흐느끼며 우는 소리만이, 공기를 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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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멈추고 가까스로 진정했을 때, 시타엘은 손잡이 위 보호구가 피처럼 붉은 색인 화려한 장식이 가미된 세검을 내밀며 말했다.
"......내 어머니가 쓰시던 검이다.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져서 쓰다가 부숴질 리는 없을 거다."
"이걸 왜 나한테...?"
"그걸 가지고, 강해져라. 누구든 이길 수 있을 만큼. 그리고 복수든 뭐든, 무엇을 하던지 너가 하고 싶은 걸 하렴."
검을 쥐지 않은 왼손에 쪽지 하나를 주면서 말했다.
"너도 드래곤이야."
그리고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거기 쪽지에 적혀있는데로 가면 하수구가 있을 거야. 거기에 들어가서 일직선으로 계속 나아가면 '디트'라는 드워프를 만날 수 있을거야. 그한테 시타엘이 보냈다고 말하면, 너를 보살펴 줄거야."
"네..."
훌쩍거리면서 대답하자 조금 안심 했다는 듯, 시타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쌍둥이 언니는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꼭 너에게 대려다줄게."
"약속해요."
"그래, 약속."
그렇게 서로 손가락이 매듭지어졌고, 잠시 뒤 풀어졌다.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내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부르렴. 언제든 달려가줄게."
그리고 날개를 펼쳐ㅡ 날아갔다.
너무 많이 울어서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눈물은 흘러나왔다.
그 후에 디트를 만난 것은, 조금 나중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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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마이크 테스트, 원투원투.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에(?) 글을 써보네요.
제목 뭐 할지 고민하느라 더 오래 걸린건 안 비밀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