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상태일 수 있어도 싸우고 영원한 반복을 하는 듯 싸움을 지속하던 반과 시로는 이젠 지친 나머지 숨을 가다듬으며 다음에 날릴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시로는 반 씨의 목을 노리며 말했다.
“여전히... 강하군... 할아범...”
“너도 마찬가지다. 히지가타 시로”
“지칠 땐... 지친 거 숨기는 게 특기냐?”
“난 버티는 건 자신이 있어서 말이야. 결국 승부는 절대로 나지 않겠지. 서로 몇 번이고 죽는 전투였지만 말이야.”
“결국 승자는... 할아범이군. 날 몇 번이고 땅에다 박혀서 죽이고 목을 베어서 죽이고... 다양하게 죽이면서 날 압도적으로 이겼어. 내가 반 할아범에게 죽인 건 어차피 참수나 멸(滅)로 베어낸 것이 있지만 그걸 무시할 만큼 최상의 재생을 보유했어... 원령인 상태여도 결국 반 할아범에겐 이길 수 없는 건 여전하다는 것인가...”
“결국 둘 다 같은 처지야. 이제 그만 싸우고 성불해. 이 전투는 결국 네 말처럼 내가 노련한 탓에 몇 번이고 이길 수 있으니까.”
반은 봉인이 풀린 대검을 검집에 넣으며 봉인 상태로 두었다. 그런 그를 본 시로는 자신의 검을 거두고 자세를 잡아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이 자리에서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은 홍우치라는 도사뿐이야. 내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이 이유를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홍우치고...”
“...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건가? 그것도 좋은 자세야. 숭고한 의미를 가진 죽음을 받아들이고 진짜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로 가는 것이니까.”
“그러긴 하겠지... 이제 이 세상에 원한도 없어. 영원할 것 같은 싸움 속에서 할아범에게 훈계를 받은 말이 있었으니까. 이제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군. 그리고 파우스트의 시나리오...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심해.”
“파우스트의 시나리오는 이제 내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야. 너무 직관적으로 자신의 삶을 쓴 그 수첩에 기록한 것들... 이젠 파우스트의 삶을 그린 것들이지. 결국 갠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곳의 끝에서 가장 허무하게 죽을 거야. 나나 로빈 같은 유명한 사람의 손에서 죽는 것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일반인에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지.”
“그렇긴 하겠지... 명심해. 파우스트의 시나리오는 파우스트만의 예측이야. 즉, 반 할아범은 파우스트의 예측 밖의 힘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그를 막아줘.”
“그래, 그렇게 되었다면 그렇게 되었겠지. 너도 나도 그의 만행을 막아야 하니까.”
그는 마지막까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을 때, 홍우치가 그들을 보았다. 홍우치는 반을 보며 말했다.
“이 친구를... 네가 처리했다는 거였는가?”
“그래, 내가 처리했어. 이 일이 끝나면 네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가. 난 파우스트의 시나리오를 막으러 갈게.”
“알겠네. 그렇다면 이 일만 끝나고 원래 있을 곳으로 가겠네.”
홍우치가 부적과 식신을 끄낼 때, 시로는 이미 묵념한 듯이 말했다.
“빨리 시작해. 이젠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렇게 할 것이라네.”
홍우치가 그의 머리에 부적을 붙이자 히지가타 시로의 모습은 사라졌고 그의 손에 있던 식신의 모습이 히지가타 시로의 모습과 비슷해졌다. 홍우치는 이제 자신이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본 반은 이 자리를 떠나며 말했다.
“이 포르테시모로 연주하는 레가토와 스타카토의 연주를 끊어내겠어.”
그는 자신의 무기를 챙기고 동굴 밖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