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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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언제쯤 참한 색시를 데려올 거니! 네 친구들은 벌써... "
" 에헤, 어머니는 뭘 또 그러십니까? 다~ 때가 되면 올 것인... "
" 어이구 그래, 말은 잘한다 이눔시캬! "
" 아, 아! 아파! 진짜... 나 나간다! "
하아... 아침부터 왜 저러신담... 에효... 나도 모르겠다~ 오늘은 숲으로 가볼까나... 난 주변에 떠다니는 구름 한 점 위로 훌쩍 뛰어올라 시원한 바람에 무게 없는 몸을 맡긴 채 햇살이 화창한 숲으로 향했다. 빛나는 아침 햇살은 싱그러운 숲을 반짝이는 노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 날씨 한번 조오~타아~ 음? 저게 뭐지? "
한 폭의 그림 같은 봄날의 숲에선 용 같기도 하고, 여우 같기도 한 여인이 나처럼 이 아름다운 날씨를 즐기고 있었다. 타오르는 아궁이의 불처럼 붉은 치마, 타고 남은 재처럼 검게 윤택이 흐르는 목깃, 그리고 금잔화 꽃 같은 금색 자수. 소복이 내린 첫눈 같은 새하얀 털에, 치마 사이로 삐져나온 복슬복슬한 꼬리는 아홉 개요, 그 불타는 꼬리 끝은 목을 감싼 털처럼 검은 것이 영락없는 구미호였다. 하지만 그 눈, 그 봄날의 아침 햇살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는 금빛 눈이 나를 홀렸는지 난 꼼짝도 못 하고 그녀의 고운 자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에 살포시 내려앉은 참새를 보며 풋사과처럼 싱긋 웃는 그녀의 자태를 보자 내 입에선 저절로 말이 흘러나왔다.
" 아름... 답도다... "
내려가 말을 걸고픈 마음이 이미 내가 떠있는 하늘보다 더 위로 치솟았지만 저 아름다운 그림 같은 순간에 내가 낄 자신이 도저히 없어 그저 숨죽이고 이름 모를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숨 막히는 첫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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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숲으로 나오는 그녀를 구름 위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난 그저 그것 만으로도 행복했으니.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해가 밝던 그 날, 아침 햇살이 들춘 그녀의 얼굴이 유난히 아름답던 그 날, 난 그녀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픈 마음을 참지 못하고 한점 구름에서 내려와 그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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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호야. 이제 너도 슬슬 혼인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니? 호 가문과의 약혼은 우리로써 거절할 수도 없을 만큼 고마운 제안이라는 걸 너도 잘 알잖니. "
약혼. 어렸을 때부터 나를 묶어온 약혼. 단지 곱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내 삶의 다른 의미를 모두 빼앗은 약혼. 난 어렸을 때부터 장차 호 가문의 가주가 될 사내와 약혼한 상태다.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날 이유도 없는 그 약혼. 난... 오직 약혼을 위해 존재할 뿐, 다른 이유 따윈 없어. 약혼만이 오직 내 삶의 이유였고, 그래서 난 항상 혼자였다. 누구와도 만날 수 없었고, 다른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었다. 오직 이 고요하고 푸르른 숲만이, 내가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어머니도 애가 타시겠지. 슬슬 혼인식 날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으니.
" 걱정 마세요, 어머니. 소녀가 알아서 준비하겠사옵니다... "
이게 우리 가문을 위한 일이라면... 이게 어머니의 바람이라면... 난 이 혼인을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인형처럼 내 삶은 이유도, 의지도 없이, 그저 흘러갈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바람처럼 내 앞에 나타난 이 사내는, 대체 누구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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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뉘시오? 날... 아시오? "
" 잘은 모르오. 하지만 그 마음씨가 자태만큼 곱다는 것은 아오. "
잔잔히 금빛 햇살을 그 깊은 물결 속으로 받아들이는 호수처럼 푸른 도포에, 저 하늘에 아무런 짐 없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새하얀 구름 모양 자수, 분홍색 수정으로 장식된 까만 흑립. 잘생긴 얼굴과 홀린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알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이 다가가고픈, 그런 감정.
" 내가 어딜 봐서 그리 곱고 착하다는 것이오? 난 자네를 처음 봤소만... "
" 곱다는 것은 세살배기 어린애도 알만한 것이고, 매번 그 꼬리로 무언가를 태우지 않으려 조심, 또 조심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어찌 마음이 곱다 하지 않을 수 있겠소? 난 풍월랑이라 하오.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구름이란 뜻이지. 소인이 감히 낭자의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
내가 불타는 꼬리를 조심하는 것을 알고 있다니, 눈이 좋은 사내로구나. 한 발짝 가까이 다가오며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그에게선 순수히 하나의 감정만이 보였다. 호기심 뒤에 숨어있는 연정. 이 자에게... 내 이름을 말해줘도 괜찮을까? 고민도 잠시, 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내 이름은 미호라 하오. 화미호. 화를 내면 불꽃같다 하여 어머니가 붙여주신 성이지. "
" 미호 가문... 내가 생각하기엔 그 화자는 불 화자가 아니라 꽃 화자여야 더 어울리는 것 같소만... 안 그렇소? "
이리 농을 던지는 이 사내의 장난기 넘치는 얼굴을 수줍게 바라보자 내 얼굴엔 아침 이슬처럼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러자 난 순간 내가 웃었다는 것에 놀랐다. 어렸을 때부터 거의 웃지 않았던 나인데... 이 사내와 함께 있으면, 자꾸만 웃고 싶어 지는구나. 잠시... 이 시간을 즐겨도 괜찮을는지...
" 왜 그러시오? 무슨 걱정이라도 있소? 아니라면 왜 그 고운 얼굴을 그리 근심으로 물들이는 것이오? "
" 아, 아무것도 아니오. 그저 잠시... 혹 숲을 좋아하오? 그렇다면 조금 걷는 건 어떠오? "
고운 얼굴... 황급히 말을 돌린 난 대답을 듣지도 않고 높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 버렸고 풍운랑은 그 푸른 도포를 내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리는 바람에 흩날리며 나와 걸음을 맞추며 걸었다.
" 난 숲 속에 있으면 내가 마치 이 거대한 자연에 일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싱그러워진다오. 하나 난 이 숲보단 그대가 훨씬 좋은데, 혹 그대는 어떻소? "
나란히 우거진 숲을 걷다 이렇게 말하고 몸을 숙여 나와 눈을 맞추는 그 때문에 내 얼굴은 공연스레 잘 익은 산딸기처럼 붉어져 버렸다.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지만 자꾸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화끈거리는 얼굴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생각을 않아 난 그저 손을 꼬물거리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 이 무슨 해괴한 농이란 말이오... "
" 음? 방금 그건 농이 아니었소만... 왜 그리 고개를 숙이시오? 혹, 부끄러운 게요? "
내 앞에 서 몸을 낮춘 채 터질 듯이 붉어진 내 얼굴을 마찬가지로 조금 붉어진 얼굴로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운랑을 보자 귀가 너무나 뜨거워졌기에 난 얼굴을 가리고 그를 모른 체 하며 황급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흐아... 부끄러워... 하지만 난 내 붉은 치맛자락에 그의 새빨간 귀가 스쳤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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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을 뿌리며 어둠만을 남기고 저 멀리 사라지는 태양은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순간처럼 짧던 하루가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려줬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사흘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시간이 계속 이렇게 이어지면 좋으련만... 야속한 시간은 이 터질듯한 내 심장을 모른 척하고 그 일정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구나... 가장 아름다운 하루가 가버렸다는 사실에 시무룩해져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미호가 내게 말했다.
" 이만 가보겠소. 오늘... 즐거웠소. "
수줍게 말하고 몸을 돌려 숲으로 사라지려는 그녀를 보자 아쉬움은 걷잡을 수 없어졌고 난 손을 뻗고 나도 모르게 서둘러 외쳤다.
" 내일 같은 곳, 같은 시각에 기다리겠소...! 오지 않아도 좋소... 그저... 그저 기다리겠다는 것이니... 나도 오늘 즐거웠소. "
다급히 말하다 그녀가 나올 리가 없다는 생각에 미치자 손은 수그러들고 말끝은 흐려졌다. 말을 끝마친 난 힘없이 뒤돌아 걸음을 뗐지만 미호의 목소리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을 것이오. 내가 먼저 나와있을 것이니. 그럼, 이만... "
황급히 돌아가는 듯한 그녀의 뒷모습에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타오르는 꼬리 끝처럼 붉어진 귀였다. 쓰다듬고픈, 곁에 두고픈, 보듬아주고픈, 그런 뒷모습. 또 한 번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난 그녀가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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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에? 큼... 먼저 나와있었구려. 먼저 나오겠다 말하였는데... "
" 그대를 기다리게 하기 싫어서, 내가 기다리는 쪽을 택했소. 모시겠습니다, 아씨. "
흐에라니... 마치 작은 아기 여우 같구나... 이렇게 생각한 난 짧게 웃었다. 벌써 무성히 자라나기 나뭇가지를 들추고 나와 먼저 온 나를 보고 의외라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고운 얼굴을 다시 보자 난 괜스레 농을 던졌다. 몸을 숙이고 지난번에 거닐던 숲길을 가리키는 날 보며 입을 가리고 웃는 그녀를 보자 나도 얼굴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그렇게 매일 같은 곳, 같은 시각에서 만난 달콤하기만 하던 우리의 한여름밤의 꿈은, 한순간에 깨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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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자네와 함께 이 숲에서 단 둘이서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
사랑으로 부풀어 오른 우리 둘의 마음처럼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근방에서 가장 큰 고목의 꼭대기에 자란 높은 가지에 앉아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그녀는 이렇게 나직이 속삭였다. 봄과 여름의 미묘한 경계에 있던 계절은 우리에게 속삭이듯 풀벌레 소리와 산들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를 들려주었다. 저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던 난 깊은 구덩이 속에서 힘겹게 끌어올린 듯한 그녀의 말을 듣고 휘영청 밝은 보름달에서 눈을 떼고 늦봄, 아니 초여름의 보름달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큰 여우귀에 속삭였다.
" 난 언제나 당신 곁이오. 선택은 언제나 당신이 하는 것이니, 망설이지 마시오. "
그러자 그녀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말하기 겁난다는 듯이 망설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 왜, 혹 내가 모르는 당신의 모습을 밝히기 두렵소? 난 상관없소. 아무것도 상관없소. 그저, 그저 지금 바라보는 그대를 그 무엇보다 연모하고 있을 뿐이오. "
터질 듯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오랫동안 담아놨던 진실을 꺼내놓은 난 그녀의 굳게 닫힌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 방울 눈물을 떨어트리며 꺼낸 그녀의 진실은, 내 생각보다 많이 무겁고 견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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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미 호 가문의 차기 가주와 약혼한 몸이오... 사흘 뒤가 혼인식이고... 이미 어렸을 때부터 가문 사이에 정해진 약혼이오... 한 번도 원망한 적 없었소, 그런 약혼 따위. 어차피 내 생에 다른 이유는 없었으니.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 난 변하기 시작했소. 매일 무표정이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항상 무기력하던 삶에 생기가 돌고, 무엇보다... 당신 곁에만 있으면 잠잠하던 이 가슴이 뛰기 시작했소. 이런 사실을 이제 말한 나, 그리고 약혼자가 있지만 다른 사람을 연모하는 나, 이런 나를... 원망하시오? "
약... 혼... 사흘... 뒤... 호 가문...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에 잠시 시야가 흔들리고 정신이 어질 했지만 난 정신을 차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을 바라보았다. 난 이 여인을... 내 삶과 바꿀 정도로 사랑하고 있나? 아니면 이런 거대한 진실을 밝히지 않아 원망하는 건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답은 내 마음속에 있으니.
" 그렇지 않소. 말했잖소. 아무것도 상관없다고. "
난 이렇게 말하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했다. 처음은 짧게, 그리고 또 진하게. 파도가 해변을 덮듯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포갰고 그녀는 붉어진 얼굴과 눈물진 눈으로 말했다.
" 정녕 그렇다면... 나를 데리고 도망쳐 주시오... 어디라도 상관없으니... "
하지만 그녀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둥근 구가 내 뒷목을 강타했다. 커헉! 내가 그 충격을 제대로 자각하기도 전 휘청하던 난 균형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졌고 놀란 그녀는 그 눈에 맺힌 수정처럼 투명한 눈물을 흩뿌리며 내게 사뿐히 뛰어 내려와 나를 보듬었다. 고통에 신음할 때 갑자기 여러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이놈! 네놈이 감히 우리 미호를 꼬드겨 도망치게 해? "
" 미호야! 어서 이리 오너라! 어서! "
"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 제발 제 얘기를... "
" 들을 필요도 없다! 여봐라! 저 놈을 매우 쳐라! "
이리저리 오가는 날 선 말과 호소, 끌려가듯 내게서 멀어지는 미호, 그리고 온몸으로 느껴지는 둔탁한 감촉. 몽둥이... 인가... 손으로 이리 강하게 내리친다면 실로 대단한 힘이리라. 이리 맞고, 저리 맞던 난 피를 토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 입가에 묻은 피를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꽤 아프구나... 고통이란 것은...
" 크흐... 내가... 자네들의 숲에 들어와서라면... 얼마든지 나를 때려도 좋네... 내가... 쿨럭... 자네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나를 때려도 좋네... 하지만! 단지... 단지 내가 미호를... 만났다는 이유로... 나를 때리는 거라면... 그건... 그딴 이유는 인정할 수 없네... "
" 풍운랑... "
친모의 팔에 잡혀 눈물을 흘리며 슬피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를 보자 피가 잔뜩 묻은 얼굴에서 그 붉은 핏물을 가르며 눈물 한 방울이 가냘픈 길 한줄기를 만든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너무 얇아서 위태로운, 그렇지만 결코 끊기지 않는. 하지만 그녀의 친부는 기도 안 찬다는 듯이 피투성이가 된 내게 외쳤다.
"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 것 같으냐? 우리 미호가 얼마나 귀한 아이인 줄은 아는 것이냐? 미호는... "
" 장차 호 가문과 약혼할 아이겠지... 하. 고작 그런 이유로 딸을 귀하다 하는 것이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물은 적이 있었소? "
떨리는 다리로 피를 흘리는 팔을 부여잡고 간신히 서있는 채로 피를 토하듯이 말하는 내 말을 들은 미호 가문의 사람들은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났다. 입에 고인 피를 뱉에낸 난 말을 이었다.
" 그녀가 이 숲을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는지는 아시오? 그녀가 잘 익은 머루를 먹을 때의 해맑은 미소와 덜 익은 머루를 먹을 때의 찌푸린 미간을 본 적이 있소?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뜬 밝고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냐는 말이오!! "
당황한 듯한 미호 가문 일족은 늦지 않게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모두 수군거리며 동요하다 물러났고 열변을 토해내고 쓰러진 나와 서있는 자리에 뿌리내린 듯이 서있는 미호만이 이 슬픈 달빛 속에 서있을 뿐이었다. 한 발짝, 한 발짝 그 뿌리들을 끊고 잘라내며 내게 다가온 미호는 내 곁에 주저앉아 내 상처들을 어루만지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슬피 말했다.
" 흐윽... 미안하오... 내가... 결국 내가... 그대를... 흐으... 미안하오... "
말을 끝맺지 못하고 아직도 피가 흐르는 내 상처를 고운 손으로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본 난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들어 힘겹게 일어서 앉아 그녀의 고운 얼굴에 번지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훔치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애써 웃으며 말했다. 내 피 한 방울보다 그녀의 눈물 한 방울이 훨씬 더 가슴 아팠으니.
" 난... 괜찮소... 그대의 잘못이 아니오... 절대... 그대의... 잘못이 아니오... "
소리 없이 흐르는 한 방울 눈물은 빛이 되어 저 달빛에 스며들어 사라졌고 그렇게 그녀도 그 자리에서 이슬처럼 눈물을 흘리다 하나의 밤이 사라지듯 내게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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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팜파오입니다! 드디어... 여우비가 끝났습니다...라고 하기엔 아직 좀 이르죠? 허헣 아직 하편이 남아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 미쳐버린 끊는 타이밍 ) ㅎㅎ... 이거 끝까지 쓰긴 썼는데 목표 분량인 10000자를 가뿐히 넘긴 14000자가 되어 한편이 7000자가 되었습니다 ^^7 그리고 곧 누적 추천수 100 이벤트가 시작할 것 같은데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댓글은 [ 이벤트 설명서 ]에 달아주시는게 좋아요! 평소에 보고 싶으셨던 컨셉 마음껏 적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예고편 추천수가 5개나 달려서 조금 긴장됬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마울 뿐입니다 나리!